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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점검
고블린의 들의 전투는 결국 오거의 승리로 돌아갔다. 고블린 샤먼의 갖가지 마법과, 고블린 나이트들의 분전이 있었지만, 수백이나 되는 고블린은 한 마리의 오거를 당해내지 못하고, 전멸하듯이 몰살 되었다.
“크르르르.”
오거가 피를 흘리며 아직 살아남은 샤먼을 보았다. 고블린 샤먼은 인간을 떠올렸다. 그리고 오거를 보며 분노와 절망, 공포와 원념을 담아 소리쳤다.
“케루루 헤카락스으으으!”
콰직!
그 외침을 끝으로 고블린 샤먼의 하반신이 오거의 발에 밟혀 짖이겨졌다. 그렇게 고블린의 부락은 멸망했다.
살아남은 고블린의 수는 겨우 몇십. 그것도 뿔뿔이 흩어져 어디론가로 도망가 버렸다. 부서진 고블린 부락에서 고블린들의 시체를 배불리 먹은 오거는 아르혼 산맥쪽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조금 들어가다가 갑자기 코를 찡그리고는 되돌아서는 성큼성큼 아르혼 산맥쪽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페허가 된 고블린의 부락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로부터 수시간이 지나고, 고블린의 시체들 중의 하나. 해골을 뒤집어 쓴 고블린 샤먼의 시체가 꿈틀거리며 일어서고 있는 모습은 그렇기에 그 누구도 보지도, 알아차리지도 못하였다.
“케....케에....”
그 두 눈에는 붉은 흉광을 내 뿜으면서. 뒤플린 팔을 내려다 보며 고블린 샤먼의 시체는 대지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흉광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하체가 으스러 사라진 고블린 샤먼의 시체는 갑자기 크게 고함을 질렀다.
“키에에에에에에에에!”
누구도 듣지 않는,
이제는 아무도 들어 주지 않는,
죽은 자의 울음이 애처롭게 울려 퍼진다.
중간 점검
중간 점검은 확실히 필요한 일이다.
자신의 현재 상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자신이 할 수 없는 일등을
분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점검을 해도 그런 걸 구분하지 못하는 얼간이들도 있지만.
그런 놈들은 대부분 일찍 뒈진다.
-차원서기관 제가르고크
“여어 라임! 뭐야? 걸레잖아?”
“예이예이. 걸레인 라임입니다. 장비 좀 주세요. 그리고 석궁도 새거로 좀 주시구요.”
오거와 고블린의 싸움은 치열했다. 하지만 고블린도, 오거도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오거는 눈을 하나 잃고, 다리에 수십개나 되는 창칼이 박히고서도 고블린의 샤먼과 나이트, 워리어를 다 죽이고는 다른 고블린 들을 밟아 죽였다.
그건 괴수 영화에나 나오는 그러한 모습이었다. 다만 괴수가 주인공 이었을 뿐이다. 고블린은 궤멸적 타격을 입었고, 그 수뇌인 주 전력은 모두 죽어 버렸다.
살아남은 놈들은 뿔뿔이 흩어져 도망쳤다. 대부분 고블린 씨더의 잔챙이 들이다. 혹은 고블린의 암컷들이나.
그런 고블린의 부락에서 쓸만한 금속이나, 무구를 누더기 가방에 넣고, 남는 공간에는 고블린 나이트의 시체를 모두 다 쓸어넣어서 왔다.
덕분에 가방이 상당히 묵직해 졌다. 이 안에 들어간 물건의 무게를 줄여 준다고는 해도, 너무 무거운 것을 넣으면 들지도 못한다.
금속이나, 무구는 대장간의 센슨 아저씨 에게 가져가 팔았고, 고블린 시체는 베리얼에게 다 팔았다.
그리고 여기로 털레털레 온 거다.
“이 녀석 뭔 짓을 하다 온 거냐?”
“드잡이좀 했죠. 덕분에 석궁이 박살났어요. 아 돈은 좀 넉넉하니까 좀 좋은 걸로 보여 주세요. 뭐 연사 기능 첨가! 그런 건 없나요?”
“뭐? 연사기능? 이 놈이 무슨 드워프 무기를 찾나?”
“뭐 말이 그렇다는 거죠.”
내 말에 센든은 어이 없다는 얼굴로 혀를 차고는 안쪽으로 들어 가더니 뭔가를 가지고 나왔다.
저번에 쓰던 석궁보다도 상당히 큰놈이다. 이거 무게만 얼마야? 그렇게 생각하며 보는데 참 기묘하다.
여러 가지 톱니바퀴가 다닥다닥 붙어있고, 그 톱니바퀴의 겉으로 반투명한 금속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화살을 장착하는 부분에는 홈이 세 개나 파여져 있다.
“니가 원하는 3연사가 가능한 석궁 슬레이터다.”
“허! 진짜 있었어요?”
“그래. 진짜 있었다. 네놈...잘도 오거 따위를 불러서 고블린의 부락을 처리했더구나?”
“엑? 그건 어떻게 알았어요?”
“고블린 부락의 위치는 이미 벨레일이 파악했었다. 다만 피해 없이 어떻게 정리할까 하고 고민 중이었던 거지. 그래서 마법으로 그곳을 살펴보고 있는데 네놈이 깽판을 친걸 다 봤다고 하는 구나. 그걸 보느라 무리해서 지금은 쉬고 있다지.”
“이거 뭐 비밀이 없네요?”
“마법사가 그렇지. 하여튼 네 녀석 애송이는 아니구나. 그 담대한 배짱! 마음에 들었다.”
“하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왠지 기쁘군요.”
“훗. 그래서 주는 거다. 이 슬레이터는 화살의 재장전은 단 3초면 되고, 3연사가 가능하며 위력도 강력하지. 내가 왕년에 쓰던 거니 잘 쓰도록 해라.”
“가격은....”
“선물로 주지. 대신 나중에 유명해 지면 내 은혜 잊지 마라.”
아저씨가 히죽 하고 웃으며 나에게 슬레이터 라는 살벌한 이름을 지닌 활을 나에게 건네 주었다.
왠지 모르게 쬐금 감동 스럽다. 그 마음을 가슴에 담으며 나는 석궁 슬레이터를 받아 들였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하하하! 뭘 이런걸 가지고 그러냐! 번 돈으로 오늘 쏘기나 해라!”
“당연히 그러도록 하죠!”
의외의 선물을 받아 버렸다. 이것이 인과의 결과인가? 내가 고블린 부락을 그렇게 처리한 대가로 쥐어 주는 것인가?
과연 라이프 크라이. 아라한 컴퍼니는 대체 무엇을 만들어 낸 것이지? 그런 이성적 생각과 함께 가슴에는 따뜻함이 남아 있다.
나를 걱정한 사람인 센든 아저씨. 그리고 지금은 내 행동에 대한 칭찬의 의미로, 살아왔다는 의미로 이 선물을 나에게 내민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이야기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안의 무언가가 꽈악 하고 차올라서는 그대로 툭 하고 떨어져 내렸다.
“뭐야? 너 우냐?”
“아니요. 조금 먼지가 들어가서. 그럼 아저씨. 저녁에 뵙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급히 등을 돌렸다.
“아 그리고.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그렇게 말한 순간 등짝에 짝! 하고 아저씨의 큰 손바닥이 부딪혀 왔다.
“그래야 사내지!”
그대로 나는 잡화점을 떠났다. 묵직한 마음을 가지고 그대로 나아갔다. 그리고 걸어가며 석궁 슬레이터를 등에 매었다. 등에 매달린 쇠고리에 철컥하고 석궁이 걸린다.
그 묵직함을 느끼며 걸음을 옮겨 나갔다. 하지만 설마 그렇게 먼 거리를 마법으로 들여다 보고 있을 줄이야.
벨레일. 얼굴은 본적 없지만 대단한 수준의 마법사군. 그렇다면 그의 스승인 마도사 펜타자곤은 대체 어느 수준의 힘을 지녔다는 걸까?
“끝이 멀구나.”
이 게임에서 강자가 되려면 그야 말로 긴 시간이 걸릴 것 같구나. 그리고 그 긴 시간 동안에 이 게임의 시세가 떨어지는 일은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아라한 신전으로 걸음을 옮겼다.
사제가 언제나와 같이 나를 맞았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이리드의 수치를 확인했다.
이리드는 이번 일을 처리 해서 그런지 아주 크게 쌓였다. 그래서 나는 이리드를 투자해서 스킬인 시체 조종을 업그레이드 시킬 생각이다. 그 후 남은 이리드로 레벨을 올려야지.
“시체 조종의 등급을 올리기를 원합니다.”
내 말에 사제는 손을 들어 시체 조종의 능력을 업그레이드 해 주었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의외의 것이었다.
“다수의 시체 조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