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69화 (69/160)

16화 길드전 : 고구려(3)

*“성공했군.”

태현은 발락의 보고를 받고는 미소 지었다.

일단 첫 번째 계획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B급 이하의 헌터 20% 가까이를 전투 불능으로 만든 것.

발락이 6성으로 각성하면서 권속 숫자가 60명으로 늘어나면서 이룰 수 있었던 쾌거다.

특히 발락이 당하지만 않는다면,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 스켈레톤 군단.

덕분에 고구려에서는 꽤나 애를 먹었을 것이다.

‘일단 발락은 돌아오고, 슬슬 급습이 들어올 거다.’

태현은 자객을 제외하고, 발락만 안식처를 통해 돌아올 것을 명령했다.

자객은 고구려의 동태를 살피는 중이다.

특이사항이 있다면, 바로 바로 보고를 올릴 것이다.

‘주군, 고구려가 왕국 길드 사무실로 향하는 중입니다.’

마침 자객의 보고가 들려왔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인원은?’

‘정확히 70명입니다. 20명은 5성 수준의 실력을 갖추고 있고, 나머지는 4성 정도입니다.’

‘알겠다.’

A급 20명.

B급 50명이라는 말이다.

1차 급습 치고는 생각보다 많은 인원을 데려온 것이 꽤나 놀라웠다.

그만큼 자신들을 빠르게 처단하고 싶다는 증거겠지.

그러나 지금 고구려의 본부는 풍비박산에 가까운 상태다.

“빨리 와라.”

태현은 먹잇감을 찾는 눈으로 고구려의 인원을 기다렸다.

*“다 왔다.”

고구려 길드원 중 한 명이 소리쳤다.

왕국 길드 사무실.

허름한 빌딩이지만, 이 곳 4층이 왕국 길드가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하··· 미친 해골만 아니었어도.”

난데없이 들이닥친 해골 몬스터.

쓰러트려도 쓰러트려도 계속 일어나는 것은 이들에게 서늘한 공포를 심어주는데 충분했다.

다행이 임요한이 중간에 합류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피해자가 2~3배는 더 늘어났을 것이다.

물론 임요한의 난입에도 해골들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는데, 갑자기 해골들이 공격을 멈추고는 그대로 사라졌기에 이렇게 급습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어쨌거나 지금은 임지성을 잡아 족치는 것부터 생각하자고.”

A급 헌터들이 빠른 걸음으로 건물로 들어갔다.

그리고 4층.

예상대로 한태현과 임지성은 사무실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C급 헌터라고 알려진 유지아는 보이지 않았지만, 눈앞에 1순위 먹잇감이 포착됨에 신경을 껐다.

“이야~ 오랜만이다?”

A급 헌터 한 명이 임지성을 바라보며 조소했다.

그러나 임지성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쓰레기가 나한테 아는 척을 다 하네.”

“뭐···?”

A급 헌터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싶어 귀를 후볐다.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말하는 것은 둘째 치고, 자신의 뒤에 있는 병력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인가?

‘이 새끼··· 아무래도 한태현 저 새끼 믿고 나대는 모양인데.’

A급 헌터가 이를 바드득 갈았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기에 대화 좀 나누고, 죽이려고 했더니.

아무래도 바로 죽여 버려야겠다.

“전부 죽여!”

A급 헌터의 입에서 죽이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 명령에 등 뒤에 있던 길드원들이 임지성을 목표물로 지정하고는 그대로 달려들었다.

혹여나 태현이 방해할까 싶어 A급 헌터 10명이 그에게로 붙었다.

‘죽여주마.’

길드전이기에 죽여도 죄가 없다.

대장으로 보이는 A급 헌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때였다.

“컥!”

“컥!”

“끄억···.”

임지성을 공격하려던 헌터들의 움직임이 돌연 멈췄다.

태현에게 먼저 달려들었던 헌터들 쪽에서 난 소리였다.

그들의 시선이 그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제압을 당했어야 할 태현이 자신들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지성아, 아무래도 전부 죽여야겠다.”

그 자리에는 A급 헌터 10명이 널브러져 있었다.

*‘계획 변경이다.’

태현의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쓰러져있는 인원들을 내려다보았다.

10초도 되지 않는 시간으로 곡괭이를 검으로 형태 변화시켜, 그들의 목을 3분의 1가량 베어냈다.

쓰러진 인원들은 그대로 절명.

피가 흘러나와 바닥을 흥건히 적시기 시작했다.

“이런 미x!”

이들에게 명령을 내렸던 A급 헌터의 목소리였다.

“어떻게 한 번에···.”

“···진짜 S급!?”

임지성에게 달려들려던 헌터들이 멍한 눈으로 태현을 보았다.

지금 달려들던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면, 자신들도 저렇게 되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몸에 순간 바르르 떨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태현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내가 생각을 해봤거든? 지금 대한민국에서 헌터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이라서, 단순히 제압만 하려고 했어.”

시체를 지근지근 밟으며 말하는 모습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태현을 응시하고 있는 이들.

태현은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그들을 한 차례 훑었다.

그리고는 검으로 그들을 겨누고, 말을 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아무래도 약속은 지키지 못할 것 같다.

진도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런 놈들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힘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사용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언제든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동료까지 버릴 수도 있는 놈들이다.

적어도 태현에게는 그렇게 비쳤다.

“태현아···.”

임지성은 평정심을 잃지 않고, 태현을 낮게 불렀다.

그가 분노해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고구려뿐만이 아닌, 추악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니 구역질이 나는 것이리라.

“예정 변경이야. 먼저는 1차 급습한 인원들을 전부 죽인다.”

조금은 다를 줄 알았는데.

위의 명령이라 어쩔 수 없이 움직이는 인원들이 많다는 것을 얼추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을 직접 보고 판단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다르지 않았다.

초반 눈에서 비쳐지는 살기.

어떻게 한 명도 빠짐없이 이럴 수가 있는지.

지금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지만,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에는 전부 살기를 품고 있었다.

‘항복을 받아내려는 게 아니었다. 직접 죽이려는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이 들어오니 태현도 망설일 이유가 사라졌다.

태현은 상승된 능력치와 함께 유령검 3개를 소환했다.

스킬 레벨이 Lv.4가 되면서 유령검이 3개까지 소환이 가능해졌다.

“으으··· 잡아!”

A급 헌터가 급히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눈앞의 상황을 본 헌터들은 전의를 상실한지 오래.

눈에 보이던 살기까지 사라진 뒤다.

그러나 이미 보였던 행동은 사라지지 않는다.

태현이 빠르게 헌터들에게 접근했다.

그리고는 가차없이 검을 휘둘렀다.

“으악! 살려줘!”

“끄아아악!”

A급 헌터 10명을 10초도 안 되서 죽여 버렸다.

나머지 인원들도 20~30초면 충분했다.

태현의 검과 유령검이 춤을 추면서 이들의 목을 빠르게 베어나갔다.

“그러게 생각 좀 잘 하고 올 것이지.”

임지성은 차가운 눈으로 쓰러져가는 인원들을 바라보았다.

결국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다.

그의 눈에서 동정심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1차 급습 인원들을 처리하고, 마법사를 시켜 시체를 치워버렸다.

임지성은 시체가 처리되자 마법을 사용해서 사무실을 깨끗하게 만들었다.

“너, 어떻게 이런 놈들과 같이 지냈냐?”

태현은 신기하다는 눈으로 그를 보았다.

“나도 신기하다. 아무래도 그 당시에 죽일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겠지. 그래도 길드 마스터의 아들이었으니까.”

괴롭혀도 무방하지만, 죽이는 건 안 된다.

그만큼 임요한을 두려워했다는 증거다.

“쯧, 어쨌거나 남은 놈들도 다 이런 놈들이라는 거겠지?”

“흠··· 글쎄?”

임지성은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생각에 잠겼다.

자신을 괴롭혔던 인물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긴 했지만, 모든 인원이 그랬던 것은 아니었으니까.

적어도 그를 불쌍히 여기던 인원이 소수는 존재했다.

물론 힘이 없었기에 그를 도울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조금은 남아있나보지? 정상인이?”

태현은 그의 속마음을 금세 간파했다.

“아주 소수지만.”

임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많은 인원들이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고구려에 들어가고부터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자신을 물어뜯기 위해 혈안이 되었지.

“어쨌거나 슬슬 들어가자.”

태현은 다음 작전을 실행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길드전을 질질 끌 이유가 없다.

이미 고구려의 본부는 발락의 스켈레톤으로 인해 피해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자객의 보고에 따르면, 2차 급습 인원을 선별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고 한다.

원래라면 진작 인원 선별이 완료되었어야 되는데, 발락의 방해로 시간이 지연되었다.

이제는 자신들이 먼저 움직여야 할 때다.

‘주군, 이제는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병사들과 함께 총공격에 들어갈 때입니다.’

슬슬 임요한이 눈치를 챘을 거라 생각이 된다.

난데없이 해골이 나타나서는 고구려를 헤집어놓고 사라졌다는 것.

아마 태현이 가진 능력이라고 짐작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이안은 원래 계획을 빠르게 앞당겨 치고 들어가는 것으로 변경하기를 원했다.

애초에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고구려가 약했기 때문이다.

‘알겠다.’

태현은 고민할 것도 없이 찬성이다.

헌터들의 숫자는 이대로 멈추지 않고, 조금씩이지만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에 자신들의 수하가 몬스터들을 처리하면 된다.

사람이 덜 된 헌터들은 필요 없었기도 하고, 괜히 이런 놈들을 살려두는 것은 두고두고 후환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쾅!

임요한이 한손도끼를 바닥에 내려쳤다.

그가 분노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모습에 길드원들이 숨을 죽였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임요한의 낮은 목소리에 안상윤이 급히 그에게 다가왔다.

“가설입니다만, 방금 해골은 몬스터라 볼 수는 없었습니다. 몬스터가 갑자기 공격을 멈추고 사라지는 건 본 적이 없으니까요.”“그래?”

“네. 분명 누군가의 소행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 누군가라···.”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 딱 한 명 있다.

바로 한태현.

임요한은 그의 능력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런 해골을 소환하는 소환능력을 가진 능력을 가지고 있을 확률도 충분했다.

“1차 급습은 어떻게 됐나?”

임요한이 물었다.

“그··· 그것이.”

이번에는 정길주가 앞으로 나왔다.

1차 급습 인원을 선별해서 보낸 것이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길주의 표정이 별로 좋지 못했다.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아무래도 당한 모양입니다.”

“······.”

임요한이 입을 꾹 다물었다.

주위에 서 있던 헌터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A급 헌터 20명, B급 헌터 50명이 당했다?

그렇다면 한태현은 무조건 S급 헌터라는 말이 된다.

“죄송합니다··· 그래서 2차 급습 인원은 전부 A급으로만···.”

“됐어. 그럴 필요 없다.”

임요한이 정길주의 말을 막았다.

그렇다.

굳이 2차 급습 인원을 선별할 필요가 없었다.

마침 익숙한 기운이 근처에서 느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번 길드전을 벌이게 된 원인.

다름 아닌 한태현이 직접 고구려로 다가오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임지성의 기운이 느껴졌다.

다른 이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2명.

단 2명이서 고구려로 오겠다니?

“사장님···?”

정길주와 안상윤이 조심스럽게 그를 불렀다.

그러나 임요한의 시선은 정문을 향하고 있었다.

그가 천천히 걸음을 뗐다.

“오고 있다.”

“···그렇군요.”

“전부 사장님의 뒤를 따르도록!”

정길주의 명령에 헌터들이 임요한의 뒤를 따랐다.

대충 상황을 보니 한태현이 이곳으로 오고 있는 모양.

갑자기 공포가 사라지고, 자신감이 차올랐다.

S급 헌터와 수많은 A급 헌터들로 구성된 고구려.

B~C급인 자신들은 뒤에서 엄호만 하더라도, 쉽게 끝날 싸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태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할 때 즈음, 임요한을 포함한 고구려의 인원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태현의 뒤에는 100명이 넘어가는 인원들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기 때문이다.

“흠··· 역시 S급 헌터라도, 수하들의 기운은 느낄 수 없나보군.”

태현은 설마 했던 가설이 맞아 떨어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한태현···.”

임요한은 굳은 얼굴로 그를 불렀다.

그러자 태현이 히죽 웃었다.

“설마 오늘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요. 대충 2~3일은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

“뭐··· 고구려가 그만큼 약하다는 증거기도 하고, 너무 악하기도 하고. 지체 없이 빠르게 끝을 보고 싶어서요.”

태현은 여유로움을 잃지 않고 말했다.

그 모습에 고구려 길드원들의 눈에 살기가 더욱 짙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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