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 센추리-156화 (156/345)

# 156

“마법이 발전하면 마정석의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마물 사육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도록.”

“알겠습니다. 성공 가능성을 100퍼센트로 늘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동휘와 마지막으로 던전 탐험 및 마법 그리고 마물 사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호영은 고개를 돌려 다른 간부의 직책을 불렀다.

“대군사.”

“부르셨습니까, 전하.”

대군사는 바로 강충구였다.

“전쟁 계획은 어디까지 진행되었지?”

호영은 가장 먼저 전쟁 계획을 물어보았다.

사실 전쟁 계획은 작년, 즉 1분기에 이미 구상이 끝났었지만 계획이란 본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었다.

특히 경상도나 전라도 지역의 경우, 전쟁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에 변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충구에게 질문을 던지는 의도도 작년에 세웠던 계획을 어느 정도로 수정하였고 완성시켰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전라도 같은 경우는 작년에 세웠던 계획대로 움직이면 여름이 가기 전에 문제없이 정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상도는?”

“그곳은 작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올해 안에 정복하는 것은 아무래도 힘들 것 같습니다.”

“세 나라 때문인가?”

“그렇습니다. 대현그룹이 세운 대현 왕국부터, 부산을 중심으로 세력을 넓힌 동백 왕국, 그리고 충청도에서부터 이주하여 경상도의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한 신라 왕국까지. 이 세 개의 나라로 인해 경상도를 정복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전라도의 경우는 여전히 조그만 부족국가 형태의 나라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강대국은커녕 지역에서 힘깨나 쓴다고 할 수 있는 나라도 없었다. 비슷한 규모의 약소국끼리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전쟁을 이어 가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경상도는 달랐다. 충구가 거론한 세 개의 나라는 벌써부터 경상도의 강대국으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작년에 세웠던 계획대로 경상도를 공략하기에는 세 나라의 국력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었다.

“강화도의 해군을 이용한다면?”

현재 대한국은 호영의 지시에 따라 해군 전력을 꾸준하게 증강시키고 있었다.

조선소를 세워 선박을 늘리는 동시에 중앙군의 일부를 해군으로 전환시켜 규모를 확장시켰다. 이밖에도 회귀 전에 해군 지휘관으로 명성을 떨쳤던, 강바다라는 이름의 모험가를 해군 총책임자로 임명하기도 하였다.

한마디로 대한국은 육군 전력만큼이나 과분하게 느껴지는 해군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저도 해군을 쓸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만…….”

하지만 충구의 목소리는 밝지 않았다.

“별로인가 보지?”

“예, 아무래도 해군이 사용하는 선박의 크기가 나룻배보다 조금 나은 정도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지금의 해군 전력으로는 전라도라면 몰라도 경상도까지 병력을 수송하는 것은 힘들 것 같습니다.”

“돌격대나 친위대만 이동시킨다면?”

“보급이 문제입니다.”

“현지에서 수급하면 되지 않나?”

“그러면 민심을 잃지 않겠습니까? 무엇보다 대현 왕국이 문제입니다. 현실에서 조선소를 운영하기 때문인지, 센추리에서도 비정상적인 해군 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대한국이 아무리 강해도 해상에서는 대현 왕국을 이길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군.”

납득했다는 듯 마침내 호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겨울이 가기 전에 경상도를 정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인정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때 호영이 돌연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대현 왕국의 해군을 포섭할 수 있을까?”

“예?”

“해군 말이야. 그렇게 강하다면 포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잖아.”

“…….”

분명 맞는 말이었다. 강적과 무조건 싸울 필요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왜냐하면 상대는 대현 왕국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키우는 해군인데 아무래도 힘들지 않겠습니까?”

“우리도 이제 대기업에 그렇게까지 밀리는 것은 아니야. 센추리에서라면 오히려 우리가 독보적이지.”

“그건 그렇습니다만…….”

충구는 눈썹을 찡긋거리며 말끝을 흐렸다. 직접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였다.

호영은 그런 충구를 보며 재차 말문을 열었다.

“물론 나도 쉽게 포섭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현금이나 코인, 그도 아니라면 센추리에서의 입지를 보장해 준다면 조금 가능성이 있지 않겠어?”

“억 단위를 쓴다면야 해군 유저들을 포섭하는 게 가능할 것 같기는 합니다. 코인으로도 가능할 것이고 말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경상도도 2분기 안에 정복하는 것이 힘들다는 거지, 3회 차가 끝나기 전에 정복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의 의문은 당연했다.

시간은 충분히 여유로웠다. 경상도의 정복이 조금 늦어진다고 해도 3회 차 안에만 정복할 수 있다면 문제 될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렵게 적을 회유하면서까지 전쟁을 강행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호영은 억지를 부리기라도 하려는 듯,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돈이 얼마가 들든 상관하지 않겠다. 가능하다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회유해라.”

“전하의 뜻이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회유해 놓겠습니다.”

“되도록이면 가을이 오기 전에 회유해라.”

“끙, 그렇게 하겠습니다.”

충구의 대답에 호영은 마침내 흡족한 얼굴을 하였다.

‘대현 왕국의 해군이 나의 것이 된다니…….’

아직 시도조차 하지 않았건만 호영은 마치 회유에 성공이라도 한 것처럼 설레발을 쳤다. 충구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어서 회유에 실패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었다.

‘강바다가 이끄는 대현 왕국의 해군이라면 일본을 공격하는 게 가능할 수 있겠어.’

호영이 해군 전력을 필요 이상으로 팽창시키고 있는 이유. 그것은 바로 일본을 견제하기 위함이었다.

즉, 호영은 일본과의 전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었다.

* * *

아타케부네에 올라탄 조선 정벌군의 선봉장, 구키 요시타카는 조금씩 가까워지는 육지를 보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드디어 반도에 도착했다! 조센징들을 때려죽일 시간이 되었어!”

요시타카의 환호성에 아타케부네의 일본 유저들이 포효하였다.

“우오오오오!”

“조센징들을 전부 때려죽이자!”

“쇼니군 만세! 일본 만세!”

반자이를 외치며 벌써부터 전쟁에서 이기기라도 한 것처럼 요란을 피우는 일본 유저들을 보며 요시타카는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아직 전쟁은 시작되지도 않았지만 그가 생각하기에 조선과의 전쟁은 이미 이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동원된 함선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고바야부네 50척에 세키부네 20척 그리고 일본의 대표적인 배로서 ‘집이 달린 배’라는 뜻을 가진 아타케부네가 3척이나 동원되었다.

대부분은 쓰시마에 남아 있고, 선봉으로 동원된 함선은 아타케부네 1척에 세키부네 10척, 고바야부네는 20척에 불과하였지만 이것만으로도 병사 수가 1,500명이 넘었다.

즉, 선봉으로만 1천이 넘는 병력이 동원되었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군사 강국 일본에서도 결코 적다고 볼 수 있는 병력이 아니었고, 그들이 상대할 한국의 경우라면 그야말로 대군 중의 대군이었다.

‘동백 왕국이라고 했던가? 크큭. 군사수가 1천 명도 안 되는 주제에 무슨 왕국이라고.’

요시타카의 입가에 조소가 걸렸다.

일본 같은 경우는 일개 다이묘가 수천의 군사력을 동원하는 게 가능하였다. 그런데 왕국을 칭하는 나라들이라면?

아무리 못해도 만 단위는 동원할 수 있었다. 일본은 처음부터 거인이나 오크, 수인족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1회 차부터 축적된 힘이 한국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그렇기에 요시타카로선 우스울 수밖에 없었다.

왕국을 칭하는 나라의 군사력이 고작해야 수백 단위에 불과한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조선의 1강이라 불리는 대한국이라는 나라가 조금 하는 것 같지만…… 그래 봤자 조센징. 동백부터 정복하고서 순차적으로 정복해 주마.’

그가 자신감에 가득 찬 미소를 지을 때마침 선두의 배들이 상륙을 시도하였다.

다행히 한국의 방해는 없었다.

견제하는 적군이 없으니 배를 운용할 오백 명의 병사를 제외하고 전투병 1천 명의 상륙이 완료되기까지는 그야말로 순식간의 일이었다.

“모두 빨리빨리 움직여라! 곧바로 진격할 것이다!”

요시타카의 외침에 여기저기서 ‘하이!’라고 외쳤다. 항해 시간도 길었고 접안 시설이 없는 장소에서 이루어진 상륙인지라 일본 병사들은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군기 빠진 모습을 보이는 병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의 병사들이 유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만약 한국의 유저들이었다면 진즉에 ‘GG’를 외치며 로그아웃하였을 것이다. 아니, 다른 나라의 유저들이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본인에게는 특유의 집단 심리가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조선 정벌군에 참여한 일본 유저들은 대부분이 스스로를 사무라이라고 칭하는 이들이었다.

사무라이가 고작 이 정도 지친 것으로 해이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 법! 일본 유저들은 이를 악물며 순식간에 출정 준비를 끝마쳤다.

‘역시 자랑스러운 대화족의 병사들이로군!’

요시타카는 조선 정벌군에 가담한 일본 유저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정면을 가리키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목표는 동백 성이다! 모두, 황금의 나라라 불리는 동백 국의 수도를 점령하러 가자!”

“우와아아아!”

동백 성 인근 바다에서 시작된 일본인들의 함성은 순식간에 동백 성을 지나 경상도 전체에 울려 퍼졌다.

* * *

갑작스러운 일본군의 침략에 한국 유저들은 처음에는 당황하고 경악하는 반응을 보였다가 곧, 분노하기 시작하였다.

쪽팔이가 쳐들어왔다니!

근래 들어 다시 반일 감정이 강해지고 있는 시국이었기에 한국 유저들은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쾅!

“짐의 영토에 왜구가 침공한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났는데 경들은 아직도 제대로 된 대책 하나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가!”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분노한 사람은 역시 일본의 침공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경상도 유저들이었다.

신라 왕국의 국왕, 최진수.

그는 옥좌에 달린 팔걸이를 내리치며 영주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경상도에서 가장 거대한 세력을 가진 것이 바로 최진수가 세운 신라였다. 그리고 신라는 경상도의 패자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이기도 하였다.

만약 일본의 침략만 아니었다면 적어도 3분기나 4분기 안에는 경상도 전체를 정복할 수 있었으리라!

그렇기에 최진수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영토가 되어야 할 경상도 지역이 안중에도 없던 일본군에게 빼앗기다니.

안 그래도 팽창을 거듭하여 결국 신라와 국경을 마주하게 된 대한국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상황이라 더욱 짜증스러웠다.

“방법은 하나뿐이옵니다. 대현 왕국과 힘을 합쳐 일본군과 맞서 싸우시지요.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습니다!”

최진수의 성화에 영주 중 한 명이 급하게 자신의 주장을 밝혔다.

숙적, 대현 왕국과 동맹을 맺어 일본군과 전면전을 치르자는 주장이었다. 최진수가 그 주장에 동조하려 할 때 반대편에 있던 영주가 반론을 제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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