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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념怨念
내 몸 상태는 어떠한가? 만신창이에, 이미 많이 지쳤다. 오크의 부락이 저 멀리 보인다. 연기가 치솟는 것이 놈들이 식사를 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번 한 수로 놈들을 떨구지 못하면, 혹은 단 한번의 실수로 발목이 잡힌 다면, 나는 죽을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오크의 부락을 향해 달렸다. 언데드의 군대가 뒤쪽에서 바싹 따라 붙는 것을 느끼면서 그대로 내달리자 놈들이 따라 붙는다.
시간 가속의 물약의 효능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무거운 피로가 몸을 감싼다. 놈의 저주와 같은 몸을 내리누르는 힘과는 전혀 다른, 생생한 피로감이다.
그럼에도 움직였다. 오크 부락에 있는 망루 비슷한 것에 올라 있던 오크가 나와, 내 뒤에 붙은 언데드 군대를 보더니 소리를 지른다.
오크의 부락이 시끄러워 지는 것을 바라보며 계속 달렸다.
쐐에엑!
그렇게 내달리는데 귀에 무슨 소리가 들린다. 무언가가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는 거라는 생각에 바로 몸을 옆으로 날리며 땅을 굴렀다.
콰쾅!
내 몸이 있던 자리를 스치고서, 검은 구체가 날아가다가 땅을 부수며 폭발했다. 화염구 만한 힘은 없었지만, 상당히 강한 폭발력이다.
큭....대체 몇 번이나 땅을 구른 것인가? 생각할 겨를 도 없이 언데드가 나를 향해 거의 지척까지 따라붙으며 달려오고 있었다.
“취에에에엑!”
그리고 그 순간이다. 오크의 부락에서부터 오크 놈들이 뛰쳐 나왔다. 하나하나가 2미터가 넘는 거대한 덩치다.
오크 놈들의 숫자를 보며 나는 재빠르게 투명화의 물약을 꺼내어 마셨다.
지금이야 말로 도망갈 기회다.
우웅!
몸이 투명해 지는 것을 느끼며 바로 뒤로 빠져 나왔다. 빠져 나오며 바라보니, 오크가 고블린의 시체들을 박살을 내며 부수고 있었다.
쐐엑! 하고 날아간 돌도끼가 그대로 고블린의 골통을 부수며 짖이겼다. 다른 오크 놈은 그대로 고블린의 머리를 붙잡더니 우직! 하고는 으스러 트린다.
엄청난 힘에 경악하면서 나는 도망쳤다.
좋아. 오크 놈들이 언데드를 해결해 주겠지! 숫자도 차이가 나지 않는다. 힘에서도, 전투능력에서는 너무 큰 차이가 난다.
고블린 샤먼이 있다고는 해도, 놈들이 오크를 이기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 하리라.
쿠웅! 쿠웅!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빼는데 나는 그 생각을 단번에 수정해야 했다.
“맙소사.”
거대한 오거가, 두 눈에서 피를 흘리면서 저 멀리서부터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깨에는 바로 그 저주받을 언데드 고블린 샤먼이 올라타 있었다.
쿠웅! 쿠웅!
“그어어어어어어!”
죽었던 오거의 사악한 외침이 사방을 우렁우렁하게 울린다. 놈은 오거의 시체를 언데드로 일으켜 끌고 온 것이다.
이를 악물며, 나는 그 자리를 빠져 나왔다. 내 뒤로 오크와 언데드 간의 치열한 혈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너...꼴이 그게 뭐냐?”
센든 아저씨가 나를 보며 눈이 돌아가는 얼굴로 말했다. 나는 후 하고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아이구 내 슬레이터!”
그리고 내 등에 여기저기 상처를 입은 슬레이터를 보고는 기겁했다.
“야 이눔아! 몇일 만에 슬레이터를 거지꼴로 만들어 놨냐!?”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구요.”
“이게 문제가 아니면 뭐가 문제냐!?”
“언데드가 나타났단 말입니다.”
내 말에 센든 아저씨의 눈동자가 크게 뜨여졌다. 몸에 상처는 별로 없다, 오히려 활기마저 나 있었다.
오면서 부지런히 [작은 생명 흡수]를 사용해서 몸의 상처를 치유하고, 피로를 풀어낸 덕분이었다.
위험지대를 벗어나면서, 나는 머리가 핑 하고 돌면서 기절할 뻔 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때 검은 기운이 뿜어진 것이, 아무래도 내 스스로 마력을 발산한 듯 싶다.
엄연하게 나에게는 마력 수치가 있다. 그것도 상당히 높다. 이 게임이 현실성을 추구하니, 아무래도 마력도 그렇게 원시적으로 끌어다 쓸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주자 마력이 끌려 나온 거다. 덕분에 놈의 저주가 풀려서 움직일 수 있었겠지.
그렇지 않으면 내가 그때 움직일 수 있는 이유가 없다. 물론 추론일 뿐이지만, 내 예감에는 틀리지 않을 거다.
마력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보고 연구해 봐야 겠어. 그러고 보면 [기초마법입문서]를 아직 들여다 보지를 못했군.
그걸 보면 답이 조금 나오겠지. 하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일련의 일들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언데드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놈이 나에게 분노를 태워 올리고 있다는 점도 문제고, 오거의 시신을 언데드로 일으켜 수하로 삼고 있다는 점도 문제이지.
한마디로 말해서, 위기상황이다. 일단 이 마을로 들어 왔으니, 더 이상은 위험하지 않겠지만 나로 인해 생긴 문제이니 마을에 알리기는 해야 한다.
놈이 이 마을에 나타난다면 나는 손 안대고 코를 푸는 격이다. 차도살인의 계책으로, 오크의 부락과 부딪히게 만들었지만 놈이 당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오크들도 샤먼이 있을 테고, 오거의 언데드가 있다고 해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놈은 오크를 이기지는 못해도, 도망쳐서 나를 쫒아 올 거다.
“언데드? 지금 언데드 라고 했냐?”
“예.”
내 말에 센든 아저씨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수가 몇이냐? 그리고 몇이나 언데드사 있었냐? 설마 죽음의 대지가 펼쳐진 거냐?”
죽음의 대지는 언데드를 생성 시키는 저주 받은 땅이다. 사기에 의해서 생성 된 그 땅에서 죽은 모든 것은 언데드가 되어 일어선다.
“고블린 샤먼입니다.”
“뭐라?”
나는 사정을 설명했다. 아르혼에서 오크를 잡고 있었는데, 놈들이 나타났다는 이야기를 말이다. 놈은 내가 오거를 통해 멸망시킨 고블린 샤먼이었는데 스스로 언데드가 되어서 다른 시체들을 언데드로 일으켜 부리고 있다고 말해 주었다.
“이럴때가 아니다. 어서 펜타자곤님의 탑으로 가자! 샤먼놈이 스스로 일어서 언데드가 되었다면, 놈은 스스로에게 저주를 걸은 셈이다. 큰일이야!”
센든 아저씨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센든 아저씨는 막 뛰어나가려다가 가게를 보더니 외쳤다.
“나는 가게를 정리하고 가마. 너는 먼저 가서 이 일을 알려라.”
“예.”
대답하고서 나는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시간은 아직 있다. 하지만 일단은 이 일을 펜타자곤의 탑에 가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마을의 촌장은 펜타자곤의 답의 주인인 펜타자곤이다. 그러나 마도사인 그는 일년의 절반은 왕궁의 수도에 가서 학파에서 이런저런 일을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