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 센추리-142화 (142/345)

# 142

그의 이름은 최진수. 소왕국 동맹을 이끄는 최명헌 의장의 동생이었다.

‘역시 나의 생각대로 되었어. 똑똑한 척하더니 최명헌, 네놈도 어쩔 수 없구나! 크하하하! 꼴좋다, 최명헌!’

소왕국 동맹군의 일방적인 패배!

그 충격적인 소식에 군웅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하였지만 최진수만큼은 예상했던 일이라는 듯 대소를 지었다.

실제로 최진수는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확신하고 있었었다. 소왕국 동맹이 패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미 2회 차 때 현리, 그러니까 대한국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부족에게 몇 번이고 당한 경험이 있는 최진수였다.

그때 알게 된 것이 대한국에 말도 안 되는 괴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바보 같은 것들. 괴물을 상대로 무식하게 싸우니 그렇게 당하지. 크하하하! 아무리 현실성이 대단하다고 해도 이곳은 현실이 아니야. 이 병신들아.’

무공이 없는 한 대한국의 괴물을 상대하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물론 숫자로 압도한다면 방도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이번 전쟁의 결과를 보아하니 천 단위도 의미가 없어 보였다.

대한국을 건국했던 유저로 보이는 이 왕자가 거의 단신으로 소왕국 동맹의 본대를 전멸시켰기 때문이다.

만약에 숫자로 압도하려 한다면 최소 만 단위는 움직여야 하리라. 하지만 한국의 그 어떤 유저도 만 단위의 군사력을 동원할 수는 없었다.

다음 회 차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이번 회 차에서만큼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대한국의 괴물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무공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도망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바로 나처럼 말이야.’

2회 차 때 그는 도주의 달인이 되었다. 대한국에게 몇 번 당하고 나니 언제 발을 빼야 하는지 직감적으로 알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최진수는 소왕국 동맹이 결성되는 순간 곧바로 충청도를 빠져나가기 위해 움직였다. 그의 직감이, 대한국의 침공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하였기 때문이다.

즉, 그의 직감은 소왕국 동맹이 전쟁에서 패배하는 것은 물론이요, 역습까지 당하리라고 예견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최진수의 직감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소왕국 동맹은 결정적인 패배를 당한 이후 퇴각을 거듭하다가 결국 자신들의 영토로까지 밀려났다.

전쟁에서 얻었던 땅들은 모두 잃었고 이제는 자신들의 영역까지 내주어야 할 상황이 되고 만 것이었다.

‘만약에 끝까지 충청도에 남아 있었다면…… 끔찍하군. 끔찍해.’

동맹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과연 이 왕자가 최진수를 용서해 주었을까? 그의 성격을 생각하면 절대 그렇지는 않으리라.

다른 소왕국들의 미래가 그런 것처럼 땅은 물론이요, 나라까지 내주고 말았을 것이다. 어쩌면 목숨까지도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충청도를 벗어난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비록 지금 당장은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어쨌든 목숨은 지킬 수 있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은 ‘도주의 달인’인 최진수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도 했고.

“역시 백제보다는 신라지. 삼국시대에도 최종적으로 승리한 것은 신라였잖아?”

최진수가 새로운 시작점으로 선택한 것은 경상도였다.

거창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대한국에게서 최대한 떨어지기 위해서였다. 멀면 멀수록 대한국의 군세가 당도하기까지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최진수는 경상도로 이전하면서 나라의 이름까지 바꾸었다. 진한국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경상도 하면 생각나는 신라로 국명을 바꾼 것이었다. 그야말로 경상도에서 뼈를 묻겠다는 다짐을 보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국을 가만히 놔둘 수는 없다. 이대로 놔두다간 3회 차 안에 경상도까지 세력을 확장할 수도 있으니까.’

그가 소왕국 동맹의 승리보다 대한국의 승리를 원했다고 해도 대한국이 언제까지고 승승장구하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대한국의 역할은 소왕국 동맹을 무너뜨리고 최명헌을 제거한 시점에서 끝났다고 봐도 좋았다. 최진수의 신라 왕국을 위해서라도 대한국은 다시 조용해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마재광, 그놈이 지금 이 시점에 대한국의 뒤를 쳐 줘야 하는데…….”

마재광!

2회 차에 대한국으로 잠입시킨 그의 심복이라면 대한국을 3회 차가 끝날 동안 조용히 만드는 게 가능할지도 몰랐다.

#반란

‘안정을 찾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한국의 백성들은 소왕국 동맹과의 갑작스러운 전쟁 때문에 큰 혼란에 빠졌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소왕국 동맹에 가입한 스무 여개의 나라들이 종주국을 향한 공물을 거부하고 사신을 홀대하면서 서로 간에 어느 정도 적대적인 감정이 쌓였지만 대한국이나 소왕국 동맹이나 전쟁을 원치 않았었다.

소왕국 동맹은 내정이 불안한 나라가 많아서 전쟁을 원치 않았었고, 대한국 같은 경우는 대외 정책을 주관하는 왕세자가 전쟁을 혐오하는 평화주의자였다.

그래서 국지적인 충돌은 있을지 몰라도 전면전에 해당하는 대대적인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모두가 예상하였었다.

하지만 소왕국 동맹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선제공격을 가하였다. 소국이 감히 대국을 친 격이었다.

이 믿을 수 없는 소식에 대한국의 백성들은 모두 혼란에 빠졌다.

현왕이 통치하기 시작한 이후 전쟁 한 번 일어난 적이 없었었다. 그런데 가장 우호적이라고 생각했던 소왕국들이 선제공격을 가했으니, 충격을 받지 않는 게 이상하였다.

대한국의 모든 이들이 혼란에 빠져 있던 그때, 이 왕자가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이 왕자는 자신이 직접 소왕국들을 응징하겠다는 선언을 하고는 곧바로 자신의 병사들을 불러 모았다.

국왕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군사력을 집결시킨 것이었다. 무려 수천에 달하는 군사력을 집결시킨 이 왕자는 곧바로 출정하였다. 소왕국 동맹을 징벌하기 위해 출정을 떠난 것이었다.

백성들은 이 왕자의 출정에 크게 기뻐하며 함성을 내질렀다. 왕국에서 제일 강하다고 알려진 이 왕자가 나선다면 소왕국 동맹쯤은 순식간에 격퇴하리라. 백성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그런 기대를 하였다.

그리고 이같은 백성들의 기대는 며칠도 채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되었다.

연전연승!

이 왕자가 소왕국 동맹을 상대로 연승을 거듭하였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안정을 찾는 속도도 빨라지겠지. 더군다나 이 왕자가 돌아오기라도 한다면……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그때부터는 완전히 이 왕자의 세상이 될 것이니까.’

마재광.

최진수의 심복인 그는 조금씩 조급해지는 것을 느꼈다.

전쟁이 벌어졌기에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길 줄 알았는데 이 왕자가 이끄는 군대의 기세를 보아하니 소왕국 동맹이 오래 버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길어 봐야 한 달. 돌아오는 시간까지 합하면 두 달 정도에 불과하였다.

그리고 이 왕자가 다시 대한국으로 돌아온다면 그가 세운 계획은 모두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조합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가지고 있던 이 왕자가 이번 전쟁으로 명성까지 얻었으니 대한국의 권력은 이 왕자에게로 넘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서둘러야 한다.’

의용군이 돌아오기 전에, 이 왕자가 알아차리기 전에 거사를 진행하리라.

마음의 결정을 내린 마재광은 곧바로 자신의 계획에 동참할 유저들을 불러 모았다.

백면서생처럼 생긴 유저, 험상궂게 생긴 유저, 심지어 본 게임에 얼마 없다는 여성 유저도 그의 부름에 응하였다.

이곳에 모인 전부가 그와 뜻을 함께할 유저들이었다.

“지금 같은 시점에 우리를 불렀다는 것은 그 이유 때문이겠죠?”

여성 유저의 물음에 마재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기회는 지금뿐인 것 같습니다.”

“흐응, 그런데 왕세자와는 이야기가 된 건가요?”

“아니요. 아쉽게도 왕세자와 따로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습니다.”

마재광의 말에 유저들이 인상을 찡그렸다.

‘가장 중요한 것도 해결하지 못했으면서 우리는 왜 불렀냐?’

그들은 눈빛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왕세자의 조력 없이 거사를 일으키겠다는 겁니까?”

분위기가 잠시 어색해졌을 때, 한눈에 봐도 육체파로 보이는 거한이 신중한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거사를 일으킨 이후에 동맹하자고 제안할까 합니다.”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가 하려는 것은 결국 반란인데?”

“가능할 겁니다. 초조한 것은 우리뿐만이 아니니 말입니다. 왕족들이라고 이 왕자에게 권력을 넘기고 싶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그들도 지금 주어진 마지막 기회를 어떻게든 이용하려 들 것입니다.”

유저들은 다시금 인상을 찡그리며 고민하였다.

그들이 모의하고 있는 것은 반란이었다. 실패한다면 목 날아가는 것이 기본이라는 바로 그 반란 말이다.

게임이라 하나 목숨이 달려 있는 문제이다 보니 신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내심이라고는 조금도 없으면서 이럴 때는 또 신중하군. 하아, 이자들이 혹여 반대하면 큰일인데…….’

뜻을 함께하는 동료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가까운 관계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노골적으로 말해서 목표만 이룬다면 언제 배신해도 이상하지 않을 관계였다.

여기에 모인 유저들에게는 의리나 동료애 같은 감정이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마재광으로선 이들이 자신의 계획에 따라 줄지가 의문이었다. 자신도 불안한 계획인데 이들이라고 불안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니 말이다.

“솔직히 마음에 안 듭니다.”

“…….”

“하지만 지금밖에 기회가 없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요. 대한국이 약점을 보이는 것은 오직 지금뿐일 것이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혈맹은 이번 거사에 함께하도록 하겠습니다.”

거한의 나직한 말에 마재광이 반색하였다.

‘혈맹이 가장 먼저 찬성표를 던질 줄이야!’

2회 차에 엄청난 악명을 떨쳤던 혈맹 부족. 바로 그 혈맹 부족의 후신이 3회 차의 혈맹이었다.

그렇게나 악명을 떨친 세력이니 분명 범상치 않은 실력을 가졌을 터. 마재광으로선 반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혈맹이 나선다면 우리 머더러 길드도 나설 수밖에 없겠네요.”

“……에, 그렇게 정해졌나요? 그럼 우리 무법자 조합도 거사에 함께하겠습니다.”

악명 높은 혈맹이 가장 먼저 나서니 나머지 유저들도 뒤 따라 선언하였다. 거사에 함께하겠다고 말이다.

마재광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다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어려운 결정을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결정을 후회하지 않게 만들겠습니다.”

그렇게 이 왕자가 원정을 나가 있는 틈을 타 반란군이 조직되었다. 반란군의 목적은 유저를 해방시키는 것.

즉, 유저를 강제하고 억압하는 모든 것들을 없애는 것이 반란군의 목적이었다.

* * *

단 한 번의 전투.

대한국과 소왕국 동맹군 간의 전쟁은 고작 한 번의 전투로 결판이 났다.

승자는 당연히 대한국이었다. 그리고 승자가 된 대한국은 전리품을 얻기 위해 물밀듯이 남하하였다.

충청도에 있는 스물네 개의 왕국들을 점령하기 위해 움직인 것이었다.

그들의 기세는 무시무시하였다. 전쟁이 시작되고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았건만 벌써 다섯 개의 나라를 정복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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