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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98화 (98/160)

22화 다시 한 번 과거로, 그리고 길드원(2)

*시점이 바뀌었다.

이전 챕터까지는 태현이 에일린의 몸에 들어가서 진행되었다면, 지금은 달랐다.

‘이제는 이렇게 진행되는 건가?’

태현이 자신이 서 있는 바닥을 확인했다.

발은 땅에 붙어있지 않았다.

조금 위로 떠 있었다.

정확하게는 발이 없었다.

흐릿하게나마 하체가 형상화되어있을 뿐이었다.

신기했다.

이번에는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거기에는 에일린으로 추정되는 이의 뒷모습이 보였다.

과거의 회상이라더니, 시점이 변환되어 진행되는 것이다.

“주군! 몬스터의 토벌은 순조롭습니다!”

익숙한 목소리에 태현이 고개를 들었다.

‘어? 저건···.’

레온이다.

지금 자신을 따르는 모습 그대로였다.

태현은 신기한 눈으로 레온을 응시했다.

“좋구나. 하루라도 빨리 괴상한 몬스터를 완전히 없애버려야 할 텐데.”

“걱정마십시오. 저희들이 있지 않습니까?”

레온의 뒤로는 수많은 병사들이 도열해있었다.

그 용모들 역시 비슷했다.

기사, 마법사, 자객, 환수를 부리는 테이머, 궁수.

그 외에 자신이 추가로 부리는 발락, 이안, 렌같은 특성을 가진 이는 없었지만, 그대로 자신의 밑에 있는 병사들과 매우 흡사했다.

‘음··· 전부 5~6성이로군.’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에일린은 태현보다 약하다는 것이었다.

병사들의 성장 단계만 보더라도 답이 나왔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만담을 나누는 챕터가 등장했을까?

웃긴 것은 그가 이렇게까지 성장하는데, 대부분의 시간들을 건너뛰었다는 점이다.

“하하, 그래.”

에일린이 호탕하게 웃었다.

그 때였다.

쾅!

멀리 있는 커다란 문이 박살나는 소리가 들렸다.

태현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익숙한 녀석들이 눈에 들어왔다.

‘제로스인가.’

일전에 마계에서 상대했던 제로스.

그 당시에는 힘이 약해졌던 녀석을 상대했기에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원래의 힘을 가지고 있는 제로스가 마족들을 불러일으켜 에일린을 덮쳤다.

“주군! 위험합니다! 제 뒤로.”

“괜찮아···.”

에일린은 알고 있었다.

지금의 자신이 제로스를 상대할 수 없다는 것을.

발버둥을 친다고 하더라도, 도저히 승리할 수 없음을 직감적으로 느낀 것이다.

“주군···?”

그에게서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레온이 에일린을 한 번 불렀다.

“미안하다. 너라도 살려야겠어.”

에일린은 그 말과 함께 레온을 하나의 작은 보석에 가두어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나 태현도 멍한 얼굴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나머지 수하들도 당황했지만, 그의 진중한 얼굴에 망설임 없이 마족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에일린은 씁쓸한 듯이 레온이 갇힌 보석을 들고 중얼거렸다.

“결국 지키질 못했구나···.”

그의 눈에서 한줄기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주군, 레온은 제가 잘 숨겨두겠습니다.”

6성으로 보이는 자객 하나가 그에게 다가왔다.

에일린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객에게 보석을 건넸다.

“부탁한다. 내가 만들어두었던 비밀의 방에 둬. 훗날 이 힘을 물려받을 왕에게 레온을 맡길 거니까. 분명 레온의 봉인된 힘을 온전히 개방시켜줄 거야.”

“알겠습니다!”

“그래.”

자객은 보석을 받아들고는 빠르게 사라졌다.

태현이 고개를 돌려 자객을 응시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이전에 보았던 에일린의 성과 똑같았다.

아무래도 에일린은 여기서 최후를 맞이하는 듯 했다.

“전부 죽여! 킹? 너도 여기서 죽어야겠다.”

제로스가 이죽거리며 에일린을 노려보는 모습.

“글쎄? 네 놈이 나를 죽인다고 하더라도, 훗날 킹에게 죽을 것이다.”

“후후, 이상한 소리를 하는구나.”

제로스의 말대로 태현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훗날 제로스를 죽이는 것은 자신이다.

그것보다도 이 힘이 어째서 자신이 이어받았고, 몬스터들이 습격을 하게 된 것인지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다.

“크억!”

때마침 마족에게 달려들었던 병사들이 전멸했다.

최상급~상급으로 이루어진 마족들.

그 얼굴들은 하나같이 자신을 섬기고 있는 마족들이었다.

왠지 기분이 묘했다.

“훗, 이제 어떡할 거지?”

제로스가 흥미롭다는 얼굴로 에일린을 응시했다.

그러자 그 역시 미소띤 얼굴로 제로스를 보았다.

“내 능력을 아직 모르나 보군?”

그 말과 함께 쓰러졌던 병사들이 다시금 일어났다.

‘어?’

다시 일어난 병사들의 모습은 태현에게도 익숙한 모습이었다.

당시 에일린의 성에서 상대했던 좀비 병사.

그 모습과 똑같았다.

‘그래서 좀비들이 나타났던 거구나.’

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하니 에일린이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하하하!”

제로스의 웃음소리가 성 안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는 그가 검을 들고, 에일린을 향해 사선으로 베었다.

“커헉!”

에일린이 급히 공격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제로스의 공격을 막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검을 들어 검을 받아내려고 했지만, 제로스의 검이 에일린의 검을 깔끔하게 잘라내고, 그의 목까지 베어버린 것이다.

‘제로스에게 죽었던 것인가···.’

태현이 싸늘하게 식은 눈으로 에일린의 목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림음이 들렸다.

[모든 Chapter가 종료되었습니다.]

[레벨이 17 올랐습니다.]

[군주 경험치 3,000을 획득하셨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안식처로 되돌아온 상태였다.

‘이게 끝인가?’

태현이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중얼거렸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에일린이라고 해서 정점에 다다르고 미끄러진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자신보다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제로스에 의해 죽었다.

물론 수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어째서 에일린의 성의 남겨놓은 안배가 왜 레온인지 알 수 있었으니까.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괜찮은 수확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레벨 업에 대해서도 많은 꿀을 빨았다.

250레벨에 들어가기 전만 하더라도, 250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270까지 올라왔다.

아주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굳이 250레벨을 만들라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간에 20레벨이 한 번에 오른 건, 꽤 괜찮은 것 아닌가?

“아모스님!”

마침 레온이 그에게 다가왔다.

방금 안식처에 도착했는지 조금 지친 기색이 보였다.

“그래. 그동안 잘 있었어?”

에일린의 과거에 들어간 지 5시간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레온이 굳이 학교로 찾아갈 필요는 없을 것이다.

“네. 주군의 말씀대로 일주일동안 학생들이 게이트를 클리어 하는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다행이 변이해서 S급 게이트가 되어버리는 일은 없었습니다.”

“뭐!? 일주일이 지났다고?”

태현의 입이 순간 벌어졌다.

“네. 주군께서 포탈에 들어가신지 정확히 일주일 째 되는 날입니다.”

“···이런 미친.”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여기는 일주일이 지났단 말인가?

전에 에일린의 과거에 들어갔을 때에도 시간의 간격이 그리 크지 않았는데 말이다.

“아! 그리고 2시간 뒤에 학생들이 수료식을 하게 될 겁니다. 이제 각자 길드에 들어가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 미성년자라도 길드에 들어갈 수 있게 바뀌었나보군?”

“맞습니다. 이번에 바뀌었다고, 많은 길드에서 학생들을 탐내고 있습니다.”

“흠··· 그렇군. 그래··· 어디 길드로 간다고 하냐? 학생들은?”

“그··· 사실은··· 학생들이 길드를 아직까지 선택하지 않았습니다.”

레온의 말에 태현이 의아하다는 듯, 턱을 어루만졌다.

어째서 아직까지 선택하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왜?”

“아모스님께 직접 어디 길드로 가고 싶은지 말씀을 올리고 싶다고 합니다.”

“나를?”

“네. 아모스님께서 학생들의 신뢰를 엄청 많이 받고 계신 터라···.”

“···알았다.”

태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를 왜?’

학생들의 팔, 다리를 가차 없이 베어내면서 경각심을 심어주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은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학생들이 그를 보면, 오금을 저렸으니까 말이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 굳이 자신이 있는 앞에서 길드를 선택한다고 하는 것이 웃겼다.

‘일단은 가봐야겠어.’

수료식은 2시간 뒤에 있어진다.

이번에는 참석하는 것이 도리다.

어쨌거나 일을 한다고 했으니 끝은 확실하게 봐야 되지 않겠는가?

“지금 바로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레온이 우렁차게 말했다.

태현이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았다.

“레온···.”

“왜··· 왜 그러십니까?”

“넌 나를 만나기 전에 기억이 전혀 없다고 했지?”

“네! 맞습니다!”

“···알겠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갔다.

*한국 각성자 연합 중‧고등학교에는 수많은 길드 관계자들이 들락거렸다.

그리고 그 많은 학생들은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길드의 관계자들에게 불려갔다.

어디 길드로 등록할지에 대해서 묻는 것이다.

가장 높은 등급은 S급인 장은희, 장은아.

그리고 그 밑의 순서로 A~D등급.

전부 길드의 소중한 자원이 될 인재들이었다.

하지만, 이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못했다.

B~D등급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S~A등급들이 문제였다.

“하, 진짜 얘네들을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천검의 인사과장 안상민이 머리카락을 잡아 뜯는 시늉을 보였다.

“후우···.”

전담부 오동현 역시 이해한다는 얼굴로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아니, 어떻게 하나같이 길드 등록을 미룰 수가 있죠?”

헌터들의 꽃.

바로 길드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돈과 명예를 거머쥘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S~A급은 보통 길드에 등록되기를 소망한다.

“이해하자고. 그 학생들을 잠시 맡은 사람이 한태현 헌터라고 하잖아.”

한태현.

그 이름만으로도 길드들이 섣부르게 나설 수 없었다.

그가 누구인가?

이번 S급 레이드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이 아닌가?

현재 그가 갓 급이라는 것은 이미 길드들이 동의한 일이다.

심지어 부마스터는 S급으로 재각성한 임지성이다.

아무리 천검이라고 하더라도, 왕국을 거스를 순 없게 되었다.

“후우··· 사장님껜 뭐라고 말씀드려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한태현 헌터가 있는 앞에서 길드를 선택하겠다고 했으니까··· 아직 기회는 있어.”

아무리 태현이라도, 이 인원들을 전부 데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학생들이 자신들의 길드를 선택하기를 바랄 뿐이다.

오동현 역시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이 타들어 가는지 앞에 있는 물을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

*태현은 곧장 학교로 갔다.

집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학교까지는 20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어서 도착했다.

그는 거침없이 A반이 있는 건물로 향했다.

“어? 저 사람?”

그 때, 누군가 그를 가리키고는 빠르게 다가왔다.

태현도 그 학생의 얼굴이 낯이 익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오랜만이네?”

“딱 한 번 봤다고 오랜만이기는, 겁쟁이가 왜 다시 여기를 온 건지 모르겠네?”

전에도 이렇게 시비를 걸었었다.

그 때는 그냥 넘어갔었는데.

이번이 두 번째이긴 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태현이 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바쁘니까 비켜라.”

“아~ 이거 또 도망치시네? 혹시 뭐 길드 관계자야? 이제 곧 수료식 하는데?”

“관계자 맞다면?”

“···진짜 관계자입니까?”

학생의 말이 공손하게 변했다.

그 모습에 태현이 피식 웃었다.

“그래. 왕국 길드 관계자니까 그냥 비켜라.”

“···왕국은 또 어디야? 듣보잡 길드인가?”

왕국 길드는 신생 길드다.

학생들이 모르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렇지만, 그런 신생길드를 듣도 보지도 못한 길드라고 까 내리는 것은 용서할 수 없었다.

“너, 진짜 죽고 싶냐?”

태현의 말투가 싸늘해졌다.

그러다보니 기운을 감췄음에도, 아주 약간의 기운이 흘러나가고 말았다.

“헉!”

효과는 굉장했다.

학생이 주춤주춤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꼴에 자존심은 있는지 걸음을 멈추고, 태현을 노려보았다.

“뭐야? 덤비려고?”

“나는 이번에 천검에 들어가거든? 날 건드리면 무사하지 못할 텐데!”

“···휴우, 이렇게 멍청한 놈을 데려가서 뭐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네. 천검도 어지간히 보는 눈이 없구만?”

“뭐··· 뭐!?”

학생의 인상이 잔뜩 구겨졌다.

분노했는지 어느새 손에는 도끼가 들려있었다.

도끼를 다루는 능력자인 모양이다.

“선생님!”

그러나 학생 뒤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가 도끼를 회수했다.

모를 수가 없는 목소리.

장은아였기 때문이다.

S급과 C급.

그 격차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했으니까.

“서··· 선생? 그러면··· 혹시 실전훈련담당 한태현···?”

학생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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