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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129화 (129/160)

29화 대응(5)

*천태도가 일산에 도착했을 때에는 상황이 종료된 뒤였다.

태현에게 보고를 취했으니 그가 발목을 붙잡고 있을 줄 알았지만, 예상 외로 태현은 얼굴을 구긴 채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오셨습니까?”

말은 친절했지만, 속은 그렇지 못했다.

부작용은 진정되었지만, 8성의 수하들이 20명이나 역소환되었다.

어떻게 해서든 범인을 빠르게 잡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사라진 적을 어떻게 찾는단 말인가?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천태도가 급히 다가와 물었다.

태현은 담담히 말했다.

“아쉽게도 적은 도망간 상태입니다.”

“아···.”

천태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가 이해한 것은 태현은 적과 충돌이 있었고, 적은 보기 좋게 도망친 것이었다.

“패배한 거 아닙니다.”

그의 생각을 눈치 챈 태현이 단호히 말했다.

물론 레온을 포함한 20명이 역소환되기까지는 1분이라는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엄청난 강적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아직은 진 게 아니다.

직접적으로 놈과 싸운 것이 아니었으니까.

“···놈의 무위는 어느 정도입니까?”

“최소 갓 급 이상입니다.”

“······.”

갓 급 이상.

그것도 최소치.

그럼 최대치는 어느 정도라는 말인가?

갑자기 몸에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었다.

놈에게 복수를 하려고 일산까지 왔다.

그런데 S급인 자신의 힘으로는 복수는커녕 목숨만 내어주는 꼴이 될 뻔했다.

“그런데 여기는 왜 오셨습니까? 복수?”

목숨을 잃은 헌터들은 전부 천검의 문양이 수놓아진 로브를 입고 있었다.

A급 헌터 3명 모두 천검 소속.

천태도가 일산까지 다이렉트로 달려온 것만 보더라도, 그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어린아이라도 알 것이다.

“···네. 무조건 해야겠습니다.”

“목숨을 내어주려고요?”

얼굴을 굳힌 채로 말하는 태현의 모습에 천태도가 쓰게 웃었다.

“그래도 마스터라는 놈이 가만히 있으면, 먼저 간 녀석들이 원망할 겁니다.”

“글쎄요··· 자신 때문에 천검의 마스터가 죽는 걸 보고 싶어 하지는 않을 거 같은데.”

“······.”

“이미 알고 계시잖습니까? 그냥 원래 자리로 돌아가세요.”

“···죄송하지만, 저는 이미 마음을 굳혔습니다. 놈이 죽거나 제가 죽어야지만 끝날 것 같습니다.”

막무가내의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일전에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이 다시금 떠올랐다.

그 때도 생각 없이 들이받는 모습에 첫인상을 제대로 구겼었는데.

태현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었지만, 사지로 내몰고 싶지는 않았다.

남자가 모습을 감춘 이상, 언제 다시 나타날지 모른다.

괜히 혼자 다니게 했다가 습격이라도 받는 순간, 천검은 끝날 것이다.

S급 헌터인 길드 마스터가 습격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면, 천검 자체의 분열이 시작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일단 이거 하나만 묻겠습니다. 적은 어떻게 찾으려고요?”

“일단 헌터들이 전국적으로 순찰을 돌고 있지 않습니까? 모니터링하고 있고요. 범인이 다시 나타나면, 바로 향하면 됩니다.”

“그래서 지금 적은 모니터링이 됐습니까?”

“······.”

천태도는 말이 없었다.

이거 봐라.

생각도 없이 움직이니 저런 판단이 나오지.

태현은 속이 부글부글 끓는 것을 느꼈다.

“그때는 이미 늦습니다. 제 소환수가 당하기까지 불과 몇 분의 시간이 걸린 줄 아십니까?”

“···1시간?”

“1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20명이 모두 사살되기까지요.”

“······.”

“그런데 겨우 모니터링해서 범인의 위치를 찾아서 잡으려고요?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태현의 말을 구구절절 옳았다.

그래서 화가 났다.

“내가 알아서 합니다!”

결국 천태도가 폭발해서는 소리를 빽 질렀다.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입을 닫았지만, 이미 새어나간 말은 돌아오지 않는다.

“죄··· 죄송합니다. 순간 욱해서···.”

급히 사과했지만, 태현의 얼굴은 이미 싸늘하게 굳은 뒤였다.

“그럼 마음대로 하십시오. 길드의 마스터란 사람이 그렇게 생각이 없어서 어떻게 합니까?”

태현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생각에 잠겼다.

남자가 숨어들었다면, 그건 필히 게이트일터.

나타나지 않는다면, 찾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천천히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

반면, 천태도는 쥐 죽은 듯이 서 있다가 그 자리를 벗어났다.

*남자는 게이트에 들어와 잠깐의 휴식을 취했다.

힘을 소모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고, 단지 태현의 움직임을 지켜보자는 계획 하에 주어진 휴식이었다.

터벅. 터벅.

어둠 너머 발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소리에 남자가 자연스레 한 쪽 무릎을 굽혔다.

“벨루아님.”

“그래. 꽤 타격을 준 모양이더군? 그보다 갑자기 게이트로 돌아와?”

남자의 행동을 전부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죄송합니다. 일단은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자는 마음으로 움직인 것입니다.”

감정이 묻어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사죄하는 모습에 벨루아가 코웃음을 쳤다.

“웃기는 자식. 그래. 킹을 죽이라고 명령을 내렸었는데 말이야. 일단 보류.”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간만에 재밌는 구경을 할 줄 알았는데··· 놈은 아직 가오스의 힘을 제대로 이어받지 않았더군?”

“강한 기운이었습니다. 가오스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지금 말대답 하는 건가?”

벨루아의 목소리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아닙니다. 단지 제 의견을 말씀드렸을 뿐입니다. 거기서 충돌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어쨌거나 보류.”

저렇게 말대답하는 모습을 보니 울화가 치밀었다.

실력이 없었다면, 진즉에 소멸시켜버렸을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소멸을 생각할 정도로 남자의 태도는 싸가지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그렇지만 남겨두는 이유는 그만큼 자신의 절대적인 명령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수행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다.

“죄송합니다.”

“됐고, 명령에 복종하도록 해라.”

“이유를 여쭤도 괜찮겠습니까? 이전의 킹들은 가오스의 힘을 제대로 이어받지 않았더라도, 죽였지 않습니까?”

에일린을 제외하고, 모든 킹이 벨루아의 손에 죽었다.

그건 태현도 제외대상이 아니었다.

“이유? 알려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 가오스 이후로 재밌는 놈을 만난 건 처음이니까. 큭큭.”

벨루아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태현의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심장이 강하게 뛰었다.

이렇게 두근거리던 것이 얼마만인가?

이런 느낌은 가오스 이후로 처음이었다.

하지만, 태현은 아직은 조금 부족했다.

“이후로 말씀이십니까?”

“그래.”

남자, 아레스의 힘에 필적할 것이라 생각하고, 앞에 있는 아레스를 먼저 보내도록 했다.

하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지금 상태로 아레스의 계획대로 흘러간다면, 재미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결국 아레스가 예를 갖추며, 명령에 응했다.

“그래. 그럼 마저 일 보도록 해.”

“알겠습니다.”

벨루아는 대답을 마치고, 아레스가 있는 게이트에서 사라졌다.

그제야 아쉬운 얼굴로 입맛을 다시는 아레스는 게이트를 살짝 열어서 바깥의 상황을 한 번 보았다.

킹과 싸울 수 있는 기회였는데, 보기 좋게 날아갔다.

쉬익!

열린 게이트 틈으로 바람이 불었다.

자연적인 것이 아닌, 인위적인 바람.

아레스의 얼굴이 순간 굳었고, 게이트에서 잠시 떨어졌다.

그리고 그 조그마한 게이트를 비집고, 들어오는 한 명의 인영이 있었다.

“마족?”

아레스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눈앞에는 마족이 날개를 접고, 게이트를 들어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으니까.

“끄응, 뭐가 이리 좁아. 잠깐 게이트 좀 열어주십시오!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킹에 대해서입니다!”

“···일단 들어와서 이야기하지.”

인간을 대할 때와는 다르게 호의적인 모습.

아레스는 게이트를 마족이 여유롭게 들어올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키웠다.

그러나 그건 최대의 실수.

게이트의 크기가 커지자마자 익숙한 기운을 가진 남자 하나가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안녕? 개xx야.”

“킹···.”

게이트를 들어온 이는 다름 아닌 태현이었다.

단단히 화가 났는지 그의 얼굴에는 비릿한 미소가 지어진 상태였다.

“내 수하들에게 아주 재밌는 짓을 했더군?”

“그보다 마족은···.”

아레스의 시선이 마족에게로 향했다.

“마족? 아, 너는 그만 들어가 봐.”

“알겠습니다!”

마족이 킹에게 허리를 굽히고, 게이트를 도로 빠져나갔다.

그 모습은 아레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뭐지? 어째서 마족이 킹을 따르는 거지?”

“알 필요 없고, 너는 좀 맞자.”

어느새 태현의 손에는 검이 쥐어져있었다.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에는 길드 마스터들이 모니터로 전국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산은 예외였다.

“천태도 헌터한테 연락이 오네요.”

“범인의 위치는 아직도 포착이 되지 않았나?”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는 카메라 포착이 됐다면, 누가 범인인지 짐작정도는 가능했다.

그러나 누가 막아놨는지는 몰라도, 일산 근방으로는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았다.

헌터들이 당했을 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아직도 그 곳만 포착이 되지 않고 있어.”

최강식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쪽 만요?”

“그래. 왜 굳이 직접 나서서 헌터들이 죽은 곳으로 갔겠어?”

“······.”

카메라에 포착이 되지 않았다면, 범인 정체를 밝혀내기에는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천 헌터께서 돌아왔군요.”

백승한의 말에 대표들이 문을 바라보았다.

끼익-

그의 말대로 문이 열렸고, 천태도와 장은아, 장은희가 같이 들어왔다.

“왜 오셨습니까?”

“분명 잡으러 가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대표들의 표정은 한결 밝아져있었다.

분명 범인을 잡으러 갔다가는 크게 다쳤을 테니까.

“제가 생각이 너무 짧았습니다.”

머리를 긁적이는 천태도의 모습에 최강식이 그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군? 천 헌터가 한 번 화가 나면 물불 안 가리는데··· 누구 만났어?”

“한태현 헌터님을 만났습니다.”

“한 헌터를?”

“네. 거기서 따끔하게 한 소리 들었어요. 그제야 정신이 들더군요.”

“크흠··· 괜찮아. 앞으로 조심하면 되지.”

시무룩한 천태도의 얼굴로 보아 태현에게 쓴 소리를 많이 먹은 모양이다.

최강식은 그런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주었다.

위이이잉-

그 때, 모니터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테두리에서 빨간 빛이 깜빡이면서 비상사태라는 것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런···! 몬스터가 쏟아지는 모양입니다!”

“갑자기 또 나오다니!”

조금 잠잠해지나 싶었는데, 다시금 등장하는 몬스터의 모습들.

게이트가 생성되자마자 몬스터가 쏟아져 나온 것이다.

“투시로 보기도 전에 쏟아지는 건 반칙이잖아!”

장은아가 소리를 빽 질렀다.

모니터에서 쏟아지는 온갖 몬스터들이 그들의 등골을 서늘 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태현이 있었다.

“괜찮습니다.”

아까 느꼈던 강한 기운은 현재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게이트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 같은데.

“오오! 한 헌터님의 소환수가 몬스터들을 잡아내고 있습니다!”

한 명의 대표가 소리쳤다.

그 말대로 모니터에서는 태현의 수하들이 몬스터들을 가볍게 학살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이미 대피한 상황.

헌터들 역시 몸을 뒤로 빼서 수하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몬스터가 다시 쏟아질 겁니다. 이번에는 더 강한 놈인 것 같습니다.”

백승한이 착잡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니터에는 게이트가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적나라하게 나오고 있었다.

투시는 모니터를 뚫고도 확인이 가능한 스킬.

“이전의 게이트보다 훨씬 짙어요. 조심하셔야 합니다.”

“끄응···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야.”

장은아, 장은희 역시 게이트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을 보고는 몸을 흠칫 떨었다.

그 정도로 게이트에서는 사악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많은 몬스터가 쏟아지는군요.”

서울뿐만이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많은 양의 게이트가 쏟아졌다.

이건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같은 상황일 것이다.

“이거 이상합니다!”

다급하게 외친 건 채연화였다.

길드 대표들이 일제히 그녀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저기 보세요.”

그녀의 손가락 끝은 3개의 모니터에 멈춰있었는데, 그것은 드론으로 찍고 있는 것인 마냥 위에서 아래를 찍고 있었다.

“어? 저기는 멀쩡하네. 사람들도 잘 돌아다니고.”

전체적으로 거리가 활발했다.

백승한이 다급하게 물었다.

“저기는 어디입니까!?”

“···일본과 미국입니다.”

“일본이요!?”

“네··· 이번 게이트는 철저히 한국에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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