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제한이 없는 유일한 헌터-137화 (137/160)

33화 나이가 대륙(1)

*태현이 안식처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엘프의 숲으로 통하는 게이트가 모습을 드러낸 뒤였다.

그렇기에 수하들도 긴장한 눈으로 게이트를 곁눈질하고 있었는데, 태현이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뒤에 자리한 엘프 탄과 제니가 그 증거가 되어주었다.

물론 증거 없이도 태현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는 수하들이었지만.

“그래서 이곳으로 지정하신 거군요.”

역시 이안은 이해가 빨랐다.

“그래. 어쨌거나 당분간은 여기 둘 수밖에 없어. 이해 좀 해라.”

“저희들이 지내고 있다지만, 원래는 주군의 공간이십니다. 당연히 주군의 뜻대로 하셔야지요.”

“문제 있는 사람은 앞으로 나와.”

태현의 말이 끝나자 순식간에 주위가 고요해졌다.

문제를 제기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10초정도의 시간을 기다려주고, 이내 그가 말을 덧붙였다.

“그럼 정해진 걸로 알겠다.”

“네!”

수하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런데 발락이 갑자기 앞으로 불쑥 튀어나왔다.

레온과 렌이 경악한 얼굴로 그의 로브자락을 붙잡으려 했지만, 태현이 그를 보는 것이 더 빨랐다.

“음? 할 말 있어?”

“네! 올릴 말씀이 있습니다.”

“말해봐.”

“그럼 저희들도 저 게이트 안을 자유롭게 왕래하면 안 되겠습니까?”

“왕래?”

“네. 적어도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는 자유롭게 왕래하고 싶어서요.”

발락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 속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말이 틀린 건 없었다.

태현이 탄과 제니를 보며 물었다.

“가능할까요?”

“음···.”

“글쎄요···.”

자유롭게 왕래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단지 발락의 용모가 꺼림칙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이쪽 세계인 나이가 대륙에서는 발락과 같은 자를 흑마법사, 리치라고 불렀다.

일반 마법사들 사이에서는 속칭 이단아라고 부르는 자들로서 보이는 대로 족족 즉결 심판을 내릴 정도.

특히 발락은 일반 흑마법사를 뛰어 넘은지 오래다.

만약 그가 나이가 대륙을 활보하게 되면 꽤나 골치 아프다.

“부탁드리죠. 사고는 치지 않을 겁니다.”

“음···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이 부분은 아르제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나이가 대륙은 현재 태현의 손에 달려있다.

발락이 들어와서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문제 될 건 없겠지.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발락이 한쪽 무릎을 꿇어 예를 갖추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태현이 발락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진짜 사고 치면 죽는다.”

“···명심, 또 명심하겠습니다!”

“휴우··· 그래. 나머지들도 자유롭게 돌아다녀. 물론 괜한 사람들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고.”

마족들도 지금은 인간으로 위장한 상태.

괜히 본 모습으로 돌아가지만 않는다면, 의심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발락이다.

저 해골바가지를 그대로 들고 다닐 걸 생각하면 골치가 아프지만, 뭐 본인이 알아서 잘하겠지.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만사 오케이다.

*나이가 대륙에서도 베른 마을은 지금 초토화 상태였다.

몬스터 때문에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

이 틈을 이용한 권력 싸움.

충신인 줄 알았던 귀족들이 반역을 꾀하는 둥.

수많은 재앙이 닥쳤음에도 견고하던 바이아드 공작가의 베른 마을은 단 1명의 난입으로 인해 패닉 상태가 되었다.

진짜로 단 한 명의 인물로 인해서 말이다.

피해 같은 건 없었지만, 보는 걸로 하여금 거대한 공포심을 자아냈다.

“해··· 해골···.”

“도대체 뭐지? 흑마법사의 정점에 도달한 건가?”

마을의 주민들은 해골이 돌아다님에 건물로 급히 피신했다.

다행이 흑마법사는 숨어버린 주민들을 해하지는 않았다.

신고를 받은 기사단의 기사와 마법사들이 흑마법사를 처단하기 위해 그를 에워쌌다.

그럼에도 흑마법사는 건물 앞에 있는 목걸이를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호오··· 주군께서 좋아하시겠군. 엥? 그보다 이것들은 뭐냐?”

자신을 에워쌀 때까지 눈치를 채지 못했는지 눈동자 없는 안광이 새파랗게 빛났다.

당황했다는 뜻이다.

그걸 알 리 없는 기사들은 당장이라도 그를 공격하려는 듯,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다만, 대화가 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운데 있는 기사라 그를 한 번 불렀다.

“도대체 여기는 뭣 하러 들어온 것이지!? 설마 사람들의 영혼을 빼어가려는 건 아니겠지?”

사람의 영혼을 제물로 바쳐 흑마력을 강화한다.

그것이 나이가 대륙의 흑마법의 이론이다.

실제로 흑마법사들이 행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아! 잠시 구경을 하러 왔을 뿐이다. 괜한 오해는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그는 발락이었다.

나이가 대륙을 활보해도 좋다는 허락 하에 엘프의 숲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을 방문했다.

지구에는 볼 수 없는 특이한 장신구들이 그의 이목을 사로잡았고, 구입을 하기 위해 악세사리점을 기웃거리고 있던 것뿐이다.

실제로 이 거리의 악세사리들은 성행했고, 실제로 상인들은 이 악세사리를 구입하기 먼 걸음을 하기도 했다.

“웃기는 소리!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것이냐!?”

물론 발락의 말이 통할 리가 없었다.

그의 용모만 보더라도, 얼마나 많은 사람의 영혼을 착취했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으니까.

그들의 후미에 있던 마법사들은 당장이라도 마법을 시전하려 했다.

“잠깐···! 오해는 하지 마라. 나는 싸우러 온 것이 아니다.”

“싸우러 온 게 아니겠지. 사람들을 납치하려했겠지. 내 말이 틀린가!?”

“그래. 틀리다. 나는 납치할 생각도 없다. 단순히 악세사리가 마음에 들어 이 거리를 돌아다녔을 뿐.”

“흥! 겨우 그딴 변명이 통할 줄 아는가? 그렇다면 어째서 12시간을 여기서 보낸 거지?”

“12시간이나 지났나?”

온갖 악세사리들을 구경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렇다고해서 12시간가지고 저렇게 굴 것까지야 있나?

“그래! 지금 네 행동은 바이아드 공작가에 낱낱이 보고되었다! 수많은 백성들이 지금 너 하나로 인해서 패닉에 빠졌단 말이다!”

“겨우 나 하나로?”

발락이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래!”

“몬스터도 상대했던 사람들이 겨우 나 하나로?”

“네놈! 몬스터인가!?”

“아니다! 나를 그딴 것들과 비교를 해!?”

발락의 목소리의 톤이 한 층 높아졌다.

그럴수록 기사와 마법사들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알 수 있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해골이 얼마나 강자인지를.

발락은 지금 8성.

지구로 따지면 S급 중후반 사이에 위치한 강자였다.

이들이 볼 때에는 발락은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흑마법사였다.

“공격해!”

결국 참지 못하고, 마법사들이 일제히 마법을 시전했다.

날아드는 마법을 바라보며 발락이 한숨을 내쉬었다.

“주군께서 사고는 치지 말라고 하셨으니···.”

그 말만 없었더라도, 자신에게 적의를 가진 인간들을 모조리 죽여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 고스트 스켈레톤 중에서도 방어에 적합한 스켈레톤을 소환했다.

갑작스레 3m가 넘는 거구의 해골이 등장하자 그를 상대하던 이들이 혼비백산이 되었다.

그러나 마법은 이미 시전 된 상태였고, 모든 마법들이 그 스켈레톤에게로 향했다.

쾅!

쾅!

쏟아지는 마법 속에서도 해골은 뒤로 밀려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간지럽다는 듯, 이빨을 딱딱거리며 부딪쳤다.

“계속 공격해!”

기사와 마법사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죽더라도 긍지를 버릴 수는 없다.

차라리 도망칠 바에야 죽음을 택한다.

“제발 그만 좀 하라고! 나도 이러고 싶지는 않단 말이다!”

발락은 죽을 맛이었다.

도대체가 자신의 용모가 어디가 어때서 그러는 거지?

이대로 계속 지속되다간, 저들을 죽이지 않는 이상 절대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참을 대로 참았던 발락이 공격에 특화된 스켈레톤 3마리를 소환하려 했다.

하지만, 그건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중지되고 말았다.

“그만!”

렌의 목소리였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발락이 뻗었던 손을 회수했다.

“서··· 성기사!”

“그것도 저 흑마법사와 비견될 정도의 강자다!”

“우린 살았어!”

렌도 8성 성기사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렌이 구원자로 보일 터지.

“다들 진정해주십시오! 이 사람은 내 동료입니다! 흑마법사가 아닙니다!”

“어···? 흑마법사가 아니라고?”

“···뭐지?”

“성기사님의 말씀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흑마법사가 해골인 건, 저도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제야 말이 통한다.

발락은 저들을 죽여 버릴까? 싶은 살인충동이 이는 것을 느꼈다.

“진정해. 괜히 나섰다가는 주군께 미움을 받게 될 거야.”

“끄응···.”

태현의 미움을 받을 바에야 죽음을 택한다.

결국 발락은 벗었던 로브를 깊게 눌러썼다.

“일단 잠시 대화를 좀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오해는 풀고 가야하니.”

“아···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시지요.”

성기사답게 기사들이 대하는 예우가 남달랐다.

그것이 영 아니꼽던 발락은 아예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확실히 적의를 보이지 않는 모습에 후미에 있던 마법사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태현은 그런 그들을 뒤로 하고, 포탈 앞에 섰다.

마지막 남은 포탈.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입장이 제한됩니다.]

하지만, 들려오는 메시지는 항상 똑같았다.

“후우··· 왜지? 조건이 뭔데?”

가오스의 접견실을 다녀오고 난 뒤, 시간이 꽤 흐른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다른 일에 집중하다보니 포탈에 온 신경을 집중할 수 없었던 것도 사실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금 들려오는 메시지 때문이었다.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

이것만 아니었다면, 진즉에 마지막 남은 포탈까지 들어가서 완벽하게 끝냈을 것이다.

더불어 수하들과 자신이 강해졌을 것이고.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들어오는 것조차 허락을 하지 않을 리가 없지.

“일단 조건부터 여는 게 중요한가? 그런데 단서가 없다는 게 흠이야···.”

일단은 몸을 돌려 안식처를 빠져 나갔다.

포탈로 성장의 열쇠를 얻을 수 없다면, 몬스터에게서 얻을 수밖에.

405레벨을 달성하고, 몬스터들을 쉬지 않고 잡아낸 결과 5가 추가로 올랐다.

지금 그의 레벨은 410.

위잉-

집에 도착하니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통화권을 벗어났기 때문에 안식처에서는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하지만, 집에 도착하면서 통화권지역에 들어왔기에 전화가 되는 것이다.

-국제번호.

국제번호였다.

프레드인가?

그라고 하기에는 임지성과 함께 거실에서 예능프로그램을 시청 중이다.

킹의 상점에서 번역 아티팩트를 건네주었기 때문에 알아듣는 데에는 지장이 없었다.

‘누구지?’

태현은 의아했지만, 일단은 통화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다.

-네. 한태현입니다.

[email protected]#@$%

휴대폰 너머에는 알 수 없는 언어가 들려왔다.

결국 태현도 번역 아티팩트를 사용한 뒤에 다시 말했다.

-네. 한태현입니다.

-어···! 중국어 되십니까?

-네. 누구십니까?

-아··· 저는 진진이라고 합니다. 중국의 갓 급 헌터 중 한 명이지요.

-아-

이제 알 것 같다

일전에 관리국을 통해 들었던 그 이름.

당시에 직접 연락을 취하라고 했는데, 한동안 오지 않다보니까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런데 진진의 목소리가 세차게 떨리고 있었다.

긴장한 걸까?

천하의 갓 급이 긴장은 한다고?

태현은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그··· 듣기로는 헌터님의 능력이 소환능력이라고 들었습니다.

-네. 헌터님과 같은 능력이죠.

다르지만, 베이스자체는 같으니까.

-그래서 헌터님을 직접 만나 뵙고 싶습니다.

-저를요?

-네.

-이유는요?

‘진진이 나를 왜?’

대충 예상은 갔지만, 겨우 그 정도 이유로 먼 거리를 달려오겠다고 할까?

-헌터님의 소환 능력을 제대로 보고 싶습니다! 저보다 훨씬 강대한 능력을 직접 두 눈에 담고 싶습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흐음··· 굳이 그걸 보여드려야 합니까?

-죄··· 죄송합니다. 호기심이 너무 강하다보니···.

-좋습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네?

간단한 조건이다.

힘을 보여주는 거야 어렵지 않으니까.

-헌터님의 능력도 제게 숨김없이 보여주셔야 합니다. 가능하시겠어요?

-제 능력을요? 미천한데···.

-미천? 씁··· 다른 헌터들한테 그런 말 하셨다간 큰일 날 겁니다.

갓 급 헌터가 자신의 능력이 미천하단다.

희대의 개소리다.

-아··· 알겠습니다. 당연히 보여드릴 수 있지요.

-그럼 알겠습니다. 제가 갈까요? 아니면 오실래요?

예의상 물어보는 것이다.

당연히

-제가 가야지요! 언제 찾아뵈면 되겠습니까?

진진 쪽에서 와야 한다.

그리고 그는 눈치 있게 대답했다.

-좋습니다. 그러면 이틀 뒤에 한국에 도착하셨으면 하는군요.

-이틀 뒤··· 알겠습니다. 곧장 출발하겠습니다.

-도착하면 여기로 전화를 주십시오.

-네!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종료했다.

태현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갓 급의 힘이 필요할 때가 있을 거다.”

벨루아를 상대하는데 있어서 갓 급은 중요한 전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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