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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서 일어나 걷는자
몸 안에서 마력이 빠져나가 4마리의 오크 시체에 들어찼다. 오크들의 상처는 천으로 칭칭 감겨 있고, 몸 이곳저곳에서 향긋한 풀의 향기가 났다. 죽었다는 것을 알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한 놈은 배 속에 그 문제의 독이 담긴 병을 집어넣은 후 복부를 꿰맸다. 포션 병 안에 담겨져 있으니 그 향을 전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좋아.”
해가 떠올랐다. 놈의 생활 방식은 이미 관찰과 몬스터 백과사전을 통해서 대충 알아냈다. 지금쯤 놈이 깨어날 시간이라는 것도 안다.
일전에 고블린들과 싸워서 고블린 일족을 멸망시킨 바로 그놈 말이다.
나는 놈의 영역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놈을 발견했다.
퓌유우우우!
놈은 배를 내놓고는 아직 자고 있었다.
그런 놈을 보며 나는 웃었다. 저 자고 있는 입에 그대로 독을 처넣으면? 아니, 겨우 그 정도로는 안 된다. 그럼 놈은 독을 뱉어낼 것이다. 이 독이 딱히 맛있는 것은 아니니까.
게다가 이게 만지기만 해도 중독되는 무협 소설에 나올 정도의 독은 아니다. 확실히 극독이기는 해도 놈이 뱉어내면 놈에게 충분한 타격을 줄 수가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놈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갔다.
“가라.”
동시에 오크 시체에 명령을 내렸다. 오크 시체는 내 명령에 비척거리며 걸음을 옮겨 자고 있는 오우거를 향해 다가갔다. 손에는 살아생전 들고 있던 무기를 그대로 들고 있었다.
오우거는 오크들이 다가서자 코를 벌름거리기 시작했다.
후각이 엄청나군. 하지만 아직 깨어나지는 않았어.
나는 나뭇가지 위에서 놈을 바라보며 석궁을 조준했다.
약간의 기다림 후에 오크 시체가 오우거의 머리를 향해 힘껏 도끼를 내리찍었다.
퍼어어억! 이라는 소리가 들린 듯했다.
오크들의 키는 2미터 50 정도. 하지만 오우거는 6미터에 달하는 키다. 아이와 어른의 차이다.
하지만 그렇게 체격과 근력의 차이가 난다고는 해도 돌도끼가 다수 머리에 내리쳐졌다.
만약 저대로 뇌진탕을 일으켜서 죽는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좋겠지만…….
크… 크아아아아아아아아!
하지만 역시 오우거는 죽지 않았다. 눈을 번쩍 뜨며 팔을 번개같이 휘두른 것이다.
퍼어어억!
오크 시체 1호와 2호가 단번에 옆으로 날아가 나무에 처박혔다. 그리고 우득! 하는 소리가 들리는 기분이 나도록 몸이 꺾여 버렸다.
“대… 대단하군.”
저번에 고블린과 싸울 때도 봤지만 무시무시한 힘이었다. 오크 놈들도 내 입장에서는 괴물과도 같은 힘을 지닌 놈들이었는데, 이 오우거는 아예 차원을 달리하는 괴물이었다.
이런 놈을 사냥한다고? 대체 이 세계의 강자들은 어떻게 되어먹은 괴물이란 말인가?
크르르르!
오우거 놈이 일어서며 남은 오크 시체 3호와 4호를 보았다. 배 속에 독 유리병을 집어넣은 것은 4호다.
하지만 약은 하나가 아니지.
부스럭!
누더기 가방에서 독을 담은 포션 병을 하나 더 꺼냈다.
이건 총 3개를 사서 가져왔거든.
“나의 영혼의 조각, 나의 생명의 의지, 이곳에 나타나 나의 손이 되어라. 약한 유령의 손!”
내 옆으로 투명한 유령의 손이 튀어나왔다. 그 손에 약병을 쥐여 주고, 심령으로 조종하면서 석궁을 들었다.
저놈이 저대로 오크를 씹어 삼켜 준다면 좋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강제로 틈을 만들어 유령의 손이 들고 있는 병을 위장으로 쑤셔 넣어주겠다.
계획이란 언제나 하나가 아닌 이중 삼중으로 짜야 진정한 계획이라 할 수 있으니까!
“자… 싸워봐라, 오우거.”
침을 삼키며 놈을 노려보았다. 내 눈앞에서 놈이 화가 난 듯 오크 3호의 시체를 퍽! 하고 으깨어버렸다.
찐득하게 살점이 땅바닥에 들러붙었다. 뼈도 으스러져서 가루가 되었다. 끔직한 모습이었다.
나는 명령을 내려 오크 4호를 그냥 쓰러지게 했다. 화를 돋우어 저 녀석마저 부서지면 안 된다.
놈이 아까 돌도끼를 내려맞은 이마를 문지르며 주변을 휙휙 보았다. 나는 나무 사이로 더욱 몸을 감추었다.
크아아!
배가 고픈지 놈은 오크 시체 4호를 집어 들었다.
좋아. 계획대로야. 먹어라. 그러면 네놈은 끝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기다리는 동안, 놈이 오크 시체 4호를 들어 입에 가져갔다.
“좋아. 조금만 더.”
동시에 놈의 눈을 노리며 석궁을 슬며시 들었다. 잠깐의 시간이 수십 시간과 같이 느껴졌다. 방아쇠에 올라간 손가락이 움찔거렸다.
“조준 사격.”
조용히 조준 사격을 통해 과녁판을 눈에 씌우고 그대로 놈을 노려보았다. 놈이 으적! 하고 오크 시체 4호의 머리를 물어뜯었다. 그리고 퉤! 하고 머리를 옆으로 뱉어내고는 몸통을 씹어 먹기 위해서 입을 벌렸다.
그래. 먹어라.
멈칫.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놈이 갑자기 오크의 시체 4호를 들더니 반으로 뚜욱 하고 부러트렸다. 그러자 피가 나고, 내장이 흩어졌다. 그리고 동시에 내가 넣은 독 포션 병이 툭 떨어졌다.
“제길!”
알아챘군. 어떻게 알아챘지? 독 포션 병의 유리 냄새라도 맡은 건가?
크아!
유리병이 깨지며 땅이 녹아내렸다. 동시에 놈이 인상을 찡그리며 오크 시체 4호를 휙 하고 옆으로 내던지고 뒤로 물러서는 게 보였다.
“강행한다!”
첫 번째 작전은 실패다. 그렇다면 두 번째지!
“조준 사격!”
투웅! 투웅! 투웅!
3발의 화살을 차례로 날렸다. 석궁의 활대가 튕겨지며, 약간의 시간차를 가지고 날아간 석궁 화살은 나의 바람을 담고서 공간을 갈랐다.
퍼억!
첫 번째 화살이 놈의 볼에 박혔다. 식은땀이 흘렀다.
퍼억!
두 번째 화살이 놈의 입술 위에 박혔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푸욱!
세 번째 화살이 놈의 왼쪽 눈동자를 그대로 관통했다. 그리고 동시에 긴장으로 뭉쳐 있던 내 혈관이 아우성쳤다.
크아아아아아아악!
놈이 눈을 부여잡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유령의 손을 움직였다. 한 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안 된다.
쐐에엑!
놈은 한쪽 눈을 부여잡고 울부짖을 뿐, 내 유령의 손이 쥐고서 움직이는 독 포션 병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되느냐, 마느냐의 그 찰나의 순간에서 내 긴장이 최고로 달하고, 동시에 놈의 입속으로 유령의 손이 쑤욱 하고 들어갔다.
“된 건가?”
말을 내뱉으며 누더기 가방에서 마지막 독 포션 병을 꺼냈다. 그리고 빠르게 뚜껑을 열고 화살에 그 독을 발랐다. 그 후 도르레를 열심히 돌렸다.
1초에 도르레를 돌리고, 2초에 화살을 장착하고, 3초 때 화살을 장착하는 데에 걸어야 하는 걸쇠를 걸었다.
그 3초의 짧은 행동을 하며 오우거를 관찰했다. 그 3초가 수십 년과 같이 느껴질 정도로 몸은 초긴장 상태였다.
화살을 모두 장전했을 때도 놈은 소리를 지르며 발광하고 있었다.
먹은 거냐? 아닌 거냐? 일단 이것부터 받아라!
“조준 사격!”
투웅! 투웅! 투웅!
스킬이 발동됨과 동시에 3발의 화살이 다시금 허공을 갈랐다. 동시에 놈의 오른쪽 팔뚝에 푸푸푹! 하고 3개의 화살이 박혀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저 가시에 찔린 듯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이번 가시는 베리얼이 만든 특수한 독이 발라진 가시. 녀석이라고 해도 무시할 수는…….
번뜩!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놈이 나를 노려보았다. 화살에 맞고서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알아챈 것이다.
크아아아아아아!
쩌렁쩌렁하게 놈의 고함이 울렸다. 나는 온몸을 떨며 생각했고,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도망치자.”
그리고 그 말과 생각을 바로 행동에 옮겼다.
콰쾅! 투콰아아앙!
뒤에서 폭음이 들려왔다. 놈이 나무를 부수며 뒤쫓아 오는 소리였다. 등골이 오싹오싹했다. 과중한 압력에 몸이 찌그러질 것 같았다. 세포 하나하나가 나를 자극했다.
한 번 죽으면 이 게임은 캐릭터가 자동으로 삭제된다. 컨티뉴는 없으며, 다시 만들어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렇기에 나는 더더욱 큰 압력을 받고 있었다.
“하하하하하하하!”
나는 웃음을 터트리며 누더기 가방에서 암흑의 구슬을 꺼내 땅에 던졌다.
퍼엉!
검은 어둠이 무럭무럭 자라났다. 빛을 먹어치우고, 밤과 같은 어둠을 만들어 주변 모두가 어둠의 공간이 되어갔다.
그와 동시에 달리기 시작했다. 고블린의 부락이 있는 곳, 결계의 경계가 내가 가야 할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