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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오
“아… 아아아…….”
그녀는 비틀거리며 내 몸에 기대왔다. 나는 그런 그녀를 부축하며 궤짝으로 인도했다.
그녀의 얼굴은 일그러져 알 수 없는 절망적인 감정으로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진실을 가르쳐 주지 않으면 안 되었다.
팍! 파팍!
나는 궤짝에 묶인 줄을 잘라내고, 그 궤짝의 뚜껑을 열었다. 안에서 냉기가 확 하고 번져 나왔다. 안에는 새파랗게 얼어붙은 스카의 시신이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스카 님의 유언에 따라서 그분의 시신도 모셔왔습니다.”
“아빠아아아아!”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얼어붙은 스카의 시신에 쓰러지듯이 매달렸다.
그녀의 눈물이 스카의 시신에 떨어지는 것을 보며 나는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감정이 들게 만드는 게임은 일찍이 없었다. NPC는 그저 게임의 진행에 도움을 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세계는 뭔가? 아라한 컴퍼니는 대체 무엇을 만들어낸 것인가?
“큭! 그저 돈을 번다는 생각으로 할 만한 게임은 아니군.”
그래. 각오가 필요한 거겠지. 이 세계 안에서 살아갈 각오가.
눈물을 흘리는 레나와 여관에서 달려 나오는 여관 주인을 보며 나는 쓰디쓴 기분을 느꼈다.
***
“그래, 정식 의뢰가 아닌데도 이렇게까지 해주었군.”
“별일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하루의 시간을 소비한 것뿐이니까요.”
‘무기와 용기의 집’의 주인 케달은 근육질의 거한이었다. 키도 190에 가까운 데다, 엄청난 덩치를 자랑했다. 힘 하나는 일품일 것 같았다.
그런 그가 나에게 주머니 하나를 내밀었다.
“이건?”
“받아두게. 사례비일세. 그 친구가 그렇게 갈 줄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나는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주머니를 받았다. 무게로 보아 약 50골드쯤 들어 있는 듯했다. 그렇게 큰돈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작은 돈도 아니었다.
이걸로 오늘 하루 공친 것을 보상받을 수 있겠군.
화륵!
케달은 품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촛불에 불을 붙인 후, 후! 하고 담배를 피웠다.
“스카는 좋은 동료였지. 예전에 한델과 나, 그리고 몇몇 동료들이 용병단을 꾸렸었네. 그때는 스카가 가장 막내였어. 하지만 강한 녀석이었다네.”
“그렇군요.”
“알고 있나? 레나는 ‘생명 유실’이라는 병을 가지고 있지.”
“생명 유실이 무엇입니까?”
“생명 유실은 생명력이 조금씩 몸에서 빠져나가는 병이야. 들어보았나? ‘완치 되지 않는 병’에 대한 이야기.”
“알고 있습니다.”
내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연기를 듬뿍 빨아들였다가 뱉어냈다. 근심이 형태가 되어 그의 입에서 뿜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여덟 대신 중에서도 그 속성이 다른 신들과 전혀 다른 하델아워드는 세상에 완벽은 없다, 라는 이유로 ‘완치 되지 않는 병’을 만들어 퍼트렸다고 전해지지. 생명 유실은 그중 하나라네.”
“어떤 병입니까?”
“말 그대로야. 조금씩이지만 생명력이 몸에서 새어나가 버리는 병이지.”
“음…….”
“사람의 생명력은 병에 담긴 포션과 같다고 하더군. 포션 병에 구멍이 나서 생명이 조금씩 새어나가듯이 레나의 몸은 생명력을 조금씩이지만 계속해서 잃어버리게 된다네. 이것도 신관이 해준 이야기이지.”
“불치병이로군요.”
“그렇지.”
후우! 하고 하얀 연기가 허공을 맴돌다가 사라졌다. 생명이 덧없이 사라지듯이 연기는 그렇게 사라져 갔다.
“정기적으로 신전에서 치료를 받아서 잃은 만큼의 생명력을 보충해주어야만 해. 그런데 신전도 공짜로 치료해주는 것은 아니지 않나. 게다가 레나의 병의 진행을 막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신성력을 필요로 하지. 그래서 스카는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한 거야.”
안타까운 사연이로군.
“한 달에 적어도 삼백 골드, 그 정도가 들어갔지.”
그 말에 나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3백 골드라고? 엄청난 가격이로군. 한 달에 말 한 마리 값이 들어간단 말인가?
그렇다면 스카가 매달 벌어들이는 돈이 최소한 3백 골드는 된다는 의미다.
약 8백 골드가 조합에 맡겨져 있던 것을 보면 아마 5백 골드 정도는 벌어들였겠지.
3백 골드는 딸을 치료하고, 남은 돈의 일부는 저축, 그리고 남은 돈은 생활비를 하고 장비를 보수하는 등에 썼을 것이다.
엄청나군. 그렇게 많은 돈을 벌었단 말인가?
결국 위험한 일을 도맡아했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는 그 와중에 죽었다.
“그런데 생명 유실은 반드시 생명력만 유실되는 겁니까?”
“그렇다고 하더군. 마법 쪽에서도 그걸 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해. 그런데 마법사는 돈을 밝히지 않나? 그래서 늘 신전을 이용해왔지.”
케달의 얼굴은 그늘져 있었다. 아무리 그가 스카와 친한 사이였다고는 해도 한 달에 3백 골드나 되는 부담을 지는 것은 명백히 무리다.
그렇기에 저렇게 암담해하는 것일 테지. 물론 지금은 스카의 죽음을 슬퍼하는 쪽이 더 클 것이다.
“오늘은 자고 가게. 방은 삼 층일세.”
“감사합니다.”
그렇게 대답한 후, 나는 열쇠를 받아서 자리를 떴다.
나는 잠 역시 이 게임 안에서 해결한다. 이 게임 안에서 잠이 들면 실제로 내가 들어간 가상현실 접속 기계인 플레인 워커는, 육체 회복 프로그램을 가동하여 피로를 풀어 육체를 회복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가상현실을 이용할 경우 현실보다 7배의 효율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 덕분에 세계는 많이 변했다. 가상현실을 이용하면 시간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깔끔한 방의 모습이 보였다. 침대 하나, 탁자 하나, 그리고 옷걸이가 하나. 탁자에는 물 컵과 물주전자가 놓여 있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삭막하지만 깔끔하군.”
내가 입고 있는 옷은 가죽 갑옷이다. 하드 레더라고 불리는 것으로, 짐승의 발톱 정도는 막아주고, 질겨서 웬만큼 힘을 주지 않는 한은 잘 베이지 않는다. 가격도 싸고, 방어력도 괜찮은 편이라서 입고 있다.
그것을 벗어서 옷걸이에 걸고, 가방을 머리맡에 놓은 후 침대에 누웠다.
“후우!”
괜한 일을 벌였나. 사실 게임 안에서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스카의 눈동자를 보았을 때 이렇게 해주고 싶어졌다.
나는 돈 때문에 게임을 하는 다크 게이머이지만, 돈만을 위해서 게임을 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보다는 이 가상의 공간이 즐겁기에 게임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나는 이런 일은 지나치지 않을 생각이다. 할 수 있는 것은 한다. 해보고 싶은 것은 해본다.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 좀 더 즐거운 삶이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깜박이다가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