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 센추리-310화 (310/345)

# 310

“암살에 성공했을 때를 생각해 보면 미국도 관심을 가질 이유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 한영이 서열 7위의 권력자이지 않습니까? 만약 한영이 의문스럽게 암살을 당한다면 중국의 권력 다툼은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 어쩌면 중국이 분열될 수도 있고 말입니다. 미국으로선 아무래도 중국의 분열을 바라지 않겠습니까?”

“한영을 죽이는 것만으로 중국이 분열된다는 것은 너무 과장한 거 아닌가? 아무리 지금 중국 정계가 혼란스럽다 해도 나라가 쪼개질 리는 없을 텐데.”

회귀 전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중국의 혼란은 오랫동안 지속되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결국엔 수습되었다.

뭐, ‘누가 누구를 숙청했다.’라는 내용이 거의 매일같이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였지만 말이다.

“물론 저 역시 한영을 죽이는 것만으로 중국이 분열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능성을 만들기에는 충분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로열 그룹의 힘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그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 활용하자는 거지?”

“중국에 있는 소수민족 인구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또, 반정부 인사도 의외로 많다고 볼 수 있지요. 우리 로열 그룹이 중국의 소수민족과 반정부 인사들을 지원한다면 중국이 분열될 가능성도 더 높아질 것입니다. 티베트나 위구르 같은 경우는 우리의 지원이 없을 때도 독립운동을 하였으니 말입니다.”

“흠.”

솔직하게 말해서 충구의 의견은 호영이 생각하기에 허황된 점이 많아 보였다.

일단 소수민족과 반정부 인사들을 어찌 지원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없었고 고작 정치인 한 명을 죽인다고 중국이 분열할 것이라는 논리도 황당하게 느껴졌다.

그중에서 가장 황당한 것은 이런 비현실적인 논리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호영은 충구의 주장을 완전히 무시하지는 않았다.

비록 몽상가의 기질이 강하지만 어찌 되었건 호영의 지낭은 충구였기 때문이다.

물론 충구의 주장을 무시하지 않는다고 그대로 수용할 수도 없는 법.

호영은 자신의 의문점을 충구에게 물어보았다.

“만약 우리의 계획을 미국에 전달했는데도 미국이 제안을 거절한다면?”

“그때는 새로운 대가를 제시해야겠지요.”

“대가라······. 과연 우리가 미국에게 줄 수 있는 게 있을까?”

“현실에서는 없겠지만 센추리에는 있지 않겠습니까? 센추리에서의 한국은 세계 제일의 초강대국이니 말입니다.”

호영은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시도할 가치는 있을 것 같군.”

어차피 미국과 한 번쯤은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다.

그가 앞으로 벌일 일들을 생각하면 미국과 어느 정도 조율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접촉하기로 결심한 호영은 지체하지 않고 주한 미국 대사에게 연락했다.

최대한 빨리 만났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하였는데, 주한 미국 대사 하바드는 기다렸다는 듯, 호영을 찾아왔다.

아무래도 미국 또한 호영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반갑습니다. 주한 미국 대사 하바드라고 합니다.”

“로열 그룹의 회장, 송호영입니다.”

통역을 통해 간단히 통성명을 하고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우리 로열 그룹은 이번 중국 정부의 만행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하여, 무력으로서 징치하고자 하는데 미국 정부의 생각을 알고 싶습니다.”

“무력으로서 징치하겠다는 말씀은?”

“똑같은 방법으로 보복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주한 미국 대사 하바드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이렇게 노골적으로 복수를 선언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호영은 그런 하바드의 표정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하바드에게 한영을 암살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은 엄청난 모험이라고 볼 수 있었다.

중국 정부와의 충돌을 원치 않은 미국이 중국 정부에 로열 그룹이 한영을 죽이려는 사실을 알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미국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호영으로선 금방 밝혀질 비밀을 숨기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차라리 처음부터 숨기지 않고 드러내서 미국의 호의를 얻는 게 나은 선택이리라.

“하면 미국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저격을 도와주시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끔 중국 정부와의 분쟁을 해결해 주십시오.”

허황됨을 넘어 엉망이나 다를 게 없는 그 요구에 하바드는 일체의 표정 변화도 내비치지 않은 채 고개만 주억거리다가, 호영에게 불쑥 물었다.

“우리 미국이 도와주면 어떤 것을 주실 수 있습니까?”

“우리의 암살이 성공하면 중국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기회만 잘 살리면 중국의 분열을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고 말입니다. 그리고 만약 우리의 제안을 들어주신다면······.”

“좋습니다.”

“예?”

“한국의 제안, 아니 로열 그룹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호영은 순간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당연히 제안이 거부당할 줄 알고 센추리에서의 협조를 추가적인 조건으로 내걸려 했건만······.

“대신, 다른 인사들도 제거해 주었으면 합니다.”

“다른 인사라 하시면?”

“중국의 분열을 유도하겠다는 말씀을 하셨지 않습니까? 우리가 요구하는 중국 인사들을 제거하면 중국이 분열될 가능성도 높아질 것입니다.”

“······!”

너무도 노골적인 하바드의 말에 이번에는 호영이 당황하고 말았다.

물론 자신도 노골적이었다지만 세계 경찰을 표방하는 미국이 중국의 분열을 획책하고 있다는 발언을 노골적으로 하다니.

‘그렇다면 왜 우리의 손을 빌리려는 거지? 암살을 할 거면 미국이 직접 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지 않나?’

잠시 그런 생각도 하였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미국이 직접 움직이면 진짜 전쟁이 벌어질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로열 그룹이야 나름대로 명분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에게는 어떠한 명분도 없었으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로열 그룹에게 손을 내민 것이겠지.

미국에게 있어 로열 그룹은 잃어도 상관없는 패였으니 말이다.

“좋습니다. 명단을 적어서 보내 주십시오. 꼭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척!

호영은 하바드와 악수를 나누었다.

심상치 않은 역제안이 들어왔지만, 결국 미국과 힘을 합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바드와의 만남이 있고 난 이후, CIA에서 사람이 찾아왔다.

겨우 반나절 만에 찾아온 셈인데, 대뜸 ‘살생부’를 내밀었다. 저격 대상이 적혀있는 명단을 가져온 것이다.

CIA와의 조율을 위해 호영은 원목을 비롯하여 ‘무력’을 담당하는 인원을 소집하였다.

지금 소집된 인원들이 한영을 비롯한 열네 명의 정치인들을 암살할 것이다.

“윤 대표. 성공할 수 있겠나?”

작전 날짜가 정해지고, 중국으로 넘어갈 멤버까지 정해지자 호영이 원목에게 그 같은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보면 뒤늦은 질문이었다.

이제 모든 것이 정해졌고 작전 실행만을 기다리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호영으로서도 뒤늦게 불안감이 엄습하자 어쩔 수 없었다.

애초에 저격이란 것이 성공 확률이 그리 높은 것도 아니었으니까.

‘실패한다면 중국 정부와 전쟁을 하게 될 거야.’

미국과 손잡았지만 그들이 실패자를 옹호해 줄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만약 이번 저격에 실패한다면 언제 손잡았냐는 양, 매몰차게 등을 돌릴 터.

미국이 등을 돌린다면 중국과의 전쟁은 기정사실이나 다를 게 없었다.

제아무리 호영이 강심장이라 해도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대원들을 믿어 주십시오. 웬만한 특수부대보다 고강도의 훈련을 받았던 대원들입니다. 센추리에서 C급 이상의 무공을 가졌을 정도로 무에 대한 재능이 출중하기까지 하니, 무조건 성공할 것입니다.”

“······믿겠다.”

원목의 확신에 찬 목소리를 들으니 호영도 조금은 불안감이 가시는 것을 느꼈다.

하기야, 자신의 수하들을 믿지 않으면 누굴 믿을까?

더군다나 CIA에서 준 정보도 대단하다고 하니 저격에 성공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을 것이다.

다음 날이 되자 1만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뚫고 엄선된 대원들이 중국으로 향하였다.

마침내 작전 날짜가 된 것이다.

#영토 분할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한영, 백주 대낮에 저격을 당하다?

점점 격화되는 중국 정계의 권력 다툼!

중국, 내전 임박하다!

호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침부터 중국에서 날아온 소식으로 국가 전체가, 아니 세계 전체가 떠들썩하였다.

중국의 유력 정치가들이나 군벌들이 저격을 당했기 때문이다.

“성공했다. 놈을 죽였어.”

세계는 중국의 내전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요란을 피웠지만 호영의 관심사는 오직 하나였다.

바로 한영을 죽이는 데 성공했는가, 실패했는가.

그리고 각 신문사의 헤드라인을 보면 알 수 있듯, 저격은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한영을 죽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마침내 복수를 성공하였으니 호영으로선 기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한참 동안 희열에 찬 표정으로 TV를 바라보았다.

‘이제 센추리로 가자. 센추리에서도 중국을 정리하는 거야.’

멍하니 TV를 바라보던 호영은 고개를 흔들고는 센추리에 접속하였다.

중국의 정치가 어찌 변할지 궁금하기는 하였지만, 앞으로 일어날 일들은 그가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이미 중국의 유력 정치가를 암살함으로써 많은 것을 관여하였던 그다.

더 이상 중국의 일에 간섭한다면 미국도 미국이지만 한국 정부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을 터.

그러니 이제부터는 그의 영역에서 그가 할 일을 하면 된다.

어차피 중국을 분열시키는 일은 미국과 한국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하게 될 것이니 말이다.

“명나라의 동맹으로 전쟁에 참전하였던 갑자기 명나라를 배신하였습니다. 이제부터 태국은 아군입니다!”

“태국이 배신하여 베트남에서도 여력이 생겼습니다. 곧 광동성으로 군사를 보내 명나라의 황제를 압박할 것입니다.”

“인도네시아를 비롯하여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아국의 동맹으로 참전할 것을 제의하였습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참전을 제의했다는 것은, 대한 제국을 아시아의 맹주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센추리에 접속하니 희소식이 날아왔다.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 명나라에 전쟁 선포를 했다는 소식이었다.

더군다나 태국의 소식도 들려왔는데, 80만의 대군을 동원한 채 명나라의 편을 들던 태국이 갑자기 동맹군으로 세력을 전향하였다.

명나라가 무너지는 배인 것을 알고서 배를 갈아탄 것이다.

안 그래도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로 명나라의 사정이 심각하게 변했는데 이렇게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들까지 전쟁에 참전하니 명나라는 그야말로 빈사나 다를 게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동부 해안가에서 치고 올라오는 한국의 지원군에 무려 150만의 대군을 이끌고 남진하는 한청 동맹군까지.

명나라가 무너지는 것도 이제 시간문제였다.

“봄이 가기 전에는 끝낼 수 있겠군.”

호영의 예상은 정확하게 적중하였다.

1년 넘게 끌던 전쟁.

본래라면 더 길어졌어야 할 전쟁은 중국 주석의 죽음 이후, 명나라가 자멸하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끝이 나기 시작했다.

현실 시간으로 따지면 중국 주석이 죽은 지 한 달도 안 되어 명나라가 멸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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