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음에서 일어나 걷는 자
“그게… 제가 이런 말하기는 뭣하지만, 마법이란 게 재능을 가려서… 배우려고 한다고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괜찮아. 수련해보고 아니면 말지, 뭐. 수련서 있어? 입문서나.”
“있어요.”
“오! 그래?”
“잠시만요.”
녀석이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뭔가를 뒤지는 소리가 났다. 그 후에는 무지막지 큰 책을 낑낑거리면서 들고 나왔다.
얼마나 크냐면 세로가 거의 1미터는 되고, 가로는 한 50센티쯤은 되었다. 거기다가 두께는 또 어떤가? 내려찍으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겠다.
“이거예요. ‘기초 마법 입문서’. 여기에는 총 다섯 계파의 기초 입문 마법이 담겨 있어요. 보통은 이 안의 다섯 계파 중 하나를 선택해서 그 기초를 익히며 마법을 배우죠.”
“그래? 다섯 계파라니?”
“으음… 그러니까 제가 아까 제 전공은 연금마도학이라고 했죠? 이건 마법의 계파 중에서 사물 마법계예요. 여러 가지 현존하는 물질 간의 상성과 특성을 조합하여 마법을 강화하거나, 특정한 현상을 일으키는 마법이죠. 그리고 마법 부여계가 있는데, 이건 주로 아티펙트를 만들 때 사용하거나, 특정인이나 사물에 마법적 효과를 부여하는 계파예요. 그리고 원소 마법계하고…….”
“아아, 내가 읽어볼게.”
나는 녀석의 말을 끊어야 했다.
이 녀석, 한 번 설명 들어가면 계속 어려운 이야기를 줄줄 늘어놓는단 말이야.
“으챠!”
녀석에게 대금을 치르고 마법서를 누더기 가방에 쑤셔 넣었다.
이 슬레이터에 마법을 부여하는 건 다음으로 미루어야겠군. 아니면 내가 직접 마법을 배워서 마법을 부여하는 게 낫겠어.
“그럼 독약 좀 부탁해. 몬스터 사냥 하는 데 꼭 필요하니까.”
“알겠어요.”
“그래, 고맙다.”
나는 사탕을 꺼내주고,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등을 돌려 펜타자곤의 탑을 나섰다.
아직 할 일이 많다. 우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능력의 한계치를 확인하는 것이다.
“가볼까?”
장비를 보수하고, 식량을 챙기고서 나는 다시 마을을 떠났다.
@죽음에서 일어나 걷는 자
죽은 자는 죽기 직전 삶에 대한 원념을 토해낸다.
그것은 슬픔일 수도 있고,
또한 증오와 분노일 수도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대부분의 생명에게 죽음은 절대로
즐거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끔찍한 일이다.
-누군가의 이야기-
“원념의 힘, 그 차가운 한을 이 손에 담으라. 차가운 손.”
‘차가운 손’을 시전했다.
여기의 마법사들이 어떻게 마법을 사용하는지 아직 본 적이 없지만, 주문을 외우고 주문이 끝날 때 손을 내밀면 손의 방향으로 마법이 발생한다.
이유는 내가 이 세계의 주민이 아니며 플레이어이기 때문일 것이다.
파직! 파직!
내 손의 주위로 새하얀 얼음 가루 같은 것이 생겨나며 회전했다. 내가 맨 처음 가지고 시작한 마법, 차가운 손을 통해 만들어진 냉기이다.
기본적으로 내 손은 현재 차가움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이 차가운 손으로 나무를 만지면 내가 만진 부분에 서리가 내려앉으며 빠르게 차가워진다.
단번에 동상을 만든다거나 하지는 못하지만, 얼음 같은 것을 만드는 데에는 좋은 듯싶다. 이것 역시 강화되면 만지는 즉시 얼어붙는 등의 능력을 보여 줄 것이다.
“좋아.”
‘약한 유령의 손’과 ‘다수의 시체 조종’의 능력 확인은 끝냈다. 이미 ‘약한 유령의 손’은 실전에서 제법 써먹었기 때문에, 그 능력치는 세세히 파악했다.
‘다수의 시체 조종’은 등급이 올라간 스킬답게 제법 많은 마력을 잡아먹는 듯, 한 번 쓰면 몸이 꽤 피로해졌다.
확인한 바로는 ‘다수의 시체 조종’으로 내가 조종한 시체의 수는 현재 총 넷. 즉, 4구의 시체를 움직여 전투를 수행시킬 수 있다.
제한 시간은 약 1시간. 그것은 그것대로 좋다.
또한 그 외의 마법인 ‘작은 생명 흡수’는 오히려 꽤나 쓸 만한 스킬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나무나 풀, 혹은 다른 기타 동물의 생명을 흡수할 수 있는데, 이 순수한 생명력은 상처를 치유하고, 동시에 나의 피로를 회복시켜 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즉, 무한 포션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생명력을 흡수하면 마력도 일정량 회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법을 연달아 쓰면 일어나는 체력 저하 현상이 이 ‘작은 생명 흡수’를 통해서 얻어낸 생명력으로 치유가 되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또한 마지막 마법인 ‘고통의 저주’의 위력 역시 확인했다. 이 ‘고통의 저주’는 상대의 전신에 알 수 없는 고통을 일게 하여 정신을 분산시키고, 움직임을 둔화시키는 능력을 지녔다.
그렇게 다섯 마법의 효과를 차례대로 확인한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 다섯 마법은 모두 수십을 쓸어버린다거나, 단번에 바위를 부수는 등 엄청난 위력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각기 다른 특성과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좋아.”
이 5가지 마법의 능력을 확실하게 확인하기 위해서 대산맥 아르혼 안에 들어와 있었다.
결계의 안은 벨레일의 눈이 언제 어디에서 미칠지 모른다. 생각해보면 그 안에서 마법을 적게 사용한 것이 현명했다. 몇 번 사용한 적도 있지만 걸리지 않은 것이 천운이다. 그러하니 지금부터는 내 비밀인 사령 마법 네크로맨시를 철저하게 숨겨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강력한 몬스터를 사냥해서 돈을 버는 일이다. 일단 큰 건을 하나 터트리고, 그 돈으로 각종 마법 장비를 사서 전력을 보강하는 것이다.
그 후로는 수월하게 중하급의 몬스터를 다량 사냥하면서 안정적인 자금 확보를 노린다.
그것이 현재의 내 계획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나는 이 독을 준비했다.
“냄새도 맡지 말랬겠다?”
베리얼이 특수하게 가공한 독이다. 7가지 독초를 배합하고, 마법을 걸어서 그 독성을 더욱 강화한 독으로, 무기에 발라서 써도 효과가 좋단다.
일단 체내로 들어가면 체내의 세포를 공격해서 단번에 괴사시켜 썩어버리게 만드는 독으로, 살이 썩어가며 생기는 질병도 매우 큰 위협으로 다가간다고 했다.
이걸 먹으면?
맛은 고약하지만, 먹으면 10초 내로 위장과 내장 기관이 녹아 죽어버리게 된다고 했다.
오우거는 웬만한 독은 씹어 먹어도 멀쩡한 강철 같은 위장을 가지고 있고, 놈의 세포 역시 독에 강한 저항력이 있어서 이 독이 통할지는 베리얼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베리얼 녀석이 말하기를, 자신은 이 이상의 독은 만들지 못한다고 했으니, 한번 도박을 벌여 볼 수밖에. 안 되면 도망가야겠지.
현재 가지고 있는 물품은 4가지. 시간 가속의 물약, 베리얼의 독, 저번에 사고 써먹지 못한 2가지 물품인 암흑의 구슬과 투명화의 물약이다.
암흑의 구슬은 던져서 깨지면 주변 30여 미터에 빛이 사라지며 어둠이 생겨난다. 도주용으로 구입했던 구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