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95화 (95/160)

21화 변종의 실마리...? 그리고 250레벨(1)

*실전훈련이 시작하고도 3주가 지났다.

학생들은 태현의 명령으로 하루에 한 번, A급 게이트를 클리어했다.

S급 2명과 A급 41명.

어떻게 보더라도, A급 게이트를 클리어 하는데 충분한 전력이었다.

‘괜찮네.’

경험을 쌓기 시작한 뒤로, 학생들의 얼굴에는 이전보다 진중한 빛이 진해졌다.

첫 게이트를 상대할 때만 하더라도 자신에게 반항하던 모습은 지금 온데 간데 찾을 수 없었다.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조금씩 배워나가는 것이다.

물론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만으로 훈육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따금 반항하려고 드는 아이들이 있다면, 가차 없이 사지로 내몬다.

죽음의 공포를 직면하게 만듦으로서 잘못된 길로 들어가지 않도록 세게 쳐주는 것이다.

다른 이들이 보면 미쳤다고 하겠지만, 이것이 태현의 훈육방식이다.

인간을 초월한 고위급 각성자를 훈육하는 방법.

“선생님! 클리어 했습니다!”

오병식이 기분 좋은 목소리로 보고했다.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 자신을 공격했던 학생이다.

그런데 지금은 고분고분 따르는 것으로 모자라, 태현의 칭찬을 바라는 모습.

“비켜.”

오병식의 무리를 이끄는 장은희가 녀석을 옆으로 밀었다.

“클리어 했어요.”

“잘했어.”

태현은 그 말 한 마디를 남기고, 학생들을 살폈다.

부상자는 없었다.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 태현이 항상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조언을 아낌없이 퍼부었기 때문일까?

확실히 2주 전과는 딴 판이었다.

“바로 나가자.”

학생들이 잡은 몬스터에 대한 보상은 아공간 주머니에 차곡차곡 쌓여나갔다.

물론 마정석은 손수 캐야했지만, 경험치, 소환권, 성장시도권, 금화 등 수많은 아이템들이 그를 기쁘게 만들었다.

*태현은 오랜만에 휴가를 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 학생들은 게이트를 클리어 하느라 정신이 없을 테지만, 그는 아니었다.

항상 하던 관리/감독을 방유나에게 맡겨버렸다.

3주가 넘는 시간동안 학생들의 실력을 점검해본 결과, 방유나가 감독을 하더라도 충분히 클리어가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띠링~

마침 바지 주머니에 있던 휴대폰이 벨소리와 함께 진동했다.

태현은 휴대폰을 꺼내 발신인을 확인했다.

익숙한 이름.

-여보세요?

-아~ 한태현 헌터님! 진도윤입니다.

-네. 말씀하세요.

어떻게 휴가인 것을 알고 전화를 한 건지 신기할 노릇.

-다름이 아니고, 헌터비무대회에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흠? 이미 끝난 이야기 아닙니까? 전 출전한다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아··· 그게 아닙니다. 출전 관련해서 최종 일정이 나와서 말입니다.

-?

최종 일정?

그럼 지금 알고 있는 일정과 다르다는 것인가?

태현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진도윤은 휴대폰 너머지만, 그의 표정이 훤히 보이는지 헛기침을 두어 번 했다.

-먼저는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미국 관리국에서 최종결정을 내렸더군요.

-말씀하세요.

-2주 뒤에 열릴 비무대회가 일주일 앞으로 당겨졌습니다.

-갑자기 일주일이 당겨졌다고요? 국제대회에 이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죄송합니다. 국제대회가 미국 관리국이 주최하는 대회기도 하고··· 지원단 헌터의 일과 관련해서 하루라도 빨리 데려오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알겠습니다.

-네··· 그 실전훈련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1주일 빨리 시작하셨다고···.

그 부분은 괜찮았다.

1주일 빠르게 시작한 덕분에 수료기준 역시 태현이 떠나기 전에 맞출 수 있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고생을 빨리 시킬 생각으로 진행한 것인데, 어쩌다보니 일정이 정확하게 들어맞게 되었다.

-네. 수료기준에는 맞춘 다음에 바로 올라가면 되겠군요.

-죄송합니다.

-지원단 헌터들은 잘 있습니까?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등급을 속였다는 것을 묵인하는 대가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원래 제시했던 보상들은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거 다행이군요.

-네. S급 학생들은 조금 어떻습니까?

화제가 학생들로 전환되었다.

태현이 곰곰이 생각했다.

S급의 능력에 나이에 맞지 않은 침착함.

최소 3수 앞을 내다보는 모습까지 갖춘 겸비한 모습을 보면, 꽤 마음에 들었다.

쌍둥이라 그런지 하는 행동이나 생각하는 부분도 비슷했다.

-꽤 괜찮아요. 이대로 경험만 플러스된다면, 길드를 세워도 좋은 활약을 보여줄 거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문제가 좀 있네요.

-어떤 문제인지···?

-학생들의 처우가 별로입니다.

-네?

비록 3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생각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지만, 이 부분은 짚고 넘어가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기에 거침없이 입을 열었다.

-그냥 학교 하나 세워두고 각성한 학생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건, 너무 비효율적이에요.

-음···.

-가장 중요한 건, 그 힘을 몬스터에게 사용해야 된다는 부분의 인지가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건 그렇군요···.

-최악의 상황에서는 능력을 사람에게 사용하는 학생까지 나올지도 모릅니다. 선생이 케어해야 되는 학생의 숫자가 30명이 훨씬 넘어가더군요. 제대로 케어하기가 쉽지 않다는 소리입니다.

인원이 많기 때문에 하나하나 자세히 볼 수 있는 선생은 극소수였다.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 그 부분을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위에서는 이대로 진행하자고 압박을 넣더군요.

-20세 이하 각성자는 길드에 가입하되, 견습으로 두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센터장님도 동의하십니까?

-네. 저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럼 진행하시죠. 위에 보고를 부탁드리고요.

-···하지만.

-G급의 부탁으로.

-네?

애석하게도 현재 한국에는 G급의 각성자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있다.

-제가 G급인 거, 위에서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건 맞습니다만···.

이미 위에서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원단 헌터들이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게끔 막아 세우는데 동의한 것이겠지.

-제 이름을 걸고, 말씀해주시죠. 안 된다면, 제가 직접 찾아가겠다고 하세요.

-···일단 이야기는 올려보겠습니다.

*삑. 삑.

전화가 끊어지자, 이번에는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임지성의 기감이 느껴짐에 태현이 거실에 앉았다.

“어? 뭐야? 집에 있었네?”

“···주인 없는 집에 출입하는 게 익숙한가보다?”

거실로 들어오는 임지성은 태현이 자리에 앉아있음에 놀란 눈이 되었다.

반면, 태현은 자신이 없을 때마다 출입을 했다는 것이 되어버림에 눈을 가늘게 떴다.

“뭐 어때? 원래 같이 살던 집인데.”

“···고구려로 돌아가라. 인마.”

“미친··· 아무리 그래도 부마스터한테 너무 박대한 거 아니냐?”

“웃기는 소리 하네. 가족끼리 지내라는 게 뭐가 문제야?”

“쓰읍··· 개인적으로 나는 네가 더 편하다. 가능하면, 여기서 계속 지내고 싶은데?”

“말을 말아야지···.”

태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자.”

임지성의 손에는 검은 봉지가 들려있었고, 그가 안에서 캔음료 하나를 꺼내서 태현에게 건넸다.

“땡큐.”

태현은 음료를 받아들고는 바로 뚜껑을 열고, 벌컥벌컥 마셨다.

“오늘 일은 안 가냐?”

“어, 휴가냈다.”

자연스러운 대답에 임지성이 살짝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

“그럼 학생들은 너 없이 게이트를 클리어 하는 거냐?”

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무책임한 녀석.”

“···진짜 뒤져.”

“하하, 알았어. 그럼 오늘 일도 없는데, 곱창에 소주 한 잔 어때?”

“콜.”

곱창에 소주.

나쁘지 않다.

태현은 고민할 것도 없이 콜을 외쳤다.

임지성은 구석에 있는 리모컨을 가져다가 TV를 켰다.

제 집인 것 마냥 행동하는 것에 자연스레 웃음이 나왔다.

“그럼 6시에 출발하면 되겠네.”

태현이 시계를 보았다.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

아직 점심을 먹기에도 이른 시간.

“6시에 가자.”

“오케이. 그럼 나는 드라마나 봐야겠다.”

“다른 거 봐라.”

“···너 원래 TV 안 보잖아. 그냥 내가 보고 싶은 거 볼래.”

“···주인은 나거든?”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대놓고 드라마를 틀어놓는 놈.

심지어 소액 결제를 해야 하는 최신화였다.

태현이 리모컨을 빼앗으려고 하자,

‘주군! 위험한 상황입니다!’

7성 자객에게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뭔데?’

‘지금 게이트를 들어간 사람들이 위험에 빠졌습니다!’

‘음? A급 게이트에 들어간 거 아니였어?’

‘그··· 변종입니다. 몬스터들 전부 S급에 가까운 녀석들입니다.’

‘뭐!?’

‘제가 몰래 뒤따라 들어왔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일 것 같습니다···.’

갑자기 변종이라고?

그것도 S급?

‘나머지 녀석들은?’

‘변종이라는 것을 지금 눈치 채서···.’

‘죄송합니다. 저희들도 방금 들었습니다.’

이런···.

태현이 이마를 짚었다.

‘알겠어. 지금 바로 갈 테니 준비해.’

‘네!’

학생들이 위험하다.

태현이 급히 겉옷을 챙겨 입었다.

“어디 가냐?”

“A급 게이트. 변종이란다. S급으로 변이했다고 하네.”

“뭐!? 나도 같이 갈까?”

“따라와.”

“오케이.”

임지성이 TV를 끄고는 곧장 태현의 옆에 섰다.

“이동마법을 쓸 테니 위치 좀 알려줘.”

S급이 되면서 이동마법까지 쓸 수 있게 되었다.

임지성이 있으니 굳이 자신이 스킬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고, 그에게 게이트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의 스킬과 함께 둘의 몸이 사라졌다.

*“이··· 이런.”

단검을 쥔 장은희와 장은아의 몸이 떨렸다.

그 앞에는 날카로운 이빨을 자랑하며 침을 흘리는 짐승형 몬스터들이 즐비했다.

크르릉.

“어··· 어떡하지···.”

A급 학생들은 사시나무 떨 듯 그 자리에서 뻣뻣하게 굳어있었다.

이럴 때, 태현이 없다는 것은 뼈아픈 일이었다.

그렇다고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상황.

“은아, 아무래도 절체절명이라는 게 이럴 때 쓰는 건가봐.”

장은희는 떨리는 와중에도 실없이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긴장을 풀기 위함이다.

그녀의 마음을 알고 있는 쌍둥이 언니 장은아가 픽 웃었다.

“마지막일 수도 있겠네. 언니라고 불러.”

“그건 싫은데?”

“뭐? 내가 10분 일찍 태어났잖아! 마지막은 언니라고 좀 들어보자.”

장은아와 장은희의 말다툼에 학생들은 심각한 얼굴로 그녀들을 보았다.

지금 앞에 있는 몬스터들은 어떻게 보더라도 S급에 가까웠다.

그것도 수십 마리.

지금 자신들의 힘으로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

죽음을 목전 앞에 두었다는 뜻이다.

“미안해···.”

방유나가 고개를 떨궜다.

선생이 되어서는 학생들에게 끝까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분했다.

“괜찮아요.”

“이대로 그냥 죽지는 않을 거니까.”

어느새 말다툼을 끝내고, 장은희와 장은아가 단검을 세게 쥐었다.

훤히 보이는 결과였지만, 부정하고 싶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휴가 못 가게 막는 거였는데.”

“그러게···.”

아쉽기만 하다.

그가 있었다면, 승산이 있었을 텐데.

“응. 덕분에 돌아왔다.”

그 순간,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장 자매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그 자리에는 태현이 서 있었다.

*[트라파라 주니어 A]

곰같이 생긴 몬스터의 이름이다.

트라파라.

익숙한 이름.

바로 징표 수집가의 목록에 있던 트라파라와 이름이 같았다.

태현이 학생들을 살폈다.

전부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그대로 주저앉았다.

트라파라 주니어 그 틈에 학생들을 노렸으나 수하들을 소환해서 이들을 지켰다.

이틈에 그가 장은희와 장은아에게 다가갔다.

둘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서,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S급이라고는 하지만, 경험이 적은 18살 고등학생일 뿐이다.

“너희들, 괜찮아?”

둘을 왕국으로 데려갈 생각이다.

그러니 다른 학생들보다 더 눈이 갔다.

장 자매는 태현에게 안기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팔을 들어 둘을 밀어냈다.

“오지마라.”

스킨쉽은 절대 사절이다.

그러나 장은희가 질질 짜고 있던 눈물과 콧물이 겉옷에 묻고 말았다.

태현이 인상을 잔뜩 구겼다.

산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알고 왔어요···?”

장은희가 물었다.

“다 아는 방법이 있어. 다른 학생들이랑 같이 안정을 취하고, 괜찮아지면 그때 돕든가 해.”

태현은 그 말과 함께 장 자매의 손목을 잡고 뒤로 질질 끌었다.

결국 장은희와 장은아가 버럭 소리 질렀다.

“아 좀! 살살 다뤄요!”

“맞아! 그리고 아프니까 끌지 마세요!”

“싫으면 알아서 뒤로 가던가. 화나게 하지 마라.”

태현은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이전에 보여줬던 겸비함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한숨이 나왔다.

어쨌든 학생들은 수하들의 도움으로 뒤로 안전하게 피신했다.

그제야 그가 명령을 내렸다.

‘전부 죽여.’

6~7성 수하들이 있는 이상, 지금 눈앞의 몬스터는 한 끼의 식사 수준이다.대거 소환된 수하들은 트라파라 주니어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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