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26화 (26/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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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념怨念

“크아아아!”

쾅! 하고 나무가 부러지며 내 앞으로 떨어져 내렸다. 놈이 나무를 던져 낸 거다.

“큭!”

달리던 몸을 바로 옆으로 꺽으며 몸을 날렸다. 콰쾅! 하고 나무가 떨어져 내리며 굉음을 내고, 파편이 튕겨져 나왔다.

몸을 굴리며 바로 벌떡 일어났다. 몸을 구르는 사이에 석궁이 등에 박혀들어 등짝이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냥 뛰었다. 놈이 다가오고 있었다.

"저열한 의지. 너를 향한 원망. 내 사악한 마음으로 너를 옭아매리라! 고통의 저주!"

통할지 안 통할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마법을 사용하자 검은 기운이 몸에서 빠져나와 놈을 향해 날았다.

펑!

놈이 손을 휘둘러 검은 기운을 후려쳤다. 쳇. 마법저항력인가? 과연 몬스터 백과사전에 실린 말 대로이다.

놈에게는 간접적인 상태이상의 마법은 왠만해서는 마법저항력 때문에 통하지 않는 다고 했다.

또한, 직접공격계의 마법은 놈의 두꺼운 피부와 두터운 근육 때문에 그리 큰 효과가 없다고 했다.

놈을 잡으려면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마법을 사용하거나 저 두터운 근육을 단번에 뚫을 수 있는 그러한 힘이 담긴 마법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둘다, 지금의 나에게는 무리이다. 혹시나 해서 고통의 저주를 사용해 봤지만 통하지가 않는 것이 그 증거가 될 터다.

오싹!

갑자기 몸이 오싹해 진다. 왠지 모를 오싹함에 바로 옆으로 몸을 날렸다.

콰아아앙!

내가 있던 자리로 놈의 주먹이 떨어져 내렸다. 바닥이 패이고, 바위가 작살나며 파편이 튕겨 나오며 내 몸을 두드렸다.

“커억...”

아프다. 고통스럽다. 피해내었는데도, 놈의 공격에 의해서 파괴된 자연지물이 이차적인 피해를 만들어 나를 공격했다.

무시무시한 괴물이군. 이런 놈을 사냥해 온다는 자들은 대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

아픔의 와중에도 그런 생각을 하며 땅을 굴렀다. 그리고 벌떡 일어나 놈을 노려 보았다.

“크르르르.”

놈이 입으로 피를 흘려내고 있다. 안색이 딱딱하고, 그나마 멀쩡한 오른 눈이 붉게 충혈 되어 있다.

그리고 놈을 보며 나는 웃었다.

“먹혔군.”

강력하다는 그 독을 직접 입에 쑤셔 박았다. 놈의 위장 안에서 독은 그대로 놈의 위장을 녹이고 있을 터다.

놈이 입으로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게다가 지금 놈은 비틀거리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놈은 나를 죽이려고 노려본다.

과연 흉성이 자자한 오거로군. 자신이 죽을 지도 모르는 그 상황에서, 원수인 나를 죽이고 같이 죽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건가?

“덤벼.”

내가 노려보자 놈이 사납게 주먹을 횡으로 휘둘렀다. 땅을 내려친 채로, 땅을 쓸며 그대로 주먹을 휘두른 거다.

주먹이 내 몸의 절반만 하다. 그래서 그대로 뒤로 몸을 날렸다.

쾅!

아슬아슬하게 놈의 주먹이 나를 비껴가 옆의 나무를 후려친다. 그 나무가 단번에 부러지며 쓰러지고, 나는 뒤로 굴렀다.

우득.

뼈마디가 욱신거린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근육 여기저기에 피멍이 들었다. 그 사이로 문득 나는 머리가 차가워 졌다.

창!

허벅지에 매달아 놓은 단검을 꺼내고, 놈의 눈을 노려 보았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있는 힘껏 놈의 오른 쪽 눈을 향해 단검을 내던졌다.

휘릭, 휘릭, 휘릭,

단검이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며 녀석을 향해 날아간다. 그 찰나의 순간이 왠지 모르게 슬로우 비디오처럼 보이면서 내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 회전하는 단검은 느릿느릿 회전하면서 결국 녀석의 눈에 천천히 들어가 박혔다. 그 순간 모든 시야의 속도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동시에 놈이 눈을 부여 잡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됐다.”

방금 전의 경험이 생경하다. 잠깐의 환각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내 뇌에 이상이 있는 건가? 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그런 감각이 아닌가? 아니. 지금은 그런게 문제가 아니다. 저 오거가 내 눈 앞에서 죽어간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그...그어어어어어.”

놈이 고통에 찬 신음을 흘려낸다. 피가 흐르는 두 눈을 뜨고서, 마치 망자처럼 고통에 차 비틀 거렸다.

“크어어.”

그리고 결국 엄청난 양의 피를 토해내더니 놈의 거체가 결국은 무너져 버렸다.

쿠웅!

쓰러졌다. 저 거대하고, 괴물과도 같은 놈이 드디어 내 앞에 쓰러져 내렸다. 완전히 계획 대로 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내 계획 대로, 놈은 쓰러졌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크게 웃었다. 그렇게 한참을 웃으며 녀석을 바라보았다. 담아 가져갈 수도 없을 만큼 거대한 놈의 시체를 바라보며 나는 그렇게 한참을 웃었다.

“좋아. 돌아가 보자.”

그렇게 생각하며 등을 돌렸다. 이 오거를 내가 혼자서 움직일 수는 없다. 빨리 마을로 돌아가 사람들을 데려 와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뒤 돌은 순간 내 앞에 한 마리의 고블린이었던 무언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키익. 즐거운가 인간?”

해골 가면의 두 눈동자가 있어야 할 자리로 불길한 붉은 흉광이 일렁이며 나를 본다.

@원념怨念

원한을 담은 생각.

그것이 원념이다.

그것은 끈질기게 남아서

대상을 향해 나아간다.

살아가며 타인과 다투지 않는 때가 몇 번이나 있으랴?

사람은 본시 원념을 쌓으며 살아가는 생명이다.

-차원서기관 제가르고크

“이게 누구신가? 고블린 샤먼이 아니신가.”

몸이 긴장 되었다. 놈은 하반신이 없이 하늘에 떠 있다. 척추뼈를 길게 늘어트린 놈은 상반신, 그것도 흉부 위 쪽 밖에 남지 않았다.

명치 조금 아래 부분까지의 육신밖에 없는 놈은 허공에 떠서는 놈의 그 긴 뼈지팡이를 들고서 나를 바라보고 있다.

“키익. 네놈...네놈 때문에 모두 죽었다.”

놈의 목소리는 탁하기 그지 없고, 또한 원한에 가득차 있었다. 낮았지만, 그럼에도 놈의 목소리는 위협적이다.

“내 아이가 죽었다. 내 암컷이 죽었다. 내 부하가 죽었다. 내 부족이 죽었다. 내 가족이 죽었다.....”

놈의 두 눈의 흉광이 점점 강해져 아예 붉은 빛 그 자체로 변한다.

“내가 죽어버렸다. 키..키키키킥.”

이놈...언데드가 되어 버린 거로군. 하지만 나는 일찍이 이런 경험은 해 본적이 없다. 언데드로 변하고, 이렇게 또렷하게 말을 하다니?

그 어떤 게임에서도 경험해 본적이 없는 일이다. 대체 이 놈이 뭐로 변한 거지?

“그래서....감사 인사라도 하려고 왔나?”

“키익! 키익! 키키키킥!”

놈은 내 말에 돌연 웃었다. 위험감이 몸에 스멀스멀 타고 흘러나왔다.

“감사? 감사 인사? 좋은 생각이다 인간. 아주 좋은 생각이야. 너에게 감사 인사를 위해서..선물을 주겠다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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