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 센추리-210화 (210/345)

# 210

“이건 동력형 외골격입니다. 여기에도 마정석이 들어가 있어 방어력도 방어력이지만 사용자의 근력을 크게 증가시킵니다.”

“허, 시대를 건너뛴 외양인데요?”

“아이언맨이라도 만들려는 건가?”

“갑자기 장르가 달라졌어!”

마치 SF 영화에서 나올 것 같은 동력형 외골격의 등장에 사람들은 탄성을 넘어 경악하였다.

미군에서야 실전 배치되었다지만 여전히 낯설게만 느껴지는 외골격이었다.

센추리에서 외골격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상상했던 사람은 호영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근력의 증가는 어느 정도입니까?”

하지만 그래도 모두가 놀라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대군사라는 직책을 가진 이답게, 평정심이 남다른 충구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마법사가 손에 쥔 종이를 보며 답했다.

“스텟으로 따지면 대략 5에서 10 정도 증가하는 것 같습니다.”

“10요?”

“너무 적은 거 아닌가?”

예상보다 근력 상승이 적어 보이자 간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이 당황했던 것은 미국의 과학 기술과 마법의 힘이 무공의 그것을 넘어섰다는 우려에서였는데, 근력이 고작해야 10 정도밖에 늘지 않는다면 걱정할 이유가 없을 것 같았다.

“그 정도면 병기로서의 현실성이 없는 거 아닙니까?”

충구의 날카로운 지적에 마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였다.

“가격과 보급, 동력 문제를 생각하면 아직까지는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외골격 하나를 만들 돈이면 수백 명, 어쩌면 수천 명 이상도 무장시킬 수 있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말도 안 되게 비싸네요.”

“그러게. 근력이 겨우 10 상승하는 주제에 말이야.”

마법사의 말을 듣자 모두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한눈에 봐도 비싸 보이는 장비였지만 설마 이 정도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자랑할 줄은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지금이야 가성비든 기능이든 죄다 형편없지만 5회 차만 돼도 나름 쓸 만한 병기로 진화하게 될 것이야.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쓸모없는 것들을 계속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나중에 기가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는 거다.’

기가스.

8회 차 중반 무렵, 강대국들이 상용화에 성공하는 인간을 거대화한 형태의 거대 병기.

미국은 다른 나라들보다 무려 100년 일찍 기가스의 상용화에 성공한다.

다른 나라에서 무공이나 마법 발전에 집중할 때 기술 과학에 엄청난 투자를 하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으리라.

“참고로 여기까지는 미국이 국왕 전하에게 보내온 선물입니다.”

마법사의 말에 호영은 눈을 크게 떴다.

“선물이라고?”

“예, 전부 기술적으로 아국이 따라 할 수 있는 수준이지 않습니까? 무역품으로 삼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습니다. 그러니 선물로 보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기술력을 자랑하는 의도일 수도 있겠군.”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호영은 속으로 혀를 찼지만 미국의 의도야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어찌 되었건 마법사들에게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일 것이니 말이다.

‘무공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가르쳐 달라는 의도일 수도 있겠어. 하기야, 이렇게 된 이상 제대로 가르쳐 줄 수밖에 없겠지.’

어쩌면 손해라고 볼 수도 있었다.

열기구나 동력형 외골격은 당장에 쓸모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열기구의 경우는 현대 기술로 만든 열기구와 비교하면 조잡하기 그지없었다.

올라갈 수 있는 고도도 기껏해 봐야 1킬로미터가 최대일 정도였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신문물로 마법사들의 시야가 넓어졌을 것이니 꼭 손해라고 볼 일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진짜 무역품은 무엇이지?”

“그리핀입니다.”

“그리핀?”

저도 모르게 되물은 호영이지만 그리핀에 대해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회귀 전에도 그렇지만 지금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중형 마물이었으니까.

“헐, 우리도 이제 그리핀을 키우는 겁니까?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아주 조금밖에 없다고 하던데.”

“만약 키우는 게 가능하다면, 전쟁의 판도가 바뀌겠는데요?”

그리핀은 말처럼 타는 것도 가능하였다. 비록 엄청난 훈련이 필요하였지만 그리핀을 다수 운영하면 간부들의 말처럼 전쟁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었다.

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기동 속도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부들의 질문에 마법사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쉽게도 미국이 수출하는 그리핀은 전부 수놈이라 사육은 불가능합니다.”

“쩝, 역시 머리가 좋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지. 장사를 1, 2년 할 것도 아니니까.”

간부들이 아쉬워할 때 충구가 노마법사에게 물었다.

“그럼 가격은 어느 정도입니까?”

“마정석이 최소 팔백 개 이상 필요할 것 같습니다.”

“······팔백 개요?”

충구의 입술이 경련했다.

너무 비싼 가격에 당황한 것이다.

‘확실히 비싸기는 하군. 그래도 폭리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미국에서도 그리핀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니 비싼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무려 태평양을 건너온 마물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비싸다면 전쟁에서 써먹기는 힘들겠는데요?”

“정찰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괜찮지 않을까? 아니면 명령을 전하는 용도로 사용하든가.”

“NPC에게 명령을 전하는 용도라면 확실히 쓸 만하겠네요. 정찰용으로도 나름 괜찮을 것 같고요.”

간부들은 그렇게 웅성거리며 그리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잠시 간부들의 대화를 지켜보던 호영은 노마법사에게 물었다.

“무역품은 그리핀이 끝인가?”

“물론 그리핀 말고도 각종 영약과 담배, 이종족도 가져왔습니다. 과일이나 술 같은 것도 아주 조금 가져왔고 말입니다.”

“이종족은 노예를 말하는 건가?”

호영이 표정을 굳히며 묻자 마법사는 고개를 내저었다.

“노예는 아니고, 자발적으로 이주하기 위해 넘어왔다고 합니다.”

자발적이라?

과연 그 말을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기로 하였다.

이종족이 대한국에 합류하는 것은 호영으로서도 마다할 상황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혹시 이주하기로 한 이종족 중에 용인족이나 엘프족도 있던가?”

용인족과 엘프족은 마법 잠재력이 가장 강력한 이종족들이었다. 상고시대에 거인족에게 집단 학살을 당한 여파로 이종족 중에서 가장 적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어찌 되었건 그들이 대한국에 와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쉽게도 난쟁이족들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럼 드워프?”

“평범한 호빗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같은 답변에 호영이 혀를 찼다.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하기야, 슈워제네거 가문도 생각이 있다면 잠재력이 뛰어난 이종족을 타국으로 보내지는 않았겠지.’

그래도 호빗의 경우 무공 그중에서 경공의 재능이 상당한 편이니 나쁘게 생각할 일은 아닌 것 같았다.

“국왕 전하!”

안경을 쓴, 왕실 정보부 소속의 유저가 호영을 불렀다. 한눈에 봐도 무척이나 다급한 모습이었다.

그 순간 호영은 불안감을 느꼈지만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냐?”

“혼슈 동북부에서 암살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호영은 눈가를 좁혔다.

암살 사건? 누가 암살을 당했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렇게 다급히 보고해야 될 사안은 아니었다.

“누가, 누구를 암살했다는 것이냐?”

“우리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인들이 대거 암살을 당했습니다!”

“대거? 한두 명이 아니라는 것인가?”

“예! 지금까지 파악된 숫자만 열 명이 넘습니다!”

열 명이 넘게 암살당했다는 소식에 호영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현재 대한국은 친한파를 내세워 혼슈 동북부를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다.

작년에 북해도 전쟁을 일으켰을 때, 친한파를 지원하여 정권을 교체시킨 것이다.

물론 간접적으로 지배한다고 해 봤자, 공물을 받거나 세를 걷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군사적으로 공고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였고 무역이나 무공 교류 같은 것에서 큰 이익을 보고 있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혼슈 동북부는 대한국의 입장에서 아주 중요한 지역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리고 또 뭐냐?”

“도쿄와 나가노 부근에서 대규모 병력이 집결하고 있습니다.”

“설마, 동북부를 노리고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다는 것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호영의 얼굴이 더욱 딱딱하게 굳어졌다.

일본 군주들이 병력을 집결시키는 것이야 그렇게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아직도 내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본이었으니 또다시 내전을 벌이기 위해 병력을 집결시킨 것일 가능성이 높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왕실 정보부 소속의 유저, 재현은 말했다.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는 이유는 동북부를 공격하기 위함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이다.

아직 추측에 불과하였지만 호영은 그 추측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일본 군주들이라고 지금 같은 상황에서 내전을 이어 가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결한 병력의 수는 어느 정도이냐?”

“최소 10만이 넘습니다.”

그 말에 여기저기서 탄식과 경악이 터져 나왔다.

말이 10만이지, 대한국의 전체 병력이 10만을 조금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물론 모험가나 용병들을 끌어모은다면 15만, 아니 20만도 가능할 수 있겠지만 어찌 되었건 정규병은 10만 정도에 불과하였다.

‘더군다나 일본의 10만은 내전으로 단련된 정예 중의 정예다.’

호영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바다 건너의 일본군을 어떻게 막아야 할지 벌써부터 막막하게만 느껴졌다.

“동북부에서 병력을 끌어모은다면 6만에서 8만 정도는 모이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북해도에서도 병력을 징집한다면 최대 3만까지 모을 수 있을 것이니 숫자로는 밀리지 않습니다.”

무장들이 애써 희망적인 발언을 하였다.

하지만 문관들이 초를 치듯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북해도나 동북부의 일본군은 일본 전체에서 보자면 변방의 약졸에 불과합니다. 병력은 비슷해도 전투력에서 압도적인 차이가 날 것입니다.”

“그것도 그렇지만, 친한파가 대거 암살을 당했다는 보고를 듣지 않았습니까? 친한파가 죽었다는 것은 영향력을 잃었다는 뜻이 되는데, 동북부의 다섯 국가가 우리들의 명령에 따라 줄지가 의문입니다.”

“저는 솔직히 다섯 개의 나라 중 절반 이상은 배신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리할 때야 우리를 따랐을지 몰라도 불리할 때까지 따라 줄 의리는 없을 것이니 말입니다.”

냉정하면서도 현실적인 발언들이었다.

“당장에 출정할 수 있는 병력이 얼마나 되지?”

호영은 참모들의 발언을 귀담아 들으며 중앙군을 총괄하고 있는 윤수에게 물었다.

“최대 3만 정도를 출정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만이라······.”

적다고도 많다고도 볼 수 없는 숫자.

하지만 바다 건너에서 치르는 전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적게 느껴지는 병력 수였다.

‘중국이었으면 징집병으로도 충분했을 텐데, 일본은 그게 아니라는 말이지.’

사실 대한국의 국력으로 병력을 모집한다면 3만이 아니라 30만도 모집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식량에 여유도 있고 인구도 500만이 훌쩍 넘은 만큼, 짧은 시간 동안 30만을 모집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징집병의 경우 30만이건, 50만이건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마나가 있고 무공이라는 것이 실존하는 세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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