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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131화 (131/160)

30화 좀 맞자(2)

*도대체 왜 죽이지도 않고 때리는 것이냐!

속으로 부르짖는 아레스는 당장이라도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파도 너무 아팠다.

이제 곧 죽겠다 싶으면, 옆에 있는 마법사가 힐링을 걸어서 몸을 회복시키는 것이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주군··· 슬슬 마무리를 지으셔야 되지 않습니까?”

결국 힐러가 조심스레 묻는 모습.

태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2,000대는 넘게 더 맞아야 끝날까 말까인데, 무슨.”

“······.”

2,000대?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내뱉는 거지?

그렇게 때리고도 아직 때릴 게 남아있단 말인가?

아레스가 핏발 선 눈으로 태현을 노려보았다.

제발 좀 끝내달라는 간절함이 담긴 눈빛으로.

그러나 그 눈빛을 오해한 태현은 더욱 사악하게 웃을 뿐이었다.

“봐라. 아직도 나를 죽이려고 노려보는 거 보이지?”

“여··· 역시 주군이십니다!”

“제발···.”

퍼억!

아직 끝나려면 멀었다.

태현의 주먹이 쉬지 않고, 내리 꽂힌다.

힐러는 힐링을 퍼부었고, 그렇게 아레스의 고문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

*한국의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쏟아지는 것은 전 세계로 보도되었다.

실시간 중계를 통해 한국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닥쳤는지, 자신들의 자국 역시 위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 모으기 위해 진행되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한국에 저렇게 강한 헌터들이 많다고?]

[이제 보니 한국이 S급 헌터을 숨겨놓고 거짓말 한 게 아닐까?]

[한 헌터도 갓 급 아니라고 신랄하게 까더니 결국에는 갓 급으로 판명났잖아?]

[관리국들이 발표하는 걸 믿을 수 있어야지. 이제 나는 못 믿겠어.]

외국은 수하들이 태현이 부리는 소환수임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경외심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커졌다.

물론 수하들을 직접 대면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어? 그런데 봐봐. 저기 날개 달린 박쥐인간! 분명 우리들의 나라에 몬스터 들어왔을 때, 도와주었던 박쥐인간이잖아!]

[그럼 한국의 헌터가 아니고, 순전히 도우러 나타난 히어로인가? 대단하군.]

태현의 명령에 의해 몬스터를 처단했던 마족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그런 기사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흐음··· 저건 진짜 누굴까?”

“진진 헌터님, 기사는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중국의 갓 급 헌터.

진진.

그 역시 소환수를 다루는 갓 급 헌터였다.

그래서 그런가?

박쥐인간이 그냥 나타난 것이 아닌, 누군가 소환수로 부리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갔다.

저게 몬스터일리는 없으니까.

소환수가 아니고서야 인간들을 위해 싸울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샤오펑, 혹시 저 박쥐인간이 언제부터 나타났는지 아나?”

샤오펑이라고 불린 소년은 이제 갓 16살이 된 시종이다.

그는 이전에 보았던 기사들을 회상하고는 곧장 말했다.

“한국 이전에 수많은 나라에서 저런 비슷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만의 박쥐인간이 나타나서 전 세계를 구한 일이 있었어요.”

“수 만이라고···?”

“네. 그리고 박쥐인간은 그대로 사라졌다고 합니다. 게이트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그냥 그 자리에서 홀연히 사라졌다고 해요.”

“···그게 말이 되는 건가?”

“저도 믿기지 않았는데, 찍힌 영상을 보니 확실했어요.”

샤오펑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고, 영상을 검색했다.

그리고 마족이 찍힌 영상을 재생하고는 진진에게 내밀었다.

진진은 휴대폰을 받아들고, 영상을 쭉 보았다.

그리고 확신했다.

“이거··· 소환수 맞아.”

“네?”

“홀연히 사라진 게 아니야. 잘 보면, 사라진 자리에 희미한 빛무리가 돌아다니지?”

진진의 말대로 마족이 사라진 자리에는 하얀 빛무리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물론 샤오펑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안 보이는데요···?”

“그래. 당연히 안 보여야지.”

“네?”

“이건 소환수를 부리는 소환사의 마안에만 보이는 거라서.”

진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에 샤오펑은 당했다는 얼굴로 풀썩 주저앉는 시늉을 보였다.

“정말 너무하세요!”

“뭐가? 어쨌거나 궁금해진다. 이런 수많은 소환수를 다루는 게 누구인지.”

그 역시 소환수는 300마리 조금 넘는 숫자밖에 컨트롤할 수 없었다.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소환수는 얼핏 봐도 수만이다.

이런 압도적인 능력을 가진 헌터가 누가 있을까? 고민해보니 정답은 한국의 태현이 가장 유력했다.

‘아닐 수도 있지만, 현재 등장한 헌터들 중에서는 가장 유력하지.’

갑자기 만나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설마 소환사를 만나러 가겠다면, 그만두세요!”

“응? 왜?”

“헌터님을 의지하는 사람들이 몇 명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어디를 나간다는 건, 걱정만 증가할 거라고요!”

중국에는 2명의 갓 급 헌터가 있었고, 진진이 그 중 하나였다.

안 그래도 시국이 시국인지라 많은 사람들이 진진을 의지하고 있다.

진진도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미간이 좁혀졌다.

“걱정마라. 그 정도는 다 생각하고 있으니까.”

“정말요?”

“그래. 하지만, 각자 몸을 지킬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지. 나만 바라보면 어쩌자는 거야?”

“에이··· 그래도.”

“차라리 팡 링한테 도와달라고 하던가.”

“히익!”

샤오펑이 발작할 정도로 크게 놀랐다.

“···걔가 그렇게 무섭냐? 별로 안 무섭던데.”

“그건 링 헌터님이···.”

“님이?”

진진을 좋아하고 있으니까요. 원래는 마녀가 따로 없습니다.

그 말을 덧붙이고 싶었지만, 가까스로 참아냈다.

괜히 갓 급 헌터를 흉봤다가 무슨 꼴을 당할까?

“뭐야. 왜 말을 하다 말어?”

똥 싸다 끊긴 느낌에 진진의 미간이 좁혀졌다.

샤오펑은 고개를 좌우로 급히 저으며 헤헤 웃었다.

“죄송해요. 갑자기 생각이 안 나서.”

“···너 좀 혼나고 싶지?”

“하하··· 슬슬 식사 준비하러 가보겠습니다.”

벽에 붙은 시계를 힐끔거리고는 식사 준비하겠다는 말과 함께 방을 나가버리는 샤오펑을 보니 할 말을 잃었다.

“끙··· 내가 너무 잘해줬어.”

*퍽! 퍽!

2,000대를 때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1시간이 지났다.

2초에 1~2꼴로 때리니 알맞춰 2,000대를 때렸다.

태현은 그제야 조금 분이 풀린다는 얼굴로 아레스의 멱살을 놓아주었다.

“······.”

이미 피곤죽이 되어 의식을 잃은 아레스의 모습에 힐러는 질렸다는 눈으로 태현을 힐끔거렸다.

아무리 주군이라고는 하나, 이건 너무 무서웠다.

“내가 무섭냐?”

힐끔거리던 눈을 놓칠 리가 없는 태현이 힐러에게 다가가 물었다.

“죄··· 죄송합니다.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럼 뭔데?”

“그냥 너무 심하신 것 아닌가 해서요···.”

힐러의 말은 기어들어갈 정도로 작았다.

“하아···.”

태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까지 아레스를 반 죽여 놓은 이유는 뻔하지 않은가?

수하들의 복수를 하기 위해서다.

힐러도 그것을 모르지 않을 터.

그럼에도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녀석의 마음이 너무 착해서다.

“죄송합니다···.”

“됐어. 어쨌거나 힐링은 그만.”

태현의 말에 힐러가 힐링을 중단했다.

“주군, 이제 저 자를 죽이시는 겁니까?”

힐러가 쓰러져있는 아레스를 힐끔 보며 물었다.

“그래. 슬슬 끝내야지.”

이대로 살려두기에는 뒤가 구리다.

태현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검을 꺼내어 아레스에게 다가갔다.

의식을 잃어 미동조차 없는 아레스의 가슴에 검을 찔러넣었다.

푸욱.

심장부를 정확하게 찔러 피가 줄줄 새어나왔다.

태현의 눈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레벨이 5 올랐습니다.]

아레스를 완전히 처리했다는 증거로 레벨이 올랐다.

무려 5.

400이 넘고부터는 몬스터를 잡아도, 변동이 없었는데 아레스 하나만으로 레벨이 5가 오른 것이다.

‘그만큼 강적이었지.’

조금은 머리를 굴려서 자신을 상대하려던 모습이 머리에 그려졌다.

만약 자신이 마계를 먹었고, 칭호의 효과로 1.5배 이상 강해진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더 강해져야겠어.’

몬스터로부터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내려면 힘이 더 필요하다.

“축하드립니다. 주군.”

태현이 강해지는 것은 수하들에게도 다이렉트로 전달된다.

힐러는 기쁜 얼굴로 예를 갖추었다.

“그래. 이제 그만 나가자.”

여기 게이트는 더 볼 게 없었다.

조사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태현은 미련없이 게이트를 빠져나가려고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갑자기 하나의 생각이 번뜩 떠올랐고, 몸을 돌려 죽은 아레스의 시신을 아공간 주머니에 넣은 뒤에 게이트를 빠져나갔다.

*아레스가 죽고, 게이트의 상황이 종료된 지 2주가 흘렀다.

그제야 정부와 관리국은 시민들이 도로 일상생활로 돌아갈 것을 지시했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상해.”

태현은 성의 침실에 앉아서 멍하니 중얼거렸다.

“어떤 것이 말입니까?”

아레스가 정중히 물었다.

이전과 똑같이 감정이 없는 목소리였지만, 태현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얼굴 좀 치워라.”

부담스럽게스리.

그렇게 계속 빤히 보고 있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괜히 테이밍했나.’

사실 태현이 아레스의 시신을 들고 나온 것은 자신의 수하로 삼기 위해서였다.

군주가 Lv.9가 되면서 에어로돈 말고도 추가로 테이밍을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레스는 다행이 인간을 초월한 존재가 아닌, 인간의 범주에 속한 녀석이었기에 무리없이 테이밍을 할 수 있었다.

“그보다 한 가지 묻자.”

“하명하십시오.”

“벨루아의 생각이 도대체 뭐냐?”

“벨루아 말씀이십니까?”

이제는 벨루아가 아닌, 태현을 섬긴다.

굳이 말을 높일 필요는 없었다.

“그래. 게이트를 열어서 인간들을 집어삼키려고 하지 앉았어? 그런데 왜 갑자기 평화로운 거지?”

“음··· 사실 제가 벨루아의 곁에 있으면서 이런 경우는 두 번째였습니다.”

“두 번째?”

“네.”

“첫 번째는 뭐지?”

“가오스였습니다. 벨루아는 가오스를 상대할 때, 아주 느긋한 태도로 그를 대했습니다.”

“이유가 뭔데?”

“재밌으니까요.”

“···재미?”

이게 무슨 개소리지?

태현은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아레스를 보았다.

그러나 진중한 얼굴로 말하는 것을 보니 거짓말은 아닌 모양이다.

어쨌거나 아레스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에게도 기회가 된다.

조금이라도 더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니까.

“네. 벨루아는 특이하지만, 그런 놈이었습니다. 자신이 재미를 느끼지 않는 것은 가차 없이 죽였지만, 그와 반대되는 인물들은 한 없이 자애로웠죠.”

“흠··· 그래도 결국 가오스는 죽지 않았어?”

“그건 또 애매합니다.”

“애매해?”

“원래는 가오스가 벨루아를 압도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 가오스가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는 힘을 분산시켜 다른 차원으로 보낸 뒤였기 때문이지요.”

“···그랬군.”

아레스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동안 몬스터를 사냥할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전 몬스터와 게이트를 다룰 수 있던 아레스는 태현의 수하가 되고부터 능력을 잃었다.

원래의 무위는 잃지 않았지만, 그 힘은 순수하게 벨루아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폐하, 이제 쓰러져 있는 동료들이 깨어날 때가 아닙니까?”

“벌써 그렇게 되었나?”

“예.”

쓰러진 동료.

레온과 수하들을 말하는 것이다.

아레스는 자신이 수하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 미안했는지 내심 초조한 듯 보였다.

‘감정이 아예 없는 녀석은 아니구나.’

드르륵.

때마침, 문 앞에서 호위를 서던 렌이 급히 들어왔다.

“주군! 깨어났다고 합니다.”

“그래. 바로 가지.”

“네! 모시겠습니다. ···크흠. 저 자도 따라오는 겁니까?”

렌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아레스를 흘겼다.

아레스는 익숙한 태도로 그의 시선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래. 가서 사죄할 거니까.”

“···알겠습니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폐하.”

아레스가 예를 갖추었다.

기회.

말 그대로 기회일 뿐이다.

용서하는 것은 레온과 녀석들이 해야 할 일.

태현은 렌의 안내에 따라 레온이 누워있는 침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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