소설리스트

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53화 (53/160)

13화 A급 레이드(1)

*‘아차···.’

태현은 몸을 돌리다말고, 업적 보상을 확인했다.

업적 보상을 빼먹으려고 하다니···.

구르카의 사탑을 클리어하면서 받은 보상과 칭호의 해제에 취해서 업적 보상을 확인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업적 : 구르카의 사탑’ 달성하셨습니다.]

[보상으로 ‘점핑’이 지급되었습니다.]

[점핑의 효과로 레벨이 130까지 추가 상승합니다.]

‘아니, 미x!’

보상은 점핑이었다.

설마 여기서 점핑이라니?

점핑은 말 그대로 게임 같은 곳에서 이벤트라고 진행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레벨이 30인데, 점핑이 적용되면 일정한 수치까지 확 뛰어넘는 것을 말한다.

태현은 지금 그것을 겪고 있었다.

업적 보상을 제대로 확인했으면, 레벨을 더 올린 뒤에 확인을 했을 건데.

살짝 아쉬웠다.

‘그래도 130이 어디냐. 흐흐.’

레벨을 올리기 힘든 이 시점에서 130까지 추가로 상승했다는 것은 아주 기쁜 소식이었다.

이제 어디 가서도 A급 중에서도 상급의 실력자라고 자부할 수 있게 되었다.

태현은 기쁜 마음으로 안식처로 돌아갔다.

안식처에서는 3성의 수하들 소수가 남아서 작업을 열심히 진행하고 있었고, 박성호는 쉬는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열심히 하고 있어요?”

태현이 박성호에게 묻자, 그가 고개를 들고 태현을 보았다.

그리고는 그 뒤에 있는 해골과 레온이 보이자, 두려움에 고개를 푹 숙였다.

“감히 주군께서 말씀하시는데, 저게 무슨 태도란 말인가!”

발락이 분노했다는 것을 증명하듯, 큰 소리로 포효했다.

“시끄럽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태현의 말에 1초도 되지 않아 공손해지는 모습.

그것을 보니 왠지 귀엽게 느껴졌는데, 박성호는 이런 귀여운 녀석을 왜 싫어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수하들의 복지처도 벌써 절반을 향해 달려가는구나.’

태현은 신기한 기분이었다.

처음에 건설 스킬이 생겼을 때만 하더라도, 얼마나 좋겠나 싶었는데.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

건설 스킬은 자신뿐만이 아닌, 수하들에게도 적용되는 단체 형 스킬이다.

그렇기에 박성호는 자재만 나르고, 수하들이 전문적인 일을 도맡아 했다.

‘건설 레벨이 4가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군.’

태현이 히죽 웃었다.

얼마나 열심히 건물을 지었으면, 건설 스킬이 벌써 4레벨이 되었다.

뿌듯한 얼굴로 건설 스킬을 살펴보다가 박성호에게 시선을 돌렸다.

‘흠···.’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피골이 상접한 모습.

왠지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지만, 너무 심하긴 했나?

그렇지만, 이대로 놓아주기에는 그가 너무 괘씸했다.

“박성호 씨.”

“네··· 아, 그··· 짧게 말해야 되나?”

박성호가 빠른 걸음으로 태현의 앞에 섰다.

그런데 오랜만에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보니 반말을 해야 할지, 존댓말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존댓말 하세요. 서로 예의는 지켜야지 않습니까?”

나이를 떠나서 원래 이 둘은 비즈니스 관계로 만났다.

그는 관리국, 자신은 불분명 각성자로.

물론 지금은 비즈니스 관계라고 볼 수는 없었지만, 자신이 예의를 지키는데 상대방이 예의가 없는 모습은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아··· 죄송합니다.”

“흐음··· 솔직히 요즘 고민을 많이 했어요.”

“고민이라면···?”

박성호가 살짝 기대가 담긴 눈으로 그를 보았다.

“슬슬 풀어줄까? 하는 고민이요.”

“헉!”

설마 했던 답이 들려왔다.

어느새 박성호의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리고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는 태현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제발··· 제발 살려주십시오. 그동안 뼈저리게 후회했습니다. 다시는 누구를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풀어주신다면, 이 은혜는 목숨을 걸고 갚겠습니다! 제발!”

“···알겠으니까 이 손 놓으시죠? 마음 싹 사라질라 그러네.”

태현이 퉁명스레 말하자 박성호가 재빨리 손을 놓았다.

그리고는 애처로운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손으로 바지를 한 번 털고는 그대로 말을 이었다.

“알겠어요. 대신 저기 복지처까지는 완료합시다. 어때요?”

“저 건물까지만요?”

“네. 사실 그 뒤에 성벽을 세우고, 감시탑도 만든 뒤, 그 외에 필요한 것들도 만들 생각이었거든요.”

“······.”

박성호가 침을 한 번 삼켰다.

그것까지 다 만든다면, 자신은 분명 죽을 것이다.

아니, 죽기 직전까지 고통을 받겠지.

“그래서 복지처까지만 완료하고, 그 뒤에는 제가 만든 길드를 위해 힘써주시면 감사하겠네요.”

“길드라면···?”

“왕국 길드라고, 제가 이번에 신생으로 만든 길드입니다. 물론 잡일만 간단히 처리해주시면 됩니다.”

“······.”

“어쩌실래요? 그냥 건물 계속 지으실래요? 아니면, 잡일 하실래요? 물론 허튼 짓하면, 이것보다 몇 배로 더 고생하실 겁니다.”

박성호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잡일 하겠습니다.”“오케이. 그러면 복지처 만들러 이동하세요.”

“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이제 빠져나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 멀었다.

박성호가 힘없는 발걸음으로 복지처 건물로 향했다.

그러자 태현이 볼을 긁적였다.

“목소리가 작으신데, 제 제안이 별로인가?”

“아··· 아닙니다!”

그제야 박성호가 크게 대답하고,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태현은 그 모습을 보면서 혀끝을 찼다.

‘바로 내보내 줄 리가 없잖아. 좀만 더 고생하쇼.’

*태현이 집으로 돌아왔다.

방으로 이동해서는 그대로 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는데,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보였다.

“센터장님 아니세요?”

그가 진도윤에게 아는 체 하자, 그가 밝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대로 손을 맞잡고는 흔드는 모습.

아무래도 자신을 만나기 위해 꽤 오래 기다린 듯하다.

“한태현 헌터님! 정말 보고 싶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기다리신 겁니까?”

“얼마 안 됐습니다. 한 4시간 정도.”

‘많이도 기다렸네. 이 사람아.’

신고 센터장이라는 사람이 4시간이나 자리를 비워도 되는 건가?

태현은 어이가 없는 얼굴로 임지성을 보았다.

그러자 그가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쨌거나 진도윤이 자신을 찾아왔다는 것은 용건이 있다는 것.

태현은 그를 자리에 앉히고는 맞은편에 앉았다.

묘하게 임지성의 얼굴이 신경 쓰였지만, 이 부분은 나중에.

“일단 무슨 용건으로 찾아오셨는지 들어보겠습니다.”

“네. 바로 본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태현은 서론을 길게 끄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그도 알고 있었기에 익숙한 태도로 본론부터 꺼내는 모습.

“일단 이야기를 어디부터 시작해야 될지 모르겠군요. 조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당시 살인귀가 등장해 사람들을 무참히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랬었죠.”

그리고 그 살인귀를 잡아들인 것이 바로 태현이니까.

“그 살인귀를 관리국에서 관리하고,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네. 결과가 어떻게 나왔던가요?”

이 부분은 태현이 부탁했던 것이기도 하다.

살인귀를 잡아내면서 히든 퀘스트가 시작되었지 않았던가?

그렇기에 이 살인귀가 누군지 알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다.

“살인귀는 이미 9년 전에 죽은 사망자였습니다.”

“그게 무슨···.”

임지성은 놀랐는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확실합니까?”

“네. 사망자 이름은 이진호. 9년 전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온 몬스터에게 살해당했었죠. 유가족들이 묻어준 산소는 이미 파헤쳐져 있었고, 그 안에 시체는 사라졌습니다. 거의 확실하다고 봐야죠.”

“유가족들은 산소가 파헤쳐진 것도 몰랐답니까?”

“···알아보니 유가족이 어머니 한 분 뿐이셨습니다. 다리도 성치 않으신 분이라, 산소를 방문하지 않은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더군요.”

태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9년 전에 죽은 놈이 일어나서 A급 능력을 가지고, 사람들을 살해했다?

상식 밖의 일에 이해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았다.

[시크릿 에피소드 시작.]

그가 관자놀이를 누르고 있을 때, 새로운 메시지가 떴다.

태현은 곁눈질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시크릿 에피소드?’

그게 무슨 소리지?

[‘에일린의 과거’ 열쇠를 획득하셨습니다.]

[시크릿 에피소드는 입장할 시, 공개됩니다.]

[입장 조건은 최소 레벨 180, 군주 Lv.4를 달성하셔야 입장이 가능합니다.]

메시지는 그의 속마음도 모른 채 계속 최신화 되었다.

덕분에 구르카의 사탑 다음으로 들어가야 할 포탈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아마도 에일린의 과거가 다음 포탈의 정체겠지.

그보다 과거라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쨌든, 입장 조건을 갖추면 풀 수 있다는 소리니까···.’

고민은 잠시 뒷전으로 두었다.

“헌터님···?”

태현이 대답도 없이 생각에 사로잡혀있는 모습에 진도윤이 적잖이 당황했다.

“아, 죄송합니다. 잠시 생각할 게 있어서.”

“아··· 괜찮습니다. 그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짐작 가는 게 있으실까 해서요.”

“아니요··· 짐작 가는 건 없네요. 어째서 저를 따라하고 다녔는지도 모르겠고.”

“아···.”

진도윤이 아쉽다는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태현을 찾아오면, 뭐라도 풀릴 줄 알았는데.

결국 아무것도 바뀐 건 없었다.

“그래도 저도 단서를 찾아보도록 하죠. 저를 따라한 건, 어떻게 봐도 괘씸하거든요.”

“감사합니다. 그러면 단서가 발견되는 대로 연락을 주실 수 있으실까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진도윤과의 대화는 조금 더 이어졌다.

게이트 건에 대해서도, 길드에 대해서도 그에게서 많은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역시 저 분은 참 좋은 분인 것 같다.”

임지성은 노트에 적어놓은 것을 확인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반면, 태현의 얼굴은 그리 좋지 못했다.

“말해.”

“응? 뭘?”

태현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되묻는 모습.

“나 없을 때, 무슨 일 있었냐?”

“···아무 일도 없었어.”

“당황하지 말고, 말해 봐. 내가 알면 안 되는 거냐?”

“···그건 아니야.”

자신이 구르카의 사탑에서 사냥에 몰두하고 있을 때, 임지성에게 무슨 일이 생겼었던 것이 틀림없다.

결국 태현의 물음에 임지성이 사실대로 털어놓기 시작했다.

고구려 길드의 일.

재각성 소식을 들은 장혜옥이 집으로 찾아왔던 일.

그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태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야, 너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뭘?”

“솔직히 나는 네 편이다. 알지?”

“그렇지···.”

“그런데 네 가족은 내 편이라고 할 수는 없어.”

“······.”

어떻게 보면 예의 없는 말이다.

친구의 가족을 보고, 자신의 편이라고 말하지 않는 모습.

그렇지만 남남인 것은 다르지 않다.

더군다나 임지성에게 그런 짓을 벌였다.

“이 시간부로 왕국 길드의 적은 고구려다. 하루 빨리 힘을 키워서 고구려가 허튼 짓을 하면, 그대로 조진다.”

“···고맙다.”

그렇지만 임지성은 고맙다는 말을 꺼냈다.

지난 지옥 같았던 삶에서 겨우 해방되고, 태현과 지낸 뒤로 마음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지금 태현이 꺼내는 말은 적어도 자신에게만큼은 마른 땅의 단비와도 같았다.

“너는 우리 길드잖냐. 이제 다른 길드가 시비 걸지 못하게 만들어야지.”

“······새끼.”

“그러니 당장 일 시작하고, 게이트부터 따자.”

“지금 바로?”

“응. 지금 바로.”

“······오케이.”

임지성은 급히 컴퓨터를 켰다.

이제 왕국 길드가 급격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시작을 해야 할 때.

그가 눈에 힘을 주고, 길드 전용 게이트 건수에 접속해서 열심히 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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