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20화 (20/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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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점검

“다수의 시체 조종?”

다수의 시체 조종이라? 한 번에 여러 마리의 시체를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겠지?

예상외의 스킬이군. 언데드 제작 같은 기술이 나올 줄 알았는데……. 아직 그런 능력은 가질 수 없다는 건가?

내가 견습 사령 마법사로서의 능력을 맨 처음에 랜덤 선택으로 얻은 것은 일종의 이득이며 기회였다.

예전에는 주로 직접 전투계의 캐릭터로 게임을 해왔다. 하지만 이 세계의 마법은 다른 게임들과 같이 데미지 딜러로서의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 더 기괴망측하고, 매우 실용적이며, 효과적이다. 단적으로 베리얼이 판매한 시간 가속의 물약만 해도 상상 이상의 능력을 보여 준다.

그렇다면 마법을 배워야만 하는 것이다. 마법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숨겨져 있다. 전략, 전술, 계략적 측면에서 그것은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가진 5가지 네크로맨서의 마법들을 모두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생각해보면 네크로맨서는 언데드의 대군을 이끈다. 옛날에 하던 게임들에도 네크로맨서가 있었다. 주로 시체를 소환체로써 부하로 부리고, 저주를 거는 등의 능력을 지녔었다.

옛날에 하던 여러 가상현실 게임들의 네크로맨서는 언데드를 부리는 데에도 수의 제약이 있었다. 게다가 저주는 강력하지 않고, 공격 능력도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는 왠지 그럴 것 같지 않다는 예감이 들었다. 단적으로 내가 사용하고 있는 ‘약한 유령의 손’만 해도 옛날에 하던 게임들에는 있지도 않은 마법이다.

그렇게 레벨을 올리고 스킬을 업그레이드시켰다. 아라한 신전의 식대로 한다면 다음 등급과 다음 단계로 올라선 것이다.

“그대는 이제 스물한 번째 단계로 나아갔습니다.”

사제의 말과 함께 나의 레벨이 올라갔다. 또다시 단번에 3레벨이나 올라간 셈이다. 그리고 얻은 스탯 포인트는 1.

나는 그 1을 다시금 마력에 투자했다. 저번에 마법을 꽤 써서 그런지 마력이 16이 되어 있었다.

거기에 1을 더해 마력은 총 17이 된다. 스킬을 업그레이드하고도 남은 이리드가 이렇게 많았군.

단번에 3레벨인가? 마력이 17이라. 꽤 쓸 만한데?

그렇게 생각하며 잠깐, 하고 나는 멈추어 섰다.

마력이 17이라. 그렇다는 것은 내가 이만큼의 마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나는 특정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그것을 스킬로 만드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 결과 나의 능력치는 이렇다.

[라임   등급:21

종족:인간   성별:남자

키:175   속성:무(無)

힘:12   체력:11

오감력:14   마력:17

불의 속성력:5   물의 속성력:5

바람의 속성력:5   흙의 속성력:5]

그렇다면 내가 펜타자곤의 탑에서 마법서를 사서 익히면 어떨까?

“사령 마법이 아닌 다른 마법도 익힐 수 있겠군그래.”

그렇게 낮게 중얼거렸다.

이 게임을 하며 딱히 마법과 스킬들을 얻는 데 제한은 없었다. 애초에 직업이라는 시스템이 없다. 현실에서 회사원이 밴드를 할 수 있듯이, 라이프 크라이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할 수 있었다.

제한이라면 시간이겠지. 내가 시간을 얼마만큼 투자하느냐에 따라서 많은 것을 배워서 할 수가 있다.

그렇군. 그런 시스템이다, 라고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마법은 확실히 매우 쓸모가 있음을 이번에 절감했다.

사령 마법도 좋지만 일반 마법도 배워야겠군.

그 후, 나는 아라한 신전의 사제에게 인사를 하고 신전을 벗어났다.

얻은 수확이 크다. 레벨은 3. ‘다수의 시체 조종’이라는 스킬로 업그레이드를 시켰다. 레벨을 3이나 단번에 올렸다는 것이 중요하다.

저번에 스카의 유언을 제대로 해결해주었을 때도 이리드를 많이 얻을 수 있었지. 그렇다면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실제로 내가 고블린과 전투를 많이 한 것은 아님에도 이리드를 많이 얻었다. 아마 내 행동에 기인한 것으로 운명 수치인 이리드가 많이 생성된 것이겠지.

“단지 강한 적과 싸우는 것과 비교할 때 어느 쪽이 더 이리드를 많이 쌓을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게임이 보통 게임과는 다르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저 몬스터를 사냥하고, 흔히 작업질이나 노가다라 부르는 행동으로는 빠르게 강해질 수 없다는 의미이다.

또한 이 세계의 사냥은 직접 몸을 움직인다. 상대는 마치 현실처럼 야성적으로 덤벼 온다. 그것은 결국 게임 안의 스킬이 아닌 싸움 기술을 몸에 익혀야 한다는 의미다.

격투기를 배우든가, 살인 기술을 배우든가, 아니면 나처럼 계획을 짜서 싸우든가.

결국 싸우는 방법을 알고, 몸에 체득한 자만이 이 게임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이다.

옛날에 하던 게임들 중에도 이렇게 플레이어의 움직임을 중시한 것도 다수 있었다. 가상현실 기술이 발달하면서 현실에서 검도를 하거나, 무술을 한 자들이 가상현실에서도 더 강한 능력을 보여 주었다. 기본적인 몸의 움직임에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크 게이머들도 전문화되어 갔다.

현실에서 직접 무술을 배우거나 가상현실 공간을 이용해서 무술을 익히거나 했다.

사실 ‘라이프 크라이’를 제외한 과거의 가상현실들은 현실적인 부분이 여러 가지 부족했었기 때문에, ‘가상현실에 맞는 움직임을 익히는 방법’도 고안되었다.

나 역시 그 과정은 거쳤다. 다크 게이머로 먹고살기 위해서는 그냥 게임을 즐기는 정도로 해서는 안 되니까.

하지만 이건 현실과 동등하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인 전투술이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그저 몬스터를 사냥해서는 레벨 업이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내 예상이다.

내 예상이 맞을까? 아니면 그냥 나는 퀘스트를 깬 것과 같은 효과로 이리드를 조금 많이 얻은 것에 불과한가?

알려진 게 아무것도 없으니 어떻게 추론해야 할지 고민을 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펜타자곤의 탑으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여전히 벨레일이 카운터 안쪽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앗! 어서 와요, 형!”

녀석이 나를 보더니 기뻐하며 카운터로 달려왔다. 동글동글한 눈이 반짝이는 게 마치 강아지 같았다.

“여, 오랜만이야.”

“형! 이번에 큰일을 했다면서요? 스승님이 그러시는데 형이 아주 용맹스러웠대요!”

“하하하! 그거 고마운 칭찬이네. 맞아. 여기 고블린 시체 좀 가져왔어.”

“잠깐만요. 드릴 게 있어요.”

“응?”

내가 의문을 표시하자 녀석이 웬 묵직한 주머니를 내놓았다.

“이게 뭐냐?”

“사례금이요. 스승님께서 고블린 무리를 치운 형에게 마을 대표로 사례금을 전달하라고 하셨거든요! 총 백 골드예요.”

“이야! 이거 대박인데?”

1백 골드라? 정말 퀘스트 한 건 해결한 느낌이군. 그 누구도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라거나 퀘스트를 해결하여 보상 아이템 슬레이터와 보상금 1백 골드를 받았습니다, 라는 말은 하지 않지만 말이야.

“고맙게 받지.”

고블린 시체를 누더기 가방에서 쏟아내고, 1백 골드를 집어넣었다.

“오우거를 유인했다면서요? 시간 가속의 물약은 어땠어요? 독연은 효과가 있었나요?”

“독연 쓴 것도 보셨단 말이냐?”

나는 흠칫 놀랐다. 독연을 쓸 때는 사령 마법인 네크로맨시를 사용했다. 그것을 보았다면 큰일이다.

“아뇨. 형이 오우거를 데려온 부분만 보셨대요. 그런데 독연을 쓴 흔적이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렇구나.”

다행히 들키지는 않은 건가? 조심해야겠군. 펜타자곤의 탑의 결계 영역 안은 벨레일 그가 마법으로 다 볼 수 있다는 의미니까.

나는 대충 각색하고, 뻥을 섞어서 적당히 이야기해주었다. 그러자 녀석의 눈동자가 더더욱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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