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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108화 (108/160)

24화 에어로돈의 성소(3)

*크아악!

[레벨이 올랐습니다.]

마지막 남은 몬스터까지 완벽하게 처리했다.

태현은 피가 묻은 검을 아공간 주머니에 도로 집어넣었다.

아공간 주머니에 넣으면, 물건이 깨끗하게 원상 복구되기 때문이다.

물론 태현의 아공간 주머니 한정이다.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인가?”

어두컴컴한 것이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몬스터의 기척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여기서 사냥한 몬스터만 하더라도 대략 2,000마리는 될 것이다.

덕분에 레벨이 6이 추가로 올랐다.

281.

에어로돈의 성소에서만 레벨을 10이나 올린 것이다.

고(高)레벨로 넘어갈수록 사냥할 몬스터가 적었는데, 태현의 입장에서는 에어로돈의 성소가 젖과 꿀이 흐르는 땅과도 같았다.

계단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횃불을 피우기 위한 기름이 있었다.

몬스터들치고는 지능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횃불을 감싸고 있는 동여맨 천에 가득 묻혔다.

그리고는 옆에 있는 횃불에 붙은 불을 이용해 다시금 피워 올렸다.

화르륵.

횃불 점검을 마친 태현은 계단을 이용해 지하로 내려갔다.

제단이라고 할 법한 공간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몬스터들이 드나드는 곳이라서 그런가? 심각하게 더럽네.”

지하로 내려갈수록 태현의 인상이 구겨져갔다.

제단까지는 그나마 버틸만했는데, 지하는 아니었다.

이렇게 더러운 곳에 제단이 있을까 싶었는데, 예상과 다르게 몬스터들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잘못 들어온 건 아닌가 보군.’

제대로 들어왔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번 몬스터 역시 마찬가지로 이전에 마주한 몬스터의 업그레이드 버전이었다.

[신성룡 : 사제 Lv.265]

‘265라···.’

상당히 높았다.

그러나 태현의 걸음은 멈출 줄 몰랐다.

오히려 몬스터에게 대놓고 ‘나 침입자요.’하고 들어가는 꼴이었다.

크릉?

역시나 거리가 조금씩 가까워지자 횃불을 든 몬스터들의 시선이 일제히 태현에게로 향했다.

어느새 그는 횃불을 내려놓고, 궁을 들고 시위를 당긴 후였다.

“안녕? 제단이 어디인지 알 수 있을까?”

물론 그냥 알려줄 리가 없지.

신성룡 몬스터들은 횃불을 태현에게로 집어 던지고는 그대로 돌진했다.

지능이 일반 몬스터보다는 뛰어난 편이라고는 하나, 녀석들도 몬스터였다.

적을 보면 뜯어 먹기 위해 달려드는 놈들.

태현이 궁의 시위를 놓았다.

스트라이크 샷으로 인해 300발의 투사체가 몬스터들을 뒤덮었다.

크아아악!

몬스터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안에는 몇 마리의 몬스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태현의 스킬을 막기에는 숫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으니까 말이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마침 기분 좋은 메시지가 추가로 울렸다.

눈앞의 몬스터들도 전부 박멸했다.

태현은 놓았던 횃불을 들고, 천천히 안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서 5개의 거대한 돌판과 함께 석상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게 제단인가 보군.”

몬스터는 더 이상 출몰하지 않았다.

태현이 모든 몬스터들을 박멸했기 때문이다.

남은 몬스터라고 해봤자 둥지에 있는 부화되지 않은 알들 뿐.

“가운데 붉은 제단이라고 했지?”

태현은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둔 ‘천공의 핵’을 꺼냈다.

몬스터 중에서도 파수꾼이 들고 있던 천공의 핵.

아이템의 설명대로 가운데 붉은 돌판이 있었다.

4개의 검은 돌판은 동서남북으로 붉은 돌판을 감싸고 있었는데,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적어서 애를 좀 먹었다.

“뭐가 이리 좁아.”

앞에 상대했던 몬스터들은 도대체 이 좁은 곳을 어떻게 통과했을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자신보다 1.5배의 덩치를 자랑하던 몬스터들.

붉은 돌판 앞에 선 태현이 ‘천공의 핵’을 올려놓았다.

‘이러면 되나?’

천공의 핵은 10초 정도의 시간이 흐르자, 붉은 돌판에 흡수되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랐지만, 이후 메시지가 울렸다.

[신성룡 이외 다른 종족이 천공의 핵을 사용하셨습니다.]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신성룡의 ‘절대신 에어로돈’을 소환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소환하시겠습니까?]

‘이런 식이었군.’

신성룡들은 에어로돈을 소환할 수 없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에어로돈이 신이라고 불리더라도 이상할 건 없었다.

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소환.’

[에어로돈이 소환됩니다.]

태현은 어느새 검을 들고, 에어로돈의 공격을 대비했다.

그러나 소환 메시지 이후에도 몬스터가 나타나기는커녕 주위가 고요했다.

‘뭐지··· 이 위화감은?’

태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때였다.

부웅!

난데없이 검 하나가 그의 머리를 가격하기 위해 휘둘러졌다.

갑작스런 공격에 태현이 급히 몸을 뒤로 뺐다.

거대한 검은 그대로 검은 돌판 하나를 내리찍었다.

쿵!

돌판은 그대로 박살났다.

자세히 보니 검의 칼날은 무뎌질 대로 무뎌진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돌판도 마치 둔기에 얻어맞은 것 마냥 파괴되었다.

태현이 고개를 들었다.

엄청난 크기의 검을 쥐고 공격한 것은 다름 아닌 석상이었으니까.

‘저게 에어로돈이라고?’

천공의 핵까지 사용한 터라 신성룡과 비슷한 몬스터가 튀어나올 줄 알았는데, 비슷하지만 석상이 움직일 줄은 몰랐다.

부웅!

석상은 생각할 틈도 주지 않은 채로 태현을 공격했다.

그러나 검을 들고 휘두르기만 했기에 그를 명중시키는 건 불가능했다.

태현은 그 틈에 석상의 공격을 피하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이렇게 단조로운 놈이 보스일리는 없다. 에어로돈은 어딘가에 있다는 소리인데.’

눈앞에 석상은 마치 꼭두각시 인형과도 같았다.

꼭 누군가의 조종을 받는 듯한.

태현은 유령검을 소환하고, 고스트 스톰을 사용해서 석상의 다리부터 차근차근 부숴나갔다.

쾅!

쾅!

압도적인 공격력에 석상의 오른쪽 다리가 힘없이 무너졌다.

다리 하나가 없어짐에 중심을 잃은 석상이 그대로 고꾸라졌다.

태현의 공격은 쉬지 않았다.

석상 자체를 완전히 박살내서 가루를 만들어버리겠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고스트 스톰을 사용했다.

‘끝인가?’

태현의 공격으로 인해 석상은 돌무더기로 변해버렸다.

이전에 석상이었음을 믿기가 어려울 정도.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석상은 보스가 아니었다.

보스를 처리했다는 메시지가 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상한데··· 여기는 아무런 반응이 없잖아? 잠깐만···.”

굳이 여기에 등장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이 제단도 단순히 신성룡이 만들어서 에어로돈을 숭배하는 용도로 사용한 것이다.

석상은 신성룡이 만일을 대비해서 소환이 이루어지는 즉시, 침입자를 처단하기 위해 조작한 것이겠지.

그렇다면 답은 하나.

에어로돈의 소환 위치가 다른 곳에 있다는 것.

태현이 급히 제단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제단을 빠져나와서야 에어로돈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대한 푸른 용.

하늘을 가르며 주위를 빙그르르 돌고 있는 녀석.

저 놈이 에어로돈이 분명하다.

크와아아아아!

에어로돈은 침입자 태현을 발견하자마자 포효하기 시작했다.

태현은 그것이 신성룡들을 불러모으는 신호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신성룡은 단 한 마리도 나타나지 않았다.

크와아아!

다시금 포효해보는 에어로돈.

역시나 반응이 없었다.

그제야 이상함을 감지한 녀석이 태현을 노려보았다.

“몬스터는 내가 다 죽였는데, 이걸 어쩌지?”

태현이 피식 웃었다.

크와아아아!

에어로돈은 태현의 말을 알아들었는지는 몰라도 그가 서 있는 곳을 향해 브레스를 뿜었다.

날카로운 파동음과 함께 태현이 급히 몸을 뒤로 뺐다.

최대한 멀리 달아났다.

쿠르르릉.

에어로돈의 브레스는 그대로 구름을 형상화한 마법의 결계에 직격했다.

그러자 구름은 브레스를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흩어졌다.

결계의 일부분이 깨진 것이다.

“미x.”

자동으로 욕설이 뱉어졌다.

[에어로돈 : 창공의 룡 Lv.330]

레벨이 무려 330.

심지어 하늘에서 내려올 줄 몰랐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계속 하늘을 날면, 네가 유리할 줄 알았어?”

태현은 그 말과 함께 안식처에서 대기하고 있는 수하들을 전원 소환했다.

200명이 훌쩍 넘는 인원이 나타나자 에어로돈도 당혹감에 빠졌다.

“전부 저 놈을 잡는다. 마족들은 비행이 가능하지? 마법사들도 마찬가지고?”

“네!”

“네!”

수하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좋아. 비행으로 전투가 가능한 마족과 마법사는 위에서 싸워. 나머지는 밑에서 에어로돈을 격추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공격한다. 알겠어?”

“알겠습니다!”

“네!”

태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에어로돈을 힐끔 보았다.

에어로돈이 다시금 브레스를 뿜어내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 번 발사하면, 대기시간이 있는 모양.

그럼에도 빠르게 쏘아내려고 발버둥치는 것으로 보아 꽤나 조급한 모양이다.

“불안한가보지? 그럼 공격 개시!”

태현의 공격 명령이 떨어졌고, 수하들이 곧장 에어로돈을 덮치기 시작했다.

*같은 시각.

학생들이 훈련을 마치고, 보고를 위해 왕국 길드 사무실에 방문했다.

갑자기 많은 인원이 들이닥침에 자리가 비좁을 지경이었다.

임지성은 비좁은 공간에 침음을 흘렸다.

“음··· 아무래도 더 넓은 곳으로 이사를 가야겠는데?”

“그래야겠다.”

유지아 역시 동의하는 바였다.

그러면서 예비 길드원인 학생들에게 훈련 내용을 받아 적으며 간단히 몸 상태를 점검했다.

“에이··· 게이트 클리어 하는 게 훨씬 경험도 쌓고 좋은데.”

“사장님은 언제쯤 돌아오세요?”

장은아와 장은희가 투덜거렸다.

훈련장 안에서는 자신들이 설렁설렁하는 모습을 보면, 눈에 쌍심지를 켰는데, 지금 사무실에서는 어린아이마냥 불평을 늘어놓을 뿐이다.

학교생활과 훈련장에서의 모습이 익숙한 학생들은 멍한 눈으로 그녀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드르륵.

때마침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

비좁은 상황에서 새로운 인원이 추가됨에 임지성이 이마를 짚었다.

그러자 문을 열고 들어온 이가 감추었던 기운을 천천히 개방했다.

“헉!”

“으악!”

학생들은 기겁해서는 기운을 뿌리는 이에게서 최대한 떨어졌다.

비좁은 상황이라 학생들은 몸을 최대한 붙여서 자리를 내어주었다.

장은아, 장은희 역시 하얗게 질린 얼굴로 시선을 피했다.

유지아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고, 임지성 역시 하얗게 질린 채로 그 인물을 마주할 뿐이었다.

“왕국 길드에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태현이 전투에서 간혹 보여주는 전력.

S급 레이드에서 직접 확인해본바, 다리에 오금이 저릴 지경이었다.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적발의 남성은 태현보다 훨씬 강했다.

적어도 그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한태현 헌터 있나?”

그의 입에서는 영어가 흘러나왔다.

‘외국인 헌터인가? 그러면··· 미국 관리국이겠군.’

만행을 퍼트린 것은 태현이었으니까.

그에 용건이 있는 것이 이상하진 않았다.

“그··· 한태현 헌터는··· 아직··· 외출··· 중입니다.”

임지성은 겨우 겨우 영어로 말하면서 뜻을 전달했다.

“그런가? 그러면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도 되겠지?”

잘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것이다.

임지성이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을 마주한 순간, 거부하는 즉시 목이 날아갈 것만 같았으니까.

“일단··· 학생들··· 돌려보내겠습니다.”

“그러면 고맙겠군.”

적발의 남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쇼파로 갔다.

앉아있던 장은아, 장은희가 급히 일어나서 자리를 내어주었고, 남성은 고개를 숙임으로써 감사를 표했다.

‘태현이에게 해를 가하려고 온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그 모습으로 보아 적의는 없는 듯 했다.

어느새 기운을 갈무리해서 학생들을 안심시키는 모습.

물론 안심할 수는 없었다.

“지아야, 저 분께 차 한 잔만 드려줘.”

“···알겠어.”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유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들은 오늘 숙소로 돌아가 봐. 오늘 훈련 내용을 잘 숙지해서 내일도 똑같이 진행하면 된다. 알겠지?”

“네!”

학생들은 임지성의 지시에 우렁차게 대답하고는 급히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단, 장은아와 장은희는 예외였다.

혹여라도 임지성과 유지아를 공격할까봐 대기하는 것이었다.

“너희들도 그만 가 봐.”

임지성은 그런 그녀들의 행동이 고마웠지만, 위험에 노출시킬 수는 없었다.

“···조금만 더 있으면 안 될까요?”

순순히 물러날 그녀들이 아니었다.

그러나 임지성의 태도는 확고했다.

“부탁한다. 태현이였어도 너희들을 돌려보냈을 거야.”

“···네.”

진중하게 말하는 모습에 장은아가 고개를 힘겹게 끄덕였다.

결국 돌아가기로 마음먹고, 등을 돌린 순간.

드르륵.

사무실의 문이 열리면서 익숙한 인물이 들어왔다.

“여기서 뭐 해?”

“태현아!”

“사장님!”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태현이었다.

“네가 한태현인가?”

태현이 들어옴에 자리에 앉아있던 알드레드 프레드가 그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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