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로열 센추리-340화 (340/345)

# 340

“만주국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는데, 이렇게 되면 승기는 완전히 대한 제국에게로 넘어가는 거 아닌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전쟁의 흐름은 EU에게 있는 것처럼 보였다.

중앙아시아는 러시아에게 거의 다 빼앗겼고 북미 역시 공화주의 잔당들과 EU의 식민지 왕국들에 의해 거의 다 빼앗길 것처럼 보였다.

대한 제국의 안방이라 취급받는 동남아시아 역시 상황이 그리 좋지는 않았다.

EU의 지원을 받은 아시아 태평양 연합군이 대규모 군대를 동원하여 대한 제국의 제후국들을 침략한 것이다.

외국인들이 보기에 EU가 승기를 보이고 있다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차르 암살이 실패했을 때가 결정적이었다.

대한 제국 같은 거대한 제국이 명예롭지 못하게 암살을 시도했다는 사실도 그랬지만 무려 S랭크의 무인을 다섯 명이나 잃었다는 게 가장 컸다.

제아무리 거대한 제국이라 해도 S랭크 무인을 다섯 명이나 잃은 것은 엄청난 타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EU가 조금씩 승기를 보이고 있다 판단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전쟁의 흐름이 급격하게 바뀌어갔다.

원나라를 침략한 러시아군을 쫓아낸 것은 시작에 불과하였다.

다른 대륙에 있는 만주국을 지원하여 무너져 가던 만주국을 부활시켰다.

또한 대규모 원정군을 조직하였는데 그 숫자가 200만이 넘어섰다. 세계대전에서나 볼 수 있는 엄청난 병력을 동원한 것이다.

물론, 러시아군이 대한 제국과 똑같은 200만의 군대를 동원할 때는 다시 흐름이 역전되리라 생각했지만 200만의 러시아군이 대한 제국의 군대에게 압도적으로 밀리는 모습을 보며 오히려 흐름은 가속화되었다.

유저들이야 처음부터 대한 제국이 우세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제 NPC들까지 대한 제국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대한 제국의 힘은 강하다. 북아메리카에 대규모 함대를 파견시킬 수 있을 정도니까.”

“맞아. 저 유럽 놈들을 상대할 수 있는 세력은 세계에서 대한 제국 하나밖에 없어.”

“그래서 우리는 대한 제국에게 접촉해야 한다. 저 탐욕스러운 스페인 놈들을 몰아내려면 그 수밖에 없어.”

볼리바르의 말에 독립군 동지들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8회 차의 세상은 EU와 대한 제국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였다.

소련과 미국으로 대표되는 냉전 시대와 다를 게 없다는 뜻이었다.

베네수엘라의 독립군 역시 하나의 국가는 아니지만, 선택을 강요받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어떤 선택도 하지 않는다면 결국 남는 것은 멸망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당연한 일이겠지만 베네수엘라 독립군의 선택은 하나였다.

대한 제국.

조국이 스페인에게 식민지가 된 상태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그것뿐이었다.

“하나, 대한 제국도 외세야. 만약, 대한 제국의 도움을 받고 독립한다 해도 그 동양인들이 스페인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

물론 모두가 대한 제국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몇몇은 대한 제국도 EU의 유럽 열강들과 다를 게 없을 거라는 주장을 하였다.

만약 대한 제국의 지원을 받아 스페인을 몰아낸다 해도 더 강력한 대한 제국의 식민지가 될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대한 제국이 하는 행동을 봐. 그들은 적어도 식민지를 건설하진 않고 있어.”

“제후국을 두고 있는데 그런 말을 하는 건가?”

“그들의 제후국은 적어도 자주권은 갖고 있지. EU처럼 나라의 모든 권리를 빼앗아 가지는 않아.”

한마디로 속국이되, 식민지는 아니라는 뜻이었다.

“흠.”

반대를 표하던 이들은 볼리바르의 말에 고심하는 얼굴을 하였다.

이전이었다면 계속해서 외세의 도움 없는 독립, 즉 자주 독립을 주장하였을 것이다.

스페인의 식민지인 베네수엘라의 독립을 지원하려면 강력한 국력을 가지고 있어야 했고, 강대국이 아무런 이유 없이 베네수엘라를 도울 이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럽 열강들 간의 충돌이 빈번했을 때, 독립을 시켜 준다며 열강의 힘을 빌렸던 독립군도 있었지만 결국 사냥개가 되었을 따름이었다.

그 어떤 나라도 아무런 대가 없이 식민지 국가를 지원해 주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대한 제국은 다르다. 지금까지 그들이 제후국을 상대로 보여 준 태도는 관대하고 정의롭기 그지없었어.’

물론 대한 제국이라고 제후국에게서 어떤 것도 받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주기적으로 공물을 상납해야 했고 외교권의 간섭을 받아야 했으며 광산 채굴권이나 삼림 채벌권 등 여러 이권을 바쳐야 했다.

그러나 EU의 식민지가 되어 노예로서 살아가는 것보다 백배, 아니 천배 나았다.

“좋아. 한번 대한 제국과 접촉해 보자.”

“현명한 선택이야!”

그렇게 베네수엘라의 독립군은 대한 제국의 편에 서기로 결정하였다.

그리고 이들의 결정이 끝났을 때 비슷한 결정이 다른 곳에서도 이루어졌다.

***

이란의 왕, 마누체흐르 머타키.

본래 그는 대한 제국에게 적대적인 편이었다.

EU와 대한 제국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EU를 고를 정도였다.

국교야 이슬람교였지만, 이란의 왕 마누체흐르는 합리적인 인물이었다.

합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종교보다는 나라의 이익을 더욱 중요히 여겼는데 그가 생각하기에 대한 제국의 제후국인 원나라의 팽창은 심히 우려가 되는 일이었다.

중앙아시아를 순식간에 집어삼키고는 계속해서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었으니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란으로선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원나라뿐만이 아니었다.

인도에서 계속 서진하고 있는 고구려란 나라 또한 대한 제국의 제후국이었다.

이 고구려 역시 아직은 괜찮아도 언젠가 이란의 위협이 될 수 있는 나라였다.

이렇게 이란을 위협하는 세력은 전부 대한 제국의 제후국이었다.

당연히 이란의 왕인 마누체흐르로선 대한 제국에게 적대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EU와 대한 제국의 전쟁을 지켜보면서 마누체흐르는 생각을 바꿔 먹었다.

대한 제국의 국력이 그의 상상을 초월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EU의 편에 선다면 러시아군을 몰살시킨 제국군이 그대로 방향을 바꿔 우리를 침략할 것이다!’

러시아군 200만을 압도하는 제국군의 실력.

이란으로선 두렵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다.

EU와 힘을 합쳐 대한 제국에 맞선다?

원래는 EU의 지원만 있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절대 아니올시다.’였다.

고작 한 달도 안 돼서 200만의 대군을 동원하는 대한 제국이었다.

심지어 대한 제국의 본토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병력이 남아 있었다.

그렇다고 병력만 많은 것도 아니다. 고도로 훈련된 정예군에, 포병과 마법까지 유럽 열강 못지않은 수준이었다.

이란이 EU의 국가들처럼 대한 제국과 거리가 떨어진 나라라면 모를까, 원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이니만큼 대한 제국과 맞서는 것은 나라를 멸망으로 이끄는 일이었다.

“그렇다 해서 계속 중립을 표방할 수도 없는 일. 러시아군을 완전히 몰아내기 전에 확답을 줘야만 한다.”

마누체흐르는 결국 결단을 내렸다.

지금 당장 대한 제국에게 사신을 보내기로.

조건만 합리적이라면 더 시간 끌 필요 없이 대한 제국의 속국이 될 계획이었다.

#9회 차를 기약하다

한 달이 지났다.

원정군은 예정했던 대로 원나라와 동남아시아로 나누어서 진격하였다.

결과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승승장구 그 자체였다.

무려 100만의 규모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전격적으로 남하하던 러시아군을 다시 북으로 쫓아냈고 여태껏 외세의 침공을 단 한 번도 허락한 적이 없다던 호주에게서 수도를 빼앗았다.

라오스 같은 국가는 이미 항복을 선언한 상태.

동남아시아도 곧 있으면 정리될 분위기였다.

‘여기에 차르 암살만 성공하면 러시아도 끝이다.’

이번에는 저번 때보다 철저하게 암살 계획을 수립하였다.

3주의 시간을 들여 준비하였는데, 이번만큼은 실패할 가능성이 없을 것 같았다.

물론 지난번의 실패로 교훈을 얻은 호영이었기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열 명의 S랭크 무인들이 차르를 제거하는 데 실패한다면 그 뒤로 곧장 스무 명의 무인들을 보내리라.

스무 명의 무인들이 실패한다면 그때는 300만을 동원해서라도 러시아를 지도에서 지워 버릴 것이고 말이다.

“이란에서 사신을 보내왔습니다. 속국이 되기 위함이라 사료되옵니다.”

“남미의 독립국가들도 접촉을 해 오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독립군을 자처하는 무장 세력은 제국의 지원을 절실하게 바라는 중입니다.”

“아랍권에 속한 국가들은 이제 제국과 공조할 것 같습니다. 몇몇 나라에게서 이스라엘이 멸망할 시, 동유럽으로 진격하겠다는 확답을 받아 냈습니다.”

차르 암살의 결과를 기다리는 사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접근해 왔다.

그들은 갑자기 전향적인 태도를 취하였는데, 마치 속국이 종주국을 대하는 듯하였다.

대한 제국이 EU와의 다툼에서 승기를 보이기 시작하자 뒤늦게 대한 제국의 세력에 합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굳이 거부할 필요는 없지. 그들을 받아들이면 우리의 영향력이 커진다는 의미이니 말이야.”

“하지만 남미의 경우 상당한 지원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만주국을 통해 지원할 수는 없나?”

“아직 만주국도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그렇다면 또다시 원정군을 조직해야겠군. 20만에서 30만 정도라면 충분하겠지?”

“예. EU에서 남미의 식민지 왕국에 지원군을 보내지 않는 한, 20만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 사료됩니다.”

이미 250만 이상의 병력을 외국으로 파견시킨 상태에서 또다시 원정군을 모집하려는 호영.

대한 제국이 평범한 나라였다면 이미 역량의 한계가 드러났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 초강대국인 대한 제국의 국력은 250만의 대군을 동원했음에도 여전히 여력이 남아 있었다.

지금 상태로는 200만도 더 만들어 낼 수 있었는데, 실제로 동남아시아 원정이 얼추 정리되면 시베리아 원정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시베리아의 면적이 면적인 만큼 그때도 100만이 넘는 병력을 동원할 것이었고 말이다.

“우리가 남미까지 세력을 넓히면, EU에서도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건데. 앞으로 EU의 대응은 어떨 것 같나?”

호영은 점차 유리해지고 있는 전쟁 흐름을 보며 흡족해하였지만,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다.

아직 EU를 상대로 완전한 승리를 거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평소와 같은 차분한 얼굴을 한 채 앞으로 있을 EU의 반격에 대해 물었다.

“유럽에서 대규모 병력을 준비하고 있다는 첩보입니다. 아마 이 병력으로 반격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디로 향하는 병력이지?”

“남미와 아랍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U는 반격을 위해 가장 먼저 군사를 모았는데 유럽에서 이미 준비된 병력만 무려 300만이 넘었다.

원정군으로만 무려 300만의 대군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강대국이라 자부하는 나라들도 원정군으로, 그것도 다른 대륙으로 원정하는 군대의 규모는 최대 10만 단위에 불과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EU의 세력은 확실히 대단한 것 같았다.

물론 그래 봤자 대한 제국의 국력에는 비할 바가 못 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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