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프 크라이-41화 (4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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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

물론 세 번 사용 후에 마력을 충전 해야만 다음 날 다시 세 번 사용할 수 있다는 제약을 가지고 있다.

[강철의 벽]. 이것의 능력은 단단함이다. 내 손목에서부터 팔꿈치까지 이어지는 이 긴 금속의 토시 자체에 강화마법이 걸려 있어서 설사 마법적인 힘이 부여된 무기라고 할지라도 막아낼 수 있을 만큼 단단하다.

나는 두 개의 손도끼를 쓰기 때문에 유사시 상대의 무기를 막을 수 있는 방패로서 사용하기 위해서 [강철의 벽]을 샀고, 유사시에 단거리의 공간을 넘어 도망치기 위해서 [생명의 보호자]를 샀다.

그리고 이 두가지 마법무구는 훌륭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생명의 보호자]는 애초의 도주용으로서의 능력이 아닌 상대와의 간격을 좁히는데 사용되었으며, [강철의 벽]은 고블린 샤먼의 마법을 훌륭하게 막아내었다.

둘다 흡족한 결과다. 그리고 그렇게 고블린 샤먼을 완전히 끝장내버리고 난 후에, 다시금 [생명의 보호자]의 단거리 공간이동을 사용하여 전장을 빠져 나왔다.

통제권이 상실된 언데느는 질서없이 오크들을 덮쳐 갔고, 오크들은 놈들과 싸우느라 도주하는 나를 신경쓰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오크의 부락에서 좀 떨어진, 함정으로 도배를 한 나의 은신처에 와 있었다.

“후욱. 후욱.”

힘들다. 몸이 무겁다. 그래서 옆의 나무에 손을 대고 생명 흡수 마법을 사용했다. 파앗. 하고 순수한 나무의 생명력을 흡수하자 청량한 끼운이 몸에 감돌며 피로감이 사라졌다.

“후우.......”

너무 현실과 같다. 고통도, 그리고 몸에서 느껴지는 것도. 그것은 아마 내가 내 플레인 워커를 개조했기 때문이겠지.

보통 가상현실접속기계는 제한이 걸려 있다. 감각을 100% 느끼는 것이 아닌 20%, 혹은 30%로 느끼게 하는 제한이.

하지만 나는 다크게이머. 돈을 위해서 게임을 하는 자다. 그렇기에 다크게이머는 강해야만 하고, 그래서 다크게이머는 그 제한을 풀어 버린다.

대부분의 다크게이머는 감각을 80%까지 올린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몇몇은 100%까지 올린다.

나 말고도 100%에 올리는 녀석들을 몇몇 봐왔다. 하지만 100%라고는 해도 플레인 워커가 나오기 전의 기계들과, 라이프 크라이가 나오기 전의 게임들은 오감을 완벽하게 재현하지 못했었다.

그것들은 미각을 구현하지 못했고, 후각 역시 구현하지 못했었으며, 감각도 많이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아니다. 여기는 또 하나의 현실이다. 여기서 죽는 순간 또 하나의 현실의 나는 죽는 거다.

나는 현실에 있는가? 아니면 가상의 공간을 거니는가? 하지만 이 가상의 세계가 있기에 현실의 내가 살아갈 힘을 얻는다.

나는 어디에서 살아가고 있는가?

꽈악.

손을 꽈악 쥐고, 물끄러미 그 손을 바라본다. 지금도 놈의 혼을 부술 때의 감촉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 느껴진 놈의 그 사념은 내 정신을 직접 두드렸다. 그것은 수십시간의 영화를 한번에 보는 그런 느낌이었다.

놈의 과거의 기억들, 놈의 추억의 파편들, 놈의 원념이 마치 영화처럼 내 눈앞에 짧은 그 순간 엄청난 양으로 펼쳐졌으니까.

“큭....”

일찍이 아라한 컴퍼니는 사람의 두뇌와 가상현실을 잇는 것은 두뇌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었다.

정확한 기술의 본질은 모르지만, 알려진 상식에 의하면 뇌에서 일어나는 뇌파를 캐치해 나의 움직임을 가상현실에 구현하고 가상현실에서 받은 감각은 내 몸을 감싼 기계를 통해서 자극을 주어 뇌에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플레인 워커 안에 들은 액체가 바로 육체에 자극을 주어 그 신호를 뇌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고 했었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일이 가능한가? 누군가의 일생을 단번에 보는 것은 유쾌하지 않다. 게다가 그 기억의 끝에는 결국 나에 대한 원념과 저주가 담겨 있었다.

"고블린 따위가.....“

으르렁 거리듯이 내뱉고는 흠칫 놀랐다. 나는 놈을 고블린 따위. 라고 불렀나?

“크...크하하하!”

잊어서는 안돼. 여기는 만들어진 세계. 가상의 세계이다. 놈들은 살아 있는게 아냐. 놈들은 NPC만들어져 있는 것들일 뿐이야.

“큭.”

걸음을 옮겨 은신처의 향하며 누더기 가방을 뒤졌다. 그 안에 내가 넣지 않은 물건이 손에 잡혔다.

꺼내어 보니 하나의 포션 병이다.

-절대로 죽지 마세요! by 베리얼.

그리고 포션병의 옆에는 작게 종이가 붙어 있었다. 내가 여러 포션을 살 때 같이 껴 준 건가?

[강한 효과의 치료 물약].

포션은 그렇게 써 있었다. 상급의 포션을 보며 나는 잠시 멍해졌다. 가슴이 먹먹하다. 심장이 두근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하하하하하!”

그래. NPC라고 생각하지 않는 건 당연한 거군. 어느새 내 마음에 이렇게 파고들었지? 그저 가끔 물건을 사며 농담을 주고받은 아이와? 대단하군 아라한 컴퍼니. 너희는 대체 무엇을 만들어 낸 거냐?

“그래그래. 죽지 않으마. 절대로 죽지 않을 게다.”

녀석이 주었던 팬던트가 중요한 순간에 내 목숨을 구했다. 지금은 부서져 조각 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이 부서진 팬던트를 걸고 있다.

그 부서진 팬던트 조각을 피가 나도록 쥐어잡고 은신처의 중심에 들어가 몸을 뉘였다. 현실의 지구와는 전혀 다른 깨끗하고, 수없이 많은 별들로 빛나는 하늘을 나는 그저 하염없이 쳐다만 보았다.

@레나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동등하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려고 하는지는

모두 다 다르다. 단지 살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 만큼 비참한 것이 어디에 있는가?

목적 없는 삶의 투쟁은 그만큼 서글프고,

비참한 것이다.

-누군가의 독백

“허......”

레벨을 6을 올릴 수 있는 이리드가 모여 있었다. 그리고 이는 모든 스킬과 스킬마법들을 1씩 오릴 수 있는 양이기도 했다.

하기사 지난 일주일 동안 고생하기는 했지. 언데드를 만들고, 고블린 샤먼을 찾아내고, 오크와 고블린 샤먼 사이의 전투에서 고생하며 고블린 샤먼을 결국 죽일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잠시 생각하다가 [사자(死者)의 제작]을 두 번 레벨업 시켰다. 그리하여 [사자(死者)의 제작]은 [강력한 사자(死者)의 제작]으로 바뀌었다. 강력한 이라는 수식어가 이렇게 금방 붙다니. 뭔가 이상하군.

그렇게 생각하면서 고개를 흔들고는 남은 이리드를 통해 레벨을 3을 올렸다. 이제 내 레벨은 2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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