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90화 (90/160)

19화 S급 레이드(10)

*[‘포이즌 킹 Type-X’를 처치하셨습니다.]

[‘포이즌 킹의 징표’를 획득하셨습니다.]

[새로운 업적이 개방되었습니다.]

[레벨이 5 올랐습니다.]

[레벨 220이였던 킹 : 아모스보다 매우 높은 레벨의 몬스터를 처치하셨습니다.]

[보너스 능력치 상승이 이루어집니다.]

[모든 능력치가 ‘30’ 상승합니다.]

싸움이 끝났다.

머리와 신체가 분리된 이상, 포이즌 킹은 더 이상 회생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덕배라면, 이 상황에서도 테이밍이 가능할 것이다.

“지성아! 안개 좀 밀어봐.”

“응? 다시?”

임지성이 반문했지만, 그의 오른손에서는 어느새 바람 계열의 마법이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안개는 보란 듯이 바깥으로 밀려나갔다.

“훗.”

태현이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안개가 바람에 통하지 않았던 것은, 포이즌 킹이 쉬지 않고 안개를 생성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포이즌 킹이 쓰러진 이상, 바람에 저항할 수 없는 것이다.

“어··· 뭐야?”

임지성은 놀란 눈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것이 보스를 쓰러트렸다는 증거가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누구보다 밝게 웃었다.

“쓰러트린 거야···?”

안개가 걷어지고, 여유롭게 검을 회수하는 모습의 태현과 목과 신체가 분리된 포이즌 킹의 모습을 발견했다.

헌터들은 경악에 휩싸인 얼굴로 태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몇 백 번 이상의 쇳소리가 들렸다.

그만큼 치열한 전투였다는 소리인데.

태현의 몸은 멀쩡해도 너무 멀쩡했다.

마치 상대의 무위에 맞춰주면서 싸웠다는 소리가 된다.

‘쩝··· 조금만 강했어도 이렇게 쉽게 안 끝나지.’

태현이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마계에서 얻은 칭호.

그리고 아모스의 칭호 1단계를 해제하면서 받은 보너스 능력치가 그의 목숨을 구했다.

만약 칭호가 한 개라도 부족했다면, 그는 포이즌 킹을 압도하지 못했을 것이다.

“덕배.”

그가 덕배를 부르자, 재빨리 앞으로 튀어나오는 녀석.

“네. 주군!”

“가서 테이밍 해라.”

“저···.”

“왜?”

안개가 걷어짐에 포이즌 킹의 모습이 낱낱이 드러났다.

놈의 용모는 덕배의 마음에 테이밍이라는 단어 자체를 사라지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

“그··· 테이밍 말입니다?”

“철회하면 죽는다?”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결국 덕배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으며 포이즌 킹에게 다가갔다.

‘으아··· 이게 뭔 잡종이라냐.’

녀석이 강했다는 건 인정한다.

그런데 놈의 얼굴은 그의 인상을 구기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

아무리 힘이 강하다고는 하나, 전혀 아름답지 못했다.

찾을래야 찾을 수 없을 정도.

이런 놈이라면, 아무리 강하더라도 깔끔하게 포기할 자신이 있었다.

그럼에도 태현은 이 녀석을 반드시 자신의 손에 넣고 싶어 했다.

‘주군의 명령이시니···.’

덕배가 태현의 명령을 되새기며, 오른손을 포이즌 킹에게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그의 손과 포이즌 킹에게서 불그스름한 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다른 반응.

그만큼 포이즌 킹의 능력이 엄청나다는 증거였다.

헌터들은 그런 테이밍 과정을 처음 보았는지 눈을 부릅뜨고는 집중했다.

“와···.”

“뭐야? 부활하고 있어!”

“이건 말도 안 돼.”

“······.”

유일하게 채민희는 덕배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저 옆에서 덕배를 지켜보고 있는 태현을 바라볼 뿐이었다.

포이즌 킹을 테이밍할 수 있을 정도로 고(高)등급 테이머를 소환수로 부리는 사람.

30분도 안 되서 포이즌 킹을 처리한 사람.

“왜 그러십니까?”

그녀의 시선을 느낀 태현이 물었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결국 채민희가 고개를 돌려 그의 시선을 피했다.

“그런가요?”

태현은 볼을 긁적였다.

“와!”

그 때, 헌터 한 명이 탄성을 질렀다.

태현의 시선이 덕배에게로 향했다.

그의 옆에는 어느새 깨끗하게 부활한 포이즌 킹이 얌전히 서 있었다.

더 이상 전투의지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완벽하게 테이밍에 성공한 것이다.

“성공했습니다.”

덕배는 테이밍이 완료됨에 포이즌 킹을 데리고,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잘했어.”

“감사합니다.”

“그르릉.”

그의 칭찬에 덕배가 기쁨을 애써 감추며 고개를 숙였고, 포이즌 킹은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내었다.

“와···.”

“엄청나네···.”

헌터들은 이런 광경을 처음 보는지, 연신 감탄했다.

하긴 몬스터를.

그것도 S급의 끝에 서 있는 포이즌 킹을 테이밍 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헌터들에게 시선을 주었다.

“자, 슬슬 나가죠?”

레이드는 여기서 종료되었다.

이제 들어왔던 입구로 돌아가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네!”

“정말··· 이런 게이트를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고, 끝냈다는 게 믿기지 않네요.”

백승한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처음 들어왔을 때만 하더라도, 목숨을 걸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위험한 게이트였으니까.

그런데 이렇게 완벽하게 클리어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감사합니다.”

백승한이 허리를 굽혀 감사를 표했다.

“감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서로 힘을 합쳐서 클리어 한거니까요.”

태현이 픽 웃었다.

이들 모두가 보스를 제외하고는 클리어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런 모습들을 전부 지켜봤기에 감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 때, 채연화가 그에게 다가왔다.

“지원단 헌터에 대한 처분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시죠?”

지원단 헌터.

미국에서 거짓으로 보내준 헌터들.

그렇기 때문에 초반에 으름장을 놓았던 대로 일을 처리할지에 대해 묻는 것이었다.

태현은 고민했다.

원래대로 만행에 대해 알리겠답시고, 그들을 사지로 내모느냐?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아보느냐?

그렇게 생각을 골똘히 하던 중에 무언가 번뜩 떠올랐다.

일전에 채병국과 대화를 나누던 그 때가.

‘시도해 볼 가치는 있어.’

태현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흐음··· 생각해보니 괜찮은 방법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

헌터들이 귀를 기울였다.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궁금해졌다.

레이드를 클리어 하는데 98% 이상의 지분을 가져간 태현이다.

그렇기에 그가 어떤 방법을 꺼내놓을지 기대가 되었다.

“지원단 헌터는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게 만드는 겁니다.”

“네···?”

“그게 무슨···.”

헌터들이 벙 찐 얼굴이 되었다.

통역을 담당하는 B급 헌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태현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훗, 잘 들어보세요.”

태현은 자신이 왜 이런 말을 꺼내놓았는지 차근차근 풀기 시작했다.

헌터들의 눈이 서서히 커졌다.

*미국 관리국의 분위기는 비교적 잠잠했다.

특히 국장실에 앉아있는 국장 에드워드 윌슨과 간부들은 말없이 상황을 기다릴 뿐이었다.

만에 하나라는 것이 존재한다.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레이드 실패를 결정짓고 설레발치는 것은 너무 일렀다.

띠링~

마침 국장실에 비치된 전화기에 벨소리가 울렸다.

그 전화에 간부 한 명이 일어나서 전화를 확인했다.

“레이드 실패인가? 생각 외로 빠르네요.”

간부 한 명이 중얼거렸다.

그 말에 동의하듯, 나머지 간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S급 헌터가 8명밖에 없다지만, 하루도 채 넘기지 못할 줄은 몰랐는데.

“한국 관리국입니다.”

전화기의 발신인은 한국 관리국.

역시 그들의 생각대로 패전 소식을 전하는 것이리라.

이런 소식은 국장이 직접 받아야 하는 법.

윌슨이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기를 들어 전화를 받았다.

-예. 국장 에드워드 윌슨입니다.

-한국 관리국장 채병국입니다.

-네. 말씀하세요. 레이드 결과는 어떻게 됐습니까?

-아··· 네. 바로 결과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채병국의 말에 윌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레이드 실패.

그 대답만을 원했다.

-역시···.

-네. 성공했다고 합니다.

-실패··· 네? 뭐라고 하셨습니까?

윌슨의 목소리가 순간 멎었다.

뭐?

성공?

자신이 잘못 들었나싶어 다시 되물었다.

그러나 채병국은 밝은 목소리로 재차 대답했다.

-성공했습니다! S급 레이드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게이트 역시 소멸됐구요!

-그게··· 정말··· 입니까!?

윌슨의 언성이 높아졌다.

얼마나 흥분했는지 그의 얼굴이 벌게졌다.

목소리도 떨려서 말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것이 기뻐하는 것인 줄 착각한 채병국은 호탕하게 웃으며 재차 확인시켜 주었다.

-네! 확실합니다! S급 15명과 A급 80명을 지원해주신 덕분에 레이드가 쉽게 풀릴 수 있었습니다!

-···잘 됐군요.

-이게 다 미국 관리국의 지원 덕분이지요. 저희 레이드 측에서 사망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지원단 헌터들도 전부 무사하다고 하더군요.

-뭐라고요···?

윌슨은 자신이 들은 게 진실인지 의심되기 시작했다.

S급 게이트를.

그것도 S급 헌터 8명밖에 없는 레이드 파티가 사망자 한 명도 없이 클리어를 했다고?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럼에도 채병국의 목소리에는 거짓 한 점 묻어나오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면서 국장의 자리까지 올라온 윌슨이다.

그가 듣기에도 채병국은 진실만을 말하고 있는 듯 했다.

-국장님··· 혹시 무슨 일 있으십니까?

심기가 불편한 듯한 목소리에 채병국이 걱정된다는 어투로 물었다.

-갑자기 두통이 심해져서요. 이 이야기는 조금 있다가 다시 들어도 되겠습니까?

-아, 그럼 물론이지요! 조금 이따가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네. 배려 감사합니다.

그 말과 함께 전화를 끊은 윌슨이 그 자리에서 비틀거렸다.

그러자 간부 하나가 그에게 다가와 부축했다.

“국장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채병국의 목소리는 윌슨밖에 듣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S급 레이드를 클리어 했다는 소식을 아직 모른다.

윌슨이 혈압이 오르는 것을 가까스로 참아내며 입을 열었다.

“클리어 했다는군··· S급 게이트를···.”

“!”

S급 게이트 클리어.

그 한 마디에 국장실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S급 게이트 클리어.

간부들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머리를 책상에 박아 손으로 쥐어뜯는 이도 있었다.

그만큼 절망적이라는 소리다.

“국장님··· 그럼 허위로 지원했다는 사실이 전부···.”

간부 하나가 가까스로 말했다.

“그런데 클리어 한 게 사실일까?”

물론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간부도 있었다.

이들 모두가 클리어 하나에 넋을 잃어, 판단을 흐린 것뿐이지.

잘 생각해보면 무언가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윌슨은 그를 바라보며 반문했다.

“S급 게이트를 클리어 했다면, 저희가 허위로 지원했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을 겁니다. 한국 측 관리국에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합니까?”

“음?”

간부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확실히 채병국은 클리어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자신들이 허위로 지원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그것을 따지는 게 먼저였다.

그렇다는 것은.

‘클리어가 거짓일 수도 있다. 이 말이로군?’

윌슨은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는 간부들에게 채병국과의 통화내용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공유될수록 간부들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그럼··· 저희 측에서 조금 정리하고, 한국과 연락을 다시 취해보면 될 것 같습니다.”

“좋아. 그리고 클리어 한 게 사실이라면, 지금 헌터 한 명을 빠르게 보내서 게이트가 사라졌다는 걸, 사진으로 받아보면 되잖아.”

“그래! 분명 거짓말일 거야. 그 정도의 게이트가 그렇게 빨리 클리어 될 수는 없어.”

“바로 확인에 들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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