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16화 (16/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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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배틀

“음.”

누더기 가방에서 붕대와 천을 꺼내 가슴에 대고 칭칭 감았다. 출혈이 계속 일어나면 아무리 시체라도 안에 피가 없어 그 움직임이 뻣뻣해질 것 같았기에 그렇게 조치한 것이다.

조종법은 간단했다. 내가 무어라 말하면 그대로 움직였다. 생전보다 약 30퍼센트 정도 느렸지만 상당히 괜찮았다.

이 정도면 전투 시에도 상당한 위력을 볼 수 있겠군.

게다가 이미 죽은 시체이기 때문에 마법이 끝나기 전까지는 계속 움직인다. 몇 놈을 붙잡아두는 데는 제격이야.

“그나저나 시신의 상처를 치료하는 방법을 배워야겠군. 이래서야 시체의 온전한 전력을 기대할 수 없겠어.”

‘시체 조종’의 등급을 올리면 아무래도 내가 조종하는 시체가 점점 강해질 것이다. 그러면 대단한 위력을 보일 것 같았다.

사실 ‘약한 유령의 손’만 해도 보통의 마법은 아니다. 대인 전투에서는 매우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기습으로 공격하니, 상대는 알지도 못한 채 나가떨어지니까.

그 효과는 고블린들의 눈을 공격하면서 이미 충분히 보았다. 게다가 유령의 손은 기본적으로 물건을 들어올릴 수도 있다. 작은 비수 같은 것을 쥐어줘 찌르게 해도 매우 효과적이다.

“걸어라.”

간단하게 명령을 내리고 시체를 걸어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센든 아저씨의 정보대로 고블린은 이런 약한 놈들만 있는 것이 아닐 테다. 고블린의 부락에는 수백이 살고 있었고, 수렵을 통해서 생존해나가고 있다.

게다가 야장이나 제사장이 있다는 것은 여러 가지 능력을 가진 고블린도 있다는 의미이다. 대충 오십 정도의 단위는 상위 능력을 가진 고블린일 것이다. 놈들이 다른 수백의 고블린을 지배하고 있을 터다.

반대로 말하자면 상위 오십을 어떻게든 제거한다면 남은 수백의 잡졸 고블린은 쉽게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나는 우선 몇 가지 계획 중 하나를 지금 사용해 놈들의 전력을 알아볼 생각이었다. 이 ‘시체 조종’은 그래서 필요하다.

비척! 비척!

시체를 이끌고 놈들의 부락 근처에 있는 언덕으로 향했다. 그리고 누더기 가방에서 미리 베리얼에게 돈을 주고 만든 유리병 10개를 꺼냈다.

“다수를 상대함에 있어서 정면 돌파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지.”

이 병 안에는 극독이 들어 있다. 그것도 그냥 극독이 아닌 연기 형식의 독연이다. 이것을 흡입하는 순간 폐가 타오르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강한 상처를 입는다. 그리고 호흡 곤란으로 질식사해서 죽는 것이다.

베리얼에게 강한 독연이 있냐고 물었더니 이것을 추천해주었다.

가격도 더럽게 비싸서 하나당 20골드나 하는 놈이다. 단점은 호흡으로 흡입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고, 피부에는 별다른 타격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바람이 없을 때 사용해야만 하는 것이다.

“가라.”

언덕에서 시체의 품에 독연이 든 유리병 하나를 들려서 걸어가게 시켰다. 그리고 나는 마법을 외웠다.

“나의 영혼의 조각, 나의 생명의 의지, 이곳에 나타나 나의 손이 되어라. 약한 유령의 손.”

스윽 하고 내 앞에 타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유령의 손이 하나 떠올랐다. 그 손에 유리병 하나를 쥐여 주었다.

독의 유리병은 총 10개.

독이 제대로 퍼지고, 밀집한 상태에서 사용한다면 단번에 1천 정도는 죽일 수도 있다고 베리얼이 말했다.

그런데 베리얼 녀석은 이런 것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주물럭거리며 만들어서 판다.

역시 마법사는 마법사라는 건가? 귀엽게 생겨서는 끔찍한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군.

휘익!

유령의 손이 어둠을 날았다. 나는 고블린의 부락 중에서 가장 큰 곳의 창문 같은 곳으로 유리병을 휙 하고 던졌다.

멀어서 퍽 하는 등의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곧 그 큰 건물의 여기저기로 검은 연기가 뿜어져 올랐다. 그러더니 불길이 타올랐다.

뭐야? 단지 독연뿐만이 아니었나? 불도 붙어? 꽤 괜찮은 기능이군.

그렇게 생각하며 바라보니 건물에서 고블린 수십 마리가 튀어나와 뭐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저게 나이트, 혹은 워리어인가?”

개중에 입고 있는 장비가 다른 고블린들과 다르고, 덩치도 다른 고블린의 1.5배는 되는 놈들이 다수 보였다. 그 수는 약 이십 정도였다.

“자, 더 가라.”

유령의 손을 움직여 허공에서 유리병을 차례차례 던졌다. 퍼퍽! 하고 유리병이 고블린의 부락 여기저기에서 깨지며 독연을 피워 올렸다.

멀어서 잘은 안 보이지만, 유리병이 깨지면서 불이 번쩍 하고 일어나며 안의 내용물을 빠르게 태우는 것 같았다.

흠… 유리병 자체에도 마법이 걸려 있는 거로군. 베리얼 요 꼬맹이 녀석 머리가 좋은데?

그렇게 독연이 퍼져 나가는 사이, 건물 몇 개에 불이 붙어서 검은 연기를 피워 올렸다.

고블린은 우왕좌왕하면서 불을 끈다고 다니다가, 독연을 흡입하고는 목과 가슴을 쥐며 쓰러졌다.

그때, 얼굴에 해골바가지를 쓴 녀석 하나가 나타나 뼈를 이어 만든 희한한 지팡이를 휘둘렀다.

쏴아아!

그러자 거센 바람이 일더니, 독연이 화악 하고 뒤로 밀려나 마을에서 흩어지기 시작했다.

“대단하군!”

저놈이 제사장이라는 놈인가? 고블린 샤먼? 뭐, 그쯤 되나?

고블린 워리어와 나이트는 대충 구분이 간다.

그렇게 푸닥거리는 사이, 내가 보낸 시체가 놈들의 부락으로 들어갔다.

입구를 지키던 놈도 연기 때문에 자리를 이탈했기에 내가 보낸 시체를 빠르게 발견하지 못했다.

나는 시체에게 심령적인 명령을 내렸다.

“병을 깨라.”

그러자 시체가 병을 내던졌다.

곧 펑! 하고 불이 확 났다가 연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주변에 있던 고블린들이 죽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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