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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71화 (71/160)

16화 길드전 : 고구려(5)

*고구려 길드원들은 그 비명에 몸을 움찔 떨었다.

수하들 역시 움직임을 멈추고, 태현과 임요한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보!”

“아빠!”

장혜옥과 임미정이 소리를 빽 지르며 태현에게 다가가려했다.

그러나 그것은 임지성과 렌에게 저지되고 말았다.

“못 가십니다.”

“주군께는 갈 수 없다.”

으득.

장혜옥이 이를 바드득 갈았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 아버지가 죽게 생겼는데, 저렇게 나온다고?

“네 아빠가 다쳤다! 빨리 비켜!”

“그게 뭐가 어쨌단 거죠?”

그러나 임지성의 얼굴은 싸늘했다.

‘분명 생각이 있을 거야.’

이곳에 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태현의 얼굴에는 고민이 가득했다.

당시 사무실에서 헌터들을 죽일 때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아무래도 자신의 가족이다 보니 망설여진 것이겠지.

그러나 이곳에 들어와서부터는 망설임이라고는 일절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무언가 해답을 찾았다는 것이 된다.

임지성은 태현을 그 누구보다 신뢰한다.

그렇기에 분명 무언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끄어어억···.”

그 증거로 임요한의 몸이 새카맣게 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어둠이 그를 집어삼키는 듯 했다.

“세상에···.”

임지성은 사태를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사장님!”

정길주가 다급한 얼굴로 임요한을 불렀다.

태현은 박혀있던 신성검을 빠르게 회수하고는 거리를 벌렸다.

‘아직 아니다.’

사슬은 아직 멀쩡했다.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메시지가 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금 공격은 정답이었다는 것을 알리듯, 고구려 길드원들의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졌다.

‘임요한의 영향을 받고 있었구나. 지금은 끊어졌고.’

어째서 고구려에서 빠졌던 신입들이 멀쩡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임요한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이들은 임요한에게 녹아들어 악(惡)이 된 상태였다.

그리고 방금 공격으로 그 끈이 끊어지면서 원상태로 돌아왔다.

“아무도 못 오게 막아!”

태현은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리고는 임요한의 변화를 지켜보았다.

어느새 오른쪽 가슴에 자리했던 어둠이 온 몸을 집어삼켰다.

무작정 공격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사슬을 끊기 위해 그의 몸을 자세히 지켜보았다.

‘위험한데··· 답이 보이지 않는다.’

태현은 다시금 활성화된 유령검을 소환했다.

유령검 3개가 소환되어 그의 곁을 맴돌았다.

그 때였다.

임요한의 몸이 순간 사라졌다.

쾅!

‘뒤로군.’

태현의 유령검이 임요한의 공격을 막아냈다.

순식간에 사라져서는 뒤로 붙어서 공격을 하는 모습.

그렇지만 그의 공격은 눈에 똑똑히 보였다.

현재 그는 30% 상승 버프를 받고 있는 상태다.

임요한을 상대하는 이상, 이 버프는 사라지지 않는다.

태현이 손에 쥐고 있던 신성검을 휘두르며 그에게 붙었다.

어쨌거나 계속 방어만 해서는 승부가 나지 않는다.

공격을 통해 임요한을 파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했다.

서걱!

태현의 신성검이 임요한의 왼 팔을 잘랐다.

“끄아악!”

임요한의 비명이 다시금 울려 퍼졌다.

이성을 완전히 잃었는지, 고개를 까닥이며 태현을 노려보는 모습.

그러자 주인을 잃은 왼 팔에서 어둠의 기운이 피어오르더니 임요한의 기운과 맞물리기 시작했다.

왼 팔의 복구는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임요한은 왼 팔을 다시 자연스레 움직일 수 있게 되자, 다시금 공격을 가해왔다.

쾅!

그러나 유령검을 뚫기란 불가능.

아무리 그가 변했다고는 하나 능력은 그대로였다.

태현보다 한 수 아래인 실력으로는 절대 그를 이길 수 없다.

더군다나 유령검까지 있는 이상, 이 싸움은 30초도 되지 않아 마무리 지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태현은 당장이라도 끝낼 수 있는 싸움을 질질 끌었다.

‘분명히 있다.’

태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리고는 신성검을 사용해서 아까와 같은 부위를 한 번 더 찔렀다.

“끄아아악!”

힘의 원천으로 보였던 오른쪽 가슴.

스산했던 어둠은 아직까지 뇌리에 뚜렷이 남아있다.

임요한의 비명소리가 아까보다 훨씬 커졌다.

태현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이로써 확신했다.

계약의 사슬은 자신이 생각했던 곳이 맞다고.

단지, 사슬의 힘이 강했기 때문에 한 번의 공격으로는 모자란 것이라고 말이다.

“끄어억···.”

태현의 신성검이 임요한에게 쇄도했다.

‘효과가 있다.’

확실하다.

어둠으로 뒤덮인 그의 전신이 서서히 본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조금만 더.”

태현이 중얼거리며 신성검으로 계속해서 같은 곳을 공격했다.

“사장님···.”

“저런···.”

고구려 길드원들은 어느새 무기를 내려놓고, 태현과 임요한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씨울 의지가 사라진 모습에 수하들도 마음 놓고 태현을 지켜보았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거 아니니?”

“지성아··· 좀 말려봐···.”

확실히 태현이 움직이기 시작한 뒤로, 장혜옥과 임미정의 목소리가 한층 누그러졌다.

마치 균열이 일어나기 전에 지냈던 가족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일단 지켜보도록 하죠.”

임지성은 속이 뜨거워지는 것을 간신히 참아내고 말했다.

얼마만에 들어보는 목소리 톤인지 모르겠다.

그는 끓어오르는 것을 억지로 밀어내고 태현의 싸움에 집중했다.

‘태현아, 넌 진짜···.’

“끄아아아아아!”

마침 임요한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단말마의 비명.

태현은 그제야 공격을 멈추고, 그에게서 떨어졌다.

그리고 싸움이 끝났다는 것을 증명하듯, 메시지가 여러 개 뜨는 모습.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계약의 사슬이 끊어졌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레벨이 10 올랐습니다.]

[업적 포인트 3,000이 지급되었습니다.]

[군주 경험치 1,000이 지급되었습니다.]

[아모스의 황금 곡괭이의 비밀을 풀었습니다. 숨겨진 능력치가 개방됩니다.]

“끝났다···.”

*“쿨럭···.”

싸움이 끝나고, 원래대로 돌아온 임요한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의 몸에 피가 솟구치고, 입가로 피가 왕창 토해졌다.

당장이라도 죽을 것만 같은 모습.

태현은 담담하게 임지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성아, 치료 좀 부탁한다.”

현재 임요한의 상태는 심각했다.

계약이 끊어진 것도 있겠지만, 태현이 쉬지 않고 그의 몸을 공격한 것이 컸다.

당장이라도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

그러나 그가 가지고 있는 S급 스킬.

축복의 노래라면, 임요한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킹의 조력자로서 얻게 된 스킬.

그렇기에 그가 안심하고, 임요한의 계약을 망설임 없이 끊어낼 수 있었다.

“알았어···.”

임지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빨리 임요한에게 다가갔다.

“조금만 참으세요.”

그는 빠르게 축복의 노래를 시전했다.

그러자 임요한의 상태가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했다.

확실히 축복의 노래의 효과는 대단했다.

마인으로 계약이 끊어졌음에도 살아있는 것도 대단했지만, 임지성의 스킬은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와···.”

“S급 스킬인가? 엄청난 회복력이군.”

태현은 그들을 바라보았다.

‘신기할 노릇이야.’

임요한과 제로스의 계약이 완전히 끊어지자, 길드원들의 모습에서 살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태현은 수하들에게 대기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혹시 몰라 경계를 늦추지 말라는 말과 함께.

“으음···.”

축복의 노래를 쉬지 않고 받았던 임요한이 천천히 눈을 떴다.

피가 멎고, 말끔해진 모습으로 눈을 뜨자 고구려 길드원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러나 태현이 다시 임요한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고는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임요한은 태현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

“정신이 좀 드십니까?”

태현은 길드원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임요한에게 한마디를 건넸다.

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른 할 말은 없으시죠?”

태현이 임지성을 힐끗 보며 물었다.

“······.”

임요한이 고개를 떨어트렸다.

수초가 흐르자 그의 어깨가 들썩였다.

눈물을 하염없이 떨어트리는 모습에 임지성은 복잡한 얼굴로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지금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떨어트리는 길드원들을 보니 대충은 짐작이 갔다.

‘기억이 사라지는 건 아닌가 보네.’

*시간이 흘러서야 진정이 된 모습.

태현은 본격적으로 임요한의 앞에 앉아 질문을 던졌다.

“이유를 설명해주시죠.”

그의 의도를 금세 파악한 임요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게 먼저겠지? 9년 전을 기억하니?”

“네.”

누그러진 목소리는 10년 전, 임요한의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게 원래 그의 모습이다.

“당시 몬스터에 의해 30년 지기 친구를 잃었다. 그리고 수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게 우리 가족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아주 절망적이었다.”

임요한이 말을 잠시 멈추고, 가볍게 숨을 돌렸다.

그리고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 당시에는 힘을 가진 사람들도 극소수였던 것을 기억하지?”

“네.”

태현 뿐만 아니라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나는 그 소수에 포함이 되지 않았다. 결국 이대로 죽어야하나 싶었는데, 나한테도 기회가 오더구나. 네가 예상한 것처럼 악마와 계약을 하고 만 거지.”

“그랬군요.”

태현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한참 잘못된 선택이었다. 계약한 덕분에 마누라랑 미정이한테는 힘을 나눠줄 수 있었지만··· 지성이는 무리였다. 그리고 크나큰 상처를 주고 말았어.”

“그런 건 처음 듣는데요··· 악마라니.”

임지성이 떨떠름한 얼굴로 볼을 긁적였다.

“당연하지, 그 누구에게도 밝히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그렇게 악하게 굴었던 건가요?”

끄덕.

태현의 물음에 임요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힘이 생겼을 당시에는 기뻤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의식은 서서히 사라져갔어. 마치 누군가에게 먹힌 것만 같았다.”

“······.”

“힘을 받은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나는 완전히 먹혔다. 그리고 고구려에 소속된 아이들도 내 힘에 서서히 변해갔어. 그렇지만 지성이는 달랐다.”

“달랐다고요?”

“그래···. 어떻게 해도 지성이한테는 힘을 줄 수가 없었어. 오히려 지성이를 죽여야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태현이 얼굴을 굳혔다.

이야기는 더 들어볼 것도 없었다.

결국 임지성이 고구려에게 그렇게 미움을 받은 이유.

가족들에게 외면을 받은 것도, 전부 제로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럼 왜 안 죽였어요···?”

임지성이 원망 가득한 눈으로 임요한을 보았다.

“미안하다. 애비로써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실낱같은 의식을 겨우 붙잡아 너를 죽이는 것을 막는 게 최선이었다.”

“······.”

“그래서 고구려 아이들도 너를 괴롭히는 것으로 그쳤던 거지. 태현이가 아니었다면, 이번에는 막지 못했을 거야···.”

그의 떨리는 목소리에 임지성이 고개를 떨어트렸다.

태현은 대충 이야기가 정리됨에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나머지는 나가서 대화를 마저 하시길 바랍니다. 다음 얘기는 제가 낄 자리가 아닌 것 같네요.”

그 말과 함께 임지성을 포함한 고구려 인원 전체를 원래의 자리로 돌려보냈다.

나머지는 그와 가족들이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야한다.

인원들이 사라지자 이안이 다가왔다.

“주군, 계획이 많이 틀어졌군요.”

“그래. 계약에 의해 악에 물든 게 아니었다면, 내 손으로 임요한을 죽였겠지.”

태현이 싸늘하게 답했다.

정말이다.

퀘스트가 울리지 않았다면, 고구려는 이곳에서 전부 죽었을 것이다.

망설였던 이유도 그런 결론에 도달했기에 임지성을 바라볼 면목이 없었던 것.

하지만, 운이 좋게도 일이 잘 풀렸다.

‘아니지··· 더 복잡해졌다고 봐야 하나?’

태현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포탈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의 시선이 우측 끝에 자리 잡았다.

이전에는 아무것도 없이 잡초들만 무성했는데, 지금은 새로운 포탈이 생성되었다.

아마도 이곳이 히든 스테이지라고 말하는 ‘마계 : 제로스의 성’으로 들어가는 포탈이리라.

“바로 들어간다.”

“알겠습니다. 주군.”

태현은 망설임 없이 마계로 향하는 포탈에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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