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 센추리-315화 (315/345)

# 315

나라의 부를 90% 이상 지배하면서 워낙에 악명을 쌓았던지라, 중국이 힘을 잃기 무섭게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것이다.

물론 중국의 영향도 영향이지만 센추리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었다.

폭동을 일으킨 집단은 센추리에서 유명세를 가진 유저들이 주축으로 이루어진 집단이었으니 말이다.

“하기야, 현금이 남아도니 투자에서 조금 손해를 봐도 문제 될 게 없겠군요. 어차피 목표는 영향력 확대이니 말입니다.”

“아마, 사업적으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화교 자본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는 셈이니까요.”

그렇게 동남아 투자가 결정되었다.

어느 나라에 얼마만큼 투자할지는 실무진에서 결정하겠지만, 동남아에 투자하는 것은 기정사실이 된 것이다.

‘앞으로 센추리에서 영역을 확장하는 만큼 현실에서도 영역을 확장해야겠어. 충구의 말처럼 어차피 현금은 남아도는 상황이니 말이야.’

사실 지금까지 경영진에서 투자나 사업 확장의 이야기를 많이 하기는 하였다.

하지만 호영은 현재의 로열 그룹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굳이 사업 확장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그런데 중국 정부와의 마찰이 있고 미국의 간섭까지 받게 되자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한국에서야 지금의 로열 그룹만으로도 충분하였지만, 세계무대에서는 내수 기업으로서 한계가 느껴졌던 것이다.

하여 호영은 현실에서도 공격적인 경영을 하여 로열 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킬 생각을 하였다.

물론 그는 기업 경영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어떻게 해야 그룹을 더 성장시킬 수 있을지를 모른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끝을 모르는 자본과 우수한 인력을 가진 로열 그룹이니 그가 마음만 먹으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공시키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 * *

다음 날이 되자 호영은 평소처럼 로열 그룹 본사에 출근하였다.

그런데 아침부터 호영을 기다리는 인사들이 있었다.

무슨 협회장에, 3선 국회의원에, 스리 스타에, 심지어 중견 기업의 회장까지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또 뭔 일이 생겼나?’

이제는 나라의 중대사가 생기면 호영에게 달려오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되어 버렸다.

엉덩이가 무거워야 할 장성들이 군대에 관련된 일까지 상담할 정도였다.

그러니 호영이 무슨 일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회장님, 어제 최측근들과 망년회를 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만.”

뜬금없이 망년회란 말이 나오자 호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어지는 3선 국회의원의 말에 헛웃음을 흘렸다.

“헤헤, 혹시 내년에 기회가 되면 저도 망년회에 참석하면 안 될까요?”

“네?”

“회장님, 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충성을 다할 테니, 부디 저도 내년에는 초대해 주시길 바랍니다.”

“······.”

너 나 할 것 없이 망년회의 초대를 부탁하였다.

심지어 스리 스타는 충성을 바치겠다느니 견마지로를 다하겠다느니 헛소리까지 해 댔다.

“망년회는 저의 최측근들과 한 해 마무리를 기념하기 위한 자리입니다만.”

“그래서 그렇습니다. 회장님! 저는 회장님의 최측근이 되고 싶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회장님께서 지시만 내려 주십시오! 제가 회장님에게 충성하는 계파를 만들겠습니다!”

“군부는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회장님의 최측근인 제가, 장성들로 하여금 회장님에게 충성을 다하게끔 유도하겠습니다!”

“제가 비록 로열 그룹에 비교하면 너무도 작은 기업을 경영하고 있지만, 만약 회장님께서 해외를 노리신다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제 기업이 그래도 동남아에선 조금 알아주는 기업입니다!”

듣다 보니 실소가 절로 흘러나왔다.

나이도 지긋하고 사회적 영향력도 대단한 자들이, 호영의 최측근이 되겠다고 아등바등하고 있었다.

‘중국을 그리 만들었기 때문일까? 지나치게 느껴질 정도로 오버하는군. 하기야, 언론사들도 그랬었지.’

가만 생각해 보면 요즘 언론사들의 행태도 호영을 지지하는 것을 넘어 거의 신처럼 취급하는 추세였다.

특히나 중국 정부의 회유에 넘어가 호영과 로열 그룹을 악의적으로 왜곡해 보도하였던 언론사들은 무슨 충성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아주 제대로 신격화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망년회는 아직 먼 이야기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신년회에는 꼭 여러분들을 초대하도록 하겠습니다.”

“오오! 감사합니다!”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

중년을 넘어 노년으로 향하는 사내들이 황송하다는 듯 몸을 숙이며 감사 인사를 하자 호영은 잠시 난감함을 느꼈지만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상당히 만족스러운 기분이었는데, 마치 현실에서도 황제에 버금가는 권력자가 되어 가는 듯한 착각이 일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황제까지는 아니어도 그의 위상은 대한민국에선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었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오시는군요.”

하지만 이렇게 좋았던 기분도 집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팍 상해 버렸다.

주한 미 상공회의소 의장 제프 리처드가 거만한 얼굴을 한 채 그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회장님을 찾아온 인사들이 있다고 하던데, 그거 때문에 늦은 건가요?”

“예, 늦어서 죄송합니다.”

2분 정도 늦은 것을 가지고 추궁하듯 말하는 리처드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미국의 눈치를 살피는 입장에서 사과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호영이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니 리처드가 그제야 만족스럽게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도 잠시, 리처드는 인상을 쓰며 말했다.

“대한 제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한 일로 제 입장이 상당히 난감해졌습니다. 동쪽으로는 절대 진출하지 못하게 만들 거라는 확답을 했거든요. 센추리 유저들에게나, 기업들에게나 말이죠.”

“······그렇습니까?”

“하나만 물어보고 싶습니다. 대한 제국이 태평양으로 진출한 목적이 무엇입니까? 설마, 북미를 노리는 것입니까?”

“제가 비록 대한 제국의 황제이긴 하나 모든 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태평양 진출은 대한 제국의 모두가 원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이 따랐을 뿐입니다.”

“어쩔 수 없었다고요? 하하!”

리처드가 크게 웃었다.

하지만 입으로만 웃고 있을 뿐, 그의 눈은 차갑게 굳어 있었다.

마치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 같았다.

“솔직히 대한 제국의 상황이 어떤지는 저도 잘 몰라요.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는 황제가 과연 여론에 등 떠밀리듯이 태평양으로 진출했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이지도 모르고 말이에요.”

“······.”

“그런데 미리 알려 줄 수는 있는 거 아니에요? 대한 제국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 지를 말이죠.”

호영은 눈썹을 찌푸렸다.

대한 제국이 북미로 진출하는 게 미국으로서도 부담스러웠는지 이제는 아주 대놓고 내정간섭을 시도하려 들었다.

당연하겠지만 그로서는 들어줄 수 없는 요구였다.

“대한 제국의 황제로서 중요 정보들을 외부로 유출할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따로 대한 제국의 정보를 알려 주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겁니다.”

“본국이 베풀어 준 은혜를 누리면서 이런 식으로 나오겠다는 건가요?”

“현실에서 받은 은혜를, 센추리에서 갚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저는 이미 현실에서 미국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만?”

“왜, 송 회장을 히틀러라고 비유하는지 알겠군요.”

리처드의 말에 호영이 눈에 쌍심지를 켰다.

자신을 히틀러에 비유하고 있으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무튼 로열 그룹과 대한 제국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본국과 대적하려는 것을 말이죠.”

“제가 언제 미국과 대적한다고 했습니까?”

“아니었나요? 본국의 영토를 침탈하여서 저는 당연히 본국과 한판 붙자는 뜻인 줄 알았는데요.”

“현실에선 어떨지 몰라도 센추리에서의 태평양은 주인 없는 바다입니다.”

“그건 대한 제국만의 생각이지요. 뭐, 계속 대화를 해 봤자 평행선을 달릴 텐데, 저는 이만 일어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부디 다음번에 만났을 때는 본국의 입장을 최대한 따라 주었으면 좋겠군요.”

그 말을 내뱉고선 그대로 집무실을 나가는 리처드였다.

호영은 그런 리처드의 뒷모습을 보며 이를 갈았다.

고작 한 번 도와준 것을 가지고 계속해서 우려먹는 미국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때의 도움이 결국 미국에게 가장 큰 이득이 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짜증이 났다.

하지만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이런 상황이 되었는데도 미국에게 분노를 표출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한국이 중국 정부의 압박은 이겨 낼 수 있어도 미국 정부의 압박을 이겨 내지는 못할 것이다. 하물며 지금은 미국과 그레이트 게임을 벌이던 중국도 무너진 상황이지 않은가.’

물론 미국의 경우 중국 정부처럼 깡패 짓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미국은 그래도 어느 정도 세계 여론을 신경 쓰는 나라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미국은 호영의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중국 권력자들을 저격했다는 증거를 미국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에 미국이 이 증거를 세계 언론에 알린다면 로열 그룹은 중국 난민들에게는 물론이요, 한국인들에게도 지탄을 받게 될 터.

그에 따라 로열 그룹의 이미지는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어쩌면 리처드가 했던 말처럼 호영은 세계 언론에 ‘21세기의 히틀러’라는 조롱과 비난을 듣게 되지 않을까?

그렇기에 호영은 지금 당장은 미국과의 충돌을 최대한 피해야만 하였다.

‘이것도 잠시뿐이다. 센추리가 있는 한 언젠가 미국의 힘도 이겨 내고 마리라.’

중국의 오만한 권력자, 한영을 처리했던 기억을 다시금 떠올렸다.

센추리를 통해 중국의 권력자를 처리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 호영이다.

시간이 조금만 더 주어진다면 미국의 권력자조차 처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센추리는 그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인구가 많이 늘었군.”

7회 차가 시작되었다.

호영은 다행히 황제가 될 수 있었는데, 여느 때처럼 접속하기 무섭게 제국의 내정부터 살펴보았다.

영토는 혹시 줄어들거나 늘어나지 않았는지, 인구는 또 얼마나 늘었는지, 새로 만들어진 발명품은 무엇이 있는지, 경제 규모는 얼마나 커졌는지.

물론 그 외에 황실의 재산이나 가계도 같은 것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100년이란 시간의 흐름을 좇기 위해선 이 정도의 노력은 필수였던 것이다.

“예. 강북의 인구는 정체된 편이지만 만주와 한반도 그리고 열도까지 전체적으로 인구가 늘어났습니다.”

“다 합해서 4억이라······. 인도가 한 나라로 통일된다 해도 우리보다 인구가 적겠어. 미국이야 말할 것도 없고.”

유럽의 열강이나 북미의 열강들도 인구가 최대 3천만 정도에 불과한 시대였다.

동남아시아야 주식이 쌀이라서 그런지 평균적으로 인구가 많은 편이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같은 경우는 4천만의 인구를 가졌지만 역시 4억이란 인구와 비교하면 부족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나마 강남을 차지한 청나라를 제외하면 그 어떤 나라도 1억 이상의 인구를 가지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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