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유령검(4)
*“답이 없네···.”
문자를 보낸 오동현은 손톱을 깨물며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거절문자를 받고, 다시금 문자를 보내보았다.
그 뒤로 3시간이 지났음에도 답이 없다.
그렇다는 것은 확인을 하고, 답을 하지 않았다는 것.
“전화를 해볼까?”
번호를 얻은 것은 천검이 기사를 작성하면서 얻은 것이다.
물론 방현석이 얻은 것을 자신이 입수해서 연락을 취한 것.
오동현은 고민 끝에 태현의 번호를 누르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신호음은 1번 울리자마자,
-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다음에 다시 걸어주세요.
라는 멘트와 함께 전화가 끊어졌다.
“설마 차단한 거 아니지?”
오동현이 멍한 눈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보통 이런 멘트가 들린다는 것은 수신 거부를 했다는 소리인데.
겨우 문자 하나 보낸 걸로 수신 거부를 한다고?
그는 화를 꾹꾹 눌러담으며 휴대폰을 주머니에 도로 집어넣었다.
천태도의 부탁에 연락을 취한 것인데, 결국 수신 거부라고 보고를 하게 될 판이다.
“어휴··· 나도 모르겠다.”
오동현은 한숨을 내쉬고, 천태도가 있는 사장실로 걸음을 옮겼다.
*일주일이 지났다.
서걱.
[레벨이 올랐습니다.]
일전에 천검의 연락을 씹은 태현은 게이트를 클리어 하는데 집중했다.
“야! 나 레벨 업 했다.”
몬스터를 추가로 처치한 임지성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느새 그의 레벨도 134가 되었고, 태현은 145가 되었다.
일주일 만에 레벨이 5계단을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일반 A급 각성자들이 게이트를 클리어 하더라도, 레벨이 잘 오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태현과 임지성은 조금 달랐다.
마치 시간이 없다는 듯,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가 빠르게 쌓였다.
“나도 레벨 업 했다.”
“지금 몇인데?”
“145.”
“와··· 빨리 레벨 업 해야겠네.”
145와 134의 차이는 크다.
신체적 능력치보다도 스킬의 능력에서 차이가 나니까 당연하다.
그렇지만 G급인 태현이 145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했다.
물론 그가 보여주는 능력으로 보아 계속해서 성장하는 능력인 것은 확실하다.
임지성은 그것을 속으로 생각만 하고, 몬스터는 잡는데 집중했다.
‘앞으로 35계단.’
태현이 쉬지 않고 사냥에 임하는 이유가 있다.
180레벨을 올려야하는 목표가 있기 때문.
물론 군주도 Lv.4로 올려야지 시크릿 에피소드로 넘어갈 수 있는데, 일단은 레벨을 180으로 맞춰두는 것이 우선이었다.
채병국에게 비무대회에 출전해달라는 소리도 들었기도 하고, 여러모로 빠르게 성장해야만 하는 이유들이 속속 생기고 있었다.
*오늘 게이트도 완벽하게 클리어했다.
태현은 스테이터스 점검과 함께 그동안 획득했던 아이템, 추가로 상점까지 이용하기 위해 침대에 걸터앉았다.
-각성자 스테이터스-
[이름 : 한태현]
[레벨 : 145/제한 없음.]
[칭호 : 6대 킹 아모스.]
[능력치]
-근력 : 231
-민첩 : 229
-체력 : 229
-지능 : 221
-행운 : 233
-품위 : 40
[패시브 스킬]
-군주 Lv.3, 곡괭이 마스터리 Lv.7, 건설 Lv.5, 합성 Lv.2
[액티브 스킬]
-극기 Lv.8, 윈드밀 Lv.8, 독극물 제조 Lv.6, 유령검 Lv.3
‘나쁘지 않아.’
현재 수하들이 6성으로 진급함과 동시에 건설에도 힘을 써주고 있는 덕분에 건설 스킬도 Lv.5가 되었다.
추가로 복지처도 거의 완공이 되어가는 단계였다.
인원수가 많아지기도 했고, 박성호 역시 쉬지 않고 일해주고 있었고, 덕분에 예정보다 빨리 완공할 수 있을 것 같다.
‘박성호는 슬슬 풀어줘도 되겠어.’
물론 안식처에서 빼주겠다는 말이지.
아예 놓아준다는 말은 아니었다.
‘유령검은 아직 2개가 한계로구나.’
Lv.2가 되었을 때, 유령검이 2개로 증가했다.
그래서 Lv.3이 되면, 1개가 추가로 증가할 줄 알았는데, 사용시간이 증가되었다.
이 외에도 군주 스킬의 레벨을 제외하고는 전부 올랐다.
능력치 또한 20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었다.
200이 갓 넘었을 때에도 100레벨 후반의 힘을 보여주었는데,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다.
태현은 스테이터스를 가볍게 점검을 마치고는 킹의 상점에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특정 행동으로 얻은 건, 이게 전부잖아?’
킹의 상점은 레벨을 충족하고, 컴퓨터를 만지니까 자동으로 오픈되었다.
그리고 그 뒤로는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시스템이 추가로 오픈되는 것이 없었다.
아무래도 추가로 오픈되는 시스템은 더 이상 없는 모양이다.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업적 포인트는 1600.
몬스터를 잡으면서 조금씩 잡아서 쌓아놓은 업적 포인트.
태현은 800포인트 사용해서는 실버 등급을 골드 등급으로 올렸다.
해봤자 랜덤 소환권을 구입한 게 전부다.
[골드 등급]
-전투부대 확장권(+20)
-랜덤 소환권(히든 포함)
-성장 시도권(1~6성)
골드 등급의 주요 아이템은 2종.
나머지는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아이템들이었다.
태현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전투부대 확장권이 가장 급하지.”
인원들을 수용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선 지 오래다.
그렇기에 주머니에는 소환권이 가득했다.
그러나 이 아이템이 있다면, 전력을 보강할 수 있을 것이다.
태현은 망설임 없이 전투부대 확장권은 전부 구입할 속셈으로 클릭했다.
그러나 1개당 가격이 400포인트였기에 2개밖에 살 수 없었고, 그는 2개라도 구입해서 2사단의 확장인원을 30명에서 70명으로 늘려버렸다.
그리고는 가지고 있는 소환권 40개를 사용해서 전력을 보강시켰다.
‘전부 4~5성들만 나오네.’
레벨이 올라가면서 느낀 건데, 수하들은 자신의 레벨에 걸맞게 나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1~2성들이 계속해서 나왔고,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성장을 거듭하니 그제야 높은 등급의 수하들이 나왔다.
병사를 소환하는데 있어서 행운과 관계없다고 들었을 때에는 감을 잡을 수 없었지만, 지금은 조금씩 잡혀가기 시작했다.
‘중간 점검은 대충 이 정도인가? 데카르토의 심장은···.’
[데카르토의 심장 : A급]
-굳센 의지를 품은 힘의 원천
-아모스의 공격을 받은 이의 물리방어력을 10% 무시한 데미지를 적용한다.
-아모스의 공격을 받은 이의 물리방어력을 10% 무시한 데미지를 적용한다.
이것도 직접 복용을 해야만 하는 아이템이다.
자신의 공격이 상대방의 방어력을 10%나 무시한다는 것은 아주 좋은 능력치였다.
그런데 외형이 참··· 꺼림칙해서 먹고 싶지가 않았다.
‘에휴··· 그래도 먹어야지.’
태현이 데카르토의 심장을 억지로 씹어 삼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돈이야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고, 길드원들은 추가로 모집할 계획도 없으니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나머지는 수하들을 점검하는 일만 남았다.
곧장 안식처로 이동하려고 할 때, 방문이 덜컥 열렸다.
“태현아!”
“왜?”
임지성의 갑작스러운 난입에 왜 그러냐는 얼굴로 보았다.
그러자 그가 현관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누가 찾아온 거 같은데?”
“음? 네가 열어주지 그랬냐?”
“그게··· 천검 길드의 마스터분이시란다.”
“······”
거절하고, 일주일이 지났는데 난데없이 찾아오는 모습에 눈가가 찌푸려졌다.
태현은 한숨을 내쉬고, 현관으로 향했다.
*“이야, 집은 어떻게 아셨어요?”
태현은 어이가 없는 얼굴로 물었다.
맞은 편에는 천태도와 오동현이 앉아있었다.
“갑작스레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죄송한 건 아는 모양이죠?”
태현이 한숨을 내쉬고 쏘아붙였다.
천태도는 말없이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러나 알 수 있었다.
S급인 자신에게 저렇게까지 말하는 모습이 고깝게 들리는 것이겠지.
“저기··· 말씀이 조금 지나치신···.”
오동현 역시 그것을 눈치 챘는지, 상황을 수습하려고 나섰다.
그러나 태현은 그럴 필요 없다는 듯, 손을 저었다.
“번호야 레이드 때문에 잠시 적었던 기억이 있으니 그렇다 치고, 만나자는 문자를 거절했더니 대뜸 찾아오는 행동을 좋게 볼 수는 없잖아요?”
“······.”
그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천태도 역시 그의 말에 동의하는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 부분은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궁금한 게 있으면 못 참는 성격이라서요.”
태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은 상대라는 것이 느껴졌다.
괜히 내쫓으려고 해도, 쉽게 사라져 줄 사람이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S급.
추가로 자신에게 궁금한 것이 도대체 뭘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알겠습니다. 전에 보니까 게이트 클리어 관련해서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고 그랬던 거 같은데.”
“맞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헌터님은 A급 헌터가 맞습니까? 아니면 그 이상의 헌터입니까?”
역시 궁금한 건 그건가?
그런데 굳이 그걸 묻는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S급 정도 되면, 상대방이 기세가 어느 정도 되는 판단할 수 있게 된다.
그가 보기에는 자신이 A급 정도로 보일 터.
“굳이 물어보실 필요가 있을까요?”
“말씀해주시죠.”
천태도의 얼굴은 진중했다.
태현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현재 자신의 레벨은 145.
어떻게 보더라도 A급이다.
S급에 걸맞은 레벨이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기세 정도야 감추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헌터님은 A급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진화한 보스를 단신으로 15분만에 처리가 가능하다고요? 이걸 믿으라는 겁니까?”
“진화는 아니고, 진화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 덕에 보스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느렸고, 운 좋게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걸 운이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럼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되죠? 전 사실만을 말했습니다. 제 옆에 있는 부마스터가 증인이죠.”
“···정말이십니까?”
천태도가 의심스럽다는 눈으로 그를 보았다.
“사실입니다. 거의 도박이었죠.”
태현은 그를 좋게 구슬리기로 했다.
“도박을 감행한 이유가 무엇인지?”
“당시 저랑 부마스터가 들어간 이유는 아무도 나서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보스의 문을 지키고 있던 몬스터들은 이미 진화가 진행 중이었죠. 그럼 보스 역시 진행 중일 가능성이 높았으니까요.”
“···그건 좋은 판단이라고 보기에는.”
확실히 그렇게 볼 수 있다.
“물론 합류를 기다리는 게 좋은 판단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진화가 완료되었다면, 희생자가 속출했을 겁니다. 동의하시죠?”
“···네.”
“네. 그래서 제가 보스를 처리하고, 나머지 인원들을 살려준 셈이라고 쳐서 거래를 한 것이죠.”
천검이 임지성과 고구려의 일을 퍼트린 것도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천태도 역시 그 부분을 알고 있었고, 괜히 태현과 좋지 않은 사이로 남고 싶지는 않았기에 돕는 것을 허락했다.
태현은 계속 말을 이었다.
“거래는 끝난 셈이죠. 그래서 천태도 헌터님을 만날 이유가 없었던 거고요. 제가 A급 헌터라는 사실도 변함없습니다.”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사실 거짓말을 할 필요조차 없었다.
오히려 사실을 말해서 당당하게 행동하는 것이 훨씬 나았으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한 번 시험해 봐도 되겠습니까?”
“네? 그게 무···.”
챙!
태현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어느새 천태도가 마력이 실린 주먹으로 태현을 공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공격은 유령검에 의해 막히고 말았다.
“!”
천태도는 꽤 놀랐는지 주먹을 급히 회수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왠지 모를 만족감이 서려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죠?”
태현은 낮게 가라앉은 눈으로 천태도를 응시했다.
“이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헌터님께서 A급이 사실인지 확인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공격을 눈감아달라는 말씀이신지?”
“···절대 아니죠. 이 부분은 천태도의 이름을 걸고, 원하시는 것 1가지를 무조건 들어드리겠습니다.”
“원하는 것이요?”
“네. 헌터님께서 원하시는 사항이 있다면, 천검의 힘으로 최대한 들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겨우 그 정도로 끝내시겠다는 건가요?”
“네···?”
천태도의 이름을 걸었다.
그럼에도 태현은 만족하지 않았다.
유령검이 아니었다면, 크게 다쳤을 지도 모르는 공격.
방금 주먹은 자신의 경지를 이미 넘어선 것이었다.
‘역시 유령검은 사기스킬이었구나.’
그럼에도 기분이 좋았다.
S급의 공격을 막아낸 것으로 증명이 된 것이다.
그렇지만,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
태현이 손가락 3개를 펼쳐보였다.
“3개. 제가 원하는 걸 3가지 들어주셔야 합니다.”
물론 이걸로 넘어갈 생각은 없다.
먼저는 힘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미래에는 3배로 갚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