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121화 (121/160)

27화 나리유키 코타로(5)

*“크흐흐- 하하하!”

안식처에 들어온 제로스는 주위가 떠나가라 웃었다.

마치 고대하고 고대하던 공간에 들어왔다는 것처럼.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마족들은 긴장감이 서린 눈빛으로 경계했다.

다른 수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제로스의 힘이 대단하다는 증거였다.

“뭘 그렇게 웃지?”

“후후, 당연히 기분이 좋아서지. 이제 네 놈만 죽이면, 이 공간은 내가 차지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멍청한 녀석.

태현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이 공간의 태현의 고유 스킬이다.

‘아무래도 내가 마계를 뺏었다는 것으로 녀석도 뺏을 수 있다는 착각을 하는 모양인데.’

일전에 상대했으니 알 수 있다.

제로스는 그렇게 똑똑한 놈은 아니다.

단순히 힘으로 상대를 누르는 스타일.

태현의 입장에서는 제로스를 상대하기가 다소 수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로스의 얼굴빛을 달랐다.

마치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다.

“큭큭, 네 스킬로 이루어진 공간이라서 내 말이 허투루 들리나보군?”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지?”

“그럼. 설마 내가 생각 없이 여기를 들어왔겠나?”

그 말과 함께 제로스의 오른손에서 검붉은 마기가 줄기차게 뿜어졌다.

마기는 곧장 태현을 덮쳤다.

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스킬인 마기 제어.

태현은 그 마기를 자신의 것으로 끌어들여 무력화시켰다.

제로스의 눈이 조금 커졌다.

“네 놈··· 마기까지 다룰 수 있는 건가?”

“당연하지. 너를 쓰러트리고 얻은 능력이다. 마기는 소용없어.”

이것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제로스의 얼굴이 복잡하게 변했다.

“말도 안 돼··· 겨우 한낱 인간이 마기를 이렇게까지.”

“칭찬 고맙고, 이제 죽어라.”

태현은 곧장 고스트 스톰을 시전해서 제로스를 공격했다.

쏟아지는 검격에 제로스가 마기를 몸에 둘러 방어했다.

그렇기에 마기를 다시금 제어해서 흩으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제어가 되지 않았다.

제로스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나 또한 제어가 가능하지. 내 손에 벗어나지 않는 마기는 컨트롤할 수 없나 보군?”

“그래서?”

“후후, 그러면 이렇게 공격하면 되지.”

쾅!

제로스의 마기가 실린 주먹과 태현의 유령검과 겹치면서 엄청난 파공음을 만들어냈다.

“크윽··· 네 몸을 두르고 있는 것만 없으면 쉽게 끝날 싸움인데!”

“그럼 뚫어보던가.”

유령검뿐만이 아니었다.

크라포스를 처리하고, 얻은 비전 : 포스.

그의 몸에 두르고 있던 포스가 지금은 태현의 몸을 두르고 있다.

검은 오오라와 함께 유령검까지 그를 보필한다.

현재 제로스가 강하다고는 하나, 태현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그의 얼굴에는 묘한 미소가 지어져있었는데, 그것은 여유로움을 뜻했다.

“후후, 그래야지. 그럼 강탈해주마!”

순간, 제로스의 왼손이 뿌옇게 변했다.

그러자 태현의 몸을 두르고 있던 검은 오오라가 흩어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뭣···!”

태현은 다급함에 급히 몸을 뒤로 뺐다.

하지만, 그의 몸에 두르고 있던 포스는 흩어지더니 검은 구체로 변해 제로스의 왼 손에 붕붕 떠 있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대처가 불가능했다.

“이 몸의 능력에 놀란 모양이군? 흐흐흐.”

제로스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포스였던 검은 구체가 그의 손에 녹아들었다.

그리고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의 몸에 크라포스 때와 마찬가지로 검은 오오라가 발현되기 시작한 것.

능력을 강탈당한 것이다.

“주군의 힘을!”

“죽여버리겠다!”

마족들은 태현의 싸움을 지켜보다가 참을 수 없음을 느끼고는 제로스에게 돌진했다.

“이런···! 뒤로 빠져라!”

태현이 급히 만류했지만, 이미 늦었다.

마스터 등급의 마족들의 검과 창이 제로스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포스를 뚫기란 불가능.

“이··· 이게 무슨.”

“주군의 명령이시다! 빨리 뒤로 빠져!”

마족들은 뒤늦게나마 제로스에게서 떨어졌다.

“후후, 다시 나를 섬길 수 있도록 아직은 살려주마.”

제로스는 마족들을 건들지 않았다.

오로지 태현 하나만을 목표로 지정했다.

그는 다시금 마기를 이용해 태현을 옥죄기 시작했다.

쾅!

그의 마기와 태현의 유령검이 교차했다.

“마기를 품에서 놓을 생각이 없나보지?”

일부러 근접으로 공격하는 이유는 태현이 마기를 제어할 수 있기 때문.

제로스의 얼굴이 굳었다.

“뭐지? 네 몸을 보호하는 스킬은 없을 텐데? 어떻게 내 공격을 막았지?”

“미안한데 스킬이 하나 더 있거든.”

“···그게 무슨!”

그의 얼굴이 보기 좋게 구겨졌다.

반면, 태현은 여유로웠다.

“스킬을 연속으로 강탈하는 건, 불가능한가봐?”

“······.”

“말이 없는 것을 보니, 진짜인가보군.”

“그래서 뭐 어쩔 거지? 네 놈의 공격은 이제 소용이 없다.”

“뭔 착각을 하는 모양인데, 그거 약점 있다.”

“뭐?”

제로스의 주먹을 막은 것은 순전히 유령검이다.

그러니 포스가 무사할 수 있었지만, 제로스에겐 그의 주먹을 막아줄 방어막이 포스와 마기뿐이다.

태현은 압도적인 스피드로 제로스에게 바짝 붙었다.

그의 주먹이 제로스의 안면을 가격했다.

퍼억!

제로스의 몸이 붕 떠서 5m 가량 날아가더니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바로 이거.”

태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크아아악!”

고통스러운지 안면을 부여잡고 바닥을 뒹구는 녀석.

그럴 때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냈다.

“아프냐? 보기보다 엄살이 심하네?”

태현은 천천히 제로스에게 다가가서는 놈의 머리채를 잡아 올렸다.

그러자 그의 얼굴이 조금 변했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보였던 광기에 찬 눈빛이 아닌, 일반 사람의 눈빛으로 돌아와 있었기 때문이다.

“······.”

“크윽··· 당신··· 누굽니까?”

“···나리유키 코타로?”

“맞습니다··· 이제 다시는 못 깨어날 줄 알았는데··· 끄윽···.”

나리유키 코타로.

태현은 잡고 있던 머리채를 놔주었다.

그는 고통스러운지 머리를 부여잡으며 엎어졌다.

“괜찮으십니까? 상황 설명이 가능하세요?”

“···네. 다행이 공격이 강하게 들어온 탓에 조금은 유지가 가능할 것 같아요. 당신이 한 겁니까?”

끄덕.

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코타로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지어졌다.

“고맙습니다. 끄윽··· 그래도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이제 저는 완전히 먹힐 겁니다.”

“사정은 대충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제로스에 의해서 이렇게 됐다고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제가 제로스를 한 번 죽였었거든요. 그 때 힘이 약해져있어서 손쉽게 처리했죠.”

“후우··· 끄윽.”

괴로운지 얼굴을 구기며 겨우 호흡하는 코타로를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그는 조금 진정이 되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불분명 각성자로 각성하기 전에 저는 S급 각성자로 각성했습니다.”

“그렇군요.”

처음 듣는 이야기다.

태현은 묵묵히 코타로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러다가 문득 뇌리에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강한 힘을 주겠다고, 계약을 하자고요.”

“······.”

“저는 망설일 것 없이 계약했습니다. 힘을 주겠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물론 의심조차 안 한 건, 제 잘못이지만···.”

“······.”

“그런데 계약이 완료되자마자 제로스는 제 육체를 컨트롤하려고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스킬인 강탈에 의해 절반이 넘는 힘을 제가 가져오는데 성공했죠.”

“대단하시네요. 제로스의 힘을 강탈할 생각을 하시다니.”

“아니었으면, 저는 꼭두각시 인형이 됐을 겁니다. 그렇게 갓 급이 되었는데, 어느 순간 제로스의 남은 힘이 저를 먹어치웠습니다. 한순간이었어요.”

예상대로였다.

자신이 제로스를 처리하고, 남은 힘이 코타로의 몸에 있던 힘에 이끌려 들어간 것.

그리고 드디어 코타로의 몸을 지배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지금 이렇게 버틸 수 있는 이유가 뭐죠?”

“제로스의 힘을 강탈해서 제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힘이 들어오고, 끊임없이 싸우기 시작했죠. 결국에는 졌지만··· 끄아악!”

코타로가 다시금 괴로워했다.

아무래도 지금 이성을 유지하는 것은 한계인 모양.

태현의 눈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강탈 다시 한 번 사용할 수 있어요?”

“···전 여기까지가 한계입니다. 너무 늦었어요.”

“후우··· 정말 못하겠습니까?”

태현은 코타로를 죽이고 싶지 않았다.

지금 가지고 있는 힘은 몬스터를 박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니 코타로를 살리고 제로스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떻게든 그 방법을 이용할 것이다.

하지만 코타로가 고개를 저었다.

“너무 지쳤습니다. 사실상 이렇게 이성을 유지하는 것도 기적에 가깝습니다. 저는 이미 먹혀버렸거든요.”

너무 늦어버린 것이다.

태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

“끄윽··· 부탁드립니다. 편하게 만들어주세요.”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태현은 주먹을 쥐고, 코타로의 심장부를 내려쳤다.

그냥 주먹이 아니었다.

크라포스에게서 얻은 스킬, ‘패왕권’

단단하고도 날카로운 기운이 서린 주먹이 코타로의 심장을 그대로 부숴버렸다.

“쿨럭···.”

피를 토하며 절명하는 코타로를 뒤로한 채로 태현이 등을 돌렸다.

그러자 코타로의 눈빛이 사라지고, 다시금 광기에 젖은 눈동자가 태현을 응시했다.

“쿨럭··· 크아악! 한태현! 한태현!”

“빨리 꺼져. 괜히 일 두 번 만들게 하고 지x이야.”

태현이 눈을 부릅뜨고, 제로스를 노려보았다.

코타로의 몸은 이미 죽음의 문턱을 건넜다.

제로스 역시 무사할 수 없다.

그 증거로 방금 강탈당했던 포스가 다시금 돌아왔다.

태현의 몸에 검은 오오라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 이럴 수는 없다. 이럴 수는···.”

그 말을 끝으로 광기에 젖은 눈동자의 빛이 사라졌다.

완전히 죽었다.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마족들의 등급이 전부 1단계 승급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마족들의 몸이 빛나기 시작했다.

마스터 등급은 그랜드 마스터로.

최상급은 마스터로.

차례대로 승급하는 마족들의 모습을 보며, 씁쓸한 기색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에는 헌터 한 명의 목숨을 취해서 퀘스트의 보상을 얻은 셈이니 말이다.

태현이 고개를 돌려 절명한 코타로의 시체를 응시했다.

‘푹 쉬십시오. 당신이 희생했기 때문에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조의를 표하는데, 코타로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태현이 놀란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고, 승급을 마친 마족들은 긴장한 눈으로 그것을 보았다.

‘제로스는 죽었다. 퀘스트를 완료했으니 확실해.’

즉, 저건 제로스의 마지막 남은 의지다.

연기는 이전 마계에서 보았던 제로스의 본래 모습으로 형상화되었다.

-큭큭, 나를 죽여서 기쁜가?

“말이 통할 줄은 몰랐네? 어서 꺼져.”

-그렇게 자만에 빠진 모습도 곧 있으면 사라질 거다.

“그게 무슨 말이지?”

-하하하! 몬스터들이 왜 나타날까? 그건 차원이 무너진다는 징조지. 그리고 징조가 시작된 지 10년이 넘었지?

“······.”

-슬슬 시작될 것이다. 종말이 말이지. 크하하하-

“응. 꺼져.”

태현은 검으로 검은 안개를 베었다.

그러자 안개가 흩어지면서 제로스의 마지막 남은 의지가 완전히 소멸되었다.

*한국 헌터관리국 신고센터.

요즘 신고센터 직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바빴다.

오죽하면 연차들 전부 반납하고, 야근까지 강행할 정도.

그 이유는 게이트의 발생률이 폭등하면서 신고센터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띠링-

통화가 종료되면, 1초도 채 걸리지 않아 전화가 울린다.

-네. 신고센터 하동주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립니까?

-여기 마포대교에 거대한 게이트가 생겼어요! 등급은 뭔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빠르게 확인 좀 부탁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곧장 헌터들 파견 보내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뚝.

띠링-

-네. 신고센터 하동주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립니까?

-여기 경부고속도로 이용해서 부산 가는 중입니다. 그런데 김천가기 전, 도로 위에 게이트가 생겼어요! 친구 말 들어보니까 부산 IC 톨게이트 앞에도 생겼다고 합니다! 헌터들 보내서 확인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곧장 헌터들 파견 보내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뚝.

전화를 끊은 하동주가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금 전화가 울렸다.

“아,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갑작스런 게이트의 증가.

센터장실에 앉아있는 진도윤의 얼굴빛도 어두웠다.

“음··· 게이트가 갑작스레 폭등하다니··· 길드들에게 전부 지원요청을 보내야겠어.”

관리국의 힘만으로는 게이트를 안정시키기란 불가능하다.

다행이 신고가 접수되는 게이트들은 전부 B~C급.

갑작스레 게이트가 폭등하긴 했지만, 길드들이 돕는다면 금세 안정을 되찾을 것이다.

진도윤이 휴대폰으로 각기 길드마스터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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