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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꿈을 꾸는가?
“흠…….”
몇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몇 개의 계획을 머릿속에 떠올려 정리하고, 동시에 그것을 바꾸었다. 그리고 몇 개의 계획을 보완하며 나는 하나의 큰 계획을 만들었다.
마을 페텐에는 마도사 펜타자곤의 결계가 쳐져 있다. 그의 탑을 매개물로 펼쳐진 결계는 펜타자곤의 탑을 중심으로 지름 1백 킬로미터의 거대한 원구를 이룬다.
이 결계는 몬스터의 피에 담긴 마력에 반응해서 일정 이상의 마력을 가진 몬스터에게 심한 악취가 느껴지게 만든다.
악취를 느끼면서도 살아갈 몬스터는 없다. 몬스터도 생명이니까.
이 결계는 매우 효과적이고, 또한 마력이 적게 소모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름 1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영향력을 가진 결계를 설치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이 근처에 몬스터가 없고 야생동물만 잔뜩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고블린이 이 근처로 이주해온 듯싶었다.
놈들은 결계 밖의 대산맥 아르혼의 먹이사슬에 밀려 이 안전한 지대까지 온 것이겠지. 놈들의 피에 담긴 마력은 보잘것없어서 결계에 영향을 받지 않으니까.
그렇게 추론해야 옳다.
찰칵찰칵! 하고 무언가를 꿰어 맞추듯이 사고를 계속했다.
일전에 들은 적이 있어. 결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약한 몬스터가 마을의 근처에 나타나면 마을 사람들이 재빠르게 토벌한다는 이야기를 말이지.
그렇다면 고블린의 소굴을 알아내서 알리면 그걸로 놈들을 끝장 낼 수도 있다는 건가?
이런 사고를 계속하면서 나는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몇 가지 계획을 떠올리고, 그것을 동시에 시행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일단 고블린의 소굴을 찾아내야 한다. 하지만 마을의 주변만 해도 엄청 넓다. 전부를 탐색하려면 몇 달이 지나도 모자라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꼬리를 찾아야겠지.”
그래, 꼬리를 찾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블린을 적당히 만나야 하는데 말이지.
어차피 몇 번은 마주친다. 놈들은 소규모로 뭉쳐서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니고 있으니까.
“흠.”
오랜만이로군, 이런 생각은.
생각해보면 과거부터 늘 이런 식이다. 무언가를 계획하고, 마치 음모를 짜듯이 계획을 늘어놓아 사건을 일으킨다. 그리고 나는 이득을 얻는다. 하기야 그래서 예전부터 내 별명은 음험한 학살자였지.
음험한 학살자라! 이 얼마나 나에게 잘 어울리는 별명인가.
나는 언제나 혼자 행동해왔고, 또한 언제나 싸움을 몰고 다녔다.
나의 특기는 직접 전투이고, 음모와 귀계다.
음모와 귀계라고는 해도 삼국지에 나오는 듯한 전설적인 귀계는 아니다. 그저 상황에 따라서 간단하게 사람들을 움직여 이득을 취할 뿐이다. 단지 그런 것뿐인데도 음험한 학살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뭐, 아무래도 좋지만.”
그런 별명이 붙든, 붙지 않든 상관없다. 일단 목표는 고블린의 소탕. 그리고 동시에 안전한 사냥권과 나 스스로의 레벨 업의 확보다.
최소한 이 페텐을 거점으로, 나는 다달이 3백만 원 정도는 벌어야 한다.
현재 1골드의 시세가 10만 원이나 된다. 그러니까 30골드 정도는 늘 팔아치워야 한다.
하지만 여관비, 각종 장비를 사는 돈, 그리고 이 누더기 가방의 할부금까지 하면 내가 한 달에 벌어들여야 되는 돈은 총 1백 골드나 된다.
그러나 이것은 그냥 총 소요 금액. 나 스스로를 위한 저축을 한다면 120골드는 벌어야 말이 된다.
20골드씩 저축해서 더 좋은 아이템을 구해야겠지. 레벨 업을 하면서 도구를 구입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
찰칵찰칵!
좋아. 계획은 세워졌다. 변수에 따라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변경해야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다 문득 함정을 보았다.
“좋아. 꼬리를 찾는 건 이걸로 하면 되겠군.”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함정을 파는 것이다.
그때, 저 멀리서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크아아아아!”
그 소리는 왠지 모르게 절박했고, 그 뒤로 고블린 녀석들 특유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
카캉!
고블린 넷이 검을 들고 있었다.
고블린은 파충류에 속하는 놈들이다. 주글주글한 피부에는 비늘과 같은 질감이 있고, 그 움직임은 원숭이만큼 민첩하다. 또한 놈들은 독침을 쓰고, 어설프게 만든 것처럼 보이는 단검을 들고 있다.
고블린 앞에는 부상을 입은 한 사내가 죽을 것 같은 얼굴로 삶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다.
“죽지 않아아! 여기에서 죽을 수 없단 말이다아!”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는 생명이 내는 마지막 소리와도 같았다.
“캐액! 캐액! 퀘륵스 나타! 나타!”
고블린 놈들이 뭐라고 소리를 지르며 사내의 검을 피했다. 요리조리 피하는 모습이 정말 원숭이 같았다.
철컥!
석궁을 들고 그대로 겨누었다. 그리고 쏘았다.
투콱!
석궁 화살이 허공을 가르고, 공간을 단번에 압축해 피하는 데 열중하던 고블린 놈의 복부에 그대로 꽂혀 버렸다.
퍼억!
“케에에엑!”
석궁의 위력은 철판을 뚫는다. 고블린은 1미터 정도의 작은 키를 가지고 있고, 무게도 거의 20킬로 정도밖에 나가지 않는다. 석궁에 꿰뚫린 녀석은 살짝 떠서는 옆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동시에 세 놈이 휙 하고 나를 보았다.
“퀘륵스 미르! 퀘륵스 미르!”
퀘륵스가 인간쯤 되는 단어인가 보지?
“덤벼라!”
내 외침에 사내를 두고 세 놈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사내는 나를 한 번 보더니 풀썩 하고 쓰러져 버렸다.
위급한 것 같군! 빨리 끝내야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손도끼를 풀어내 두 손에 쥐었다. 그리고 손도끼를 창! 하고 부딪치며 놈들을 보니 한 놈이 몸을 날리며 칼을 찔러왔다.
“강력한 공격!”
위웅! 하고 손도끼가 부르르 진동하는 가운데, 찔러오는 놈의 칼을 후려쳤다.
카아아앙!
놈의 칼을 튕겨 내며 발을 뻗어 복부를 후려쳤다. 하지만 놈은 그대로 내 발을 타더니 몸을 돌려 떨어졌다.
“케엑! 나타! 퀘륵스 나타!”
나타는 죽여! 라는 말이냐?
그렇게 생각하는데 놈들이 내 주위로 와서 빙글빙글 돌며 달려들었다.
카강! 카카가강!
무기와 무기가 부딪쳤다.
이놈들 너무 재빨라! 역시 야생의 몬스터라는 건가?
“강력한 공격!”
다시 스킬을 사용해 공격해보았다. 하지만 놈들은 슬쩍 비켜나며 피해냈다.
인간하고는 다르다는 말이지.
하지만 이미 몇 번이나 이놈들과 붙어보았다. 이미 익숙해진 싸움은 내가 이긴다!
“나의 영혼의 조각…….”
카강! 하면서 옆에서 달려든 놈의 무기를 후려쳐 튕기고 계속해서 주문을 외웠다.
“나의 생명의 의지.”
“케에엑!”
칵! 하고 도끼가 빈 땅을 후려쳤다.
“이곳에 나타나 나의 손이 되어라! 유령의 손!”
주문이 끝났다. 동시에 내 몸에서 기력이 급속도로 빠져나가며 피로가 몰려왔다.
내 진짜 능력을 모르는 네놈들의 패배다.
“케에!”
앞에서 달려오는 고블린을 보며 나는 사납게 웃어주었다. 그리고 방금 완성한 마법으로 놈을 공격했다.
위웅!
보이지 않는 유령의 손. 하지만 나의 눈에는 보인다. 내 생명력을 일부 빼내어 생성한 무형의 손이지만 유형의 힘을 발휘한다. 그걸로 달려오는 고블린의 눈을 후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