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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132화 (132/160)

31화 갓 급 헌터 진진, 그리고(1)

*“주군.”

“!”

태현에게 예를 갖추던 수하들이 일제히 놀란 눈이 되었다.

그 옆에 서서 대동한 아레스 때문이다.

레온은 살기가 짙은 눈으로 아레스를 노려보고 있었는데, 태현이 있었기에 차마 달려들 수는 없었다.

‘레온이 이렇게 분노한 건, 처음 보는 군.’

뒤에서 따라오던 렌이 착잡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이렇게까지 화가 났으니 서로 화를 푸는 건, 꽤나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태현이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는다.

“레온. 네 마음은 이해해.”

태현이 말을 꺼냈다.

“주군···.”

레온은 자신을 이해한다는 말에 감동을 받은 표정으로 예를 갖추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신을 죽인 아레스를 테이밍했다.

그것이 그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 목표가 뭐라고?”

“목표 말씀이십니까···? 몬스터의 박면 아닙니까.”

“그래.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힘이 필요하다.”

“······.”

순전히 힘을 위해 아레스를 수하로 들였다.

태현은 감정에 치우쳐져 목표를 망각하지 않는다.

“나는 무조건 화해하라고 하지 않겠어. 여기서부터는 아레스에게 달렸다. 알겠지?”

“알겠습니다.”

아레스가 대답했다.

그러자 수하들이 죽일 듯이 그를 노려보았다.

“싸우든, 뭘 하든 너희들 마음대로 해. 나는 관여하지 않겠어. 대신 몬스터를 잡아야 될 때, 지장이 된다면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거야.”

태현은 그 말을 끝으로 성을 빠져나갔다.

곧장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호위병들을 전부 물렸다.

그가 사라지고, 이제는 아레스와 수하들만 남았다.

“음···.”

렌은 일촉즉발의 상황에 침음을 흘렸다.

수하들이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이 눈을 빛냈다.

그러자 아레스가 두 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찍었다.

“정말 죄송합니다.”

“······.”

수하들은 갑작스런 아레스의 태도에 적잖이 당황했다.

저 정도 힘을 가지고,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고 사죄를 한다고?

솔직히 그들이 덤비려고 했던 것은 힘으로 제압해서 상황을 종료시킬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아레스는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분이 풀릴 때까지 때리셔도 좋습니다. 제 목을 베셔도 상관없습니다.”

“음···.”

“왜 힘으로 제압하려고 하질 않지?”

레온이 물었다.

어느새 그의 눈빛은 온화하게 바뀌었다.

검을 쓰는 검사의 입장에서 무릎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는 그가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저렇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것은 힘을 가진 자일 수록 어려운 행동이다.

“잘못을 했으니 벌을 받는 건 당연하지요.”

“···고개를 드시오.”

“들어.”

레온과 수하들의 말에 아레스가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감정이 담겨있었다.

“어째서···?”

“처음에는 나 역시 당신을 용서하지 않으려 했소만, 진심이 느껴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지금은 화가 싹 풀렸네.”

수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우리들은 주군을 섬기는 몸,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습니다··· 이제 제 목숨은 폐하의 것.”

“그럼 됐어. 그 잘못은 주군을 섬기면서 조금씩 갚아나가도록 해.”

“···고맙습니다.”

아레스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로 감사를 표했다.

“말은 편하게 하지? 이전과는 딴 판이라 적응이 안 되는데.”

레온이 피식 웃었다.

“알았다.”

“이제야 원래 봤던 모습답군.”

“훗.”

그렇게 아레스와 수하들이 서로 화해를 마무리했다.

더 이상은 적이 아닌, 동료.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이안은 흐뭇하게 웃었다.

*전 세계는 이상할 정도로 평화로웠다.

갑작스레 쏟아지던 몬스터가 사라지고, 평상시의 게이트만이 생성되기 시작한지 벌써 두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 속인지 모르겠네.”

회의실 중에서도 가장 상석에 앉은 태현이 TV를 보며 중얼거렸다.

TV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게이트에 대한 정보를 다루고 있었는데, 몬스터가 쏟아지는 게이트에 대해서는 띄엄띄엄 다룰 뿐이었다.

“일단은 지켜보는 단계니까.”

옆에 앉은 임지성이 컴퓨터를 만지며 말했다.

비교적 간단한 업무인데, 일이 조금 틀어지는 바람에 지금도 키보드 자판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위험에 빠진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망각하는지···.”

“그보다 오늘 회의 주제는 뭔가요?”

옆에 장은희를 기점으로 수많은 헌터들이 자리해있다.

모두 왕국 길드원들.

그리고 여기 100명은 충분히 수용하고도 남을 정도의 넓은 회의실은 왕국 길드의 것이다.

이번에 태현이 올린 공을 인정받아, 8층짜리 건물을 보상으로 받았다.

한국 전체를 구한 것 치고는 보상이 짰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덕분에 왕국 길드에서 건물들을 새로 뜯어고쳐서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오늘 주제도 평소와 같아.”

몬스터에 따른 대응 방침.

회의를 시작하고, 가장 많이 다뤘던 주제다.

하루마다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어떤 몬스터가 등장했으며, 갑작스레 튀어나올 위험은 없는지 등등

데이터를 매번 갱신하고 있다.

오늘도 그 주제를 가지고 회의를 진행했다.

“그럼 레이드 1팀 보고 드릴게요. 어제와 엊그제 게이트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레이드 지휘관인 장은희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약 1달 전, 새해를 맞이하면서 그녀들은 청소년에서 20세 성인이 되었다.

태현은 지금까지 게이트 경험을 쌓았던 장은희, 장은아를 레이드 지휘관으로 임명해 각각 1팀과 2팀을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지만, 1달 정도 지나니 슬슬 팀장의 틀이 잡혀가는 것이 보였다.

“게이트는 계속 해서 A~E급이 주로 등장하고 있어요. A급은 1%내외, B급이 10% 조금 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C~D가 60% 정도, 나머지는 E급입니다.”

“다행이 어제와도 다른 게 없네?”

“네. 아직까지는 걱정할 단계는 아닌 거 같아요. 추가로 타 길드와 마찬가지로 3교대로 돌려서 24시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잘했어.”

태현의 칭찬에 장은희가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보고를 이어나갔다.

이후에도 보고 내용은 비슷했다.

‘흐음··· 재미를 본다라···.’

일전에 아레스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아직까지 벨루아의 움직임은 딱히 보이지 않았다.

2달.

짧지 않은 기간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건지··· 감조차 잡히지 않으니 답답한 심정이다.

“이상, 보고를 마칩니다.”

상념에 사로잡혀있는 사이, 보고가 끝이 났다.

미리 보고에 대한 자료를 훑은 상태였기에 내용을 놓치지는 않았다.

“수고했다. 따로 피드백은 없고, 계속 이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다음 회의는 내일 모레, 같은 시각에 진행할 예정이니까 준비 잘 해둬.”

“네!”

“이상 회의를 마친다.”

“수고하셨습니다!”

길드원들은 회의가 끝나자 자신들의 업무를 보기 위해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모두가 빠져나가고서야 장은희, 장은아가 태현에게 다가왔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티 많이 났냐?”

태현은 머쓱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 누구한테 보고하는 건지 모를 정도였어요.”

“크흠···.”

“그래도 다른 사람들은 눈치 못 챘을 걸요? 그죠? 부사장님?”

장은희가 임지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태현의 시선도 그에게로 향했다.

“그래? 나도 몰랐는데···.”

그 정도로 티가 안 났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그가 상념에 빠진 것을 어떻게 캐치했는지 놀라운 지경이다.

“그보다 너희들은 일하러 안 갈 거니?”

“···에에- 잠시 휴식정도는 취할 수 있잖아요?”

“후우··· 그럴 시간이 있냐고 묻는 거야.”

“없긴 하죠?”

천연덕스러운 대꾸에 태현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빨리 안 나가?”

“아- 맞다! 그거 들으셨어요?”

급히 화제를 돌리려는 모습에 일단은 받아주기로 했다.

“뭐가?”

“부사장님 연애하시는 거요!”

“연애?”

“야! 그거 당분간 비밀로 하자고 했잖···.”

태현의 시선에 임지성이 입을 급히 다물었다.

“누구랑 하냐?”

“누구긴··· 너도 잘 아는 사람이야.”

“아- 지아?”

“···어.”

“큭큭, 드디어 하는 거냐? 진짜 오래 걸렸다.”

태현이 호탕하게 웃었다.

“끙··· 어쨌든 고맙다.”

“그런데 왜 비밀로 하려고 한 거야?”

문득 궁금해졌다.

굳이 숨길 필요가 있나?

“바쁘잖냐. 이런 시기에 부사장이 연애한다고 소문이라도 나 봐··· 별로 좋은 평가는 못 받을 거다.”

“뭐 어때?”

연애가 뭐 대수라고.

그 정도는 다들 어느 정도 이해할 것이다.

특히 유지아가 임지성을 좋아하고 있다는 건, 길드원 대다수가 알고 있을 것이다.

욕보다는 축하해주겠지.

“그래요!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

“인정! 또 인정!”

장은희, 장은아가 손뼉을 치며 축하해주었다.

“그래. 어쨌거나 빨리 일하러 가라?”

“···에이. 깐깐해.”

“진짜 싫어.”

“휴우··· 너희들을 진짜 어쩌면 좋냐.”

위잉-

때마침 그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진동했다.

태현은 휴대폰을 꺼내 발신인을 확인했다.

[진도윤]

“잠시 통화 좀 할 테니까 쉬었다가 나가.”

“에이- 그럼 그냥 지금 나갈래요.”

“일 끝나고 봐요~”

태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녀들도 자리에 일어나서는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신기한 녀석들···.”

그는 조용히 중얼거리고는 통화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네. 한태현입니다.

-헌터님, 수고하십니다!

-센터장님께서 어쩐 일로 전화를 다 주셨어요?

-다름이 아니라 중국 관리국에 연락이 왔습니다.

-중국 관리국이요?

‘중국에서 날 왜 찾지?’

아무리 생각해도 감이 잡히는 게 없었다.

-헌터님과 비슷한 능력을 가진 갓 급 헌터가 있는 거 아시지요?

-비슷한 능력이라면··· 진진이라는 헌터요?

-네네. 맞습니다. 그 헌터님이 헌터님을 꼭 뵙고 싶다고 하더군요.

‘이것 때문에 나한테 전화를 한 거였어?’

조금 어이가 없었다.

직접 연락할 생각은 않고, 관리국을 통해 전달하다니.

-그것 때문에 전화를 하신 겁니까?

-아··· 그 진진 헌터가 한태현 헌터님 연락처를 모른다고 해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부디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관리국이 이런 걸 처리하는 대리인은 아니지 않나요?

-그건 그렇지요···.

-···일단 알겠습니다. 제 연락처를 주고, 저한테 직접 연락하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관리국은 좀 어떻습니까? 헌터들의 업무가 많아졌을 건데.

-말도 마십시오. 다들 죽으려고 합니다.

진도윤이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최대한 웃고 있지만, 많이 지쳤다는 건 숨길 수 없었다.

-쉬엄쉬엄 하세요.

-배려 감사합니다. 그래도 이게 저희들의 일이니까요.

-알겠습니다. 시간 되면, 직접 차라도 얻어 마시러 방문하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것으로 통화가 종료되었다.

“진진 헌터가 너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그래.”

“이유는 모르고?”

끄덕.

이유가 궁금했지만, 곧 밝혀지겠지.

연락처도 보내주었으니 곧 연락이 올 것이다.

“어쨌든 나는 외출 좀 다녀올게.”

“게이트?”

“그래. 계속 없애야지.”

모든 헌터들이 게이트를 없애고 있는 이 시점에서 가만히 놀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태현은 수하들을 풀어 한국의 게이트를 최대한 많이 없애는 것을 목표로 움직인다.

“그러면 나도 같이 가자.”

“너도? 웬 일이냐?”

“에이- 오랜만에 친구끼리 함 뛰어보자.”

“그러든가.”

항상 업무에 치여 사느라 게이트는 언제나 뒷전이었다.

그렇기에 오늘만큼은 태현과 함께 게이트를 클리어하고 싶었다.

태현과 임지성 역시 회의실을 곧장 빠져나가 오늘 왕국이 따낸 게이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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