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파괴신 한태현(1)
*[레벨이 올라 한계 레벨인 10,000으로 상승합니다.]
[킹의 레벨이 한계를 초월했습니다.]
[소유하고 있는 모든 병사의 등급이 Max가 되어 10성으로 상승합니다.]
[스킬들이 초기화됩니다. 킹의 상점에 있는 모든 스킬들이 권능으로 구현됩니다.]
[군주 레벨이 Max가 되어 스테이터스에서 사라집니다. 군주의 능력치는 동일합니다.]
[신체 능력치가 모두 한계에 다다릅니다.]
[칭호 : 6대 킹 아모스 -> 파괴신 아모스로 변경됩니다.]
[파괴신의 영향으로 칭호 : 마계의 왕 -> 파멸의 왕으로 변경됩니다.]
[파멸의 왕의 능력으로 마족들의 모든 등급이 한 단계씩 상승합니다.]
[초대 킹 가오스가 가지고 있는 기억 일부분이 아모스에게로 전송됩니다.]
“허업!”
순식간에 너무 많은 메시지가 울렸다.
대충 요약하자면, 그가 가지고 있는 스테이터스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스테이터스를 한번 오픈해보았다.
-각성자 스테이터스-
[이름 : 한태현]
[레벨 : 10,000]
[칭호 : 파괴신 아모스, 파멸의 왕.]
[능력치]
-근력 : 9,999
-민첩 : 9,999
-체력 : 9,999
-지능 : 9,999
-행운 : 9,999
-품위 : 9,999
스킬이 사라졌다.
태현은 손바닥 위로 독극물을 만들었다.
아무것도 없던 손바닥에 물이 흘렀고, 땅에 떨어진 물은 산성으로 인해 땅이 부식되었다.
‘내 수하들이 10···.’
전부 10성으로 올라왔다는 메시지.
“이제 나가도 되겠나?”
태현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품위가 9,999까지 올라오면서 자연스럽게 킹의 위엄이 발현되는 것이다.
레온은 눈빛을 이글이글 태우며 고개를 숙였다.
“당장이라도 출전이 가능합니다.”
“주군의 뜻대로 하시옵소서.”
“주군!”
태현의 눈이 이번에는 발락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처음 보는 얼굴이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게 네 원래 얼굴이냐?”
“···그렇습니다! 주군 덕분에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습니다!”
10성으로 승급하면서 부작용을 떨쳐낸 것이다.
발락은 어깨까지 내려오는 바이올렛의 머리칼과 녹색의 눈동자가 매력 있는 청년의 모습으로 변했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턱선이 샤프한 것이 흔히들 말하는 미남형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알겠다. 바로 출발하자.”
태현이 걸음을 옮겼다.
가오스의 기억.
그가 어째서 파괴신에서 차원을 지키려고 했는지, 왜 자신에게까지 힘이 넘어왔는지 전부 알 수 있었다.
원래 알고 있었던 사실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일단은 게이트부터인가.’
분명 일주일이라고 언급했다.
그렇다는 것은 몬스터를 떼거지로 보내어서 인간들을 옥죄는 것으로 시작할 것이다.
벨루아는 항상 그런 방식으로 차원을 부수기 시작했으니까.
태현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 앞에 검은 포탈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벨루아가 사용하던 권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들 움직일 수 있겠나?’
‘네! 가능합니다!’
‘몸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충분히 싸울 수 있습니다.’
파괴신이 되었기 때문일까?
육체로 돌아가지 않았음에도 수하들은 다시금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가능해졌다.
마족들 역시 그의 부름에 화답했다.
‘그래. 흩어져서 나이가 대륙과 지구를 수호한다. 실시!’
‘네!’
‘알겠습니다!’
수하들은 우렁차게 대답하고, 급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전부 10성까지 올라왔고, 마족들은 전부 한 단계 승급했다.
이 정도라면, G급 게이트가 떼거지로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두렵지 않다.
특히 그의 능력은 이미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지 오래다.
“우리도 간다.”
“알겠습니다!”
*한국은 비상이었다.
15개의 S급 게이트가 등장한 것으로도 모자라 10개가 추가로 등장해버렸다.
그리고 몬스터가 떼거지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이럴 때에.”
모든 길드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연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채민희는 죽어있는 태현의 곁을 지키고 싶었지만,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님을 알기에 길드원들을 통솔하기 위해 떠났다.
반면, 왕국 길드는 그 자리에서 꼼짝 않고 있었다.
이 병실에서 빠져나간다면, 더 이상 태현의 얼굴을 보는 일은 없을 테니까.
그리고 마스터가 없는 지금 부마스터인 임지성이 명령을 내려야 하는데, 그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말도 없었다.
“부사장님! 안 가실 거예요!? 사람들이 위험하다고요!”
장은희, 장은아는 어느새 전투 준비를 마친 뒤였다.
방금까지 눈물을 흘린 터라 눈물자국이 선명했지만, 지금은 신경 쓸 떼가 아니다.
“······.”
그러나 임지성은 말이 없었다.
결국 장은희가 그들을 통솔해서는 병원 건물을 빠져나갔다.
장은아가 통솔하는 길드원은 머뭇거렸지만, 이내 장은아까지 전투에 참여하기 위해 남은 이들을 통솔했다.
“후우··· 너, 진짜 왜 그래?”
유지아는 답답한 나머지 임지성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지금은 이렇게 좌절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다.
싸워야 한다.
“됐어··· 다 끝났어. S급 게이트가 25개야···.”
태현만 있었다면, 어떻게든 해보겠는데···.
늘 혼자서 해보려고 열심히 했는데, 막상 소중한 친구를 잃어보니 모든 게 다 부질없게 느껴졌다.
“그래서 포기하려고? 태현이라면 절대 포기 안 할 텐데.”
“······.”
“마음대로 해. 그래도 나중에 태현이 만나면, 고개 떳떳하게 들고 나 열심히 했다고 말할 수는 있겠어?”
“···너.”
“길드 부마스터님. 네 명령에 길드원들이 움직이는 거야. 알았어?”
“그 말이 맞아.”
“어···.”
“어···?”
그 대답은 임지성의 뒤에서 들려왔다.
뒤는 바로 침대인데···?
두근 두근.
임지성이 몸을 떨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태현이 몸을 일으킨 채로 바라보고 있었다.
“태현아···.”
“너, 이 새끼야. 부마스터 자리에 있으면 똑바로 해야 할 거 아니냐.”
눈물을 글썽이는 임지성의 머리를 가볍게 쥐어박았던 태현이 유지아를 보았다.
그녀 역시 눈물을 흘리면서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
“불편한데? 조금 떨어져라.”
정말 태현이다.
“미x놈아! 완전히 죽은 줄 알았다고! 흐흑···.”
“내가 죽긴 왜 죽냐? 어쨌거나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다. 게이트가 25개라고?”
“어. 25개래···.”
유지아는 그의 곁에서 떨어졌다.
지금은 게이트의 몬스터를 잡아들이는 것이 우선.
“···곧바로 명령을 내릴게.”
“됐어. 너는 인마! 나한테 100대는 맞아야 돼. 내가 없으면 네가 해야지. 가만히 축 쳐져있어?”
“···면목이 없다.”
임지성이 고개를 떨궜다.
어째서 좌절의 늪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왜 벌써부터 포기했을까?
후회가 막심했다.
“그럼 앞으로 제대로 해라.”
태현은 피식 웃고는 헌터 워치를 들었다.
-아아, 들리나.
길드 보이스톡이라는 시스템이다.
이걸로 모든 길드원들의 워치에 태현의 목소리가 전달될 것이다.
-사장님!?
-은희냐?
-네··· 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내가 죽을 거라 생각했어? 어쨌든 일단 은희랑 은아는 다시 병실로 돌아와. 지금 마음대로 움직이면 안 돼. 게이트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나머지는 체육관 있지? 거기로 가 있어.
-······.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길드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저 숨죽여 우는 소리만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나이가 대륙.
엘프의 숲.
현재 나이가 대륙도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상태였다.
“장로님! 여기 계시면 위험합니다!”
엘프 중 하나가 아르제에게 다가가 말했다.
다급한 것이 당장이라도 대피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아르제는 요지부동이었다.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야. 나는 내 선택을 믿어.”
“장로님!”
아르제의 말이 맞다.
현재 대륙 전체적으로 S급 게이트를 통해 몬스터가 떼거지로 쏟아져 나오는 상태였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었다.
그건 엘프의 숲도 제외는 아니었다.
몬스터가 결계를 뚫고 엘프의 숲으로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벌써 소수의 엘프는 몬스터의 뱃속으로 들어간 상태다.
그럼에도 아르제는 태현을 믿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런 선택을 내렸는지 아나?”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지금 한가롭게 대화할 때가 아니라고요!”
엘프는 발을 동동 굴렀다.
그렇다고 아르제를 버리고 갈 수도 없는 노릇.
엘프의 족장인 아르제가 없으면, 당장 엘프는 누가 통솔한다는 말인가?
“쯧, 그렇게 열 내지 마. 곧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거야.”
“네? 그게 무슨···.”
우워워어!
엘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몬스터의 포효가 엘프의 숲을 덮쳤다.
엘프들은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위해 활을 이용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몬스터들은 간지럽다는 듯, 화살을 맞아가면서도 진입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젠장! 확실하게 막아! 우리의 터전은 우리가 지킨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만 해서는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
“도망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할 것이오!”
엘프들은 용맹했다.
용맹함으로만 승부를 본다면, 몬스터를 쓰러트리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싸움은 용맹함으로는 절대로 끝을 볼 수 없다.
몬스터들은 가소롭다는 듯, 입에서 불을 뿜어대면서 엘프의 숲을 태워버리기 시작했다.
“이··· 이런!”
아르제의 앞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던 엘프가 밖의 상황에 지켜보고는 절망했다.
“후우··· 간부가 되어서는 겨우 그 정도로 포기하면 쓰나? 다른 엘프들을 조금 본받도록 해.”
“지금 그런 말 할 때가 아니잖습니까!?”
“아니, 슬슬 시작될 거야.”
아르제는 자신의 감을 믿었다.
분명 약속대로 태현이 이 대륙을 수호할 것이라는 걸 말이다.
그리고 그 감은 적중했다.
콰직!
난데없는 창이 몬스터의 이마를 그대로 뚫어버렸다.
화살로도 뚫리지 않았던 피부가 창 하나에 그대로 절명한 것이다.
몬스터들은 당황했다.
반면, 엘프들은 환호했다.
“오셨다!”
“킹을 섬기시는 분들이 오셨다! 우린 살았어!”
펄럭이는 검은 날개가 지금은 너무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렇다.
이들은 마족들.
그것도 마스터~그랜드 마스터 등급의 마족들이었다.
“주군의 명령대로 모든 몬스터들을 말살한다!”
마족들은 그 말과 함께 몬스터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진입하는 몬스터들.
그리고 그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몬스터들까지.
그것은 엘프의 숲만이 아닌, 모든 대륙들의 몬스터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만의 마족들이 흩어져서 몬스터들을 닥치는 대로 학살하기 시작했다.
최상급 밑의 마족들이 쩔쩔매긴 했지만, 마스터 등급 이상의 마족들이 즐비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었다.
“와! 와!”
수많은 백성들이 마족들을 칭송했다.
몬스터들을 처리해나갈 때마다 모든 이들의 환호가 그들의 귀를 간지럽혔다.
“이거··· 나쁘지 않은데?”
마족들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주군의 명령으로 움직이고는 있었지만, 이런 히어로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마족들은 현재 나이가 대륙을 휩쓸고 있을 테고··· 나머지는 한국의 몬스터들을 처리하면 되겠어.’
1,000명이 조금 넘는 수하들이 움직일 테니 크게 걱정할 건 없다.
다만, 벨루아가 숨어있는 게이트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골치가 아프다.
자신이 권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 권능을 사용해서 아예 종적을 감췄다.
그리고는 게이트의 숫자를 더 늘리기 시작해서는 지금 50개의 S급 게이트가 생성되었고, 쏟아져 나오는 몬스터의 숫자가 2배가량 불어났다.
“왜 움직이지 말라는 건데요?”
눈앞에는 쌍둥이와 임지성이 있었다.
나머지 길드원들은 왕국 길드의 이름으로 대여한 체육관에서 대기 중.
그런데 쌍둥이들은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로 태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눈물겨운 상봉이 이루어질 뻔 했으나 태현이 가볍게 커트했기 때문이다.
“지금 몬스터들이 즐비한 건 알지? 그것도 다 S급이야. 쉽지 않은 싸움이란 말이지.”
태현은 노려보는 시선에도 태연하게 말을 덧붙였다.
“감정싸움 할 때가 아니야. 내가 길드들에 연락을 취하고, 일단 대피하라고 하는 이유가 왜인지 눈치 챈 사람 있어?”
각 길드의 대표들에게 연락을 취했을 때에는 다들 귀신 보듯이 놀랐었다.
그리고 확실히 태현이 살아있음을 인지하고, 그의 명령에 따르겠다고 약속했다.
“···설마?”
역시 임지성은 눈치 챌 줄 알았다.
태현이 씨익 웃었다.
“그래. 내 수하들이 몬스터들을 전부 학살할 거야.”
“그게 가능해?”
“가능해요?”
어느새 노려보던 눈빛을 지우고, 놀란 얼굴로 묻는 쌍둥이.
태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해. 일단 지켜봐. 그리고··· 나는 좀 나갔다 올 예정이야.”
“어디를?”
이제 막 눈을 뜬 태현이 바로 움직인다는 게 걱정이 되었다.
갓 급이라고는 하지만, 누군가에게 당하지 않았던가?
“괜찮아. 이제 멍청하게 당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확실하다.
마지막 조건을 충족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최고의 헌터인 줄 알았지만, 벨루아를 상대해보니 알았다.
‘나는 약해 빠졌었지. 그리고 자만했고.’
지금은 다르다.
힘을 확실하게 얻었다.
하지만, 더 이상 자만하지 않는다.
‘벨루아를 확실하게 잡아들인다.’
갚아준다.
죽음은 죽음으로.
그것도 몇 배 더 불려서.
태현이 빚을 갚는 방식이었다.
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는 쌍둥이의 머리를 가볍게 문댔다.
“지성아, 애들 확실히 챙겨. 다음에도 이러면 진짜 너부터 가만 안 둔다?”
“···알았다. 네가 죽는다고 해도, 이제는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임지성이 희미하게 웃었다.
“안 죽는다. 어디서 불길한 소리를 하고 있어.”
태현은 그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한 번 올려주고는 그대로 권능을 사용해서 건물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