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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104화 (104/160)

23화 헌터 비무대회(5)

*태현은 조쉬와 함께 경기장 앞에 섰다.

진행요원들은 당황한 얼굴이 되어서는 급히 저지했지만,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경기장 입구에서 대기할 생각이니 비켜주세요.”

무력으로 진행할 생각은 없었지만, 계속 막는다면 무력을 사용할 수밖에.

“아··· 아니 무슨···.”

“입구에서 대기할 겁니다. 경기 중엔 난입하지 않을 겁니다.

그 말과 함께 앞으로 나아갔고, 급기야 진행요원들이 질질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다.

‘무슨 놈의 힘이···.’

S급 헌터들도 섞인 진행요원들인데, 태현 하나를 막을 수 없다니.

그들의 얼굴에는 놀라운 빛이 서렸다.

힘으로 밀어내기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경기 중간에 난입하는 것만큼은 피해주십시오.”

결국 태현의 말에 진행요원들은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저지를 멈췄다.

‘힘에 부쳐서 포기한 것은 절대 아니니까.’

그들은 속으로 자신과 타협하며 길을 비켜주었다.

“감사합니다. 조쉬, 그럼 알고 있겠지?”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

태현은 빠른 걸음으로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안에는 이미 도착한 상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이번 8강전에서도 S급 헌터를 상대하게 되었다.

대충 보아하니 켐벨과 비슷한 경지의 헌터다.

태현은 손쉽게 끝날 것이라는 생각에 아공간 주머니에서 검을 하나 빼들었다.

“잠깐.”

검을 잡고 자세를 만들자, 맞은편에 있던 S급 헌터가 급히 손을 들었다.

이전에 만났던 켐벨과 같은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헌터였다.

“음?”

태현은 잠시 자세를 풀고, 그 헌터를 보았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부드러웠다.

기습을 가하겠다는 날카로운 기세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를 풀었다.

“당신은 A급 헌터가 맞습니까?”

태현이 그를 조용히 주시했다.

그 헌터의 기운에는 켐벨의 기운이 살짝 섞여있었다.

아무래도 켐벨이라는 헌터와 함께 참가를 하게 된 것 같은데.

“아니요.”

태현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이제 숨길 이유도 없었고, 이 비무를 보고 있는 갓 급 헌터라면, 자신이 A급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어렴풋이 눈치를 챌 테니까.

“그러면?”

“직접 보고 판단하시죠?”

“···알겠습니다. 저는 앙헬 세르게이라고 합니다. 부디 당신이 가진 힘을 전부 보여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켐벨이라는 헌터와는 조금 다르군요? 그 분한테 귀띔이라도 받으셨는지?”

“하하. 그 부분은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앙헬 세르게이는 말을 마치자마자 레이피어를 들고, 태현에게 접근했다.

채민희와 같은 레이피어를 사용하는 헌터.

그러나 레이피어의 숙련도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볼 수 있었다.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7~8번은 가볍게 넘나드는 횟수의 공격.

레이피어의 장점을 극대화시킨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정도로는 상처 하나 못 내겠는데요.”

태현이 피식 웃었다.

그의 유령검 1개가 앙헬 세르게이의 공격을 전부 차단했기 때문이다.

“무슨···.”

앙헬 세르게이가 경악했다.

자신의 공격이 속수무책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그것도 있지만, 가장 큰 것은 태현이 가만히 서 있었다는 점이다.

그가 움직이는 것은 보지 못했다.

그런데 자신의 공격은 전부 막혀버렸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다는 건가···.’

어이가 없었다.

켐벨과 같이 S급 헌터로 러시아의 자랑 중 하나가 바로 앙헬 세르게이였다.

그런 자신을 아이 장난감 다루듯이 행동하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지!’

어째서 켐벨이 항복을 했는지 뼈저리게 느껴졌다.

그가 대기실로 돌아왔을 때만 하더라도, 살짝 무시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겨우 이겁니까? 이러면 제 힘을 보여드릴 수가 없는데요.”

태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유령검 1개도 제대로 뚫지 못해서야 다른 스킬을 보여줄 수가 없었다.

“···크윽!”

결국 앙헬 세르게이가 공격을 멈추고, 거리를 벌렸다.

“공격 끝나셨어요? 그럼 이제 제가 공격할 차례군요.”

태현은 그 말과 함께 검을 궁으로 형태 변화시켰다.

“검이 변했다!”

“활?”

둘의 비무를 지켜보고 있던 관중들이 탄성을 질렀다.

무기를 형태 변화시킨다는 건, 들어보지도, 본 적도 없었으니까 말이다.

앙헬 세르게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도 놀란 눈으로 태현의 궁을 응시했다.

“무슨···.”

“먼저 궁입니다. 이걸 막으면, 다음에는 검으로 상대해드리게요.”

태현이 히죽 웃고는 궁의 시위를 당겼다.

[스크라이크 샷.]

그가 당긴 시위에 걸쳐있는 화살은 오행의 기운이 담긴 화살이었다.

이 시위를 놓는다면, 이 한 발의 화살이 초당 30발의 투사체가 되어서 앙헬 세르게이를 덮칠 것이다.

방금 전만 하더라도, 자신에게 원래 힘을 보여 달라고 말했었다.

어차피 드러낼 생각이었고, 이렇게 도발을 해주었으니 당연히 응하는 것이 맞다.

“······.”

앙헬 세르게이가 긴장한 눈으로 그의 공격을 기다렸다.

“그럼 상대해보시길.”

그 말과 함께 궁의 시위를 놓았다.

쏴아아악!

그러자 오행의 화살이 수십 개의 투사체로 변하려 앙헬 세르게이를 덮쳤다.

콰과과각!

“끄아악!”

초당 30발의 화살.

10초간 300발의 화살이 발사된다.

앙헬 세르게이가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한 공격.

“와···.”

“그··· 그만해! 이러다 죽겠다!”

관중들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태현은 빗발치는 화살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사용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투사체의 위력을 조절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앙헬 세르게이가 죽지 않을 정도로만 맞춰서 공격했다.

그 증거로 앙헬 세르게이는 힘겹게 치명상을 피할 화살은 맞고, 나머지 화살들을 레이피어로 걷어내기 바빴다.

S급 헌터다운 초월적인 신체능력치였다.

10초가 지났다.

빗발치던 투사체가 멎었고, 관중들은 앙헬 세르게이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허억···.”

앙헬 세르게이는 그제야 자리에서 쓰러졌다.

의식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일어나세요. 일부러 살살 공격했으니까.”

흠칫.

그의 말에 세르게이의 몸이 움찔 떨렸다.

그리고는 신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져··· 졌습니다.”

“확실합니까?”

어느새 태현은 검으로 바꿔 들고는, 그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엄청난 공포가 세르게이의 몸을 엄습했다.

그가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흠··· 알겠습니다. 조쉬!”

태현이 조쉬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조쉬가 안으로 들어왔다.

진행요원이 그걸 저지하려 하자, 태현이 빠르게 다가가 요원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양해 좀 부탁드립니다. 밝혀야 될 게 있으니까요.”

“···비무 경기장은 출전하는 헌터 말고는 들어오면 안 됩니다!”

진행요원은 다리를 떠는 와중에도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다.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서.”

태현이 요원의 눈을 지그시 보았다.

그리고는 조쉬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윌슨은 급히 텍사스주로 향했다.

가능한 결승이 시작되기 전에 경기장으로 돌아오는 것이 목표다.

준결승 이후 결승은 24시간의 텀을 두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태현이 갓 급이 확실하다면, 결승까지 올라갈 테고 24시간동안은 배정된 숙소에서 머물 것이다.

“빨리 텍사스로 가지!”

“알겠습니다! 그보다 텍사스로 가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운전기사 역시 비무대회를 즐겁게 관람하고 있던 중이다.

그러나 윌슨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텍사스로 향했다.

갑자기 비무대회를 등지고, 텍사스로 향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알드레드 프레드 헌터를 만나러 가는 거다.”

“프레드 헌터 말씀이십니까!?”

운전기사는 하마터면 운전대를 놓을 뻔했다.

그만큼 놀랐다는 증거다.

프레드의 얼굴을 보는 것은 일반 헌터들에게는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한 정도로 엄청난 인물이었다.

미국의 영웅.

6년 전, 미국에 나타났던 S급 게이트에 있는 보스를 잡아내어 수많은 헌터들의 목숨을 구했던 레이드의 영웅.

운전기사는 운전대를 세게 쥐었다.

꽈악.

힘이 많이 들어간 소리.

“그래···.”

반면, 윌슨의 얼굴은 어둡기만 했다.

이런 일로 프레드를 만나러 가는 것이 달갑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 관리국에서 이런 만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들킨다면?

프레드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하하, 제가 프레드 헌터를 만나 뵙게 되는 날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비무대회는 TV로 마저 시청하시겠습니까?”

“틀어.”

어찌되든, 윌슨은 미국 관리국장이다.

비무대회의 양상은 어떻게든 파악해야할 의무가 있었다.

운전기사가 재빨리 옆에 비치된 TV를 켰다.

채널을 맞추자 비무대회를 생중계로 송출하고 있었다.

-한태현 헌터가 8강전 앙헬 세르게이에게서 승리를 따내고 4강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태현이 승리하여 4강을 확정지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윌슨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역시 자신의 착각이 아니었다.

그는 A급 헌터가 절대로 아니다.

만약 최악의 가정이 맞다면, 태현은 갓 급 헌터라는 소리다.

“빨리 밟아!”

다급해졌다.

윌슨이 운전기사를 향해 소리를 지르자, 기사가 액셀을 더욱 힘차게 밟았다.

-어?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죠? 누군가 경기장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진행요원이 저지하려는데, 오히려 한태현 헌터가 요원의 행동을 저지하는군요!

“어···?”

윌슨의 눈이 화등잔 만하게 커졌다.

TV 화면에는 이전에 지원단 헌터로 한국에 보냈던 조쉬 타이론이었다.

“미친! 이건 말도 안 돼. 왜 4강 진출을 확정지었을 때?”

어떻게 보더라도, 지금 타이밍은 이상했다.

마치 자신이 컨트롤하지 못하는 상황을 기다린 것 마냥.

윌슨의 몸이 바르르 떨렸다.

“당장 돌려! 경기장으로 돌아가야 된다!”

“네? 여기서 말씀이십니까?”

“그래! 지금 돌아가면, 얼마나 걸리지!?”

“1시간은 족히 걸립니다···.”

“젠장! 30분 안으로 가! 빨리!”

“네··· 넵!”

운전기사가 급히 속력을 줄이고, 유턴했다.

지금 아무리 빨리 간다고 하더라도, 30분 이내에 도착하는 것은 무리다.

‘하아···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미친 노인네가.’

이럴 거면 굳이 텍사스를 가자고 한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운전기사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장 안으로 들어온 조쉬 타이론이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준비했던 마이크를 들었다.

진행 요원이 사용할 수 있게 비치되었던 마이크기에 경기장 안에 있는 사람들이 듣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아아··· 여러분들! 경기 중에 죄송합니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갑자기 뭐야?”

“글쎄···.”

갑자기 나타난 일에 관중들이 의아한 눈으로 조쉬 타이론을 보았다.

“먼저 저는 B급 헌터였지만, 현재 범죄를 저질렀다는 누명에 의해 헌터 자격을 상실한 상태입니다.”

조쉬는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S급 레이드에서 있었던 일들을.

그리고 미국 관리국이 살아서 돌아오면, 어떤 보상을 지급하겠다는 말까지도.

“에이~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너, 죽고 싶냐! 어디서 되도 않는 소리를 지껄여!”

미국 헌터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조쉬를 향해 손가락질했다.

“이 모든 내용은 사실입니다. 감사합니다!”

조쉬는 그런 손가락질에도 묵묵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이번에는 태현의 차례였다.

“증거는 있습니다.”

태현은 손에 차고 있던 헌터 워치를 조작했다.

진도윤에게 받았던 윌슨과의 통화 내용.

그리고 관리국 측에 받았던 공문까지.

그가 조작을 마쳤다.

-네. 미국 관리국장 애드워드 윌슨입니다.

그러자 경기장에 설치되어있는 스피커에서 윌슨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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