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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념怨念
“절대와 전부이신 그분이 내리신 땅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하얀 사제복을 입은 이십대 초반의 사제가 언제나와 같은 모습으로 나를 반긴다.
언제나와 같이 거대한 신전의 내부에는 역시 사제 혼자 있다.
그런 사제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저의 기술을 향상시키기를 원합니다.”
내 말에 사제의 손이 내 앞에서 번쩍였다.
“그대는 새로운 등급으로 나아갈 자격이 충분합니다.”
빛이 번뜩이고 사제가 손을 흔들자 내가 가진 스킬과 마법들의 명칭이 주욱 나타났다. 놈과의 전투를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동시에 나는 내 능력을 숨겨야 하지. 네크로맨시의 마법을 들켰다가는 신뢰를 잃고, 공적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찌 해야 하는가? 직접적 공격의 스킬을 올려야 하는가? 내 성격 대로라면 [조준 사격]을 업그레이드 하는 편이 낫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아깝다. 사실 네크로맨서의 능력들이 더 훌륭하니까.
“아니. 이럴 때 일수록 오히려 네크로맨서로서의 능력을 더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지.”
한 우물만 파라는 말이 있다. 다재다능도 좋지만, 한 우물을 팠을 때 진정한 대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나도 동의한다. 여기저기 얇게 파 봤자, 능력이 크지 않다. 물론 다른 쪽의 능력을 배워 두면 좋다. 하지만 그건 다른 것을 같이 배웠을 경우에 그 합이 얼마나 더 크냐에 따라서 다르다.
즉, 1+1=3이 되는 경우에만 다른 것을 같이 배우는 것이 좋다는 의미이다.
나의 주력은 확실히 랜덤 선택으로 나온 마법서인 사령마법입문이다. 다섯가지 마법이나 있고, 내가 비록 펜타자곤의 탑에 사는 벨레일이 행하는 감시에 움츠러 들어서 별로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이 마법들이 강력한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이미 일전의 전투들로 확인한 사실이다.
물론 두 개의 손도끼를 이용한 [강력환 공격], 그리고 전투를 하면서 저절로 얻게 된 [예민한 귀], 석궁을 사용하며 얻게 된 [조준 사격]역시 매우 쓸만한 능력이며, 이 세 능력으로 전투에서 많은 득을 보았다.
시간만 오래 투자한다면 확실히 여러 가지 많은 능력을 같이 올릴 쪽이 더 나을 수 있다.
문제는 응용력과 시간, 그리고 투자기간에 비례한 가치 창출. 아까 생각한 바와 같이 1+1이 3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란 말이지.
그렇다면 여기서 내 선택은?
“[차가운 손], [다수의 시체 조종], [약한 유령의 손], [작은 생명 흡수], [고통의 저주]. 전부의 등급을 올리기를 원합니다.”
내 말에 사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의 이리드는 이미 충분하여 다섯 마법의 등급을 모두 올릴 수 있습니다.”
번쩍! 하고 사제의 손에서 빛이 일었다. 동시에 마법들의 이름이 변화 했다.
[약간 차가운 손], [다수의 강력한 시체 조종], [조금 약한 유령의 손], [약간 작은 생명 흡수], [약한 고통의 저주].
여전히 약한, 약간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하지만 확실히 능력이 올라 갔겠지. 그런데 다수의 강력한 시체 조종이라.....
그렇게 생각하며 바라보는데 그 글자들 밑으로 회색의 글자가 두 개가 생겨나 있었다.
“이건....”
[사자(死者)의 제작], [사자(死者)지배]
“으음?”
왜 회색이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사제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묻지도 않았는데 사제가 나에게 말을 꺼내었다.
“그대의 마법이 일정 수준에 이르러, 새로운 마법을 익힐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대의 이리드는 그 두가지 마법을 새로 익힐 수 있을 만큼 남아 있습니다.”
“이 두가지 마법을 익히기를 원합니다.”
“그대의 뜻대로 될 것입니다.”
번쩍 하고 사제의 손이 빛난다. 동시에 나의 몸에 빛이 일고, 두가지 마법의 글자의 색이 뚜렸한 하얀 색이 되었다.
사자의 제작! 바로 그 고블린 샤먼처럼 언데드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 겠지? 하지만 사자의 지배라? 이건 뭐하는 걸까? 뜻대로 풀이 하자면 언데드를 지배 한다는 이야기 겠지만...대체 어떻게 언데드를 지배 한다는 거지? 언데드를 만들면 자동으로 그 언데드는 나의 인형이 되는 게 아니란 말인가?
알 수 없군.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레벨을 올릴 수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마법을 다섯 개나 레벨업 시키고, 새로운 마법까지 익혀서 그런지 레벨을 올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사제에게 청하였다.
“감사합니다. 휴식을 취할 수 있겠습니까?”
“이리로 오시오.”
사제를 따라 안쪽의 지하실로 내려간다. 지하실에는 관 같은 것이 가득 있다.
“편안한 꿈 되시기를.”
사제는 그렇게 말하고는 지하에서 나갔다. 나는 지하실에 가득한 관들 중 하나를 골라 누웠고 곳 눈을 감았다.
“로그아웃.”
빛과 어둠이 교차하면서 나를 감싼다. 그리고 나는 곳 [라이프 크라이]에서 빠져나온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차가운 액체의 느낌과 내 몸을 감싼 이질적인 차가운 금속의 느낌들을 다시 느끼며 나는 눈을 떴다.
푸쉭.
연기가 빠지는 소리와 함께 시야가 회복된다.
출렁.
이 액체는 언제나 기묘한 기분이 들게 한다. 그런 기분을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몸을 일으키자 축축히 젖은 몸에서 액체가 쪼르르 흘러내렸다.
하지만 이 방은 타일을 바닥에 깔았기에 방수가 되는 방이다. 아니 방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샤워 룸과 같이 생겼다.
바닥에는 하수구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