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 센추리-233화 (233/345)

# 233

두 명의 백작이 추가로 결정되었다.

동북부 연합군의 수장 역할을 하던 미와 미사요시와 항장 중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오다 노부히데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미와 미사요시? 저놈이 무슨 공을 세웠다고 저런 큰 상을 내리는 거지.”

“조선인들의 말을 잘 따랐잖아. 충견에게 내리는 보상이겠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츄코쿠 지역을 하사하다니.”

“나는 그보다 오다 노부히데에게 내려진 영지가 더 놀라운데? 황제였던 이라 차별을 받을 거라 생각했는데 일본 중심부를 주다니.”

“충성하기만 한다면 누가 되었건 후하게 대우해 준다는 뜻인가.”

“이러면 진짜 충성하지 않을 수가 없겠네.”

“그나저나 세 명에게 이렇게 넓은 땅을 주었다면 나머지에게 돌아갈 땅이 남아 있으려나?”

“그러게. 세 명에게 혼슈의 20퍼센트 가까이 나눠 준 것 같은데.”

일본인들이 웅성거리는 동안, 다음 차례의 작위 수여가 진행되었다.

오다 노부히데까지 백작 위를 하사했으니 이제부터는 자작 위였다.

“친위대장으로서 모범을 보이고······ 활약한 김성근에게 자작 위와 함께 와카야마를 하사한다.”

대한국 출신 한 명, 동북부 연합 출신 한 명, 항장 출신 한 명 이렇게 백작 위가 1:1:1 비율로 하사된 것처럼 자작 위도 비슷한 비율로 하사되었다.

한국인으로는 김성근과 순현, 황보관 이렇게 세 명이 자작 위를 받았고 일본인으로는 삼대 낭인 조직의 수장들이 받았다.

동북부 연합군에서도 재일 한국인 박경수와 친한파 기무라 슌지, 타로 형제 세 명이 자작 위를 받게 되었다.

영지의 크기는 저마다 달랐는데, 일본식으로 따진다면 대략 10만 석에서 30만 석 정도 되는 영지를 하사받았다.

“고다 진의 표정이 안 좋은데?”

“오다는 백작이 되었는데 자신은 자작밖에 안 된 게 불만스러운가 보지.”

“저놈, 사고 치는 것은 아닌지 몰라.”

“그래도 고다 진의 입장에서는 화날 만도 하지. 계급이야 한 단계밖에 차이 나지 않지만, 영토의 크기는 5배 이상이잖아.”

“근데 나였어도 고다 진에게는 좋은 곳을 주지 않았을 거야. 저놈을 어떻게 믿어? 야쿠자인데 말이야.”

“낭인들 가지고 장난치기도 했지.”

백작 위를 하사받은 초인, 오다 노부히데, 미와 미사요시 같은 경우 자신들이 받은 포상에 크게 만족해하는 표정이었다.

특히나 노부히데는 자신이 실제 역사의 오다 가문과 똑같은 위치의 영지를 가졌다는 점에서 흡족해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자작 위를 하사받은 아홉 명 중에 삼대 낭인 조직의 수장이었던 세 사람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비교 대상이었던 오다 노부히데에 비해 턱없이 작은 포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한국이나 동북부 연합군은 어쩔 수 없다지만 같은 항장 출신인 오다 노부히데보다 포상이 작다는 것은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도 이들의 불만은 대한국이나 국왕을 향하지는 않았다.

오다 노부히데.

이들은 자신의 경쟁자였던 오다 노부히데에게 불만을 품었다. 대한국의 국왕이 원하던 대로 서로를 더욱 적대하게 된 것이다.

‘나는 팔까지 잃어 가며 조선을 위해 싸웠건만, 오다보다 못하다니! 저 미친개가 아주 대단한 것을 바친 모양이구나!’

‘하필 내 영토 근처에 오다 놈이 있군. 아주 빌어먹을 일이야.’

‘규슈에서는 어떻게든 내가 오다보다 더 쓸모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겠어.’

세 사람이 속으로 그런 생각들을 할 때 남작 작위 수여가 시작되었다.

남작 작위를 받은 사람은 무려 마흔 명이나 되었는데, 이들에게 하사된 영토의 크기는 백작 위 세 사람에게 하사된 영토 크기보다 훨씬 작았다.

마흔 명에 달하는 남작들은 각자 마을보다 조금 큰 영지를 가지게 되었다.

석고는 최대 5만 석에 불과하여, 사병 제한이 없더라도 징집할 수 있는 병사 수는 1천 명이 채 안 될 것이다.

당연히 남작들은 표정에 불만이 가득하였는데, 이들의 불만 역시 대한국이나 국왕을 향하지는 않았다.

혼슈 전체의 영토 중에 거의 절반 가까이가 귀족들에게 하사되었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졌다면 대한국을 비난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남작들은 자작들처럼 바로 위의 계급을 질투하거나 미워하였다.

물론 같은 남작을 견제하는 경우가 더 많았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작위 수여식이 끝났다.

백작 세 명, 자작 아홉 명, 남작 마흔 명, 종합 쉰두 명이 작위를 하사받은 것이다.

참고로 이들에게 하사된 영토의 크기는 혼슈의 절반에 달하였는데 면적으로 따지면 11만 제곱킬로미터로, 남한 영토보다 컸다.

일본인들조차 파격적이라 느낄 정도로 엄청난 크기의 면적을 귀족들이 갖게 된 것이다.

다만 대한국도 아무 생각 없이 귀족들에게 11만 제곱킬로미터라는 광활한 영토를 하사한 것은 아니었다.

일단 홋카이도와 시코쿠를 완전히 대한국의 직할령으로 만들었고, 귀족들에게 하사한 영토 중간중간마다 대한국 직할령 또는 왕실 직할령을 두었다.

또한 한 지역에 대한국 출신, 동북부 출신, 항장 출신을 두어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구도를 만들기도 하였다.

대한국은 명분보다 실리를 중시한 결정을 하여 일본에 대한 실질적인 장악력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둔 것이다.

“국왕 전하의 훈시가 있겠습니다. 부대 차렷!”

“부대 차렷!”

척!

“국왕 전하께, 경례!”

“충! 성!”

작위 수여식이 끝나고 마침내 국왕의 훈시가 시작되었다.

모두가 기대하는 눈으로 국왕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지만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는 언변가가 아니다 보니 훈시 자체는 평이하였다.

그저 군사들의 활약에 감사해하고 전투에서 희생된 장병들을 안타까워하였으며 앞으로 일본을 잘 통치하겠다는 그런 말들을 하였다.

기대하던 사람들은 흥미를 잃은 듯, 지루한 눈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훈시가 거의 끝날 때쯤 되자 사람들은 입을 떡 벌리며 놀라워하거나 눈을 크게 뜨며 감탄하였다.

국왕이 누구도 예상치 못한 얘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올해에는 더 이상 전쟁이 없을 것이다. 즉, 모두가 기대하는 규슈와의 전쟁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 대신이라고 말하기는 뭐하지만, 영지전을 가능케 해 줄 생각이다. 명분이 있고 왕실과 정부의 허가만 떨어진다면 서로 전쟁하여 상대의 영토를 빼앗는 게 가능하다는 거다.”

RPG 게임에서는 거의 필수적으로 존재하는 게 바로 영지전이었다.

그리고 국왕은 지금 이 나라에서 영지전을 허락하겠노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웅성웅성.

일본인들은 물론이요, 이제까지 침묵을 지키던 한국인들까지 수군거리며 떠들어 댔다.

그만큼 국왕의 발언은 놀라운 의미를 담고 있었다.

“영지전이라니 이게 무슨 의도지?”

“서로 피 흘리며 싸우라는 뜻 아니야?”

“이유가 무엇이 되었건 이것은 기회다!”

“귀족이 아닌 자도 영지전에 참가할 수 있으려나? 솔직히 그게 가장 중요한데.”

“근데 규슈는 왜 공격하지 않는다는 걸까?”

“지금 규슈가 중요하냐? 영지가 중요하지.”

그렇게 사람들은 행사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영지전에 관한 이야기만 나누었다.

* * *

규슈에 주둔하고 있는 제나라 용병군.

진화는 무려 1만의 용병을 지휘하는 용병대장이었다.

제나라에서 명망 높은 무가 출신이었는데, 대한국이 용병을 모집할 때 모종의 꿍꿍이를 가지고 합류하였다.

모종의 꿍꿍이란 다름 아닌, ‘규슈 점거’였다.

‘본래는 대한국이 일본과의 전쟁에서 고전하기 시작하면 그 틈에 독립을 선언하려고 하였는데······.’

그가 용병으로 참가할 당시에 세웠던 계획은 무척이나 단순한 편에 속했다.

대한국과 일본의 전쟁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기회가 생기면 바로 독립하는 것이 그가 처음에 세웠던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획이 너무 단순했기 때문일까?

전쟁 초반부터 그의 계획에 크나큰 차질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대한국이 너무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진화가 예상하기에 대한국은 이번 전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일본의 군사력은 중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진화가 보기에도 꽤나 위협적이었다.

일단 군사 수부터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많았으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 해서 대한국이 불리하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일본의 군사력은 대단하였지만 그들은 분열된 반면 대한국은 평범한 수준의 군사력을 가졌지만 내적으로 완벽하게 통일되어 있었다.

더군다나 제나라와 북조선, 후금의 용병을 끌어모으는 수완까지 보여 주었으니 전쟁 자체는 대한국이 유리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대한국이 얼마나 유리하건 간에 전쟁이 장기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진화였다.

50만이라는 군사 수를 가진 일본을, 고작해야 3만 명밖에 동원하지 않은 대한국이 쉽게 이겨 낼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진화는 방심한 채 규슈의 일본군과 싸우다가 대한국의 군대가 혼슈 절반 이상을 집어삼킨 이후에야 자신의 용병들을 통제하여 전쟁을 멈추게 만들었다.

이때 그는 규슈의 영주나 왕이 되어 대한국에서 독립하겠다는 계획을 반쯤 포기하였다.

대한국의 진격 속도를 보고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그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지원군이 그를 도와주었다.

한국의 대기업, 성삼 그룹이었다.

‘성삼 그룹이 제나라 용병 전체를 고용해 주었지. 그 덕분에 규슈에서 독립해 보겠다는 나의 야망도 절반 정도 성공할 수 있었고 말이야.’

성삼 그룹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대한국에 고용되어 있던 제나라 용병들을 위약금이 두렵지 않을 정도의 보상을 제시하고서 고용하였다.

그들이 정확히 무슨 이유로 그 같은 행동을 한 것인지 진화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성삼 그룹 덕분에 진화는 용병 전체와 힘을 합칠 수 있었다.

용병들을 대놓고 끌어모아 독립할 준비, 즉 영주가 될 준비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때 일본 군주들과 정전협정을 맺었지. 치열하게 싸웠지만 어쨌든 공공의 적은 대한국이었으니 말이야.’

규슈의 영주가 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 필요한 것이 있었다.

바로 기존의 규슈 영주들과 동맹을 맺는 것이다.

시시각각 접근하고 있는 대한국의 군세.

규슈를 지키기 위해서는 규슈의 모든 세력이 힘을 합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진화는 용병대장들과 일본 영주들을 중재하고 교섭하며 정전협정을 성사케 만들었다.

불안정하기는 하지만 어쨌든 그의 활약으로 규슈의 모든 세력이 힘을 합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대한국은 규슈를 침공하지 않았다.’

완벽한 방어 태세를 갖추고 대한국이 쳐들어올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규슈군은 혼슈 정복이 끝나고 시코쿠까지 점령하였음에도 여전히 쳐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 대한국 때문에 점점 지쳐 갔다.

전쟁은 피하는 게 좋았다.

그러나 일단 전쟁이 시작되었으면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게 좋았다.

규슈는 이미 대한국과 전쟁을 시작한 상태였고, 전후 수습을 위해 하루빨리 전쟁을 끝낼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대한국이 규슈를 쳐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한국이 교토에서 논공행상을 한 날로부터 3개월이 넘게 지났다. 우리는 그날 이후 날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어.’

지독하리만치 장기화되어 가고 있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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