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80화 (80/160)

19화 S급 레이드(2)

*미국 관리국의 분위기는 꽤나 화기애애했다.

“하하, 이거 참 큰일이군요.”

“이제 한국이 점령을 당할 테고, 게이트를 빠져나온 몬스터는 어떻게 하죠?”

“그럼 당연하죠? 지원을 보낸 헌터들 모두 A~B정도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그렇다.

이들이 걱정하는 것은 한국이 아니었다.

그러니 S급 헌터를 잃는다는 불안은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관리국장인 에드워드 윌슨은 찻잔을 입에 가져갔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띠어져 있었다.

“지원을 나간 헌터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게 최선입니다. 헌터 약국을 계속 살려둘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미국은 그동안 한국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물론 자신들이 피해를 입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그만큼 이익이 될 만한 수준으로 뜯어낸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다.

S급 게이트.

미국이 아무리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피해가 막심할 것이 분명했다.

S급 헌터를 한국을 돕는답시고, 잃을 수는 없는 노릇.

그렇기 때문에 목숨 값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고, A~B급 헌터들을 한국으로 보냈다.

“그래도 국장님··· 괜히 A~B급으로만 보낸 게 밝혀지면, 곤란해지지 않겠습니까?”

물론 이런 부분으로 불안해하는 인원도 있었다.

그의 물음에 윌슨이 코웃음쳤다.

“훗, 걔들이 나서서 뭘 어쩌려고? 그리고 어떤 미x놈이 한국에 자원해서 도우러 가겠어?”

“···그건 그렇습니다만.”

G급 헌터는 물론 S급 헌터도 이번 S급 레이드에 참가할 의지를 드러내지 않았다.

자국의 일도 아닐뿐더러 이번 게이트의 크기가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몬스터가 게이트를 빠져나왔을 때, 천천히 처리해나가는 것이 수월한 사냥방식이라고 볼 수 있었다.

어떻게 보아도 한국에 지원할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한국에서도 G급으로 예상되는 헌터가 한 명 있지 않습니까?”

G급으로 예상되는 헌터.

바로 한태현이었다.

한국에 불분명 각성자가 출현했다는 소식에 어떻게 해서든 깎아내리려고 했었다.

그렇기에 다른 불분명 각성자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발견하자마자, G급일 가능성은 제로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윌슨이 고개를 저었다.

“혹시 몰라서 조사를 조금 했는데, A급 헌터로 길드 하나를 새웠다더군.”

“그렇다면···?”

“우리가 발표한 내용이 사실이었다는 소리지.”

“발표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군요.”

혹시라도 그가 G급으로 각성했다면, 꽤나 골치 아팠으리라.

물론 그럴 가능성은 제로였지만 말이다.

“후후, 모든 면에서 G급의 가능성을 찾아볼 수 없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도 만약이라는 게 존재하니까 말입니다.”

부장의 말에 윌슨이 얼굴을 구겼다.

“만약이라는 건 없어야 돼. 그러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어.”

윌슨의 말에 나머지 간부들이 입을 다물었다.

그는 주위가 조용해지자 다시금 말을 이었다.

“이번에도 판단은 틀리지 않을 거야.”

그는 만약이라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전부 자신의 손아귀 안에서 굴러가기를 원할 뿐.

그래야지만 자신이 위험해지는 일이 없을 수 있다.

그렇기에 몇 번이고, 생각해서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몇 번을 생각해도 한국을 돕는 것은 자살행위와도 같았다.

“그렇게 될 겁니다.”

“저희는 게이트를 빠져나온 몬스터를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면 되겠군요.”

“국장님 말씀은 틀린 적이 없으니까요.”

간부들은 그의 비위에 맞추기 위해 입 발린 말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습관이 된 것 마냥, 자연스레 나오는 꿀 발린 언어들.

항상 들어오는 것이지만, 칭찬이 싫지 않은 윌슨이 피식 웃었다.

*천검.

화백.

엑스.

고구려.

연화.

천룡.

데오스.

베이스.

현무.

수많은 길드들이 참여한 S급 레이드.

그 외에도 많은 길드들 사이에서도 차출 된 인원들과 관리국에 몸담고 있는 헌터들까지.

아직 지원받기로 한 헌터들이 도착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 인원만 하더라도 마음이 든든했다.

물론 클리어하려면, 이 숫자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했지만 말이다.

“우리들이 먼저 들어가는 것으로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지원은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올 것입니다.”

“네···?”

“그게 무슨···.”

천태도의 말에 헌터들이 벙 찐 얼굴이 되었다.

지원을 받기로 한 헌터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들어가겠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그렇지만, 천태도의 얼굴은 진중했다.

“미국의 조건입니다. 자국을 지키는 것은 저희들입니다. 그러니 싸우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지원하기로 한 S급 헌터 15명과 A급 헌터 80명이 곧바로 들어와서 같이 싸울 겁니다.”

“무슨 놈의 조건이···.”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백승한이 손으로 머리를 짚었다.

그 역시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은 매한가지인 모양.

그렇지만 위에서는 먼저 들어가라고 지시를 내렸고, 미국의 조건을 들어주기로 했다는 말과 하께 싸울 것을 지시했다.

“천태도 헌터, 그게 정말인가?”

천룡의 마스터, 최강식이다.

무투 계열의 헌터로써, 한국 내에서는 최고의 무투가로 불리고 있다.

“네. 맞습니다. 정부와 관리국에서 지시가 내려왔구요.”

천태도는 그에게 자신의 헌터 워치를 보여주었다.

워치에는 지시와 함께 미국이 도울 것이 적혀있었다.

“후우··· 정말 복잡하군.”

최강식이 고개를 저었다.

지금 레이드는 단순히 장난이 아니었다.

목숨을 걸어도 이길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에서 먼저 들어가라는 것은 너무하지 않은가?

B 2 2

나머지 헌터들도 그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 진짜 이거 뒤통수 때리는 거 아니겠지?”

“아무리 그래도 미국인데···.”

이들이 불안감을 가지는 것은 정상이었다.

누구라도 여기서 불안하지 않은 인원들은 없을 것이다.

목숨을 건 레이드.

그러나 여기에 긴장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도 있었다.

“그럼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태현이 한 손을 살짝 들고 말하자, 모든 헌터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임요한과 임미정 역시 당황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일전에 잘못한 것이 있었기에 쉽사리 말을 걸지 못했다.

“한태현 헌터라고 했나?”

최강식이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으로 가볍게 흘겼다.

태현 역시 그와 똑같이 응수했다.

그러자 최강식의 눈이 살짝 빛났다.

“제가 틀린 말 했습니까? 지금 지시를 거부한다면, 어떻게 되는지 아실 텐데요?”

“한태현 헌터의 말이 맞긴 맞아. 그런데 말이야··· 지금 레이드는 장난이 아니라고? 의아한 조건에 쉽게 들어간다는 말이 나오나? 아니면, 생각이 없어서 그냥 지르고 보는 건가?”

최강식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어찌되었든 그들은 자국과 가족을 지키는 것보다도 목숨이 더 중요했으니까.

“저희들이 반박한다고 해서 지시가 번복될까요?”

“······.”

“장난이 아닌 것 압니다. 목숨을 건 레이드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대로 저희가 불안하다는 이유만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

최강식이 말없이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태현의 입은 쉬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에는 미국이 돕지를 않겠죠.”

“···하하.”

최강식은 한 방 먹었다는 얼굴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게 무슨 의미죠?”

“생각해보니 자기소개를 하지 않아서 말이야. 나는 천룡의 최강식이라고 한다. 나보다 나이가 어린 것 같으니 말은 편하게 하지.”

“이미 편하게 하고 계십니다만.”

태현은 그의 손을 맞잡았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헌터들이 조금 놀란 얼굴이 되었다.

“오··· 설마 최강식 헌터님이 손을 먼저 내밀 줄이야.”

“대단한데···.”

최강식의 콧대는 하늘을 찌른다.

그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럼 정해졌군요.”

태현과 최강식의 대화를 지켜보던 천태도가 빙그레 웃었다.

채연화와 채민희, 임지성의 얼굴로 진중해졌다.

“네.”

“들어갑시다. 죽기밖에 더하겠어?”

결국 헌터들은 들어가는 것으로 정했다.

어찌 되었든 간에 미국이 이대로 배신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지금 바로 들어갑니다.”

천태도가 진중한 얼굴로 명령을 내렸다.

헌터들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S급 레이드.

이제 시작이다.

*S급 게이트에 들어서자, 독안개가 그들을 덮쳤다.

“해독 버프를 걸겠습니다!”

S급 힐러와 버퍼가 힘을 합쳐서 해독 버프를 헌터들 모두에게 걸었다.

S급 게이트다보니 환경부터가 매우 치명적이었다.

태현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많은 독 안개를 사이로 보이는 포자들과 괴기한 꽃이 하나 보였다.

아무래도 이 독 안개는 저기 꽃들이 만들어낸 듯싶었다.

“잠시 기다리세요.”

태현은 어느새 곡괭이에서 궁으로 형태변화하고는 꽃들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치지직.

치지직.

그러나 화살은 꽃들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그대로 녹아 사라졌다.

정확히는 꽃들이 뿌려놓은 포자들에 의해 녹아버렸다.

“생각보다 위험한데.”

역시 S급 게이트였다.

“그렇게 함부로 움직이시면 안 돼요!”

S급 힐러 성수연이 급히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러나 태현은 그 말을 무시하고는 얼음 화살 한 개를 소환했다.

그리고는 똑같이 꽃, 정확히는 포자가 있는 곳으로 화살을 쏘았다.

“좀 들···.”

쉬이이익!

콰직.

성수연이 그에게로 다가가려던 걸음을 멈췄다.

그냥 화살을 쏘았다가 녹는 것을 확인하고는 얼음 화살 한 개를 소환해서 다시금 쏘는 모습.

너무 막무가내였다.

하지만, 그 얼음화살은 포자를 꿰뚫고, 꽃에게 직격했다.

“와··· 뭐야?”

“무슨 A급 헌터가 저래···?”

A급 헌터의 화살이 통했다고?

그러나 그들이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태현이 몸을 날렸다.

어느새 검으로 형태변화 시키고는 포자와 꽃들을 사정없이 베었다.

서걱.

서걱.

태현의 검과 유령검이 합쳐져서 포자와 꽃을 완전히 베어버렸다.

꽃은 죽었다는 것을 알리듯, 녹색의 액체를 토해내고는 그대로 시들어버렸다.

“아직 한참 멀었네.”

태현은 어깨를 으쓱여보이고는 앞으로 전진했다.

이제 하나를 처리했다.

그렇지만, 독안개의 양으로 보아 꽃과 포자들은 내부로 들어갈수록 더욱 많아질 것이 분명하다.

“야, 혼자서 다 해 먹냐?”

임지성은 빠르게 마무리 된 상황을 뒤로 하고는 그의 옆에 서서 앞으로 전진했다.

채연화와 채민희.

고구려의 임요한, 임미정도 그 뒤를 따랐다.

연화와 고구려 길드원들은 말없이 따라갔고, 나머지 인원들은 벙 찐 얼굴로 태현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이게 무슨 경우야?”

“몰라··· 저 한태현이라는 헌터, 진짜 A급이 맞긴 하냐?”

“설마 등급을 속였을까···?”

“속인 거 맞는 거 같은데···.”

헌터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 생각을 하지 못하고, 급히 그들의 뒤를 따랐다.

반면, 막무가내로 움직이는 줄 알고 막으려던 성수연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움직이지를 않았다.

“A급이 아니야. 저건 S급이 아니면, 절대로 불가능해.”

성수연은 방금 태현의 움직임을 쫓지 못했다.

그녀가 힐러라고는 하지만, A급의 움직임을 쫓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쨌거나 레벨 자체가 200 이상으로 보정되면서 신체 능력치가 S급으로 올라간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S급의 능력치를 가지고 있는데도, 태현의 움직임을 쫓지 못했다?

이건 그가 등급을 속였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빨리 가시죠.”

그녀가 멍하니 있자, 천태도가 움직일 것을 재촉했다.

“알고 계셨어요?”

“네?”

성수연이 갑자기 천태도를 바라보며 물었다.

“한태현 헌터요. A급이 아니라는 거, 알고 계셨냐고요.”

솔직히 방금 태현이 막무가내로 움직인 것은 천태도가 막았어야 한다.

그가 레이드를 지휘하는 지휘관이니까.

그런데 그는 흥미롭다는 눈으로 태현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마치 그의 실력을 알고 있었다는 듯이.

“네. 알고 있었습니다.”

천태도는 부정하지 않았다.

“휴··· 창피하네요.”

성수연이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가 등급을 속인 줄도 모르고, 막으려고 했었다니.

천태도는 그녀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들기고는 앞을 향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어쨌든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닙니다. 그가 먼저 나서주었으니 성수연 헌터님은 온 힘을 다해 서포트하셔야지요?”

“···알겠어요.”

천태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 별로 좋지 않은 인식이 심겨져 있었는데.

레이드 때에는 진중했고, 생각도 깊은 모습에 인식이 조금 달라졌다.

성수연은 그에게 목례를 하고는 급히 앞으로 전진했다.

그제야 천태도 역시 앞으로 전진했다.

“백승한 헌터, 지켜보니 좀 어때요?”

“···완전 패배입니다.”

신궁 앞에서 얼음 화살을 사용하다니.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포자와 꽃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건 자신도 사용하지 못하는 스킬이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하거늘, 태현은 검을 꺼내들고는 꽃들과 포자들을 무참히 베었다.

심지어 그의 공격을 읽을 수조차 없었다.

첫 번째 공격이야 어떻게든 쫓아갔지만, 이후 검격은 쫓지 못했다.

“후우··· 나도 그래요. 한태현 헌터는 이미 S급을 넘어선 것 같았어요.”

“···진짜 G급이라는 건가요?”

“그건 모르죠.”

“일단은 조금 더 싸움을 지켜봐야겠네요.”

어째서 태현이 자신 있게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는지 이해가 되었다.

“빨리 가죠. 저희 둘만 남았습니다.”

어느새 모든 헌터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어졌다.

그제야 천태도와 백승한이 급히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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