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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128화 (128/160)

29화 대응(4)

*태현은 일산의 수색을 진행하던 중, 이질감 가득한 기운에 얼굴을 구겼다.

새로운 몬스터일까?

“아무래도 조심해야 될 것 같다.”

상당히 강한 기운이다.

그리고 그 옆에 느껴지는 3명의 기운.

아무래도 A급 헌터인 모양이다.

하필이면, 헌터를 노리다니.

태현의 걸음이 점차 빨라졌다.

따라붙는 장은아, 장은희가 물었다.

“엄청 강한가보네요?”

“투시로 감지가 안 되네요···.”

그렇겠지.

S급이 무색할 정도로 강한 기운인데, S급 헌터가 스킬 하나로 먼 거리의 기운을 꿰뚫는 건 불가능하다.

때마침 3명의 기운이 사라졌다.

그리고 강한 이질감이 느껴지는 기운 또한 그 자리에서 멀어졌다.

“···3명이 당했다.”

“······.”

“······.”

태현의 말에 그녀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자 주변의 헌터들이 시신의 근처에 몰려들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고 헌터들이 붙었군.’

다행이 강한 기운을 흘리는 놈은 그 자리에서 사라진지 오래.

태현은 일산 근처를 수색하고 있는 레온을 불렀다.

‘레온!’

‘말씀하십시오.’

‘지금 일산에서 수색하고 있나?’

‘그 옆에 있습니다. 곧바로 붙을까요?’

레온도 상대방의 기운을 눈치 챈 듯, 목소리가 진중했다.

‘그래. 바로 붙어. 곧장 뒤따라가마.’

‘알겠습니다.’

위잉-

그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진동했다.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싶어 곧장 휴대폰을 꺼냈다.

발신인은 모르는 번호.

태현은 통화버튼을 누르고 휴대폰을 귀에 가져갔다.

-네. 한태현입니다.

-수고하십니다! 천검 길드원 박봉주라고 합니다!

-네. 천검에서 무슨 일로 저한테 연락을?

-천태도 사장님께서 대신 보고를 해달라고 부탁을 받았습니다.

-보고? 혹시 일산에서 헌터 3명이 당했다는 말씀을 하려는 건가요?

-헙··· 어떻게 아셨습니까?

-갓 급 헌터입니다. 기운을 감지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아아··· 그러시면 지금 이동 중이십니까?

-네. 범인을 잡아들여야죠.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해주세요.

태현은 그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의미 없는 대화를 주고받을 정도로 여유로운 상태가 아니었다.

“얘들아, 아무래도 빨리 움직여야 될 것 같다.”

같은 일산이지만, 태현이 있는 곳은 범인의 반대편이었다.

아무리 빨리 간다고 하더라도 20분이다.

물론 장은아, 장은희가 따라오기 힘들 정도의 스피드를 올렸을 때 가정 하에 말이다.

“···알겠어요. 그러면 저희들은 부사장님께 다시 돌아갈게요.”

“그래도 되겠어?”

“네. 투시로도 보이지 않는 적이잖아요. 저희들은 방해만 될 게 뻔해요.”

그녀들도 눈치는 있다.

지금 이대로 같이 갔다간 분명 방해가 되고 말 것이다.

이럴 때에는 조용히 빠지는 게, 태현을 도우는 길이다.

“그래. 조심히 들어가라.”

태현은 수하 3명을 그녀들에게 붙여주고는 곧장 기운이 서린 곳으로 향했다.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태현이 사라지고 나서야 걱정이 물밀 듯이 치고 들어왔다.

“주군은 괜찮으십니다.”

수하들은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괜찮은 거겠죠.”

자신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온 수하들.

지금은 그들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눈치가 빠르군.”

헌터 3명을 살해한 남자는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기운을 느끼며 히죽 웃었다.

얼마 만에 이런 강적을 상대하는 건지 모르겠다.

온 몸의 피가 끓어오르는 느낌.

실로 오랜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대할 때가 아니었다.

“그만 하고 나오지?”

남자가 어둠에 가리어진 풀숲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러자 풀숲에 숨어있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최대한 기운을 숨겼는데도 들키다니.”

“호오? 설마 킹의 수하인가?”

“그렇다.”

풀숲에 숨어있던 이는 바로 레온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20명이 넘는 수하가 불쑥 튀어나와서는 남자의 주위를 에워쌌다.

“전부 킹의 수하들이로군. 재밌군. 재밌어.”

수하들까지 자신의 기운을 감지할 줄은 몰랐는지 꽤 놀란 얼굴이다.

“살기가 장난이 아니군. 도대체 사람들을 죽인 이유가 뭐지?”

레온이 물었다.

“사람?”

“그 오른손에 들린 단검으로 사람들을 죽였잖아. 시치미 뗄 셈인가?”

“아아··· 그 자들을 말하는 거군. 시끄럽게 굴 길래 조용하게 만들었다. 그게 뭐 잘못인가?”

“···잘못이냐고?”

“하등한 종족이 내 심기를 건드렸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

“······.”

“약육강식에 제외되는 존재는 없어. 그건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다.”

남자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레온이 검을 치켜들고, 남자의 목을 노렸다.

당장이라도 베어버릴 것만 같은 모습.

그러나 남자는 여유로운 미소를 잃지 않았다.

“네 말이 틀린 건 없다. 하지만, 지성을 가진 존재라면 사리분별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나?”

“흐음··· 수하들이 이 차원에 완전히 물들었군. 가능하면, 살려두려고 했는데.”

“!”

남자는 순식간에 레온에게 바짝 붙었다.

얼마나 빨랐으면, 수하들이 그 움직임을 캐치하지 못할 정도였다.

“겨우 이걸로 놀라면, 재미없는데.”

“크윽···.”

레온이 급히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검은 허공만을 갈랐을 뿐.

남자는 어느새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 수하들을 스윽 훑은 뒤였다.

“너무 약해. 내가 왜 일부러 너희들에게 등을 내줬는지 모르겠나?”

“크윽··· 그게 무슨 말이지?”

“주제를 알라는 뜻이다. 생각 없이 덤비다간 달고 다니는 목이 얼마 못 간다.”

남자의 입에서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헛소리!”

수하들이 일제히 남자를 공격했다.

화살부터 시작해서 강력한 화염계 마법까지.

쾅!

고막을 찢을 정도로 강렬한 폭음이 주위에 퍼져나갔다.

남자가 서 있던 자리에는 거대한 구덩이가 움푹 파였다.

“해치웠나?”

모든 공격이 남자를 뒤덮었고, 그에게서 느껴졌던 기운 역시 사라졌다.

그 증거로 눈앞에는 거대한 구덩이만 있을 뿐,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런 거 같은데?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마지막 화염계 마법에 온 몸이 타들어간 건가?”

“이상해···.”

그런데 이렇게 쉽게 끝난다고?

무언가 이상했다.

“당연히 이상해야지. 겨우 그딴 공격으로 누굴 상대하겠다고?”

“헉!”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수하들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갔다.

그 자리에는 남자가 비릿한 미소를 머금은 채,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냥 무릎 꿇고 빌면 어련히 보내줄 것을.”

남자는 그 말을 남기고, 모습을 감췄다.

물론 도망간 것이 아니다.

수하들의 동체시력으로 인지가 불가능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갑자기 증폭된 기운에 수하들의 몸이 움찔 떨렸다.

“방어에 집중해!”

레온이 외쳤다.

“괜히 나대다가 죽는 거야.”

귓가에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남자의 단도가 수하들을 차례대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뭣···!”

8성 마법사가 곧장 방어막을 모두에게 펼쳤다.

하지만 남자의 단검은 방어막을 뚫고, 수하들의 심장부를 빠르게 찔렀다.

“크헉···.”

가장 먼저 쓰러진 것은 궁수였다.

그리고 차례대로 기사, 자객, 마법사까지.

그들은 단 한 차례의 공격에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역소환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남자가 움직이는 내내 수하들이 그의 실루엣조차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결국 레온만을 제외하고, 모든 수하들이 역소환되고 말았다.

“이건 말도 안 돼···.”

기운이 아까보다 더 강해졌다.

그런데 지금은 남자에게서 아무런 기운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이미 자신을 초월했다는 것.

레온의 얼굴이 하얘졌다.

이런 적이 태현을 노리고 있다고?

‘주군! 여기 오시면 위험···.’

“크억···.”

레온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이미 남자의 단검이 그의 심장을 뚫고 사라졌으니까.

“30초.”

“끄윽···.”

남자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에는 짜증이라는 감정이 올라온 상태였다.

“도대체···.”

레온은 말을 하기도 전에 역소환되었다.

죽음과도 같은 치명상을 입은 이상, 더 이상 버티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그래도 지금까지 봐왔던 수하들 중에서는 가장 강하군.”

남자는 단검에 묻은 피를 가볍게 털어내면서 중얼거렸다.

조금은 기대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게 뭔가?

겨우 30초?

“그래도 멀었어.”

이 정도의 수하를 먼저 보낸다는 건, 자신을 이토록 무시했다는 증거가 아닌가?

왠지 김이 팍 샜다.

“겨우 이정도 수하를 부릴 정도면, 생각보다 별 볼 일 없는 놈이겠군.”

어째서 벨루아가 이 타이밍에 자신을 보냈는지 알 것만 같았다.

손쉽게 이길 수 있는 싸움이니까.

그러니 자신을 보내서 끝을 보게 한 것이리라.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상대방의 무위를 대충이나마 파악했다고 하더라도, 완벽한 승리를 확신하지 않는 이상 함부로 나서지 않는다.

남자는 게이트를 열고, 그대로 사라졌다.

*“끄아악···!”

수하들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 중이던 태현이 그 자리에서 머리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한 번에 많은 인원이 역소환되었다.

그것도 죽음에 이르는 고통으로.

역소환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크윽··· 방금 기운은 뭐지?”

머리를 부여잡은 태현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8성의 수하들과 엇비슷한 수준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런데 그 이질감이 느껴지는 기운이 갑자기 증폭되면서 수하들을 전부 처리했다.

마지막 레온이 남았을 때에는 태현을 뛰어넘을 정도의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고, 이내 레온마저 역소환되었다.

“젠장··· 안식처 이동만 가능했어도···.”

군주 스킬 중 하나.

각성 초반에 게이트를 클리어 하겠답시고, 유용하게 써먹은 이동스킬이었다.

하지만, 마계를 접수하면서 하나가 되었고, 그로 인해 안식처의 위치를 마음대로 변경할 수 없게 되었다.

많은 이득을 취했지만, 조금의 손해도 감수한 셈이다.

당시에는 별 타격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 지금은 어마어마한 타격으로 다가왔다.

“끄응···.”

기운은 어느새 사라진 뒤였다.

덕분에 그 자리에서 쓰러진 태현은 일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고, 멍하니 하늘만 올려다볼 뿐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강해야 되는 거냐?”

레벨이 400을 돌파했다.

보너스 능력치와 스킬까지 합친다면,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한 이가 자신이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정도면 충분히 벨루아와 비벼볼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눈앞의 적은 잠깐이지만, 자신을 뛰어넘었다.

그런 사실이 태현의 속을 벅벅 긁어놓았다.

“···녀석들, 이런 치명상은 처음일 텐데.”

걱정이 되었다.

수하들 모두 죽음에 가까운 치명상으로 인해 역소환되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안식처로 가서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조차 없었다.

그 기운의 정체가 언제 다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주군! 괜찮으십니까!?’

레온과 수하들이 당했다.

그건 모든 수하들 역시 느꼈을 것이다.

‘괜찮다. 일단 레온이랑 나머지 녀석들은 좀 어때?’

‘주군게서 살아계시는 한, 저희들은 불멸의 존재입니다. 단지, 의식을 잃은 상태다보니 언제 깨어날지는···.’

‘그렇군··· 일단 알았어. 순찰은 계속 진행해. 놈은 다시 나타날 거다.’

‘알겠습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어쨌거나 뭐가 되었든 놈은 다시 나타날 것이다.

태현은 억지로 몸을 일으켜 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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