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뜻 밖의 이득?(4)
*게이트에 입장한 학생들.
갑자기 들어온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험악한 기운을 줄줄이 풍겼다.
반면, 장은희와 장은아는 무표정한 얼굴로 주위를 살폈다.
“신기한 사람이야···.”
“그러게.”
오늘 처음 본 사람.
그렇다고 자신들보다 강하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무언가 묵직하다는 것이 미세하게나마 느껴졌지만, 그것이 강함이라고 보기에는 거리가 멀었다.
“여기가 게이트구나?”
여기 있는 학생들은 게이트에 입장한 것이 처음이다.
그동안 몬스터에 대해서도 교과서를 통해 배웠고, 어릴 때 몬스터의 습격을 받았던 이후로 마주한 적이 없었기에 제대로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다.
물론 습격을 받았던 학생들은 트라우마로 남아있겠지만, A급이라는 자존심 때문에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병식아!”
학생 한 명이 소리쳤다.
태현에게 주먹 한 방에 의식을 잃었던 병식이란 학생이 눈밭에서 의식을 잃은 채로 쓰러져 있었다.
친구로 보이는 학생이 급히 그에게 다가가 양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으으···.”
다행이 큰 상처는 아닌 듯, 감겼던 병식의 두 눈이 천천히 뜨였다.
“휴··· 미친놈. 튼튼한 게 이럴 때 도움이 되네.”
학생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끄응··· 아까 그 새끼 어디 있냐?”
병식은 머리가 어지러운 와중에도 태현부터 찾았다.
한 방에 나가떨어진 것이 자존심이 많이 상한 모양이다.
“몰라. 여기 게이트 안이야.”
“뭐!?”
학생의 말에 병식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주먹의 후유증으로 비틀거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인마! 일단 진정해!”
학생이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어떻게 때리면, A급 학생을 이 지경으로 만들 수 있는 건지.
‘그 사람, 도대체 등급이 뭐야?’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기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자신보다 강할 리는 없다.
그가 S급일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S급 헌터는 장은희, 장은아를 제외하고 8명이다.
“얘들아! 괜찮니!?”
마침, 방유나가 게이트에 들어와서 자신들을 살폈다.
그 중에서도 얻어맞고 쓰러진 오병식부터 챙겼다.
“아오··· 창피하게.”
오병식이 맞았던 턱을 매만지며 미간을 좁혔다.
A급이 되어서 이런 걱정을 받는 것이 영 달갑지 않았다.
방유나가 급히 힐러를 찾았다.
“하윤아! 병식이 좀 치료 해주렴!”
“제가 왜요?”
싸늘한 어조로 반문하는 모습.
방유나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게이트에 들어온 이상, 같이 합을 맞춰야 클리어 할 수 있단다. 감정 싸움할 때가 아니야.”
“감정싸움 아닌데요? 아무리 게이트라도, 저는 치료하고 싶은 사람에게만 힐을 줄 생각이거든요. 그러니까 좀 빠지세요.”
봉하윤이 오병식을 한 번 흘기고는 다시금 제 무리와 웃고 떠들기 시작했다.
“후우··· 저 미x년. 쌤, 그냥 옆으로 빠지세요. A급이나 돼서 이런 대우 받는 거 솔직히 열 받거든요.”
오병식이 친구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쨌거나 한태현이라는 놈 때문에 게이트에 들어오고 말았다.
“얘들아···.”
방유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학생들을 보았다.
힘을 얻어 자신이 최고인 것 마냥 행동하는 아이들을 어떻게 통제하고, 이끌어가야 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신은 교사로서는 실격인 모양이다.
그녀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멀리 있는 숲의 나무들을 응시했다.
“다 모였군.”
멍하니 응시하고 있는데,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처음 만났지만, 벌써부터 좋지 않은 감정들이 계단식으로 겹겹이 쌓여나가는 중이다.
방유나가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많이 내렸구나.’
태현은 들어오자마자 먼저 주위부터 살폈다.
어디 게이트든, 환경부터 조사하는 것이 클리어 기초단계라고 볼 수 있다.
멀리 보이는 숲까지.
아무래도 이번 게이트는 짐승형 몬스터를 상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었다.
“이제 말씀해주시죠? 왜 오늘부터 실전훈련을 하는 거죠?”
학생 한 명이 그에게 다가왔다.
“질문은 안 받는다.”
“하. 그러니까 하겠다고요. 그보다 궁금한 건 답해줘야죠? 선생이라면서? 실전 훈련은 다음 주부터 있는 건데, 왜 지금 하냐고 묻는 거잖아요. 귀가 있으면 좀 처 들으시라고요.”
삐딱한 어조에 태현이 재미있다는 듯, 쿡쿡 웃었다.
‘뭐!? 미친놈이 뭐라는 거야!’
‘저··· 저 말버릇 보소!’
‘저 간나 새끼가!’
수하들은 그렇지 않았다.
태현에게 행하는 태도가 영 거슬렸다.
한 주먹도 되지 않을 것들이 어디서 높으신 주군께 욕을 하냐며 분개하는 모습.
‘닥쳐. 머리 울리니까.’
‘······.’
‘······.’
태현이 곧바로 일축했지만 말이다.
“뭘 그렇게 쪼개요?”
“그냥 지금 상황이 웃겨서.”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지워지지 않았다.
“와··· 진짜 개노답이네. 지금 게이트에 끌고 들어온 거, 학교에서도 알아요?”
“후후.”
“확실히 이상하긴 하네. 학교가 저희들한테 일정을 물어보지도 않고, 통보를 할 리가 없잖아요?”
“방유나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시겠어요?”
태현이 방유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학생들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그것이 사실이냐고 물어보는 눈빛.
“그래··· 맞아. 교장선생님도 허락하신 일이다.”
“됐지?”
태현이 무슨 문제 있냐는 듯, 어깨를 한 번 으쓱여보였다.
“하··· 미친 노친네가 진짜···.”
“뭐?”
학생의 말에 태현의 웃고 있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방금 말은 그냥 흘려 넘길 수 없었다.
“당신이 꼬드겼어요? 그 노친네가 갑자기 이렇게 통보를 때린다고? 웃기네.”
“···안 되겠다.”
태현이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뭐라는 거야? 당신도 그냥은 안 끝나요. 1명은 어떻게 했을지는 몰라도, 다구리는 못 당할 걸요?”
학생의 말에 나머지 학생들이 태현의 주위를 에워쌌다.
게이트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 합법이라는 것을 배웠다.
물론 사람들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동료들이 희생해서라도 게이트 클리어에 앞장서라고 만들어진 문구였다.
그러나 학생들에게는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여기서는 사람을 죽여도 무방하다고.
“좋은 말 할 때, 내보내주던가. 아니면, 여기서 죽던가. 선택하세요.”
학생이 이죽거렸다.
명찰에는 신두희라는 이름이 박혀있었다.
“신두희? 너는 지금까지 교장선생님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냐?”
나이를 떠나서 학생들은 각성자였고, 교장인 문혁수는 비각성자였다.
몬스터를 대상으로 지켜야하는 존재다.
물론 쓰레기들은 예외지만, 문혁수는 아니었다.
“뭘? 노망한 노친네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지금 상황에서 왜 물어보지? 멍청하네.”
이번에는 등 뒤에서 들려왔다.
아무래도 한통속인 모양이다.
‘이런 놈들이 나라를 수호할 헌터들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심지어 어느새 무기까지 꺼내서는 자신에게 겨누는 모습까지.
“너희들은 선을 넘는다는 개념이 부족한 것 같다? 원래 몬스터를 상대하면서 정신을 차리게 만들려고 했는데.”
태현은 말을 끊고, 아공간 주머니에서 곡괭이를 꺼냈다.
“하, 뭐야?”
“저딴 게 무기라고?”
“서커스하냐?”
은근히 열 받게 만드는데 재능이 있다.
태현은 말없이 곡괭이를 검으로 변화시켰다.
“신기한 능력이네.”
멀찍이 떨어져서 구경 중인 쌍둥이들.
그저 태현의 형태변화에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볼 뿐이었다.
“죽일 생각으로 덤벼. 괜히 힘만 믿고 허세만 부리다간 어떤 꼴이 나는지 몸소 체험시켜줄 테니까.”
그 말과 함께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반응은 엄청났다.
학생들이 정말 죽일 생각으로 태현에게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흠··· 너무 어설퍼.’
겨우 이런 실력으로 A반에서 떵떵거렸다는 건가?
너무 우스웠다.
태현은 학생들의 공격을 몸소 받아냈다.
유령검을 소환할 가치도 없었다.
그가 공격을 가볍게 흘리자, 학생들의 놀란 눈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었다.
태현의 검이 학생들의 팔과 다리를 가차 없이 베어나갔다.
서걱.
서걱.
“아아악!”
“끄아아악!”
“그··· 그만! 그만하세요!”
방유나가 얼마나 놀랐는지 하얗게 질린 얼굴로 태현의 품에 뛰어들었다.
그제야 그가 검을 회수했다.
“왜 그러시죠? 지금 교육 중인 거 안 보이십니까?”
“이게 무슨 교육이에요!? 학생을 죽이는 거잖아요!”
울부짖는 모습에 태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선생님, 솔직히 말씀하세요. A급 게이트 출입하는 거. 이번이 처음이십니까?”
“······네.”
역시 그의 생각대로 방유나는 헌터로 활동하지 않았다.
A급이 되어서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 선생님으로 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마 그녀를 제외한 소수의 선생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기서는 이보다 더한 상황이 끝없이 많습니다.”
태현이 쓰러져있는 학생들을 내려다보았다.
“끄으윽···.”
잘려나간 허벅지를 감싸 쥐는 학생.
양 팔이 잘려나간 학생.
상체와 하체가 절단 된 학생.
하나같이 끔찍한 장면이었다.
그럼에도 태현의 얼굴색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헌터들은 그런 싸움을 하는 겁니다.”
“······.”
“그런데 비각성자를 깎아내리는 태도, 힘이 좀 생겼다고 유세를 떨거나 가차 없이 사람을 죽이려드는 모습들.”
“······.”
“전 그런 놈들은 헌터라고 취급 안 합니다. 몬스터와 다를 바 없죠.”
몬스터와 다를 바 없다.
태현의 말에 방유나가 입술을 세게 물었다.
장은희와 장은아 역시 말없이 태현을 바라만 보았다.
그녀들은 다른 학생들과 다르게 얌전히 앉아있었기에 무사할 수 있었다.
“어쩔래? 여기서 뒈질래?”
태현이 쓰러져있는 학생들에게 물었다.
“끄으윽···.”
그러나 학생들은 고통으로 인해 그의 말에 대답하질 못했다.
“그럼 죽던가.”
그 말과 함께 검으로 학생 한 명의 목을 베려고 했다.
“사···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제발!”
“끄으윽··· 살려주세요···.”
그제야 학생들이 눈물을 흘리며 부르짖었다.
“후우···.”
태현이 한숨을 내쉬고는 검을 다시 아공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는 이번에 성장시도권과 함께 소환권에서 등장한 7성 힐러 2명을 이 자리로 소환했다.
“주군!”
“소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 학생들 전부 치료해.”
태현의 명령에 7성 힐러들이 곧장 움직여서 학생들에게 힐을 시전했다.
장은아, 장은희, 방유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소환수를 2명이나 소환했는데, 그들 모두 S급을 상회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S급이야···.”
“저게 무슨 상황이지···.”
상식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판단하려고 하지 마라. 지금 너희들의 역할은 게이트를 사망자 없이 어떻게 클리어 할 건지 고민해야 될 때야.”
“···네.”
태현은 장은희와 장은아에게 한 마디 충고를 건네고는 구석으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집합.”
치료가 끝나고, 학생들은 두려운 눈으로 태현을 바라보았다.
그의 집합이라는 말에 재빨리 움직이는 모습들.
방유나는 처음 보는 모습에 신기한 눈으로 보았다.
“이게 마지막이다.”
“네···?”
“살려주는 거. 만약 한 번만 더 선을 넘는다 싶으면.”
그 말과 함께 소환된 포이즌 킹이 날카로운 검으로 학생들을 겨누었다.
그와 달리 포이즌 킹은 기세를 숨기는 방법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학생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 수밖에 없었다.
대답조차 하지 못하는 모습.
“그만 들어가 있어.”
“크르르!”
태현의 명령에 포이즌 킹이 사라지자, 학생들은 그제야 안도한 얼굴이 되었다.
“그 때는 봐주지 않는다. 알았지?”
그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이미 태현의 힘을 경험해 본 학생들은 그의 미소가 얼마나 소름끼치는지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의 고개가 빠르게 끄덕여졌다.
“좋다. 그러면, 이후의 일정에 대해 설명해줄게. 오늘부터 약 한 달간 A급 게이트를 한 개씩 클리어한다. 물론 너희들 모두가 힘을 합쳐서 클리어하는 거다. 그 과정에서 나는 돕지 않고, 지켜만 볼 거야. 사망자가 나오던 말던 내 알 바는 아니고.”
“······.”
“알아들었나? 대답이 없네?”
“네!”
역시 힘이다.
능력으로 인해 거만해진 학생들을 컨트롤하는 것은 대화나 리더십이 아니었다.
그냥 힘으로 제압하는 것이 컨트롤하기가 쉬웠다.
아직은 어린 아이들이기 때문에 죽음 앞에서는 공포를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태현은 그것을 이용한 것이고.
“좋아. 그러면 너희 둘이 나와서 이끌어 봐.”
태현이 쌍둥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생각 외로 차분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선생으로 1달간 일하는 대신, 원하는 인원을 먼저 스카웃할 수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조금 더 지켜볼까? 부디 쓸 만한 녀석이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