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21화 (2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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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점검

완전히 선망의 대상을 바라보는 어린 소년의 눈동자에 나는 훗! 하고 웃어주었다.

“그나저나 할부금 남은 게 얼마지?”

“이십 골드요.”

“자, 여기 있다. 디자인은 영 아니지만 정말 능력은 확실해서 좋아. 너 솜씨가 있구나?”

“저, 정말이요?”

“그럼. 너는 훌륭한 마법사야.”

내 칭찬에 녀석의 얼굴이 붉어졌다.

“고, 고마워요.”

“하하하!”

이 녀석, 역시 어린애로군. 마법사로서의 능력으로는 나를 한참 뛰어넘는 녀석이 아직 애란 말이지.

“참, 강력한 독약 없냐? 먹으면 오우거도 쓰러져 죽을 정도의 독 말이야.”

“독이요?”

“그래, 독.”

“움… 독초가 꽤 되는데, 가공해서 마법을 걸면 상당히 강력한 독이 되기는 할 거예요. 그런데 오우거가 먹는다고 해서 꼭 죽을 거라는 보장은 없어요.”

“그래? 참, 이 석궁에 마법을 걸고 싶은데… 가능할까?”

“앗! 그건 센든 아저씨의 슬레이터!”

“알고 있어?”

내 말에 녀석은 붉은 기를 없애 안색을 회복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자주 보여 주시면서 자랑하셨거든요. 그런데 그걸 형에게 주다니. 어지간히 마음에 드셨나 보네요.”

“흠… 그렇군. 마법을 좀 걸었으면 한다.”

“마법이요?”

“그래.”

“음… 스승님은 지금 바쁘셔서 할 수 없구요. 제가 걸면 한 달? 그 정도밖에는 유지가 안 되는데요.”

내 말에 녀석이 우물쭈물하며 대답했다.

한 달이라?

“무슨 마법을 걸 수 있고, 돈은 얼만데?”

“에… 그게… 마력 부여 하나밖에…….”

“뭐?”

마력 부여 달랑 하나?

“그… 그게 아직 부여계 마법은 익숙하지 않아서……. 제 전공은 연금마도학이란 말이에요.”

“그, 그러냐.”

뭐냐? 그 어려워 보이는 듯한 이름은? 연금마도학은 또 뭐야?

“저번에 냉동 궤짝은 잘 만들었잖아.”

“그건 부여가 아니고 그냥 궤짝을 차게 만든 거죠. 원래 마법적 얼음은 잘 안 얼거든요. 그 지속 시간을 마나의 차크라 임계점에 부과해서 사이클을 돌리면 확연하게 늘어나는…….”

“그만, 그만.”

뭐야? 이 어려운 이야기는. 과연 천재 꼬마라는 건가?

“결국 마력 부여밖에 못해? 그건 무슨 효과가 있는데?”

“에… 일단 이 석궁에 마력을 부여하게 되면요, 석궁이 마력을 띠게 되어서 단단해지구요. 탄성과 장력이 강해져서 사거리와 위력이 늘어나요. 제 실력으로는 한 삼십 퍼센트 정도? 그리고 석궁에 장착된 화살에 미약하지만 마력이 담겨져서 상대에게 마력에 의한 타격을 줄 거예요.”

“흠… 여러모로 쓸모가 있다는 이야기네. 얼마야?”

“그게… 백 골드 정도는…….”

“한 달에 백 골드?”

“그게 시약이나 재료가 이것저것…….”

“이봐, 이봐! 겨우 한 달 부여하는데 백 골드나 달라는 거야? 이 가방이 팔십 골드인데?”

“그게 부여계 마법은 좀 비싸서요. 그리고 공간 확장의 주머니는 애초에 하급의 마법이라구요. 그거 원래 가격은 삼백 골드는 줘야 하는 물건이란 말이에요. 거기에 걸린 무게 감소랑, 보존 마법이랑…….”

“알았어, 알았어. 스톱. 그만 해.”

내 말에 녀석이 입을 삐죽였다. 단단히 삐쳤다는 얼굴이었다.

“뭣하시면 화살을 사 가실래요? 센든 아저씨하고 합작해서 만든 화살이 있는데, 백 발들이 한 통에 십 골드예요.”

“뭐?”

무슨 화살이 1백 발에 10골드씩이나 하냐? 그거 센든 아저씨가 50실버에 팔던 거 아냐? 무려 20배의 가격이잖아?

“하나하나에 라이트닝 마법이 걸린 화살인데요. 음… 석궁에 마력을 일시적으로 부여하는 것보다 이쪽이 더 싸고, 위력은 이쪽이 더 세요. 이 화살에 맞으면 바위도 부서지거든요.”

“그래?”

“에… 사실 저희 학파에서 파는 물건도 있어요. 약 이천 골드짜리 화살 통인데요. 하루에 일천 개씩 라이트닝의 마법이 걸린 화살을 만들어내는 화살 통이죠. 주인 등록 마법이 걸려서 도난에도 안심인데. 어때요? 사실래요?”

2천 골드? 농담 아냐? 그런 화살 통에 2천 골드라고?

아니, 하루에 1천 개씩 무한하게 만들어낸다면 그것도 꽤 괜찮기는 하다. 그걸 1백 발씩 해서 내가 팔아먹으면 되니까.

“형, 지금 음흉한 생각했죠? 하루에 일천 개씩 화살이 만들어지는 능력이 있기는 하지만, 그 화살은 하루 후면 사라진다구요.”

“엥?”

“그게 절대 마나 유동량의 법칙 때문에 그런 건데요. 어쩌구저쩌구… 그래서 결국 화살은 하루 후에 몽땅 사라지고, 다시 일천 개가 생겨나는 거죠. 한마디로 그걸 팔아먹을 수는 없어요.”

“뭐야, 그게?”

제길! 그럼 꼼수를 부릴 수 없다는 이야기로군. 아라한 컴퍼니 녀석들, 여기저기 손을 잘 써두었어.

“야, 그런데 오우거 시체 하나가 얼마나 하냐?”

“오우거요? 왜요? 오우거 잡으시게요?”

“응.”

“에에엑? 무리예요! 절대로 그러지 마세요!”

녀석이 카운터에서 튀어나올 듯이 몸을 빼내서 내 앞에 들이밀었다.

“위험하다구요! 죽어요! 반드시 죽는다구요! 그러니까 절대로 가까이 가지 마세요! 알았죠?”

“아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가끔씩 오우거를 만나서 죽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요? 형이 이번에 오우거를 유인해서 고블린 부락을 끝장낼 때 봤잖아요? 그건 보통으로는 못 잡아요. 스승님 정도가 아니면 대적할 수 없다구요.”

확실히 그 녀석, 괴물이기는 했다. 덩치도 덩치지만, 그 엄청난 괴력하며, 두꺼운 피부와 근육은 치가 떨릴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놈을 잡을 방도가 있다. 그리고 놈을 잡는 것 외에도 이제는 대산맥 아르혼에 들어가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알겠어. 걱정 마. 가까이 가지 않을 테니까.”

“정말이죠? 형이 만약… 만약 죽으면…….”

녀석은 그러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그 동그란 눈동자에서 눈물이 방울져 떨어지자, 마치 영화에나 나올 법한 그림이 그려졌다.

이 녀석, 정말 미소년이란 말이야.

“자, 울지 마. 죽지 않으니까.”

내 말에 녀석은 조용히 눈물을 닦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독은 언제쯤 만들 수 있니?”

“어떤 것에 쓰시려는 건데요…….”

약간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베리얼에게 나는 피식 웃어주었다.

“몬스터 사냥할 때 쓰게.”

“무기에 바르시려구요? 그러면 다른 독이 있는데…….”

“아니, 아니, 발라서 쓰는 거 말고, 먹으면 오우거도 죽일 수 있는 무척이나 강력한 독을 원한다니까.”

“음… 먹으면 오우거도 죽을 만한 독… 이요? 알았어요. 일주일 안에 만들어놓을게요.”

“아, 그리고 혹시 마법 입문 수련서 같은 거 있니? 마법을 배워볼까 하는데…….”

“에에?”

녀석이 깜짝 놀란 얼굴을 했다.

“마법을요?”

“그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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