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103화 (103/160)

23화 헌터 비무대회(4)

*[A급 헌터 한태현! 8강 진출을 확정짓다.]

-헌터비무대회에 출전한 한태현 헌터가 러시아의 S급 헌터 이고르 켐벨과의 비무에서 승리하고, 8강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A급 헌터가 S급을 헌터와의 비무에서 승리한 것은 사상 최초이며,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이 한태현 헌터에게 집중되고 있습니다.

ㄴ와··· A급이 S급한테 비빌 때부터 어이가 없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네.

ㄴ싸우는 거 봤냐? 심지어 켐벨이 항복했는데?

ㄴ내가 볼 때에는 뭔가 있다. 그러지 않고서야 켐벨이 항복할 리가 없지.

ㄴ이건 조사해봐야 할 듯. 내가 봐도 이상함.

ㄴ슬슬 태클 들어올 걸. 한태현··· 조심하길 바람.

ㄴ8강에서 광탈하면, 빼도 박도 못할 텐데··· 그냥 맘 편하게 탈락하지.

태현이 승리를 거머쥠에 따라 번개처럼 기사가 주르륵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시민들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정확하게 켐벨을 쓰러트린 것이 아니라 서로 멀쩡한 상태에서 항복을 받아낸 것이기 때문이다.

승리의 축하보다는 의구심을 가지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했다.

“아··· 진짜 쓰레기들이··· 이겼으면 좀 믿어야 될 거 아니야?”

인터넷으로 실시간 모니터링 중인 장은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옆에 앉아있는 장은희는 눈을 부릅뜨고, 악플을 다는 사람들에게 답글을 달기 시작했다,

만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과 함께.

그러나 그런 행동들은 태현에 의해 저지되었다.

“그만해라.”

“왜요? 이건 도를 넘었다고 보는데···.”

“은아랑 같은 생각이에요. 왜 사장님께서 무시를 당하셔야 하는데요? 두 눈으로 봐놓고도 모르나···.”

분했다.

S급 켐벨은 태현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오해를 하는 이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상관없어. 오히려 이런 반응도 나쁘지 않지.”

태현이 피식 웃었다.

“네?”

“나쁘지 않다고요?”

이런 무시들이 나쁘지 않다고?

얼마나 성격이 보살인 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건 마음이 넓어서 넘어가는 게 아니다.

계획대로 흘러가는 일이기에 넘어가는 것이다.

“그래. 아직은 제대로 된 실력을 노출하면 안 되거든.”

아직은 아니다.

사람들의 눈을 계속해서 끌어 모은 뒤에 결승에서 터트린다.

엄청난 이슈가 될 게 분명하다.

태현이 노리는 것은 바로 이것이었다.

“사장님은 참 신기하네요···.”

장은아가 그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는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저 같았으면, 그냥 공개하고 본 실력을 보여줬을 텐데··· 왜 그렇게 힘들게 돌아가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녀의 말이 맞다.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장은아처럼 행동하는 것이 정상일 테니까.

태현이 피식 웃었다.

“확실히 그렇겠지. 내가 본 실력과 함께 미국 관리국의 만행을 공개한다면, 큰 이슈가 될 게 분명해.”

“그러면 왜···.”

“그렇지만 지금은 아니야. 지금 공개해봤자 곧바로 대응할 게 뻔하다. 그러니까 아직은 참아야 돼.”

“아···.”

“그렇구나. 제 생각이 짧았어요.”

그의 말대로 일리가 있었다.

16강부터 드러내서 만행을 공개한다면, 윌슨 입장에서는 이것을 묻기 위해 곧바로 움직일 것이다.

그러니 윌슨이 먼저 움직이는 것을 기다려야한다.

자신이 갓 급 헌터라는 것을 의심할 때까지.

윌슨이 곧바로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 닥친다면, 8강이 되자마자 밝힐 의향도 있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무시하는 건, 신경 쓰지 마라. 가끔은 이런 것도 참을 줄 알아야 해.”

“네.”

아직 세상을 경험해보지 못한 장은아, 장은희다.

아무리 S급 헌터이고, 상황에 따라서 침착함과 의연함을 겸비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세상 물정은 잘 모르는 아이들이다.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감정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있도록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승리했다!”

때마침, 임지성도 여유 가득한 얼굴을 하고서 대기실로 들어왔다.

그 역시 16강의 비무를 승리로 끝내고,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와! 부사장님!”

“멋있어요!”

장은아, 장은희가 냉큼 임지성에게 붙었다.

“하하, 그래?”

임지성의 얼굴이 헤벌쭉해졌다.

‘···사회생활 잘하겠네.’

저 정도 얼굴에 S급이면, 어딜 가도 환영일 텐데.

저런 애교까지 겸비했으면, 말 다 했지.

그보다는 유지아가 저 모습을 보면, 어떻게 나올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태현은 조심스레 휴대폰을 꺼내들어 헤벌쭉한 임지성의 얼굴을 한 컷 찍었다.

‘무음 카메라라 좋군.’

소리가 났으면 들켰겠지만, 보시다시피 무음 카메라.

절대로 걸릴 일은 없다.

태현은 찍은 사진을 유지아에게 전송하고는 휴대폰을 도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쾅!

심사위원 석에 앉아 있던 메튜가 주먹으로 탁자를 내려쳤다.

“이건 말도 안 돼!”

16강에서 떨어졌어야 할 태현이 8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 사실만으로도 속이 끓었다.

“흐음··· 이상해.”

반면, 윌슨은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분명 태현은 A급 헌터라고 했다.

그런데 누가 보더라도 켐벨이 이겼어야 한다.

하지만, 태현의 비무는 켐벨과 대등한 싸움, 아니 그 이상을 보여준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느낌이 강했다.

‘왜 A급의 기운이 느껴지는 거지?’

그가 이상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이것이었다.

비무를 펼치는 순간에도, 마무리 짓고 내려가는 순간에도 태현의 기세는 A급에 머물러있었다.

그렇다면 켐벨에게 패배를 해야만 했다.

“이상할 거 없어! 켐벨이 항복을 하지 않았나!”

메튜가 노발대발했다.

“그래도 이상하지 않나? 켐벨의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S급 헌터중에서도 켐벨의 다혈질은 꽤나 유명했다.

물론 그런 사실은 관리국장이나 소수의 S급 헌터들만 알고 있을 뿐.

그 켐벨이 항복을 했다고?

어떻게 보더라도 이상했다.

“무슨 수작을 부린 게 확실해! A급에게 겁먹었다는 이유로 항복을 했을 리가 없잖나!”

메튜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켐벨은 A급 헌터의 수작에 넘어갈 정도로 멍청한 녀석은 아니다.

“어? 잠시만!”

생각을 정리하던 사이, 불현듯 하나의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한국에 등장했다던 불분명 각성자.

윌슨이 급히 간부 하나에게 자료 하나를 가져올 것을 지시했다.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메튜가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예전에 한국에 불분명 각성자가 출현했다는 소식 기억하나?”

“어··· 그러고 보니 완전히 잊고 있었군.”

불분명 각성자가 등장했다는 소식에 초점을 맞추려던 순간, G급이 될 가능성이 없다는 미국 관리국의 발표에 관심을 꺼버렸다.

메튜는 그제야 기억난다는 얼굴로 고개를 주억였다.

“왜 잊어먹고 있었는지 모르겠어. 당시 불분명 각성자의 이름이 한태현이라더군.”

“그게 정말인가!?”

“그래. 만약에 갓 급으로 각성했고, 힘을 숨기고 있는 거라면?”

“···켐벨이 진 게 이해가 된다는 거군.”

“그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잖아?”

윌슨이 충격에 휩싸인 얼굴로 아무도 없는 경기장을 응시했다.

어느덧 16강 경기가 끝이 나고, 8강을 시작하기에 앞서 경기장을 정비 중에 있었다.

‘이제야 퍼즐이 맞춰지는 군.’

그래.

한국이 S급 레이드를 성공적으로 끝마칠 수 있었던 이유.

바로 갓 급 헌터가 개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원단 헌터도 한국에 머물 수 있도록 만든 것도 태현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컸다.

‘설마 갓 급 각성자의 가능성을 배제할 줄이야. 나도 아직 멀었다는 건가.’

윌슨이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갓 급의 헌터가 등장했다면, 이번 일을 덮기에는 꽤나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다.

그만큼 갓 급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했으니까.

그렇지만 사전에 준비한다면, 피해를 조금이라도 최소화시킬 수 있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간부 하나가 자료 하나를 손에 쥔 채로 급히 뛰어왔다.

“여기 가져왔습니다!”

“어. 그래.”

윌슨은 자료를 받아들고는 급히 훑었다.

“이게 무슨 자료인가?”

메튜도 흥미가 생겼는지 윌슨에게 다가왔다.

“한국 불분명 각성자에 대한 자료.”

그의 말대로 그 자료는 한국 불분명 각성자의 자료였다.

태현의 신상은 기본이고, 그의 능력부터 검사한 기간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었다.

“호오? 그래서?”

메튜의 눈이 태현의 자료에서 떼지 않고, 그에게서 나올 다음 말을 기다렸다.

“갓 급이 맞는지 확인부터 해야지.”

윌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나?”

“우리 갓 급 헌터를 만나러 가야지.”

“설마 그 알드레드 프레드를 만나러 가는 건가!?”

끄덕.

윌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드레드 프레드.

태양의 힘을 다룬다고 알려진 갓 급의 각성자다.

제대로 싸우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을 정도로 엄청난 강자.

그런 헌터를 직접 만나러 가는 것이다.

“위험한 거 아닌가? 괜히 이런 일로 찾아왔다고 마음이 상하기라도 하면···.”

미국 관리국 위에서 군림하는 헌터들의 정점.

갓 급의 프레드를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있는 건가?

“괜찮아. 오히려 흥미를 가질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 당하는 것보단.”

“응? 당한다니?”

메튜가 반문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윌슨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급히 그곳을 빠져나갔다.

“이상한 친구로군··· 어쨌든 저 놈이 갓 급이 맞다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 뻔 한 게 된다.

메튜가 마른침을 한 번 삼켰다.

*‘주군, 아무래도 눈치를 챈 모양입니다.’

‘그래?’

7성 자객의 보고를 받은 태현의 입가가 슬며시 올라갔다.

눈치를 챈 건 그 다음이고, 이제 윌슨이 어떻게 나왔냐는 건데.

‘알드레드 프레드라는 이름을 외치고는 경기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알드레드 프레드.

미국의 갓 급 헌터.

설마하니 프레드에게 부탁해서 자신의 등급을 확인해달라고 말할 생각을 할 줄은 몰랐다.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똑똑하다고 해야 할지.

‘좋았어! 일단 윌슨에게서 떨어져서 다시 대기해.’

‘알겠습니다!’

어쨌거나 갓 급 헌터다.

그러니 자객이 윌슨의 뒤에 붙었다는 것을 눈치를 채고도 남을 것이다.

“지성아.”

태현이 임지성의 옆구리를 콕 찔렀다.

그는 순간 움찔하고는 태현을 보았다.

“왜?”

“아무래도 일정을 앞당겨야 될 것 같다.”

“갑자기?”

“국장이 눈치를 챘거든.”

“···드디어 챘냐?”

“그래.”

피해를 어떻게든 줄이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소리다.

그렇기 때문에 결승에서 터뜨릴 것을 8강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그게 사실입니까?”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백승한이 물었다.

태현이 고개를 주억이고는 옆으로 돌렸다.

“바로 시작하도록 하죠. 준비됐습니까?”

“네. 됐습니다···.”

그 뒤에는 당시 레이드에서 통역을 담당했던 B급 헌터.

조쉬 타이론이 대기하고 있었다.

16강에 진출을 확정짓고부터 그의 대기실에 합류했다.

“좋습니다. 그럼 바로 가시죠.”

8강 경기도 태현이 첫 번째 순서를 맡게 되었다.

늦추지 않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나머지 헌터들도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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