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화 갓 급과의 만남(1)
*크아아아!
에어로돈이 포효했다.
분노라는 감정이 물씬 풍겨왔다.
“큭큭, 화내면 뭐 어쩔 건데?”
태현의 수하들은 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에어로돈의 빈틈을 발견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그러나 행동거지들은 하나같이 조심스러웠다.
에어로돈의 레벨은 330.
자칫 잘못하면 제대로 된 공격을 해보지 못하고, 쓰러질 가능성이 높았다.
“공격!”
마스터 등급의 마족들의 명령에 나머지 마족들이 에어로돈을 덮쳤다.
놈에게 피해를 조금이라도 주기만 해도 성공이다.
마족들은 온 몸에 마기를 둘러 방어막을 형성하고, 공격에 집중했다.
크르르!
가소롭다는 듯, 울음소리를 터뜨리는 녀석.
확실히 마족들의 공격으로는 단단한 피부를 뚫을 수 없었다.
레벨차이가 심한 것도 있었지만, 내구성 자체가 상상을 초월했으니까.
‘엄청난 놈이군.’
태현이 혀를 내둘렀다.
공중전에서 애를 먹는 것을 보니, 이대로 가다간 마족들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비행 스킬을 구입할 수는 없을까?’
혹시나 싶어 휴대폰을 꺼냈다.
지구가 아니다보니 휴대폰의 데이터는 아예 터지질 않았지만, 킹의 상점을 접속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비행 스킬이 적혀있는 마스터리북이 눈에 확 들어왔다.
‘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에 구입하는 건데.’
[비행 Lv.1]
-스킬 사용시 10분 간,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습니다.
-10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스킬이 해제됩니다.
-비행 거리는 최대 3Km만 가능합니다. 그 이상의 거리를 비행할 시에는 스킬이 자동 해제됩니다.
크아아아!
마침 에어로돈이 브레스를 뿜었다.
그 곳은 태현이 있는 곳이었다.
“아모스님!”
“주군!”
수하들이 소리쳤다.
“괜찮으니까 공격에 집중해!”
태현은 재빠르게 몸을 뒤로 뺐다.
다행이 늦지 않았지만, 브레스는 결계의 일부분을 다시 한 번 박살냈다.
에어로돈은 분노했는지 머리를 흔들었다.
타이밍에 맞춰 마족들의 무기가 놈의 피부를 꿰뚫기 위해 부딪혔다.
“뭐가 이렇게 단단하냐!”
마스터 등급의 마족, 릴리가 답답함에 짜증이 담긴 말을 내뱉었다.
“비켜.”
그 말과 함께 태현이 얼음화살을 에어로돈을 향해 쏘았다.
콰직!
능력치 400이 훌쩍 넘어가는 그의 화살을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
태현의 예상대로 얼음화살은 에어로돈의 비늘을 뚫고 들어갔다.
“와!”
“역시 주군!”
다음에는 스트라이크 샷.
그가 시위를 다시금 놓자 이번에는 300발의 투사체가 에어로돈을 덮쳤다.
비행으로 인해 사거리가 가까워지면서 더욱 강력한 효과가 발생했다.
“계속 공격해라!”
투사체의 시간이 끝나자마자 그가 명령을 내렸다.
마족, 일반 수하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에어로돈을 공격했다.
태현 역시 유령검을 생성하고, 고스트 스톰을 시전하면서 공격에 가담했다.
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단단했던 비늘은 어느새 허물어졌고, 날개 역시 힘을 잃었다.
결국 에어로돈은 땅으로 추락했다.
“조져!”
기다리고 있던 레온과 기사들, 자객, 궁수, 마지막으로 포이즌 킹.
모두가 에어로돈을 끝장내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 결과.
[에어로돈 : 창공의 룡을 처치하셨습니다.]
[레벨이 5 올랐습니다.]
[‘에어로돈의 징표’를 획득하셨습니다.]
보스.
에어로돈을 처리할 수 있었다.
징표를 획득한 것이 그 증거였다.
태현은 곧장 업적 시스템을 열었다.
드디어 징표 수집가의 업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징표 수집가’-달성]
-포이즌 킹의 징표(획득)
-에어로돈의 징표(획득)
-트라파라의 징표(획득)
모든 징표를 모았다.
태현은 곧장 보상들을 확인했다.
[‘칭호 : 6대 킹 아모스’ 2단계 봉인이 해제되었습니다.]
[레벨이 10 올랐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합니다.]
‘좋았어!’
업적의 보상은 짭짤했다.
레벨이 10이 올랐고, 모든 능력치가 20이 추가로 올랐다.
가장 중요한 건, 2단계의 봉인이 해제된 것.
‘바로 확인해볼까?’
태현은 스테이터스를 오픈했다.
그 중에서도 칭호.
6대 킹 아모스의 상세 정보를 확인했다.
[칭호 : 6대 킹 아모스]
-전투부대 2개 추가 생성.(1사단의 이름에 맞춰 2사단, 3사단으로 자동 지정됩니다. 부대명이 마음에 들지 않을 시에는 수정이 가능합니다.)
*더욱 많은 병사들을 소환하여 킹의 힘을 강화합니다.
-무기 형태 변화(슬롯에 이미지를 저장하여 사용한다. 최대 4개)
*한 가지 무기에 얽매이는 것이 아닌, 여러 무기들을 마스터하는 것이 바람직한 킹의 모습입니다.
-인간 및 인간형 몬스터를 상대할 시, 모든 능력치가 33.3% 증가합니다.
*킹을 위협하는 자를 제압하기 위한 능력치가 보정됩니다.
-인간 이외의 종족을 직접 테이밍할 수 있습니다.(최대 5마리 제한)
*킹을 따르는 애완용입니다.(군주 Lv.7 달성하여 오픈)
-킹의 격려 : 수하들의 모든 능력치가 20% 상승됩니다.(1일 3회 사용 가능)
*버프 지속시간은 120분입니다.
‘호오.’
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1단계보다 많은 부분들이 업그레이드 되었다.
가장 첫 번째는 전투부대가 1개가 추가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원래 1, 2사단으로 운용되었다면, 이제는 3사단까지 생성되었기에 더욱 많은 수하들을 두게 되었다.
마족들까지 들어온 터라 1, 2사단이 거의 꽉 찬 상태였는데, 타이밍에 맞춰서 등장한 3사단이 마음에 들었다.
무기 형태 변화 슬롯도 1개가 추가되었고, 인간을 상대할 시, 모든 능력치가 30%에서 33.3%로 증가했다.
2단계의 핵심인 킹의 격려라는 버프까지도 생겨났다.
이렇게 킹으로서 더욱 완벽에 가까운 힘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관심사는 따로 있었다.
군주 레벨이 7로 올라가면서 칭호의 효과에 이미 적용되어있던 것이었다.
일전에는 없었던 효과인데, 아무래도 군주 레벨이 올라가면서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리라.
만약 칭호 레벨이 2로 상승하지 않았다면, 당분간 몰랐을 정보였을 것이다.
태현이 고개를 돌려 에어로돈의 시체를 보았다.
‘이미 죽은 시체가 테이밍이 가능할까?’
잘은 모르겠지만,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닐 듯 하다.
태현이 에어로돈에게 다가갔다.
불가능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은 다름 아닌 덕배(테이머)때문이다.
덕배는 죽은 포이진 킹의 시체를 살려내어 테이밍에 성공한 이력이 있었다.
‘시도해볼 가치는 있지.’
태현이 죽은 에어로돈의 시체에 다가갔다.
스윽.
그가 에어로돈의 시체에 손을 올리자, 이전 덕배 때와 마찬가지로 하얀 빛이 일기 시작했다.
“주군···?”
“저건 덕배의 능력?”
수하들은 놀란 듯, 중얼거렸다.
덕배는 입을 벌린 채로 태현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반면, 태현의 눈앞에는 하나의 메시지가 자리했다.
[테이밍 하시겠습니까?]
테이밍이 가능하다는 소리였다.
태현이 입가를 슬며시 올렸다.
‘그래.’
[테이밍을 시작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에어로돈의 시체가 빛나기 시작했다.
하얀 빛이 쏟아져 내리면서 에어로돈의 시체가 원래의 모습으로 복구되어갔다.
10초도 채 걸리지 않아, 허물어졌던 몸이 완벽하게 복구되고, 죽어있던 눈이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했다.
이전과 같은 적의는 보이지 않았다.
크르르.
에어로돈은 날개를 펼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태현의 앞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갔다.
복종의 의미였다.
태현은 에어로돈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크르르.
기분 좋은 울음을 토하는 녀석.
“나쁘지 않은 성과로군.”
에어로돈의 성소를 클리어하면서 271이었던 레벨이 297이 되었다.
추가로 칭호의 봉인도 풀었다.
업적까지 달성하면서 보상까지 획득했으니 일석 삼조였다.
“돌아가자.”
태현은 그 말과 함께 안식처로 돌아갔다.
*사무실에 다다랐을 때, 학생들이 사무실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태현을 발견하고는 곧장 그에게 다가왔다.
“선생님···.”
“으으···.”
몇몇 학생들은 몸을 바르르 떨었다.
‘뭐지?’
A급 학생들이 이렇게까지 공포에 젖은 것은 본 적이 없다.
태현은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하고는 멀리 보이는 사무실을 응시했다.
약하지만, 분명 꺼림칙한 기운이 느껴졌다.
“너희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봐.”
“네··· 그게요.”
학생들의 설명이 이어졌다.
갑작스레 적발의 사람이 들어오더니 압도적인 기운으로 자신들의 숨통을 조였다는 것.
얼마나 강했는지 S급인 임지성과 장은아, 장은희의 얼굴도 하얗게 질릴 정도라고.
“그렇구나··· 진정해. 내가 있으니까 너희들은 괜찮아.”
“···네.”
태현의 힘을 직접 보지 않았던가?
그의 말에는 그들의 공포를 떨쳐줄 힘이 담겨 있었다.
덕분에 학생들의 얼굴이 조금 편안해졌다.
“먼저 숙소로 돌아가 있어. 내가 처리하고 넘어갈 테니.”
“알겠습니다. 은아랑 은희는 아직··· 사무실에 있는 거 같아요.”
학생 하나가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 장은아, 장은희의 기운이 사무실에서 느껴졌다.
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걱정하지마라. 금방 끝나니까.”
그의 말에 학생들이 숙소로 이동했다.
혼자 남게 된 태현은 곧장 사무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임지성이 장은아와 장은희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었고, 그녀들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무실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그 행동이 중단되었다.
“여기서 뭐해?”
“···사장님!”
장은아와 장은희가 그를 발견하고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이렇게 압도적인 공포를 느껴본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그러나 태현은 그녀를 달래줄 수 없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적발의 사내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기운.
기운을 감추고 있었지만, 태현에게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네가 한태현인가?”
유창한 영어가 흘러나왔다.
태현은 잠시 손짓을 하고는 아공간 주머니에 들어있는 버프 하나를 사용했다.
일전에 비무대회때 사용했던 ‘언어의 마술사’였다.
혹시나 싶어 미리 구입해둔 버프였다.
“그렇다면 어쩔 거지?”
태현의 입에서도 유창한 영어가 흘러나왔다.
“호오··· 영어를 할 줄 아는가? 완벽하게 구사하는 군.”
알드레드 프레드는 그의 언어가 조금 예상 외였는지, 히죽 웃었다.
그러나 태현은 웃을 수 없었다.
‘갓 급이군. 미국인이라면··· 관리국에 관련 되서 찾아온 걸 테고.’
그의 머릿속에 프레드가 찾아온 이유들이 빼곡하게 나열되기 시작했다.
프레드가 굳이 한국에 올 이유는 비무대회 건밖에 없을 테니까.
“관리국 때문인가?”
태현이 먼저 선수를 쳤다.
“눈치가 빨라서 좋군? 갓 급끼리는 통하는 게 좀 있는 거 같아.”
여유로운 미소를 보여주는 프레드의 모습.
태현은 장은아, 장은희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머리는 건들지 마시라고요.”
“···정말이지.”
머리에 민감한 쌍둥이다보니 어느새 긴장을 풀고, 태현을 대하고 있었다.
그제야 태현이 미소를 짓고는 잠시 나가있으라며 턱짓으로 문을 가리켰다.
그녀들은 눈치가 빨랐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장 빠져나갔다.
“지성이랑 지아도 나가있어.”
“···응.”
“알겠어···.”
프레드의 관심사는 오로지 태현이었다.
그가 한국어를 함에도 태클을 걸지 않았다.
태현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이 사무실을 빠져나감에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직 태현만을 향해있었다.
“흠··· 그럼 대화를 다시 시작할까?”
프레드가 턱짓으로 쇼파를 가리켰다.
“그러지.”
굳이 대화를 나누겠다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태현이 쇼파에 가서 앉자, 프레도 역시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한국의 S급 게이트 소식은 들었어. 직접 나서서 처리했다지?”
첫 운을 띄운 건, 프레드였다.
“그래. 나서지 않았다면 모두가 죽었을 테니까.”
“흠··· 윌슨이 한국의 헌터들을 곤란하게 만들려던 건, 이미 들었다.”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군? 설마 내가 잘못했다면서 복수할 생각으로 찾아온 건 아닐 거 아니야?”
태현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가 잘못한 건, 전혀 없었다.
오히려 미국 관리국의 만행을 밝힘으로서 제 2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것 뿐이니까.
프레드 역시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복수할 생각은 아니었다. 단지 호기심이 동해서 말이야.”
“호기심?”
“그래 이런 호기심.”
어느새 프레드의 손에는 작은 단도가 쥐어져있었다.
‘!’
그는 쥐고 있던 단검으로 태현의 목을 노리며 공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