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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배틀
독연에 1백여 마리 정도는 죽은 듯싶었다. 다 죽일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기에 결과에 만족하며 등을 돌렸다.
대충 전력은 파악했다. 이제 남은 것은 고블린 워리어, 나이트의 전투 능력이 정확히 얼마만큼 되는지 파악하는 것이겠지.
고블린 샤먼은 아무래도 마법을 사용하는 놈인 것 같다.
라이프 크라이의 세계에서 마법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인지는 아직 파악 불가다. 아마 예전의 다른 게임들처럼 단지 데미지 딜러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내가 사용하는 사령 마법만 해도 그러니까. 그렇다면 좀 더 조사를 해봐야겠지.
“좋아. 두 번째 계획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준비를 위해서 대산맥 아르혼을 향해 몸을 돌렸다.
어차피 잔챙이 고블린들은 의미가 없다. 숫자가 몇백이나 된다 한들, 차례차례 조금씩 죽여 나가다 보면 다 죽게 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일은 내 특기이지.
“그래서 음험한 학살자라 불렸지만.”
킥! 하고 한 번 웃고는 몸을 돌려 대산맥 아르혼 쪽을 향해 움직였다.
두 번째 계획을 시작해볼까?
그렇게 생각하며 아르혼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우어어어어어!
대산맥 아르혼은 확실히 대단한 곳이라고 지금 속으로 생각 중이다.
고블린의 부락을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나는 그 몸이 6미터나 되는 무시무시한 근육질의 괴물을 발견한 것이다.
놈은 그 키만큼 엄청난 덩치에 불끈불끈한 근육을 지니고 있었다. 또한 마치 인간과 같은 피부에 몸 곳곳에는 인간처럼 털도 나 있었다.
그 무시무시한 이빨과 조폭이나 마피아, 야쿠자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괴수다운 얼굴만 아니라면, 보디빌더가 거대화했다고 할 만한 놈이었다.
그런 놈을 뭐라고 부르는지 나는 알고 있다.
“오우거.”
아마 북부 유럽 신화에서 유래된 몬스터일 것이다. 지금에 와서는 여기저기 다 등장하는, 상당히 고위의 몬스터다.
아르혼에 진입해 들어온 지 겨우 4시간 만에 오우거를 발견하다니. 과연 대산맥 아르혼이군.
이런 곳에 들어와서 몬스터를 사냥해 돌아왔단 말인가? 페텐의 아저씨들을 약하다고 보지는 않았지만, 생각 이상의 실력자들임에는 확실하다.
“싸울 엄두가 안 나는군.”
오우거는 멀리서 봐도 확연하게 그 모습이 드러났다. 과연 숲의 마수였다.
다른 게임들에서도 오우거는 골치 아픈 놈으로 되어 있다. 물론 각 게임마다 설정은 다르다. 하지만 현실과 다름없는 이곳이라면 저 오우거라는 놈은 그저 정해진 패턴대로 움직이는 단순한 몬스터가 아니다. 살아 있으며, 야성을 가지고 있고, 또한 그렇기에 더더욱 위험한, 말 그대로 괴물이다.
크아!
놈은 크게 기지개를 켜더니 근처의 나뭇가지를 단번에 부러뜨려 등을 긁었다.
가려워서 등을 긁는 행동이었지만 나는 크게 놀랐다.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은 지능이 있다는 뜻이다. 그저 몸만 크고 흉포한 괴물이라고 해도 상대하기가 까다로운데, 지능도 어느 정도 있다면 무척이나 위험하다.
게다가 놈의 힘은 덩치만 봐도 알 수 있다. 스치기만 해도 나는 사망이다. 그렇다면 저놈을 어떻게 유인해야 할까.
두 번째 계획은 바로 이렇다. 좀 더 상위의 몬스터를 꼬여 내서 고블린 부락에 선물해주는 것이다.
그렇게 놈들의 전투를 지켜본다면, 혹은 상위 몬스터가 고블린 부락을 쓸어준다면 나에게는 이익이지.
예전에 이런 간단한 방법으로 몇몇 유저들이 모여든 집단인 길드나 왕국, 도시를 곤란하게 하고, 타격을 주고는 했었다.
흠… 왠지 옛일이 떠오르는군. 그러고 보면 칼츠 놈이 그래서 나를 미워했었지. 비겁한 수단이라고 말이야.
“흐음…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인데.”
오우거는 너무 강력한가? 트롤이나 다른 몬스터로 바꿀까?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오우거를 발견한 게 너무 좋은 조건 같았다.
베리얼에게 사서 읽어본 몬스터 백과사전의 내용에 적힌 오우거라는 녀석의 습성에 대해 생각하며 놈을 관찰했다.
여기에서 부락까지는 대략 내 걸음으로 4시간 정도이다. 그 거리를 놈을 달고서 이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게 놈을 바라보고 있는데 아무런 생각도 안 떠올랐다.
아무런 계획도 생각나지 않다니… 이거 문제로군.
어떻게 한다?
크르르르!
그때, 뒤쪽에서 크르르!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뒤를 바라보니 저 멀리서 늑대 무리가 나를 보고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딱!
손가락을 튕기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좋은 방법이 하나 있군.”
나는 흐! 하고 웃고서 등에 멘 석궁을 꺼내 놈들 중 하나를 겨누었다.
“조준 사격.”
석궁 화살이 하늘을 날았다. 동시에 놈들이 움직였고, 한 놈의 머리에 정확하게 화살이 틀어가 박혔다.
달려오는 늑대들을 보며 나는 손도끼를 들고, 동시에 ‘약한 유령의 손’의 주문을 외웠다.
“네놈들이 제물이 되어주어야겠다.”
나는 빙그레 웃었다.
***
타타타타!
공들여 늑대 한 마리를 별다른 상처 없이 죽였다. 머리가 부서지면 아무리 시체 조종이라고는 해도 제대로 육체가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마법의 영향으로 뇌를 조종하는 듯싶다. 그래서 늑대의 가슴에 단검을 박아서 죽여야 했다.
그 때문에 고생을 좀 했다.
그렇게 하고 그 심장의 상처를 싸매서 피가 안 나오도록 한 상태로, 늑대의 시체에 먹음 직한 고기를 매달았다. 그리고 막 일어나서 하품을 하고, 등을 긁는 등의 행동을 하는 오우거의 앞에서 얼쩡거리게 했다.
우어어어어!
쾅! 콰쾅!
그 결과가 이것이다. 오우거 놈은 배가 고팠는지 늑대를 열심히 쫓아갔다.
사실 오우거가 늑대보다 빠르다. 키가 6미터이고, 다리가 3미터가 넘는다. 한 번에 몇 미터씩 성큼성큼 움직이니 이동력이 보통이 아니다.
하지만 여기는 숲이고, 늑대는 나무 사이를 요리조리 움직이도록 내가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덕분에 오우거는 늑대를 잡을 듯 말 듯하면서 뒤쫓았다.
“후욱! 후욱!”
그리고 나 역시 작살나게 뛰고 있었다. 오우거보다 내가 빠를 리가 없으므로, 늑대의 시체를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오우거를 희롱했다.
속도는 살아생전만큼 빠르지 않지만, 마력이 떨어지기 전에는 지치지 않는다.
크왕!
오우거가 열이 받았는지 가로막는 나무를 맨손으로 후려쳐 단번에 부러트렸다. 10여 미터가 넘는, 몇십 년은 살았을 나무들이 우지끈 하고 꺾이며 부러져 나갔다.
“허…….”
다른 게임들 중에서는 배경을 이용한 전략 전술도 존재한다. 나무를 부러트리거나 불을 지른다거나.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보통 NPC인 몬스터는 저렇게 흉포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