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68화 (68/160)

16화 길드전 : 고구려(2)

*왕국 길드와의 길드전이 오늘부터 실시된다.

임요한의 명령에 고구려 길드원 전원에게 전달되었다.

“미x놈들이! 겨우 3명으로 고구려에게 비비겠다고?”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

“큭큭. 길드전이면 그 놈들을 고문시켜서 죽여도 문제될 게 없네?”

“그렇지. 오랜만에 사람을 죽여 보겠군. 흐흐.”

길드원들은 무조건 찬성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임지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임지성 그 새끼를 철저히 조져놨어야 되는데.”

“쯧, 우리가 너무 살살해주니까 기어오르는 거잖냐.”

임지성을 대놓고 욕하는 이들은 A급 헌터였다.

그 이하들은 불평을 토로했지만, 욕은 하지 않았다.

임지성이 C급에서 A급으로 재각성했다는 사실은 그들 모두가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니 대놓고 임지성을 상대할 이들은 A급 이상의 헌터들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한태현? 그 새끼가 마스터라잖아. 그 놈도 겸사겸사 고문 좀 가하다 죽여야지.”

“방금 지시 못 들었어? 한태현은 S급 헌터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잖아. 그 놈을 상대하는 건 최대한 조심해야 돼.”

“쯧, 그냥 가능성이잖아? 인원 빨로 몰아붙이면 충분히 가능해.”

만약 S급이라고 하더라도, 따르는 인물이 없다면 충분히 쓰러트릴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임요한까지 있다.

만약 한태현을 상대하게 된다면, 임요한이 최전선에서 맞설 것이다.

그러니 두려울 것은 없었다.

“다들 그만해. 먼저 1차로 급습할 인원이 정해졌다.”

A급 헌터로 보이는 이가 자신의 헌터 워치를 가리켰다.

그 모습에 나머지들도 잡담을 멈추고, 헌터 워치를 확인했다.

1차 급습인원은 A급 20명과 B급 50명.

1차로 급습한다는 것 자체가 항복을 받아내는 것보다는 단순히 고구려의 힘을 맛보기로 보여준다는 의미를 뜻했다.

그렇지만 이 정도 인원이면, 왕국을 진즉에 무너트리고도 남을 전력이었다.

물론 한태현이 A급 후반의 각성자라고 평가했을 때는 말이다.

“시간은 오후 7시라··· 나쁘지 않군.”

임요한이 돌아오고 나서 2시간 뒤에 곧바로 출격이라니.

고구려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들에게 위협을 가한 임지성을 가만두지 않을 기회가 생겼으니 얼마나 좋은가?

“큭큭, 아주 좋은데? 나는 1차로 배정받았다.”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헌터는 방금 전까지 임지성을 욕하던 헌터였다.

A급 헌터로, 1차에 뽑힌 인물이다.

그의 웃음소리에 선발되지 않은 인원들이 입맛을 다셨다.

“에이··· 1차가 아니네.”

“바로 끝나버리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

2차도 있었지만, 이미 이 정도 전력이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한태현을 쓰러트리지는 못하더라도, C급 헌터와 임지성 정도는 불구로 만들기에는 충분한 전력.

“가능한 전부 죽여 버릴 거야.”

“한태현이라는 녀석은 좀 힘들지 않겠나?”

“아까도 말했지만 숨통을 조이다 보면 알아서 포기할 거다. 우리 인원이 몇 명인데.”

“하긴, 그건 그렇지.”

고구려 길드원들이 흐흐 웃었다.

*고구려길드 부사장실에서는 장혜옥과 임미정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후··· 길드전이 오늘부터라고요?”

찻잔을 들었던 임미정이 물었다.

“그래. 내가 직접 찾아갔는데도 돌아오지 않겠다는구나. 망할 놈.”

“후후, 속이 훤히 보이는데 누가 돌아오고 싶겠어요?”

임미정이 피식 웃었다.

아무리 바보 같아도, 그 정도 사리분별은 할 줄 알 것이다.

오히려 임지성이 돌아오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에게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해야 할 뻔 했으니까 말이다.

그것은 그녀의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내는 것이었다.

장혜옥은 그런 그녀를 한 번 노려보고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좋게 말할 때 들을 것이지. 제 명을 단축하는 꼬락서니가 참 볼만해.”

“아빠가 길드전을 열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임지성은 이제 죽은 거예요.”

“···그렇다고 제 자식을 죽이기야 하겠니?”

“글쎄요··· 적어도 고구려 길드원들이라면, 그 놈을 죽이고도 남겠죠.”

“그게 정말이야? 우리 애들이 지성이를 왜 죽이니? 한때는 동료였잖아.”

장혜옥은 처음 듣는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 모습에 임미정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비틀렸다.

임지성이 고립되어 따돌림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는 것은 거짓말이리라.

능력도 없고, 그렇다고 사교성이 좋은 녀석도 아니었기에 강하게 키우자는 생각으로 외면했다는 허울 좋은 변명도 필요 없다.

물론 필요가 없다면, 훗날 조용히 끊어내려고도 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무리 자신의 어머니라지만, 도저히 정을 줄래야 줄 수가 없었다.

“모르는 척 하지 마요. 어차피 이미 끝난 일이에요.”

“···정말 돌아오게 만들 방법이 없을까?”

장혜옥은 말을 돌렸다.

미련을 버리지 못했기에 나오는 말이었다.

그러나 이미 배는 떠났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배가.

“아빠 생각이 맞다면, 임지성은 분명 죽을 거예요. 그리고 그 녀석이 떠벌린 이야기는 왜곡되었다고 반박이 나올 거고, 그 녀석을 지지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것이 최선이었다.

그러니 임지성은 이 자리에서 죽어야한다.

가족 간의 정?

그녀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비참하지만, 이 가족에겐 정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각성하기 전에는 그래도 화목한 가정이었는데, 각성 이후부터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오로지 권력, 돈.

능력이 없으면 가족도 끊어버린다.

이런 가족이 세상에 존재할까?

없을 것 같지만, 존재한다.

바로 자신의 가족이다.

그렇기에 그녀 또한 가족에게 정 따윈 없다.

임요한이나 장혜옥 역시 그녀가 아닌, 그녀의 능력에 정을 주는 것이니까 말이다.

“어쨌든, 그렇게 나온다면 어쩔 수 없구나.”

평소 같았으면 직접 말려보겠지만, 임미정이 저렇게까지 말할 정도라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증거였다.

장혜옥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임지성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할 때.

“일단은 1차 선발인원이 급습할 동안 기다려보죠.”

임미정은 여유롭게 말했다.

한태현, 임지성, 유지아 3명으로 이루어진 왕국 길드.

어차피 거기서 자신들을 먼저 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렇기에 여유롭게 상황을 지켜보는 게 현명하다.

그 때였다.

길드원 한 명이 급히 부사장실을 열고 들어왔다.

장혜옥과 임미정은 그런 행동에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길드원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는지 급히 말했다.

“부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데?”

“지금 고구려 길드에 누군가 침입해서 사람들을 무참히 패고 있습니다!”

“뭐!?”

장혜옥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떤 간 큰 놈이 고구려를 건드린단 말인가?

임미정 또한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다.

“적이 누군데!?”

“그··· 해골입니다.”

“뭐···?”

헌터의 말에 임미정이 귀를 후볐다.

자신이 잘못 들었나싶어 다시 되물었다.

“해골입니다! 정말 해골이 길드원들을 패고 있습니다!”

“그럼 해골을 처리하면 되잖아!”

장혜옥이 소리를 빽 질렀다.

겨우 그런 걸로 부사장실에 예의 없이 들어와?

그러나 헌터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게··· 해골들 하나하나가 A급 헌터의 힘과 맞먹습니다··· 심지어 쓰러트려도 다시 일어납니다···.”

“···지금 당장 가지.”

헌터가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쥐어 짜내는 모습을 보아 거짓은 아닌 것 같았다.

임미정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부사장실을 빠져나갔다.

장혜옥 역시 헌터와 함께 그녀를 뒤따라갔다.

*[‘랜덤 소환권(6성-히든)’을 사용해서 ‘6성 지략가–이안’을 획득하셨습니다.]

[‘랜덤 소환권(6성-히든)’을 사용해서 ‘6성 팔라딘-렌’을 획득하셨습니다.]

이번에 얻은 소환의 결과물이다.

“주군을 뵙습니다!”

“주군을 뵙습니다!”

소환 된 지략가와 팔라딘.

그들은 태현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었다.

“좋다. 너희들은 뒤에 있는 녀석들과 동료로 움직인다. 서열은 동등하기 때문에 서로 싸우거나 그러지는 말고. 알겠어?”

“네!”

“명심하겠습니다.”

태현은 이안과 렌을 한 번씩 보았다.

이안은 지략가.

렌은 팔라딘이다.

팔라딘이라는 것으로 보아 성기사일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안.

“레온.”

“네! 아모스님.”

태현의 부름에 레온이 빠르게 다가왔다.

“지금 길드전에 대해서 둘에게 설명해줘.”

“알겠습니다!”

레온은 고구려와의 일을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팔라딘 렌은 이야기를 들을수록 얼굴이 굳어졌고, 이안은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에 잠겼다.

이야기가 끝나자 렌은 분노했다.

“이런 찢어죽일 놈들이!”

성기사라는 녀석이 저렇게 욕설을 뱉어도 되는 건가?

‘역시 지략가라 그런지 차분하네.’

이안은 말없이 생각에 잠겨있다.

확실히 수하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태현은 기대가 되는 눈으로 그를 보았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다.

“주군.”

생각을 마쳤는지 이안이 눈을 떴다.

“왜 그러지?”

“이번 전투 말입니다. 생각보다 쉽게 끝날 것 같습니다.”

“흠? 이유는?”

“지금 고구려에서는 저희들을 굉장히 쉽게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군께서 선택한 전투 방식은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태현은 만족스럽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략가인 이안이 극찬하는 것으로 자신의 선택이 확실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으니까.

그러나 이안의 말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점도 없지 않습니다.”

“그게 뭔데?”

태현이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저기서 저희들을 쉽게 보고 있다는 건, 지금 당장이라도 급습해도 문제될 게 없다는 겁니다.”

이안의 말을 듣고 보니 그렇다.

고구려에서는 지금 당장 급습한다 해도 문제될 게 없었다.

그렇다면?

태현이 눈을 빛냈다.

이안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아마 인원을 선별해서 빠르면 1시간, 아무리 늦어도 2~3시간 이내에는 공격을 가할 겁니다. 그러니 발락은 9시에 출격하는 것이 아닌, 지금 출격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군.”

태현의 전략에서 재료를 조금 더 얹은 것 뿐.

그가 보기에도 이안은 고구려를 꿰뚫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고구려 역시 머리보다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타입이었다.

“레온에게 들은 바, 적군의 피해는 최대한 적어야하는 것 같은데요. 맞습니까?”

“그래. 전부 죽여 버린다면, 결과에 도달하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겠지.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아무리 복수라고는 하지만, 태현의 궁극적인 목표는 몬스터의 박멸이다.

그리고 지금 한국에서는 헌터 1명 1명이 아쉬운 상황이다.

이들 모두를 죽여 버리는 것은 좋지 않은 선택이다.

가능한 피해를 최소화해서 승리를 하는 것이 중요했다.

“흐음··· 그러면 역시 이 방법으로 밀어붙이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초반 스켈레톤은 겁만 준다는 생각으로 공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나도 같은 생각이다.”

“네. 고구려는 왕국 길드가 최우선순위니까요. 그리고··· 외람된 말씀이지만, 고구려 말입니다.”

“말해 봐.”

“아마 주군과 친구 분들을 죽일 생각으로 달려들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단순히 제압으로 끝낼 수는 없습니다.”

“알고 있다. 살기를 뿌리는 놈들은 제외로 친다.”

“알겠습니다.”

몬스터가 아닌, 사람을 죽이려고 달려드는 놈들은 절대로 살려두지 않는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도, 단순히 왕국을 제압하고 승리를 가져가려는 이들에게 해당되는 것이지.

살육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다.

‘꽤 좋은 놈을 얻었어.’

태현은 이안이 마음에 들었다.

그가 내린 결론 역시 자신의 전술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레온에게 들은 것만으로도 저렇게까지 전술을 짤 정도였으니까.

길드원을 구하지 않아도, 이들만 가지고도 길드들을 전부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끙··· 어쩌지.”

고구려 길드에서 조금 떨어져서 대기 중인 발락이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왜 그러지?”

자객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보면 모르겠어? 방금 나타난 녀석이 다 안다는 것 마냥 떠들어대는 모습이 꼴 뵈기 싫으니까 그러지.”

“······.”

“젠장··· 주군의 사랑을 독차지나 하고.”

“어쩔 수 없잖나. 지금 상황에서 지략가가 우월한 위치에 서는 건 당연한 거니.”

“아니다! 만약 전부 죽여도 되는 상황이라면, 지략가 따위는 필요도 없어!”

괜히 헌터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된다는 조건이 걸려버리는 바람에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그렇다고 태현에게 따진다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

결국 발락이 스켈레톤들을 소환했다.

“지금 바로 들어가는 건가?”

아직 고구려는 움직이지 않았다.

자객의 물음에 발락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켈레톤은 내가 있는 이상 무적이다. 죽이지 않는다는 조건이라면, 반신불구는 만들어도 되는 거 아닌가?”

“···나도 모르겠다.”

“후후, 좋아. 화풀이 대상이 생겨서 기분이 아주 좋군!”

자객은 모르겠다는 얼굴로 회피했다.

태현의 의도를 읽었다면, 반신불구를 만드는 짓도 하면 안 되는데 말이다.

그러나 발락은 이미 스켈레톤을 고구려에 보낸 뒤였다.

“꺄아악!”

길거리를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해골을 보자 비명을 질렀다.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스켈레톤에게로 집중되었다.

그러나 스켈레톤은 그들을 싸그리 무시하고, 고구려 길드의 정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으악! 이 놈 뭐야?”

“젠장! 잡아!”

고구려 길드에서도 똑같은 비명이 들렸다.

“···우리들은 동태를 살피는데 주력하지.”

자객은 한숨을 내쉬고는 그대로 흩어졌다.

“하하! 전부 죽여··· 가 아니고, 실컷 괴롭혀라!”

발락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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