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 센추리-328화 (328/345)

# 328

“그깟 동양인 얼마 지원 온 게 뭐 대수라고. 차라리 슈워제네거 왕국이 자랑하는 홍염의 마도사가 지원 왔으면 훨씬 도움이 되었을 텐데.”

와칸다 왕도 얼마 전에 있었던 오클랜드 전투에서 동양인 용병들이 크게 활약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용병치고 무척 많은 숫자인 천 명의 동양 무사들이 유격전으로 북군의 후방을 괴롭히다가 오클랜드 전투에서는 북군의 측면을 타격하여 큰 피해를 입혔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와칸다 왕은 오클랜드 전투에서의 승리는 전술의 승리라고 생각하였다.

동양 무사들이 활약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들이 아니더라도 전술에서 이미 승리한 전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미국인들도 비슷한 입장이었다.

미국에도 이미 무공이 전해진 상황이었고, 무공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고 있었다.

미국인들이 생각하기에 무공은 한계가 존재하였다.

화력이 약하다는 한계 말이다.

그래서 국지전이나 소규모 전투라면 모를까, 대규모 전쟁에서는 무인보다 마법사의 존재가 훨씬 귀하다고 생각하였다.

와칸다 왕이 동양 무사들보다 마법사 지원을 더 바라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무공을 너무 무시하는군.”

“참 나, 헨더슨 왕국이 언제 무공을 고평가했다고?”

“이전에야 무공의 위력을 모르고 있었으니 그랬던 거지. 하지만 이제는 달라. 아마 이번 전투를 보면 알게 될 거다. 왜 대한 제국이 세계 제일의 초강대국이라 불리는지를.”

자신감 넘치는 백인 왕의 모습에 와칸다 왕은 그저 어깨만 으쓱거렸다.

여전히 동양인 무사들에 대한 기대감은 제로에 가까웠다.

와칸다 왕은 직접 눈으로 본 것만 믿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나 신비스럽게 나오지, 실제 전투에서는 총탄도 막아 낼 수 없지 않은가.’

물론 일부 무인들은 총알도 피해 낼 수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그런 무인들은 극히 드물었다.

S랭크는커녕 A랭크의 숫자도 무척 적었고 A랭크 무인의 경우 대한 제국의 무인과 비교해 보면 보법이 미숙하거나 마력 운용이 미숙하여 총탄에도 당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만큼 양국의 무공에는 인식부터 시작해서 실제 전투력까지 여러모로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 * *

얼마 뒤, 양군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3m가 넘는 거대 로봇의 진격으로 전투가 시작되었는데 이 거대 로봇이 바로 북군이 자랑하는 기가스란 병기였다.

캐나다 지역에 거주하는 거대 몬스터의 마정석을 동력원으로 한 거대 로봇이었는데, 외골격 로봇에서 크게 발달한 형태였다.

“기, 기가스다!”

“마법사는 뭐 하는 거야!”

“쏴라! 대포를 써서라도 저 로봇들을 막아!”

기가스의 진격에 남군 병사들은 패닉에 빠졌다.

현대로 비유하자면 거의 탱크나 다를 것이 없는 기가스였다.

물론 진짜 탱크처럼 대포나 기관총이 달려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가스의 위용을 보면 무장의 유무는 크게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그저 달려드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였기 때문이다.

쾅! 쾅!

남군의 포병들이 다급하게 대포를 쏘았다.

기가스의 위용을 보고 겁에 질린 나머지 제대로 조준도 하지 않고 대포를 쏜 것이다.

다행히도 아직 속도는 개선되지 않았기에 기가스 몇 대가 그대로 대포 공격에 직격하였다.

사람이었으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공격도 둔하기 그지없는 기가스는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둔중한 만큼 기가스의 방어력은 상상을 초월하였다.

구경이 작은 야포로는 겨우 흠집이나 내는 정도였다.

“피해!”

“으아악!”

결국 기가스의 진격을 막지 못한 남군 병사들은 그대로 압살당하고 말았다.

인간의 몸으로 거대한 기가스를 막아 낼 수는 없었던 것이다.

“폐하! 마법사들에게 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지금이라도 기가스의 진격을 막아야 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중앙이 붕괴하고 말 것입니다, 폐하!”

“제기랄!”

와칸다 왕은 참모들의 조언을 들으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헨더슨 왕을 노려보았다.

“언제까지 기다리라는 거야!”

“기다려. 그깟 창병 몇 명 죽어 나가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젠장. 사기를 잃고 있잖아! 저러다 패잔병이 나오기라도 한다면 전군에 영향을 끼칠 거라고!”

“패잔병이 나오기 전에 결과가 나올 것이니까. 걱정하지 마.”

태연하기 그지없는 헨더슨 왕의 모습에 와칸다 왕은 다시금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헨더슨 왕의 전술 능력은 그 역시 인정하고 있었다.

우유부단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기는 하지만 헨더슨 왕은 전술가로서 상당히 알아주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폐하! 적군이 후퇴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후퇴를 한다고?”

와칸다 왕이 다급하게 적의 진영을 살펴보았다.

기가스를 선두로 송곳처럼 남군의 중군을 뚫고 진격하던 북군의 기세가 갑자기 주춤하는 모습이 보였다.

적의 지휘부에서는 요란스럽게 나팔을 불며 퇴각을 명령하였고 전방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혼란에 빠졌다.

“작전이 성공했나 보군.”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적의 붕괴에 남군 지휘부가 동요하고 있을 때, 헨더슨 왕이 평온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하! 설마 그 말도 안 되는 작전이 성공했다고 말하는 거야?”

“성공한 게 아니라면 지금 상황은 말이 안 되잖아?”

“무사 몇 명으로 북군의 지휘부를 몰살시키다니! 그런 게 가능했다면 우리 왕국에서부터 무공을 익혔을 거야!”

“내가 말했잖아. 동양인들이 사용하는 무공은 우리가 익히 아는 무공과 다르다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작전이 성공했다는 것은 분명 기뻐해야 될 일이었지만 와칸다 왕은 여전히 혼란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헨더슨 왕을 믿고 전투에 나섰으나 솔직히 동양 무사들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고 있었던 와칸다 왕이었다.

그가 생각하기로 이번 작전 최상의 결과는 동양 무사들이 북군의 지휘부를 습격해 지휘 체계에 혼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고작해야 몇 명밖에 안 되는 무사들론 그 정도 결과가 한계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대로 결과는 전혀 달랐다.

동양 무사들은 그가 가정했던 최상의 결과를 아득하게 넘어서 그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냈다.

북군 사령관을 제거한 것은 분명했고, 어쩌면 지휘부 전체를 몰살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놀라는 것은 나중에 하고, 일단 지금은 마법사부터 움직이게 하자고. 우리도 이제 반격이란 것을 해야 하니까.”

“아, 그렇지.”

헨더슨 왕이 지장에 가깝다면 와칸다 왕은 맹장에 가까웠다.

특히 와칸다 왕은 육감이 발달하였는데, 그가 보기에 지금은 반격에 나서기에 가장 적절한 순간이었다.

물론 누가 봐도 반격해야 할 때였지만 말이다.

“추격해라! 단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와칸다 왕의 명령에 가장 빨리 반응한 것은 동양 무사들이었다.

청나라에서 왔다는 꽁지머리를 한 동양 무사들이 말을 탄 채 추격전에 나선 것이다.

“엄청나군.”

“동양 무사들의 사람 죽이는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마법사보다는 화력에서 밀릴 순 있어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더욱 극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와칸다 왕도 직접 눈으로 보고 있었기에 그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동양인들의 무공 실력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너는 왜 그렇게 동양 무사들을 칭찬하는 거지? 나는 솔직히 그들이 두렵기까지 한데 말이야.”

얼핏 듣기로 이곳에 지원 온 동양 무사들은 대한 제국에서도 최고는커녕 초절정에 불과한 자들이었다.

청나라의 기병들 같은 경우는 이류나 일류 정도에 불과하였고 말이다.

‘만약 대한 제국에서 최고 랭크에 있는 S랭크의 무사들이 북미에 진출한다면 우리가 그들을 막을 수 있을까?’

초절정 무사들만으로 북군 사령관을 너무도 간단하게 암살했던 대한 제국이었다.

S랭크, 그러니까 화경급의 고수가 온다면 미국에서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았다.

이 말은 한마디로 말해서 대한 제국이 죽이고자 하는 상대가 있다면 무조건 죽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두려우니까 더 그럴 수밖에.”

“뭐?”

“어차피 저항해 봤자 의미가 없어. 대한 제국과 싸우게 되면 우리가 필패할 테니까.”

“가만 놔두었다간 대한 제국이 미국에 진출할 텐데?”

“만약에 그리된다면 속국을 자처해야겠지.”

“······누가 겁쟁이 아니랄까 봐, 싸우기도 전에 투항을 하는군. 왕이라는 놈이, 자존심도 없나?”

“자존심도 살아 있어야 부릴 수 있는 거야.”

“······.”

“그래도 다행히 대한 제국은 미국에 진출할 생각이 없는 것 같더군. 청나라를 앞세우는 것을 보면 말이야.”

“청나라도 만만찮은 것 같던데?”

“대한 제국보단 낫지 않겠어?”

와칸다 왕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전쟁에서 승리한다 해도 왠지 전쟁이 끝날 것 같지가 같았다.

청나라, 어쩌면 대한 제국과 전쟁을 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일단 지금은 북군과의 전쟁부터 생각하자. 대한 제국이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신분제를 타파하려는 북군보단 나으니 말이야.’

쓴웃음을 지은 와칸다 왕은 추격전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전방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북군의 지휘부를 암살했던 동양 무사들이 북군의 후방을 괴롭히는 모습이 보였다.

* * *

“북미 전쟁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지?”

호영은 조회를 보던 도중에 불쑥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이주 사업과 북미 전쟁을 담당하는 이훈이란 자가 입을 열었다.

“동부는 아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한 것 같지만, 서부에서는 연합군 측이 많이 유리해졌습니다.”

“어차피 동부야 우리와 무관한 곳이니 신경 쓸 거 없고, 서부에서 우위를 차지했다는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현재 대한 제국이 북미에 파견시킨 병사의 수는 1만이었다.

청나라 팔기군까지 포함하면 3만이나 되었는데, 규모는 작았지만 북미 전쟁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미국인들은 무공에 익숙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무인들을 상대하는 전략이나 전술도 어설플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총을 활용하여 막아 내려는 것 같은데, 팔기군이라면 모를까 대한 제국의 병사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워낙 무장 상태가 좋았기 때문이다.

‘아티팩트 갑옷으로 무장한 무인들은 지금의 미국에선 거의 무적이나 마찬가지이려나?’

대포나 마법 공격에는 조금 위협이 될 수도 있겠지만 대한 제국 무인들은 보법 실력도 출중하기 그지없었다.

내기가 떨어져서 보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지 않는다면 그의 생각처럼 무적이나 마찬가지일 것 같았다.

물론 기가스란 북군의 비밀병기와 정면으로 싸운다면 어떻게 될지 그도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오리건은? 앞으로 청나라 백성들을 이주시키려면 오리건을 장악해야 될 텐데.”

“현재 북미에 파병한 원정군이 슈워제네거 왕국과 힘을 합쳐 북진을 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북부를 거의 다 확보하였으니 곧 있으면 오리건에 진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어떤 문제지?”

“슈워제네거 왕국이 과연 우리가 오리건 지역을 차지하는 것을 가만히 지켜볼 것이냐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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