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133화 (133/160)

31화 갓 급 헌터 진진, 그리고(2)

*게이트의 증가가 무색할 정도로 압도적인 스피드로 게이트들이 사라져갔다.

“와···.”

“한 헌터님 나오신다!”

헌터들은 태현이 게이트를 들어갈 때마다 열광했다.

그가 들어가면, 1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게이트가 클리어 되었기 때문이다.

기자들 역시 그가 들어오기만을 바라며 게이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태현의 게이트 클리어 스피드가 너무 압도적이다 보니 그가 들어갔다는 소식을 접한 뒤에는 이미 늦는다.

그 자리에 갔을 때에는 상황이 종료된 뒤였으니까.

그렇기에 A~B등급의 게이트에는 수많은 기자들이 흩어져서 대기했다.

그러면 1개라도 얻어걸리는 경우가 있다.

바로 지금처럼.

“한태현 헌터님! 이쪽 좀 봐주십시오!”

기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지금 이 때가 아니면, 언제 다시 태현을 만나서 답을 들을지 모른다.

“네. 한 분씩 질문하세요. 질문은 5개만 받겠습니다.”

태현은 그런 인터뷰를 거절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것.

위기가 닥치기 전까지는 최대한 평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인터뷰는 사람들도 하여금 좋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한태현 :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

[이 힘은 몬스터를 박멸하기 위한 힘. 그러니 몬스터들에게 전적으로 사용하겠다.]

[몬스터에 의해 가족을 잃어봤기 때문에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믿어달라.]

수 십 개, 수 백 개의 기사들이 쏟아져 내렸다.

70% 이상이 태현에 관한 주제일 정도로 아주 핫했다.

ㄴ한 헌터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ㄴ내가 바로 몬스터 처리반!

ㄴ처리반은 무슨··· 니들 목숨 살려주고 있는 사람을 그렇게 부르냐?

ㄴ은인이지. 생명의 은인. 내 동생이 B급 헌터인데, 몬스터한테 죽을 뻔 했다더라. 그런데 그걸 한태현 헌터님이 살려줬다고 함.

ㄴ헌터님? ㅋㅋ 여기서도 존칭을 해버리네.

ㄴ충분히 존경받을 만하지. 너 같은 새끼들이 까내리는 거고 ^^

물론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 중에 이상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꽤 빠르게 안정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만족한다.

“진짜 인기인이네.”

임지성이 피식 웃었다.

그는 태현의 기사가 올라오면 항상 확인한다.

그리고 좋은 기사들은 태현에게 자랑하듯이 보여준다.

“이런 것까지 바란 건 아니었는데··· 뭐 나쁘지는 않네?”

만족스러운 미소가 입에 걸렸다.

“그런데 좀 너무하긴 하다.”

“뭐가?”

“아니, 보면 옆에 내가 있는 사진이 많잖아?”

기사들 대부분에는 임지성까지 같이 찍혀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에는 임지성과 함께 게이트를 클리어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두되는 것은 항상 태현이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다른 S급 헌터들과 함께 레이드를 돈다고 하더라도, 대두되는 것은 태현이니까.

“네가 이해해라. 인기 얻으려고 게이트 클리어 하는 거 아니잖아?”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꼭 나쁜 사람처럼 들리잖아?”

“그럴 의도는 아니었다. 어쨌거나 오늘은 우리가 클리어 할 게이트가 몇 개야?”

“22개.”

“생각보다 적네?”

근 일주일간, 하루에 30~40개는 클리어 했다.

그리고 오늘은 22개.

남들이 보면 미쳤다는 말이 나오겠지만, 태현에게는 정말로 적었다.

“A급이 15개고, B급이 7개야. 다른 사람들도 벌어먹고는 살아야 될 거 아니냐?”

“···아쉽지만, 오케이.”

G, S급 게이트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물론 G급 몬스터는 직접적으로 대면해본 적은 없지만, 이전 크라포스때와 마찬가지로 등장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으니 항상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럼 출발해볼까?”

“그래.”

태현과 임지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다 문득 임지성이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손뼉을 쳤다.

“아, 맞아! 너 진진 헌터는 어떻게 됐냐?”

“진진? 아- 연락?”

“그래. 벌써 일주일이 넘었는데, 감감무소식인데?”

생각해보니 연락을 직접 달라고 한지 일주일이 넘었다.

마땅히 전화가 오지도 않았고, 와도 지인들의 전화가 다였다.

위잉-

“와··· 어떻게 말하니까 딱 오냐?”

태현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벨소리와 함께 진동이 울렸다.

“됐어. 설마 지금 오겠냐.”

귀신같이 말하니까 딱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고, 발신인을 확인했을 때에는 두 눈을 의심해야했다.

“왜? 누군데?”

“직접 봐.”

궁금하다는 어투로 묻는 임지성에게 대답대신 휴대폰의 화면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화면의 발신인은 국제전화였다.

“이거 진짜··· 진진 헌터야?”

설마···.

언급하니까 전화를 한다고? 어디서 감시하는 건가?

임지성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풉, 진진 아니다.”

“뭐?”

“잘 봐봐. 익숙하지 않아?”

사실 이 번호의 정체는 진진이 아니었다.

“아··· 뭐야. 프레드 헌터 번호네?”

“그래. 잠시 전화 좀 받을게.”

“어.”

태현은 휴대폰의 통화 버튼을 누르고는 잠시 사장실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쇼파에 도로 앉은 임지성은 뭔가 허탈한 눈으로 문을 응시했다.

‘진진한테 온 거였으면 레전드 찍는 건데.’

자신이 언급한 진진이 타이밍에 맞춰 전화를 걸었다면?

술 한 잔 했을 때, 에피소드가 하나 추가될 수도 있었다.

갓 급이니까 에피소드감으로는 충분하지.

*넓은 거실의 긴 쇼파에 앉아있는 한 남성.

그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상념에 사로잡힌 상태였다.

‘휴우··· 언제쯤 하시려고 그러시지.’

그리고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소년.

샤오펑이 한숨을 낮게 쉬었다.

저 모습만 벌써 일주일째다.

결국 그가 직접 진진에게 다가가 물었다.

“계속 이러고 있어도 해결되는 건 없잖아요?”

“휴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상대도 갓 급이잖아? 용무도 없이 능력 좀 보여줬으면 한다는 이유로 어떻게 만나자고 연락을 하냐···.”

직접 연락을 취하지 못하겠다며 관리국에 부탁을 했었고, 돌아오는 대답은 직접 연락을 하라는 것이었다.

‘애초에 관리국에 부탁하는 것부터가 이상한데요···.’

샤오펑은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고, 꾹 삼켰다.

그가 아무리 장난치는 걸 좋아한다지만, 눈치 없이 장난을 걸지는 않는다.

“괜찮을 거예요. 그래도 진진님도 갓 급인데, 서로 예우만 갖추면 괜찮지 않을까요?”

“말이 쉽지.”

“그러면 안 하실 거죠? 휴대폰은 다시 충전기에 넣어놓겠습니다. 이리 주세요.”

샤오펑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진진이 그의 손등을 가볍게 툭 쳤다.

“누가 안 한다고 그래? 고민할 시간이 조금 필요할 뿐이다.”

“···휴우. 어! 잠시만요! 손님 오셨어요.”

샤오펑 역시 A급 헌터.

청각에 집중된 스킬 덕분에 문 앞에서 나는 소리가 똑똑히 들렸다.

“나도 알아. 나가 봐.”

진진 역시 갓 급.

청각에 집중하지 않더라도, 바깥에 소리는 지겹도록 크게 들렸다.

“네.”

샤오펑이 급히 현관문을 열었다.

발걸음의 소리.

느껴지는 기운.

진진의 친구이자 갓 급 헌터 팡 린이다.

스으윽.

현관문의 잠금장치가 풀림에 팡 린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샤오펑은 허리를 굽혀 그녀를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샤오링~ 오랜만이야.”

싱그러운 미소로 샤오펑에게 손을 흔들어주자, 그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저도 오랜만에 뵈어요···.”

“진진 이 새끼 어디 있어?”

“네. 거실에 계세요.”

“그래. 연락이 하도 없어서 얼굴 좀 보러왔어.”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거실로 향했다.

샤오펑의 말대로 진진은 거실에 있었다.

쇼파에 앉아 탁자를 머리를 박은 채로.

“···얘, 왜 이래?”

이런 진진의 모습은 처음 보는지 팡 린이 놀란 눈으로 샤오펑을 보았다.

“그··· 잠시 방에 들어가서 이야기 해드리겠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시작을 해야 하기에 샤오펑이 팡 린과 함께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정확하게 10분이 지나자, 팡 린이 방을 나와서는 진진에게 다가가 손아귀에 쥐어져있는 휴대폰을 낚아챘다.

그제야 머리를 박았던 진진이 급히 고개를 들어 휴대폰을 빼앗으려 했다.

“좋은 말 할 때, 내 놔.”

진진의 얼굴이 흉악하게 변했다.

그럼에도 팡 린은 어깨를 으쓱일 뿐이다.

“싫은데.”

“빨리!”

“그럼 연락 해.”

“뭐···?”

“그렇게 쥐 죽은 듯이 고민할 정도로 궁금하면, 한 번 해보라고.”

진진의 시선이 샤오펑에게로 향했다.

살기어린 눈으로 노려보자, 그는 급히 방안으로 피신했다.

“저게 진짜···.”

“고민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잖아.”

“···그래도 어떻게 함부로 그러냐. 예의라는 게 있지.”

“그럼 고민을 하지 말던가?”

“······.”

똥 씹은 얼굴로 바닥의 카펫을 응시하고 있는 진진의 모습에 팡 린이 피식 웃었다.

“정말 만나고 싶은가보네?”

“···됐고, 오늘은 어쩐 일이야?”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어야 찾아오니? 그냥 온 거지.”

“뭐래. 우리 둘이 편하게 만날 사이는 아니지 않냐?”

진진이나 팡 린이나 서로 갓 급 헌터다.

300마리의 소환수를 부리는 진진.

빛 속성의 마법을 사용하는 팡 린.

국가의 가장 큰 전력이기 때문에 함부로 움직이질 못한다.

물론 자유가 억압된 것은 아니지만, 높은 자리에 앉으신 많은 이들의 눈이 이들에게 향해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진진과 팡 린이 자주 만나는 것은 그렇게 환영받지 못하는 일이다.

“만나는 게 뭐가 어때서?”

“···야. 내가 몇 번을 말하냐?”

“넌, 그게 문제야.”

팡 린이 굳은 얼굴로 지적했다.

“뭐?”

“남들 눈치나 살살 보고 말이야. 우리가 만나는 걸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줬니? 아니면, 뭐가 잘못되기라도 했니?”

“그건···.”

“순전히 네가 남들 시선에 의식하고 있으니까 그러는 거 아니야? 막말로 우리가 만나는 걸로 지들이 뭐 어쩔 건데? 잘못된 거 아니잖아?”

반박할 거리가 없었다.

그녀의 말은 전부 사실이었으니까.

“알았어···.”

“누누이 말하잖아. 너 눈치 보는 것 좀 고치라고. 어떻게 갓 급이 되어도 그러냐··· 조금 나아질 줄 알았는데.”

진진과 팡 린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다.

볼 거 못 볼 거 전부 보면서 자랐고, 지금이 벌써 20년째다.

그렇기에 서로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어째 내가 말리는 거 같냐···.”

“뭐 언제는 네가 이긴 것처럼 말하네.”

진진이 피식 웃었다.

“고맙다. 그래도 아까보단 고민이 좀 덜어진 거 같아.”

“그래서 앞으로는 어쩌려고?”

“연락해보려고.”

“잘 생각했어.”

그제야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 풀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 마음은 5분도 채 버티지 못하고 변하고 말았다.

다시금 현실에 부딪친 진진이 머리를 쥐어짜며 중얼거렸다.

“모··· 못하겠다.”

“야!”

*태현과 임지성이 향한 곳은 미국이었다.

공항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았지만, 가볍게 지나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이에게 다가갔다.

“오랜만이야. 프레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알드레드 프레드.

미국의 갓 급 헌터다.

그런 그가 태현에게 어쩐 일로 연락한 것일까?

임지성이 의아한 얼굴로 보자, 프레드가 살짝 곤란한 듯한 미소를 지었다.

“일단 이동하면서 설명할게.”

“그래.”

도대체 무슨 중요한 이야기일까?

태현 역시 제대로 듣지는 못했다.

단지 급히 와달라고 부탁을 받았을 뿐.

처음에는 거절하려고 했지만, 그의 목소리가 너무 절박해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프레드는 태현과 임지성을 자신의 리무진으로 안내했다.

차 앞에는 운전기사가 허리를 굽혀 예를 갖추고 있었다.

“타.”

프레드의 안내에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탑승했다.

모두가 차에 타자 운전기사가 스무스하게 악셀을 밟는다.

흔들림 없이 빠르게 달리는 것이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이제 설명해주시지?”

“그래. 사실 여기서 말하는 이유는 정말 극비사항이기 때문이다.”

“극비사항이라고? 그걸 왜 나한테 말하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극비사항을 왜 굳이 자신에게 알려준다는 말인가?

태현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번에 게이트가 하나 등장했다.”

“게이트?”

“어.”

게이트?

그게 극비사항이다?

도대체 어떤 게이트길래 그러는 거지?

“게이트가 왜 극비사항이지?”

태현의 물음에 프레드가 미세하게나마 뜸을 들였다.

“음··· 그게 이번 게이트는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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