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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락
베리얼이 눈이 동그래 지면서 경악한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뽀얀 피부에 홍조가 일고, 그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리며 나를 보는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역시 엘프의 피를 받아서 그런가? 이 녀석 쿼터 엘프인가? 하프 엘프인가? 라고 예전에 들었었는데 아마도 그래서 이렇게 귀엽고 예쁘장한 거겠지?
“어어어어어어.어어..어떻게 마법을 쓰는 거에요!?”
“엉? 나 마력이 꽤 있어. 다만 마법을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아서 말야. 그래서 저번에 [기초마법 입문서]를 보고 연습을 했지. 마력 부여를 시전하는데 10분씩이나 걸리기는 하지만 쓸만 하더라고.”
내 말에 이제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 되는 베리얼의 모습을 보며 나는 쓰게 웃어 주었다.
완전 얼굴이 드래곤 볼을 모아놓고 팬티를 주세요! 라고 말하는 돼지를 보는 얼굴이라서 재미있다.
“음...좋아. 이걸로 하지.”
여러 가지 목록 중에서 적당한 물건 두 개를 골랐다. 하나는 반지이고, 다른 하나는 팔에 차는 철제토시다.
둘 다 해서 목록표에 의하면 가격은 150골드나 한다. 엄청난 가격이지만 앞으로의 일을 위한 투자 자금이라고 생각하자.
사실 지금까지 몇 번의 계획과 행동 때에 무리 한 것은 사실이었지. 까딱 잘못했으면 그대로 황천길로 갈 뻔 했으니까 말이야.
고블린 부락에 오거를 끌어 들이는 것도, 오거에게 독을 먹여 죽이려던 것도, 고블린 샤먼에게서 도망치며 오크 부락을 이용했던 것도, 모두 상당히 무리한 작전이었다.
내 전력은 상승했다지만 확실하게 살아남을 수단은 생각해 놔야 겠지.
“그, 그걸로 고른 거에요?”
“그래. 충전은 내가 스스로 할 수 있으니까.”
“예..예에.”
베리얼은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지 이상하게 대답하면서 대답하고는 나에게 반지와 철갑토시를 꺼내 주었다. 철갑토시의 이름은 [강철의 벽], 반지의 이름은[생명의 보호자]이었다.
뭔가 간지가 좔좔 흐르는 듯한 이름들이다. 좋아 이걸로 나의 전력도 많이 상승 하게 되었어. 점점 더 강해진다.
그리고 더욱 강해져서 오거도 단번에 잡는 수준이 되는 거다. 그렇게 되면 이 세계를 즐기며, 현실의 나를 지키면서 살아갈 수 있겠지?
“여기 있습니다.”
“그래. 참 여기 사탕.”
요리 스킬로 만든 사탕을 건네주며 잔금을 받았다. 녀석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고는 그렇게 펜타자곤의 탑을 나서려는데 녀석이 나를 붙잡았다.
“잠깐만요 형!”
“응?”
“이거 선물이에요.”
녀석이 나에게 동그란 팬던트를 주었다. 그 중심에는 마법진이 새겨져 있어서 왠지 모르게 고풍 스러웠다.
“이게 뭐야?”
“부적이에요. 정말이지 맨날 위험한 일만 하고......죽으면 싫단 말이에요.”
녀석의 걱정이 가득 담긴 눈을 보며 나도 모르게 가슴이 다뜻해 졌다.
“그래그래. 죽지 않으마. 정말 고맙다.”
녀석의 앞에서 팬던트를 목에 걸었다. 그리고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거 잘 만들었는데? 멋진걸?”
“헤헤.”
“그럼 나 가마!”
“잘가요!”
녀석과 인사를 하고 다시 탑을 나섰다. 나와서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아직도 고블린 샤먼놈이 이쪽에 나타나지는 않은 거군.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네놈을 반드시 처리해 주마.
화살을 사고, 건량을 사는 등의 준비를 끝마치고서 누더기 가방을 메고 아라한의 신전으로 들어섰다.
모든 이리드를 [사자(死者) 지배]에 투자해서 [사자(死者) 지배]의 레벨을 3이나 올렸다.
“좋아.”
수면에 떠오른 글씨는 [강력한 사자(死者) 지배]라고 되어 있었다. 약한, 보통의, 라는 두 단계를 거쳐서 강력한 이라는 수식어가 달린 거다.
그것을 확인하고 마력을 확인해 보니 여전히 19였다. 다음 레벨업, 혹은 이리드를 통해서 직접 올릴 수 밖에 없나?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로그 아웃을 했다. 푸쉭! 하고 플레인 워커의 뚜껑이 열리며 현실로 돌아온다.
인터넷에서 여러 정보를 취득하고, 게임 머니를 사고 파는 사이트에서 골드를 사는 자들중 하나를 골라 팔기를 선택하고 다시 플레인 워커로 돌아왔다.
“형?”
“돈좀 송금 하려구.”
다시 돌아온 나를 보며 베리얼은 놀란 얼굴을 했지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칸타르 왕국의 젤칸 은행의 무적귀환바퀴 라는 사람에게 30골드야.”
단번에 30골드나 사다니. 돈이 좀 많은 가? 현금으로 300만이 넘는 돈인데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돈을 부치고는 다시 녀석과 인사하고 펜타자곤의 탑을 나왔다.
“무적귀환바퀴요? 그게 이름이에요?”
“암호명 같은 건가봐. 뭐 그렇게 보내줘.”
“예.”
“그럼 부탁한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서 나는 마을을 나섰다. 그리고 숲길을 계속해서 걸었다. 결계의 끝까지 걷고 걸어서 결국 대산맥 아르혼에 들어서며 나는 방향을 잡았다.
으슥한 곳에 도착하고서 손을 흔들었다. 동시에 흙이 들썩이며 내가 만든 불사의 군대가 땅 속에서 일어선다.
척. 척. 척.
“좋아 가자.”
불사의 군대를 이끌고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오크 놈들의 부락을 향해 다가갔다. 대충 지난 시간 동안 돌아 다니며 놈들의 영역과 역학 관계를 알게 되었다.
자바쿠 놈들은 특별히 근거지 없이 돌아 다니며 닥치는 대로 죽이고 먹어 치운다. 하지만 놈들은 본능이 강한지, 트롤이나 오거에게는 절대로 덤비지 않았다.
그리고 오크들의 부락에도 직접 습격하지는 않고, 나처럼 오크들의 정찰병을 발견하면 습격해서 해치운다.
놈들의 행동 반경은 대충 몇십킬로미터 쯤은 되어 보인다. 거의 지름 오십여킬로미터의 거대한 영역에 오크의 부락, 자바쿠, 그리고 세 마리의 트롤과 내가 잡았던 오거가 한 마리 자리를 잡고서 영역을 구축하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하기사, 놈들이 먹는 양은 엄청나니 그 영역 역시 상당히 넓은 거다. 그 중에서 자바쿠를 내가 다수 죽이고, 오거를 죽이고, 트롤을 죽였다.
오크들도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게다가 이 영역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안 쪽으로 들어가면 산은 높아지고, 숲은 깊어 진다. 살고 있는 생물의 숫자도 그에 비례하여 더더욱 많아지고, 흉폭한 몬스터가 살고 있다.
몬스터 백과사전에 의하면 탑색된 아르혼에는 총 100여종의 몬스터가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아직 나는 그중 트롤, 오크, 오거, 자바쿠의 4종 밖에 보지 못했던 것이지.
척. 척. 척.
오크 스켈레톤을 끌고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오크 부락에서 좀 떨어진 곳에 만들어둔 은신처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