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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124화 (124/160)

28화 8성 승급(3)

*시야가 다시금 들어왔을 땐, 가오스의 접견실이 아닌 전쟁터 한가운데에 있었다.

몬스터와 인간의 싸움.

그리고 그 중심에는 크라포스의 과거에서 보았던 남자가 몬스터들을 이끌고 있었다.

“잘 보이나?”

태현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어느새 그의 뒤에는 가오스가 서서 인간들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잘 보이네요.”

“그럼 저기 남자 뒤에 있는 사람도 보이겠군?”

가오스가 가리키는 손가락의 끝에는 한 젊은 남성이 있었다.

그런데 묘하게 익숙한 얼굴이었다.

태현이 젊은 남성과 가오스를 번갈아 보았다.

“설마···.”

“맞아. 저게 바로 나지.”

“······.”

젊은 남성, 가오스 역시 전쟁터 한복판에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몬스터들을 이끄는 남자의 옆에 있었다.

인간들의 편에서 싸우는 게 아닌, 몬스터들과 함께 인간들을 처리했다.

“저 때는 나 역시 차원을 파괴해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으니까.”

“···도대체 당신은 누굽니까?”

“초대 킹 가오스, 예전에는 벨루아와 같이 파괴신 가오스라고 불렸지.”

“벨루아··· 저 남자의 이름인 모양이군요.”

끄덕.

가오스는 말없이 고개만 주억였다.

“끄억···.”

단말마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부 인간의 것이었다.

태현은 씁쓸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일전에 가족들이 죽었을 때에도 저렇게 괴로워하면서 갔겠지?

그런 진실이 그의 마음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안타깝지···.”

가오스 역시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태현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가오스에게 물었다.

“그렇게 슬퍼할 거면서 뭣 하러 벨루아란 사람과 다니면서 차원을 부쉈습니까?”

“···지울 수만 있으면, 지우고 싶은 과거야.”

“어떤 계기로 생각이 바뀌었습니까?”

“생각··· 아니, 그때의 나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고 하는 게 맞았겠군.”

“없었다고요?”

끄덕.

가오스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태현의 물음에도 그저 침묵.

더 이상 대답할 거리가 없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이것만 하더라도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

“그럼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저는 6대 킹으로 이 자리에 있습니다.”

“알고 있네.”

“그러면 2~5대 킹들은 전부 실패한 게 맞습니까?”

“그래. 전부 실패했지. 그렇지만···.”

가오스가 무언가 말하려던 그 때, 마지막 단말마의 비명을 끝으로 주위가 고요해졌다.

2초 정도 지났을까?

몬스터들이 승리의 포효를 내지르기 시작했다.

인간들은 완전히 패배한 것이다.

“그렇지만?”

태현은 이후의 답을 듣고 싶었다.

“자네라면, 실패를 성공으로 바꿀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여기 내가 있는 곳까지 도달한 것을 보면 말이야. 후후.”

“······.”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오스를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여기까지 도달했으니 선물을 주지.”

가오스가 다시금 검지손가락을 튕궜다.

그러자 전쟁터였던 곳이 순식간에 원래의 접견실로 바뀌었다.

방금 것은 마법으로 이루어진 허상,

그럼에도 전쟁의 생동감이 그대로 느껴졌었다.

오죽하면 태현 역시 감정을 이입하고, 전쟁을 지켜보았을까?

“선물이라면?”

“내가 가지고 있는 힘을 추가로 부여하겠네.”

그 말과 함께 추가적인 메시지가 들렸다.

[성장시도권(+1,000)을 획득하셨습니다.]

[랜덤 소환권(8성)(+500)을 획득하셨습니다.]

[군주 경험치 250,000을 획득하셨습니다.]

[군주 Lv.7 -> Lv.9로 상승했습니다.]

[레벨이 100 올랐습니다.]

“헉!”

자연스레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보상이 압도적이어도 너무 압도적이었다.

태현이 가오스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까지 많은 보상을 주었으니 고개정도야 아깝지 않았다.

“이번 단계에서 내가 줄 수 있는 한계일세.”

이번 단계.

태현은 그 말에 우측에 있는 마지막 포탈이 떠올랐다.

“그럼 다음 단계에 도달하면, 더 많은 정보를 주실 겁니까?”

“자격을 갖추고 찾아온다면, 내 모든 것을 알려주도록 하겠다. 아직은 때가 아니야.”

“···기다리세요. 곧 다시 만날 테니.”

“기대하고 있겠네.”

*그가 원래의 세계로 돌아오자, 가만히 있던 휴대폰이 쉬지 않고 울리기 시작했다.

전화부터 시작해서 문자, 깨톡까지.

“그건 징조였던 건가.”

B~C급 게이트의 폭증.

다행이 태현과 그의 수하들이 나서준 덕분에 상황은 일단락되었지만, 지금 파주시에 몬스터가 쏟아져 내린다는 보고에 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원래라면, 소환권과 성장시도권을 사용했겠지만, 시민들이 죽어나가기에 일단 뒷전으로 미루기로 했다.

“일단 마족, 너희들은 급히 파주로 지원을 나가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태현의 명령에 마족들이 급히 움직였고, 그는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태현아. 연락이 안 되던데, 무슨 일 생겼어?

발신인은 임지성.

-소식 들었어. 몬스터가 쏟아져 나왔다고?

-그래. 영상 올라왔을 거야. 게이트가 등장하더니 갑자기 몬스터가 쏟아지기 시작했어. 숫자는 어림잡아서 1,000마리정도. 갑작스런 상황이다보니 헌터들이 제대로 대처할 수도 없었다.

-피해는 어느 정도래?

-말도 마··· 파주면 천검이 2번째 본거지로 사용하는 곳이라 천검 길드원들이 많이 있었는데, 거의 대부분이 중상을 입었다더라. A급 헌터 5명 정도는 사망했고, 그 밑의 길드원들은 100명이 훌쩍 넘었어.

-흠··· 일단 몬스터는 그럭저럭 밀어내고 있긴 한데, 문제가 이것뿐만이 아니야.

-뭔데?

-전 세계적으로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그리고 밑의 울산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러다가 S급 몬스터라도 튀어나오면··· 근처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죽는다고 봐야 돼.

-일단 파주 좀 맡아서 처리해줘. 울산은 내가 갈 테니까.

-알았어.

태현은 전화를 끊었다.

“젠장··· 파주만의 일이 아니었구나.”

파주 소식만 듣고, 부랴부랴 준비했는데 울산도 모자라 전 세계에서 발생중이라니.

태현은 때가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안 되겠다. 지금 가진 것들을 전부 사용해도 모자라.”

결국 태현은 안식처로 돌아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들을 전부 사용하기로 했다.

*쿠워워워!

울산에 등장한 B급 몬스터들.

헌터들에게는 비교적 약한 상대일지는 몰라도, 비각성자인 시민들은 아니었다.

“젠장! 빨리 처리해!”

갑작스레 등장한 몬스터 때문에 시민들만 죽어나갔다.

헌터들이 급히 구조에 나섰지만, 피해가 없을 수는 없었다.

“우리 아이가! 우리 아이 좀 살려주세요!”

중년 남성이 부르짖는 목소리.

아무래도 아이가 몬스터의 무리에 휩쓸린 모양인지, 중년인은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당장이라도 뛰쳐나가려는 태세를 취했다.

“진정하세요! 아이를 구조하려는데 움직이시면 시간이 지체됩니다!”

“어흐흑···.”

중년인이 무릎을 꿇은 채로 흐느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채민희도 눈물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

“부사장님! 다행이 아이는 무사합니다!”

“잘했어요. 다친 곳은 없나요?”

“힐러들이 완벽하게 치료할 정도의 부상만 입었습니다. 현재 시민들 325명을 구조했다고 합니다.”

“흑흑···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이의 아버지가 연신 감사를 표했다.

“아니에요. 어쨌든 계속해서 구조작업 진행하세요!”

“네!”

울산에 먼저 내려온 것은 연화 길드였다.

수도권 길드인 연화가 이곳에 있는 것은 가히 천운이라고 봐야 했다.

A급 게이트를 처리하기위해 많은 인원들을 이끌고 울산으로 내려온 연화.

그리고 맞닥뜨린 몬스터들.

레이드를 선택한 덕분에 죽어나갈 사람들을 300명이나 넘게 구조했다.

물론 헌터들 역시 부상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은 그럴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부사장님! 몬스터가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B급 몬스터지만, 숫자가 1,000마리르 거뜬히 넘어섰다.

눈으로만 봐도 2,000마리 가량 되는 것 같았다.

채민희의 얼굴이 굳어졌다.

쿠워워워!

그 때, 하늘에서 몬스터의 포효소리가 들렸다.

포효만으로도 이번 몬스터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을 정도.

헌터들은 두려움에 몸을 바르르 떨었다.

“뭐야··· B급에서 왜 이런 몬스터가···?”

채민희 역시 하얗게 질린 얼굴로 하늘을 응시했다.

거대한 드래곤.

이전에 보았던 최강의 몬스터 포이즌 킹을 능가하는 놈이었다.

과연 저 놈을 상대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드래곤을 응시하고 있는데, 순간 드래곤과 눈을 마주쳤다.

“이런!”

채민희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눈치 채고, 급히 인원들을 통제하며 그곳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드래곤은 이미 그녀를 발견하고 하강했다.

‘하필이면···.’

채민희가 레이피어를 세게 움켜쥐었다.

이 순간, 포이즌 킹을 농락했던 태현이 떠올랐다.

그와 가벼운 데이트를 한 이후로 제대로 연락조차 하지 못했었는데, 그것이 너무 후회됐다.

그런데 왜일까?

‘응? 이 기운은?’

저 드래곤에게서 태현의 기운이 물씬 풍겼다.

거리가 멀었을 때에는 몰랐는데, 지금은 확실하게 느껴졌다.

채민희가 도망치던 걸음을 멈추고, 하강 중인 드래곤을 올려다보았다.

그것을 눈치 챈 헌터들이 급히 채민희의 소매를 잡아끌었지만, 그녀는 요지부동이었다.

“부사장님!? 빨리 피해야 됩니다!”

“아니요··· 괜찮을 거에요.”

“네? 그게 무슨···.”

그녀의 예상대로 드래곤은 거리가 가까워짐에도 그들을 공격하지 않았다.

오히려 앞에 천천히 착지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허···.”

하지만, 헌터들은 드래곤의 행동보다도 그 위에 타고 있는 인물이 보이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태현 헌터님!”

드래곤의 등에 타고 있던 이는 다름 아닌 태현이었다.

그는 드래곤의 등에서 내려서 그들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십니까? 괜히 놀라게 해드렸네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채민희가 괜찮다고 말했지만, 뒤에 있는 헌터들은 그렇지 못했다.

같이 있던 시민들을 들쳐 없고 뛰어서 그런지 땀이 흥건한 모습.

태현은 미안한 마음에 볼을 긁적였다.

“급하게 오느라 신경쓰지 못한 점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그보다 몬스터들은 아직이군요?”

태현이 고개를 돌렸을 때, 몬스터들은 사람들이 없는 건물을 부수고 다녔다.

너무 많은 숫자에 헌터들에게서 구조되고 있는 시민들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자신의 집, 직장들이 한순간에 초토화되었으니까 정신이 붕괴되는 것도 당연하다.

“···헌터님의 힘이 필요해요.”

채민희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울 생각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겁니다.”

“···네.”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주억였다.

“머릿수로 밀어붙인다면, 저희도 머릿수로 응수해야겠죠?”

“······.”

태현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

일전에 보았던 능력이니까.

채민희를 제외한 헌터들은 그게 무슨 말인지 몰라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그의 등을 바라볼 뿐이다.

‘전부 나와.’

이윽고 태현이 수하들을 전부 소환했다.

8성으로 승급한 수하들과 이번에 소환권으로 소환한 8성의 수하들.

1,000명이 훌쩍 넘어가는 거대한 숫자에 몬스터들이 흥분해서는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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