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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 배틀
귀찮아서 화가 난다는 얼굴로 나무를 부순다? 그런 짓을 하는 몬스터는 확실히 처음이다.
“후욱! 후욱!”
한참을 내달렸다. 여기까지는 용케 늑대가 잡히지 않았다.
컨트롤이 꽤 늘은 기분이 드는군그래. 필사적으로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좋아.”
저 멀리로 고블린의 부락이 보였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리를 움직이는 순간, 턱! 하고 발밑에 무언가가 걸렸다.
“큭!”
쿠당! 하고 넘어진 것은 순식간이었다. 밑을 보니 땅을 뚫고 나온 나무뿌리가 발을 건 것이었다.
큭! 거의 다 왔는데.
그때, 콱! 하고 오우거 놈이 늑대의 시체를 잡아채서 괴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크오오오오오!
그리고 기쁘다는 듯이 늑대 시체를 입에 가져가 씹어 삼켰다.
제길! 힘든 것을 참으며 여기까지 달려왔는데… 조금 더 남았는데.
“별수 없지!”
나는 석궁을 들어올렸다. 미리 화살을 장전한 석궁을 들어 늑대를 씹으며 좋아하는 놈의 면상을 겨누었다.
“어디든지 맞아라. 조준 사격.”
조준 사격을 발동하고, 동시에 화살을 쏘았다. 퉁! 하고 화살이 날아갔다. 그리고 그것은 녀석의 얼굴로 날아가 꽂히려고 했다.
푹!
하지만 그것은 얼굴에 꽂히지 못했다. 녀석의 손이 움직이더니 석궁 화살을 막아낸 것이다.
놈의 손등에 화살이 마치 가시처럼 삐죽하게 박혔다. 안으로 파고든 것도 아닌 피부에 살짝 박힌 것이다.
놈은 손을 내리더니 내 쪽을 정확하게 노려보았다.
“봤군.”
그래, 나를 봤다. 놈과 내 눈이 부딪쳤으니 당연한 거겠지? 그럼 내 선택은?
“도망친다!”
나는 그렇게 소리치며 도망치기 위해서 내달렸다. 내 등 뒤로 무섭게 울려 퍼지는 놈의 고함이 들려왔다.
역시 오우거는 무리였나? 하지만 이렇게 되었으니… 어떻게든 성공시켜 보도록 하자고!
크어어어어어어어어!
나무가 부서지며 거대한 괴물 오우거가 내 뒤를 쫓아오는 게 느껴졌다.
나는 열심히 내달렸다. 살아남기 위해서.
콰쾅! 내 앞으로 바위가 날고, 나무가 튀어나왔다. 지난 세월 동안 다크 게이머로서의 경험이 아니었다면 진즉 죽었을 만한 공격들이었다.
그것들을 겨우겨우 회피해내며 품에 매달린 유리병을 꽈악 잡았다. 이게 내 마지막 비책이다.
베리얼에게 사온 포션으로, 치료 포션이 아닌 특별한 힘을 가진 녀석이지. 덕분에 돈을 탈탈 털었지만 말이야.
“으챠!”
위에서 떨어지는 주먹을 피해서 바로 옆의 나무 밑으로 몸을 굴렸다가 벌떡 일어나 내달렸다.
내가 통과한 나무가 콰쾅! 하며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대로 고블린의 부락으로 뛰어들었다.
“키엑?”
고블린 부락에서는 이미 고블린들이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오우거가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소리를 듣고 경계 태세라도 한 거냐? 똑똑하군! 하지만 어차피 이 일의 원흉인 나를 어쩔 수는 없을 것이다.
놈들이 나를 보며 무기를 들었다. 나는 놈들을 향해 웃어주며 품으로 손을 넣었다.
“굿바이, 고블린!”
동시에 유리병을 번개같이 꺼내 벌컥벌컥 마셔 버렸다. 그러자 기이한 힘이 나를 감싼다 싶은 순간, 모든 사물이 느려지기 시작했다.
이 포션의 이름은 ‘시간 가속의 물약’. 내 시간을 가속시켜 3배나 빠르게 움직이게 해주는 물건이지!
쐐에엑! 하고 검과 창이 찔러져 오는 것을 피하며, 몸을 날려 놈들의 진형으로 내달렸다.
“아디오스, 고블린!”
빨라진 시간 속에서 나는 몸을 날렸다. 그 순간, 해골을 뒤집어쓴 고블린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나는 놈을 향해 웃어주고, 번개같이 움직이며 고블린 부락을 뛰쳐나왔다.
그 후, 등 뒤로 거대한 오우거와 고블린들의 전투가 시작되는 것을 소리로 알 수 있었다.
“성공이군.”
시간 가속의 물약의 효과가 끝남과 동시에 온몸을 무기력한 힘이 내리눌렀다. 하지만 꾸욱 참고서 예의 그 언덕으로 기어올랐다.
나는 이 게임, 라이프 크라이를 시작하면서 이것은 다른 게임들과 다르며, 현실과 같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많은 것을 조사했다.
세계의 구성, 사람들의 삶의 방식, 마도사의 탑인 펜타자곤에서 팔고 있는 마법적 물건들에 대한 것 하나하나까지 전부.
그리고 계획을 세웠다. 독연병도 그중 하나였다. 내가 아까 먹었던 시간 가속의 물약도 마찬가지이다.
그 외에도 2가지 물품을 더 샀다.
이것은 게임 안의 세계이지만, 동시에 현실과 다름없는 세계이다. 그렇기에 나는 지혜를 짜냈다. 그리고 계획대로 모든 것을 이루었다.
나는 볼 자격이 있다. 나는 보아야만 한다. 내가 계획한 일의 결과를. 그래서 나는 고블린과 오우거의 생사를 건 혈전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크어!”
콰직! 하고 오우거의 거대한 손이 그대로 고블린 다섯을 내려찍었다. 창과 갑옷, 어설픈 가죽 옷과 함께 고블린은 으스러져서 절명했다.
고블린 중 하나가 소리를 지르며 창을 찔렀다.
다른 고블린보다 덩치가 큰 고블린이 제법 괜찮아 보이는 칼을 들고 휘둘렀다.
파팟! 하고 오우거의 가죽에 미세한 상처가 나며 피가 흘렀다. 그에 화난 듯 오우거는 울음을 토했다.
그엉!
그 울음이 너무나 커서 고블린들은 귀를 부여잡으며 쓰러졌다. 하지만 쓰러지지 않은 고블린이 하나 있었다.
“피렉스 페렉타!”
고블린 샤먼이었다. 고블린 샤먼은 필사의 의지로 마법의 주문을 외워 오우거에게 사용했다. 거대한 화염이 하늘로 떠오르더니, 그대로 오우거에게 부딪치며 휘감았다.
죽어라.
고블린 샤먼은 속으로 그렇게 기도했다. 하지만 오우거는 죽지 않았다. 여기저기 그을리고, 화상을 입었지만 오우거는 오히려 아까보다 흉포해졌다.
크아아앙!
오우거는 고블린들의 집의 기둥을 뽑아서 들어올렸다. 그것을 본 순간 고블린들은 공포와 절망을 예감했다.
부웅!
거대한 기둥이 오우거에 의해서 마치 나무 몽둥이처럼 휘둘러졌다. 퍽! 하고 단번에 몇 마리의 고블린이 으깨지며 날아가 처박혔다.
그 경악할 만한 힘에 고블린 샤먼은 절망을 맛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