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81화 (81/160)

19화 S급 레이드(3)

*“···전부 들어간 것 같습니다.”

진도윤의 목소리에서는 착잡한 감정이 그대로 묻어나왔다.

그건 채병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후우··· 이제 조건대로 들어갔으니 지원받은 헌터들도 뒤이어 합류하겠지.”

“그래야지요. 그런데 왜 그런 조건을 걸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렇지만 어쩌겠나? 조건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면, 지원을 끊겠다고 못을 박았는데.”

“시민들에게는 알리지도 말라고 했지요?”

“그렇지···.”

정부에서 들은 대답이다.

미국에서는 이 일을 극비에 부쳐달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은 한국의 헌터들과 지원된 헌터들이 힘을 합쳐서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더 걱정이었다.

“부디 무사히 클리어 해야 할 텐데···.”

채병국이 낮게 읊조렸다.

무사히 클리어가 아니어도 된다.

희생을 최소화하고, 클리어만 한다고 하더라도 감지덕지였다.

“직접 나서지 못하는 게 한입니다.”

진도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지금 시민들이 자세히 모르고 있는 이상, 자신들까지 게이트에 몰두하고 있음 틈이 없었다.

이들은 B급 이하의 헌터들이 시민들을 대전에서 최대한 떨어진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왔고, 그들의 보고를 받고 쉬지 않고 지시를 내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그저 레이드의 소식만을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이제 슬슬 지원된 헌터들이 입장할 겁니다.”

진도윤이 헌터 워치를 보며 말했다.

이제 슬슬 지원된 헌터들이 입장할 차례다.

*용병으로 참가한 헌터들은 S급 게이트 앞에서 죽치고 앉아있었다.

그들은 한국을 지원하기로 한 헌터들이다.

인원은 총 95명.

그러나 S급 15명은 찾아볼 수 없었고, A급 20명, B급 75명이 전부였다.

“이대로 죽는 건가···.”

헌터 한 명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 중얼거림은 생각보다 컸고, 헌터들의 능력으로 듣지 못할 정도의 소리는 아니었다.

그의 중얼거림에 수많은 헌터들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후우··· 어쩌겠어? 참여하지 않으면, 그대로 개죽음인데.”

“아무리 죄를 지었다고는 하지만,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사실 이 헌터들은 전부 죄를 저질러 징역살이를 하던 헌터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제안을 받게 된 것이다.

혹여 레이드에서 살아 돌아올 시, 형량을 대폭 줄여주고 레이드에 대한 보상까지 확실하게 지급한다는 것이 그들을 혹하게 만들었다.

또 가정이 있는 헌터에게는 그들이 죽을 때까지 호화로운 생활을 보장해준다고 했으니 누가 넘어가지 않을 수 있을까?

징역살이 때문에 헌터의 자격을 잃어 마땅한 벌이가 없는 그들에게는 아주 달콤한 제안이었다.

“S급 레이드라는 건, 들었지만··· 정말 살벌하군.”

게이트의 크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5층 빌딩 하나로도 남을 정도의 크기.

헌터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을만했다.

미국 관리국에서는 S급 게이트지만, 한국에서 총동원해서 클리어 할 계획이니 뒤에서 가볍게 서포트만 해주면 된다고 했다.

실제로 6년 전에 S급 게이트에서 그런 식으로 A~B급 헌터들이 성과를 올렸다고 했으니 믿을 수 있는 정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생각이 지금은 바뀌었다.

“서포트로 끝날 수준이 아니야···.”

“그만! 이제 들어가야 된다.”

헌터들 사이에서도 대장급으로 보이는 헌터가 그들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워치가 바로 위에서 지시를 받을 수 있는 워치였다.

“후우···.”

“이것도 벌이라면, 달게 받아야지···.”

“직접 선택한 벌이잖아. 확실하게 받고 끝내자.”

“그래. 죽기밖에 더 하겠나.”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제안이 너무 달콤했다.

그러니 목숨을 걸어보기로 했다.

대장급 헌터의 지휘에 따라 헌터들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이번 레이드가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서는 한국의 헌터들의 몫에 달린 셈이었다.

*태현을 선두로 한 그룹은 쉬지 않고, 계속 앞으로 전진했다.

역시 그의 예상대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독 안개를 뿌려대는 꽃과 포자들이 즐비했다.

그럴 때마다 직접 나서서 꽃과 포자들을 처리해나갔다.

헌터들이 도우려고 했지만, 그들의 공격이 포자들에게는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 대단해!”

신궁이라 불리는 백승한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화염의 기운이 담긴 화살을 쉬지 않고 쏘아댔다.

그럼에도 포자를 뚫을 수가 없었는데, 태현은 보란 듯이 포자들을 휩쓸어버리고 있었다.

즉, 저 자는 자신보다 강하다는 것이 증명이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백승한 뿐만이 아닌, 다른 몬든 헌터들 역시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엄청난 사람이다···.”

“저런 줄도 모르고 무시했었다니···.”

“허허···.”

최강식 역시 머리를 긁적이며 태현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무투가인 자신이 포자에게 돌진하는 것은 미련한 짓.

결국 원거리 딜러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는데, 태현이 혼자서 날뛰고 있으니 어이가 없는 것이리라.

‘거기서 시비를 걸었다면, 목숨이 열 개라도 부족했을 거야.’

반면 태현의 얼굴을 시간이 지날수록 어두워져갔다.

자신을 바라보는 수많은 시선들 때문에?

이후 벌어질 스포트라이트 때문에?

전부 아니다.

근처에서 느껴지는 강한 기운들.

그것들 때문이다.

‘일반 몬스터들이다··· 결국 이것들은 환경에 기생하고 있을 뿐이라는 거잖아?’

지금 자신을 제외한 수많은 헌터들이 포자와 꽃들도 벅차했다.

그가 없었다면, 꽃과 포자를 상대하는데 많은 힘을 쏟아 부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것들은 하나의 잔챙이일 뿐이다.

진짜는 주위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몬스터들.

‘이들의 실력이라면, 몇 명까지 잡을 수 있을까?’

그래도 S급 헌터들은 믿음직스러웠다.

괜히 200레벨이 넘어가는 강자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강자들이 자신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니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태현이 등을 돌려 헌터들을 보았다.

“조심하세요. 주위에 몬스터들이 득실거리니까요.”

“헉!”

“몬스터!”

헌터들이 순간 두려움으로 인해 몸을 움찔 떨었다.

S급 헌터들은 태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지금 상황이 꽤나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했다.

태현은 자신들보다 강한 존재였기에 그가 위험하다고 말할 정도면, 얼마나 위험한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내가 지휘관인데··· 어째 자리를 빼앗긴 것 같군.”

천태도가 씁쓸한 듯이 말했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묘한 안도감이 서려있었다.

“말하는 것 치고는 기뻐 보이는데?”

최강식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처음에는 희망의 불씨조차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불은 애초에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자신들은 그 불을 찾지 못하고, 엄한 곳만 빙글빙글 돌았을 뿐이다.

그가 쉬지 않고, 꽃을 베어내는 태현을 다시금 보았다.

‘불분명 각성자··· G급인가?’

최강식 역시 관리국에서 검사를 받고 있는 태현을 얼핏 본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에 갓 급이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어 있던 게 사실이다.

그리고 부풀어 오른 만큼 푹 꺼지고, 남은 빈 공간은 남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던 게 사실이다.

이럴 거면 기대를 하게 만들지 말 것이지.

왜 설레발쳐서 이런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는 말인가?

그러나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한태현 역시 갓 급의 각성자일 확률이 높다.’

저것으로만 판단하기에는 스킬 자체가 별 볼 일 없었다.

갓 급이라면, 신에 가까운 능력을 보일 수 있다고 하는데.

태현이 보여주는 것은 그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치를 앞세워 적을 처리할 뿐이었다.

아직 갓 급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일렀다.

*‘계속 간만 볼 거면, 여기서 먼저 쳐주지.’

사실 기다리려고 했는데, 몬스터는 계속 해서 간만 보았다.

마치 탐색을 한다는 듯이.

그렇다면 여기서 먼저 치는 방법도 있었다.

태현이 마지막 남은 포자를 베어내고는 몬스터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쏜살같이 달려들었다.

[모든 능력치가 30% 상승합니다.]

마침 칭호의 효과로 인해 능력치가 올라갔다는 메시지가 들려왔다.

그렇다는 것은 잠복하고 있는 몬스터들은 인간형 몬스터라는 것.

‘생각보다 쉽겠는데?’

일반 S급 몬스터였더라도, 상대하는 데에는 별 지장이 없다.

평균 능력치가 350이다.

그렇다는 것은 300레벨에 가까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30%가 추가로 상승한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지만, 사냥시간이 훨씬 단축된다는 소리였다.

[포이즌로드 주니어 Type-X]

신기한 녀석들이다.

태현이 몬스터의 정체를 확인하자마자 느낀 감정이었다.

이 몬스터들은 마치 곤충과 인간을 합쳐서 만들어놓은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입고 있는 갑옷은 녹 빛의 독으로 물들어 부식되어있었고, 얼굴은 파리 얼굴같이 생겼다.

등에는 6쌍의 잠자리 날개가 달려있었다.

웃긴 것은 허벅지가 팔, 가슴은 인간의 것과 흡사하다는 점이었다.

신기하다고 느끼는 감정이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끄아악!”

그 때, 등 뒤로 헌터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태현이 등을 돌렸다.

언제 몬스터가 습격했는지는 몰라도, A급 헌터 한 명이 가슴이 뚫린 채로 그 자리에 쓰러졌다.

“이런··· 포위당했습니다! 조심하세요!”

천태도가 급히 몬스터들을 뒤로 밀어냈다.

그제야 S급 힐러 성수연이 가슴이 뚫린 헌터의 몸을 치료했다.

S급 힐러답게 깔끔하게 치료하는 모습.

태현은 어느새 얼음화살을 소환하고, 그대로 시위를 당겼다.

크윽!

날카롭게 쇄도하는 얼음화살이 몬스터 3마리를 관통하고 지나갔다.

그리고는 검으로 몬스터의 목을 사선으로 그어버렸다.

‘일단은 3마리.’

태현의 날카로운 공격에 몬스터들이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그것은 도망가는 것이 아니었다.

괜히 가까이 다가가서 그의 검격을 받나내느니, 차라리 멀찍이 떨어져서 빈틈을 노리자는 전략이었다.

“생각을 할 줄 아는 놈들이구나?”

태현이 피식 웃었다.

약간의 생각.

그것만으로 그를 상대하겠다는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내 움직임을 잘 쫓아봐.”

그 말과 함께 빠르게 몬스터에게 접근했다.

태현의 움직임에 몬스터가 당황하기 시작했지만, 그의 움직임을 저지하지는 못했다.

그의 검이 한 번씩 춤을 출 때마다 몬스터의 목이 바닥에 떨어졌다.

도합 11마리.

상대하는데 불과 4분.

[레벨이 올랐습니다.]

[‘오염된 원석’을 획득하셨습니다.]

[‘금화 주머니’를 획득하셨습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메시지네.’

요즘 들어 새로운 에피소드를 진행한답시고, 몬스터의 사냥이 뜸했었다.

그렇기에 이런 메시지들이 반갑기만 했다.

태현은 마무리가 되었음을 느끼고는 그대로 헌터들을 공격하고 있는 몬스터들에게 달려들었다.

‘절반 정도 남았군.’

헌터들이 절반이 조금 넘는 몬스터를 사냥한 직후였다.

태현은 빠르게 전진하기 위해 남은 몬스터들의 목을 가차없이 베었다.

*“후우··· 일단 첫 번째 고비는 잘 넘겼군요.”

궁을 쥔 손이 아닌, 반대 손으로 이마의 땀을 닦는 백승한이다.

그의 손이 조금 떨리는 것으로 보아, 긴장을 많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긴, 일반 몬스터부터 엄청난 녀석들이 등장했으니 긴장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보다 지원은 언제쯤 오는 거죠?”

그 목소리의 주인은 임미정이었다.

조용히 따라왔지만, 지원이 너무 늦어지는 것이 마음에 걸린 모양이다.

천태도가 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러게요. 정말 너무하네요. 그래도 곧 도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화를 꾹꾹 눌러 담으며 애써 좋게 이야기하는 모습에 임미정이 입을 다물었다.

만약 태현이 아니었더라면, 이번 전투에서 사망자가 나왔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가 있었기에 지원이 늦어지는 데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다.

“사실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태현이 그들에게 말했다.

이미 그의 힘은 입증된 상태.

그렇기에 모든 헌터들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천태도나 최강식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입을 다물고, 그가 하는 말을 기다렸다.

‘참 신기하네.’

들어가기 전만 하더라도, 자신을 무시했던 눈길이 대다수였다.

그런데 힘을 한 번 보여주니까 태도가 저렇게 달라진다.

“지원된 헌터는 아마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열악할 수도 있겠죠.”

“······.”

헌터들도 그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믿고 싶지 않았을 뿐.

“애초에 저희들한테는 선택권이 없었기도 합니다. 게이트를 클리어 하지 못한다면, 몬스터들이 빠져나온다 하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겠죠.”

“······.”

“그렇다고 지원을 하자니 자신들이 보낸 헌터들의 목숨이 위험할 게 뻔하고요. 맞죠?”

“듣고 보니 그렇군요···.”

“그러니 보내도 이상하지 않을 인원들로 골라 보냈을 겁니다. 양심은 있으니까 B급 이상의 헌터들로요.”

태현의 말에 부정하는 헌터들도 있었다.

“에이··· 설마···.”

그러나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그 증거로 자신들이 걸어왔던 공간들 사이로 발소리가 들려왔다.

꽃과 포자들은 전부 처리하고, 남아있던 독안개는 전부 안쪽으로 밀어버렸다.

A~B급 힐러나 버퍼의 능력으로 해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보시면 알 겁니다. 제 말이 진짜인지, 아니면 거짓인지를.”

태현이 그 말을 끝으로 걸어왔던 곳을 응시했다.

헌터들 역시 그와 같은 방향을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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