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27화 (27/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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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념怨念

녀석은 마치 인간처럼 말하고 있다. 이 녀석..원래 이런 녀석이었나?

부스럭. 부스럭. 부스럭.

수풀을 헤치고 무언가가 걸음을 옮겨 나왔다. 그것은 수백이나 되는 고블린의 시체들 이었다.

어떤 것은 내장을 땅에 질질 끌면서 걸음을 옮기고, 어떤 것은 눈알이 튀어나와 매달려 있었다.

어떤 것은 팔이 반대쪽으로 꺽이고, 어떤 것은 목이 직각으로 꺽여 있었다. 멀쩡해 보이는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 여기저기가 부서진 육신을 하고 있는 시체들이었다.

놈들은 키에에 하는 소리를 내며, 땅을 끌면서 비척비척 나에게 다가 오고 있었다. 그건 공포 영화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는 끔찍한 공포를 가지고 있었다.

침착해라. 침착해. 놈들에 대해서 생각해야만 한다.

“언데드가 되었나?”

언데드. 놈 스스로가 언데드가 되어 일어 났다고는 하지만 네크로맨서로서의 능력이 생겨난 건가?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공포심을 억누르며 놈을 바라보았다.

“인간. 네놈을 죽여, 그 혼을 빼내어 영생토록 씹어먹어주겠다!”

놈의 포효와 함께 언데드 들이 좀더 빠르게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좋지 않은 사태로군!”

원한, 원념을 가진 상대인가? 게다가 언데드라! 나 역시 네크로맨서이다. 아직 그 실력이 낮다 하지만 다른 네크로맨서에게 이런 일을 당할 줄이야.

“퀘룩수 펠트라마!”

놈의 지팡이가 들려지며 검은 기운이 놈의 지팡이에서부터 생겨나 나를 향해 확 하고 뿜어져 나왔다.

척 보아도, 절대로 좋은 것이 아니다. 맞으면 매우 큰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직감이 내 등을 타고 흘렀다.

타타탓!

바로 몸을 내 빼어 도망쳤다. 이렇게 되면 오크의 부락을 이용하는 수 밖에 없다.

“도망가려느냐 인가아아안!”

검은 기운이 놈의 외침과 함께 빠르게 나를 따라온다. 화살보다는 느리지만, 빠른 속도다. 그리고 결국 놈의 검은 기운이 내 등뒤까지 다가왔다.

바로 땅을 굴렀다. 하지만 검은 기운은 나를 지나치지 않고, 결국 내 몸을 휘감고야 말았다.

“윽!?”

그 순간이다. 몸이 납덩이처럼 무겁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면서 무언가가 내 몸을 옥죄는 느낌이 들었다.

발걸음을 하나 옮기는 데에 엄청난 힘이 소모 된다. 땀이 이마를 타고 흐르고, 온 몸을 적시기 시작했다.

“이..이건...”

내가 다른 놈들에게 마법을 거는 것은 많이 해 봤지만, 남의 마법에 당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마법에 당해보니 역시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몸의 행동을 제한하다니. 이렇게 되면 내 전투력은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놈이 그 흉험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가운데 나는 안간힘을 썼다. 주위로 놈의 언데드가 나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이게 끝인가? 여기서 나는 죽고야 마는가?

“아직. 아직이야.”

그래. 아직이다. 나는 아직 시간 가속의 물약도 사용하지 않았어. 나는 아직 투명화의 물약도 사용하지 않았어.

나는 아직 죽지 않았어.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

정신을 집중하고, 젖먹던 힘 까지 끌어내었다. 그 순간이다. 내 몸안에서 무언가가 빠져 나가는 가 싶더니, 내 몸 주변으로 검은 안개 같은 것이 뿜어져 나왔다.

우우웅! 하는 소리가 나더니 몸을 옥죄고, 억누르던 힘이 서서히 사라져 갔다.

이건 대체?

아니. 고민은 우선 나중이다. 지금은 도망 갈 때다. 지금은 일단 도망을 간다. 그것만 생각한다.

전력이 제대로 갖춰 진 다음에, 적에 대해서 제대로 안 다음에 놈을 ‘사냥’하러 나는 돌아올 거다.

“다시 보자!”

그대로 내달렸다. 놈이 내 모습에 분노를 토하며 지팡이를 드는 게 보였다.

“크락타카 하룩마타르카!”

뭐라고 하는 주문인 건가? 하는 사이에 놈의 몸에서 마치 마신처럼 거대한 검은 기운이 솟구쳐 오르더니 사방으로 흩어진다.

“헛?”

장관? 경이? 아니면 이적? 아니 그렇다고는 해도 저건 사악한 이적이 될 것이다. 놈의 기운이 거대한 구름처럼 사방으로 뻗어가더니 놈의 언데드를 휘감았다.

“카아아!”

그와 함께 언데드 들의 죽어 있던 눈동자에 붉은 흉광이 담기더니 무척이나 빠른 속도로 나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큿.”

여기서 잡힐 까 보냐? 그렇게 생각하며 앞으로 달렸다. 오크의 부락이 있는 곳이다. 그렇게 달려가는데 앞에서 부스럭 거리며 고블린의 시체가 튀어 나왔다.

제기랄! 이미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었나?

“비켯! 강력한 공격!”

스킬을 발동하며 손도끼를 내리 찍었다. 퍽! 하고 단번에 고블린의 시체의 머리를 반이나 파고들었다.

이거 괜찮은 공격력이군! 그렇게 생각하면서 바로 손도끼를 빼내며 그대로 앞으로 달렸다. 고블린 시체 네 마리가 붉은 흉광이 일렁이는 그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괴성을 질렀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달려들며 손을 휘두르거나, 들고 있는 무기를 휘둘러 온다.

쐐에엑!

상당히 매서운 공격이지만 그대로 몸을 뒤로 젖히며 슬라이딩을 하듯이 땅을 쓸며 놈들의 공격을 피해내고 바로 땅을 굴러 달려나갔다.

땅에 끌린 석궁 슬레이터 덕분에 등짝이 아프다. 지금 쯤이면 완전 걸레짝이 되어 버릴 수도 있겠어. 아니. 지금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닌가?

“후욱! 후욱!”

포위를 뚫고 달렸다 생각 했지만, 고블린 시체가 한두 개가 아니다. 놈들의 부락의 시체 전부가 이리로 온 건가?

“헬타르 카다!”

놈의 외침과 동시에 등 뒤쪽에서 화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대경실색해서 뒤를 보니 거대한 화염구가 나를 향해 쏘아져 오고 있었다.

“이런 미친!”

바로 몸을 날려 아슬아슬하게 화염구를 피해내었다. 화염구는 나를 스쳐 지나가 좀 앞으로 날아가다가 나무에 부딪히더니 거대한 화염 기둥을 만들며 폭발해 버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큭!?”

그 여파에 몸이 옆으로 몇 번이나 굴려졌다. 나 뿐이 아니다. 고블린의 시체들도 모두 날아가 버렸다.

“으윽!”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지금이 기회다.

“다시 보자 멍청한 고블린!”

그리고 단번에 달렸다. 달리면서 손도끼를 허리의 걸쇠에 걸고, 누더기 가방에서 시간 가속의 물약을 번개 같이 꺼내어 마셨다.

우우우웅!

나를 제외한 모든 시간이 느려지는 듯 하면서 나는 빠르게 앞으로 내달렸다.

“카라! 카라! 키이익!”

뒤에서 놈의 외침이 들려온다. 그것을 무시하고 계속 달렸다. 시간 가속의 물약의 힘으로 놈들과 숨바꼭질을 하며 오크의 부락을 향해 계속해서 내달렸다.

“취익! 취이익!”

뒤에서 놈들이 바짝 쫒아온다. 시간 가속의 물약으로 세배나 빠른 시간 하에 달리게 되었지만 이 시간 가속은 그렇게 빠르게 달리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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