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2
“그래야 한족들의 원망이 전부 그들에게 향하지 않겠어?”
“아······!”
호영은 중국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일본을 통치해 본 경험이 있었기에 중국을 통치할 때도 경험을 십분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게 한족 출신의 영주들을 이용하는 것이다.
일본을 지배했을 때도 일본 출신들을 곧잘 이용했다.
한국이나 호영에게 향할 원망을 일본 출신의 영주들에게 향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심지어 일본인들이 일으킨 반란도 일본 출신의 영주들에게 진압하도록 명령하였는데, 처음에는 미적거리더니 나중에는 충성 경쟁이라도 하듯 마구 진압하였다.
일본인들의 원망이 일본 출신의 영주들에게 향한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앞으로 강북을 통치할 때도 비슷한 방식을 사용할 생각이었다.
만약 한족들이 반란을 일으키면 한족 출신의 영주들에게 반란 진압을 맡기리라.
그러면 결국 한족들의 원망은 같은 한족 출신의 영주들에게 향하게 될 것이다.
“강북의 한족이 둘로 분열되겠군요.”
“그럴 거다. 영주를 따르는 한족과 독립을 꾀하는 한족으로 나뉠 테지.”
“소수민족을 이용할 생각은 없습니까?”
뜬금없이 소수민족을 거론하는 참모의 물음에 호영은 지체 하지 않고 대답하였다.
“물론 소수민족도 이용해야겠지.”
호영은 강북의 한족을 분열시키기 위한 방도를 하나만 생각해 두지 않았다.
또 하나의 방도를 생각해 두었는데 그건 바로 인구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족들로 하여금 자신의 민족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일전에 만주를 점령하였을 때 만주의 한족으로 하여금 증세나 각종 불이익을 줘서 스스로 한족임을 포기하게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로 인해 현재 만주의 한족은 20만이 채 안 남게 되었는데, 강북의 한족들도 지역에 따라 민족을 바꾸게 만들 계획이었다.
예를 들면 감숙성에서는 회족이 아니라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거나, 죄를 지을 때 가중처벌을 받는 식이었다.
이것은 거의 히틀러나 할 법한 ‘인종 청소’, 아니 ‘민족 청소’였지만 한족의 인구 비율을 줄이려면 어쩔 수 없었다.
강북에 거주하는 한족의 인구만 2억이나 되었으니 말이다.
‘나중에는 모든 민족을 한민족으로 만들거나, 아니면 미국처럼 모든 민족을 포용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어야겠지만 지금 당장은 한족의 수를 줄여야 한다.’
아무튼 민족 청소 이외에도 중간 지배계급으로 몽골족과 만주족 그리고 소수의 일본인을 두어 통치를 원활히 할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
청나라 꼴이 안 나게 하려고 별의별 수를 다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소수민족까지 활용한다면 강북의 한족을 대폭 줄일 수 있겠군요.”
“그렇게 되도록 노력해야지.”
“하면 강남은 다음 회 차에 노리는 것입니까?”
민감하다고 볼 수 있는 질문이었다.
지금 더할 나위 없이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청나라를 노리고 있다는 의미와 다를 게 없으니까.
하지만 간부들의 생각이나 호영의 생각이나 모두 동일하였다.
강북이 아닌 중국 전체를 노리는 것.
이건 중국으로 처음 진출했을 때부터 이미 공통된 의견이었던 것이다.
“웬만해서는 그렇게 되겠지만 강남에 대해서는 일단 다음 회 차에 이야기하도록 하지. 지금 중요한 것은 강북을 완전히 한국의 땅으로 만드는 것이니까.”
“예, 알겠습니다.”
호영도 하루 빨리 강남까지 차지하여 중국 전체를 지배하고 싶은 마음이 강했지만, 지금 한국의 역량으로 강남까지 차지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강북조차 영토의 일부를 친왕들에게 내주려는 상황인데 어찌 강남까지 노릴 수 있을까?
언제나 그랬듯, 이번에도 순차적으로 영토를 넓혀 청나라 꼴이 나지 않게 만들어야 했다.
과욕은 결국 화근을 부르는 법이니 말이다.
“폐하의 말씀대로 강북을 간접 통치한다면 바로 돌아가도 되겠는데요?”
“바로?”
“시간 끌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안 그래도 남은 시간이 3년밖에 안 되는데. 어차피 원정에 따라나선 유저들 중에는 군정을 경험해 보았거나 관리로 일해 본 유저들도 많으니, 청나라 관리들에게 곧바로 인수인계를 받으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가.”
충구의 말에 호영은 잠시 고민하였다.
‘본국에서 관리를 뽑고 그들이 강북에 도착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 최소 반년은 걸리겠지?’
관리를 뽑지 않을 수는 없었다.
어쨌든 강북에서 행정을 담당할 인력은 무조건 필요하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충구의 말처럼 새로 충원한 관리들이 강북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시간적으로 너무 손해였다.
비록 전문적으로 행정을 배운 관리들보다 못하겠지만, 원정군에는 행정에 경험이 있는 유저들이 적지 않았다.
유저들 대부분이 수많은 전쟁을 경험하였고 전쟁에서 군정이란 흔하디흔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쓸 만한 행정 인력이 근처에 있는데 굳이 기다리는 것은 의미가 없게 느껴졌다.
“좋아. 경의 뜻대로 하지.”
호영은 마침내 결심을 내렸다.
곧장 강북으로 회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 * *
강남에 주둔한 청나라군이 무려 100만 명이 넘었기에 회군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호영은 곧바로 50만의 군대를 이끌고 강북으로 회군하였다.
다행히도 몇몇 참모들이 예상했던 ‘청 황제의 배신’은 벌어지지 않았다.
강북에 도착했지만 청나라의 군사적인 움직임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애초에 황제가 배신을 선택했어도 우리를 어찌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거다.’
그가 거느린 군대의 수만 50만이 넘었다.
만약 50만을 단숨에 섬멸하려면 최소 100만 이상의 군대를 동원해야 할 터.
하지만 이미 한국은 강북에 상당한 정보망을 확보해 놓은 상태였기에 100만은커녕 10만 단위의 움직임도 순식간에 파악할 것이다.
더군다나 강북에서 활동하고 있는 몽골군도 사실 호영의 수하나 다를 게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더 배신은 불가능하였다.
“청나라의 수도는 처음이군. 정주라고 했던가?”
“예. 한때는 위나라의 수도였던 곳으로 인구가 80만이 넘는 곳입니다.”
청나라의 수도, 정주.
호영은 바로 그곳에 와 있었다.
돌아가는 길에 청 황제를 보기 위해 정주를 들른 것이다.
물론 군사 전체를 끌고 오지는 못했다.
동맹이라 하나 수도에 50만이란 대군을 데리고 올 수는 없으니 말이다.
50만의 군사는 적절하게 분산되어 지금 그의 곁에는 10만이 남아 있었다.
“80만이라······. 우리의 새로운 수도가 될 베이징의 인구는 얼마나 되지?”
한국이 강북을 차지하게 된다면 지금 수도의 위치는 너무 동쪽으로 치우치게 된다.
그래서 새로운 수도를 결정할 필요가 있었는데, 위치적으로 보나 상징적으로 보나 베이징만큼 적절한 곳은 없었다.
청나라야 만주를 차지한 한국과 몽골이 두려워서 베이징을 수도로 두지 못했겠지만 한국의 입장은 또 달랐던 것이다.
“베이징은 한때 순나라의 수도였던 만큼 지금도 적지 않은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인구가 최소 30만 이상은 될 것입니다.”
“그런가.”
30만이란 인구는 한국의 1억 강북의 2억이라는 인구 강국의 수도 치고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차피 한국이 베이징을 수도로 두는 순간, 인구가 폭증할 것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30만 정도면 충분하다고 볼 수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여러 생각을 하며 이동했더니, 어느 순간 청나라 황궁에 도착해 있었다.
호영은 지체하지 않고 황궁 안으로 들어가서는 곧장 푸린과의 독대를 요구하였다.
어떻게 보면 상당히 무례하다고 볼 수 있는 요구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환관들이나 황궁의 수비를 담당하는 청나라 근위병들이 인상을 쓰며 불만의 뜻을 내비쳤다.
그들로선 제아무리 한국의 황제라고 하나, 마치 친구를 부르듯 거리낌 없이 자신의 황제를 부르는 호영의 태도가 불만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푸린의 반응은 이들과 달랐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호영의 독대에 응한 것이다.
“이제 가도 되겠지?”
“무장은 그래도 해제해 주셨으면······.”
“내가 무장하는 것을 허락한다는 명령이 떨어졌을 텐데?”
“······.”
“동맹 사이에 너무 싫은 티는 내지 말자고, 우리.”
“소, 송구합니다.”
푸린의 허락이 떨어지자 호영은 거침없이 푸린의 침소로 향하였다.
혹시 몰라 창까지 패용하였는데, 푸린이 막지 않은 것을 보면 역시 푸린은 호영에게 우호적인 것 같았다.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푸린은 황제답지 않은 공손한 태도로 호영에게 인사하였다.
어떻게 보면 그가 용병대장으로서 처음 호영에게 인사했을 때보다 더 공손한 것 같았다.
호영은 그런 푸린의 태도에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크게 기꺼워하였다.
아닌 척하였지만 푸린이 갑자기 배신하는 시나리오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만약 그 시나리오대로 일이 벌어진다면 앞으로 무척이나 곤란할 것이기 때문이다.
“뭐 아무래도 자주 볼 수 있는 신분들이 아니니까, 어쩔 수 없지.”
“저로서는 아쉬울 따름입니다.”
“근데 강남으로 갈 준비는 다 끝내 놨나?”
언제나처럼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던지니, 푸린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했다.
“폐하께서 강남을 저에게 맡긴다 하셔서 기대에 부응하고자,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만약 폐하께서도 준비가 끝나셨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당장이라도 강북을 비워 드리겠습니다.”
“아깝진 않나? 오히려 영토가 줄어들고 통치는 더욱 어려워질 것인데?”
호영은 낮고 굵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푸린이 단호하게 고개를 내젓고는 말했다.
“아까울리가요. 저는 강남까지 바치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지?”
“저로서는 당연한 일입니다. 폐하 덕분에 중국 정부에 복수를 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내전이 일어나려는 것도 사실상 폐하의 공이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제 형제를 죽인 중국에게 저 대신 복수를 해 주었으니 폐하를 위해서라면 무엇을 내줘도 아깝지 않습니다.”
진실한 목소리로 말하는 푸린을 보며 호영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강북의 통치권을 내주는 것도 엄청난 일인데 푸린은 더 주지 못해 안달을 하고 있었다.
그만큼 호영에게 입은 은혜를 크게 생각한다는 의미였다.
‘어쩌면 7회 차에도 쉽게 세력을 확장할 수 있을 것 같군.’
지금이야 강남까지 통치할 여력이 없어서 강남을 푸린에게 내줬지만, 7회 차가 되어 여력이 생기면 푸린에게서 강남을 할양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처럼 7회 차가 되면 푸린의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 * *
시간은 쏜살같이 흘렀다.
어느덧 6회 차가 끝나기까지 센추리 시간으로 세 달도 채 남지 않은 시간이 된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공물을 보냈다고?”
“예. 동남아시아에서 자생하는 동식물과 또 살아 있는 마물 몇 마리를 보내왔습니다. 마물들 역시 인도네시아에서만 자생하는 마물들입니다.”
“세 달 전에는 미얀마에서 공물을 보냈으니 이제 동아시아에서는 우리에게 도전할 국가는 없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