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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나
“조용하군.”
몬스터가 없다. 하기사 고블린 샤먼이 그 난리를 피웠으니, 한동안은 다른 몬스터가 이 영역에는 안 들어오겠지? 오크 녀석들도 큰 피해를 입은 것이 확실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숲의 안쪽을 향해 들어섰다. 오크의 부락을 지나쳐서 더 안쪽으로 들어섰다.
내가 모르는 영역이다. 우선은 모르는 구역으로 들어가기 전에 [치밀한 함정 설치]를 이용해 한 곳에 내 영역을 만들었다.
“치밀한 함정 설치. 올가미.”
파아아악! 하고 함정이 생성된다. 치밀한 함정 설치 뒤에 함정의 종류를 말하면 그대로 만들 수 있다.
재료를 내가 들고 있어야 하며, 재료가 모자르면 함정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만들 수 있는 함정은 다리를 잡아채 끌어 올리는 올가미, 옆에서 창이 날아오게 만드는 꼬치 함정, 그리고 구덩이로 빠지게 하는 구덩이 함정. 머리 위에서 돌이 떨어지게 하는 낙석 함정. 그물이 떨어져 내려 꼼짝 못하게 하는 그물 함정 등이다.
그렇게 하루를 꼬박 걸려서 함정을 수백개나 설치해서 거의 지름 백여 미터에 이르는 지역을 함정으로 도배해 내 구역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하고 안쪽으로 슬슬 탐색에 들어갔다. 여기서 몇일이나 생활 해 보니 중요한 점이 있다면, 바로 냄새를 지우는 거다.
자바쿠 같은 놈들은 특히 냄새에 민감해서 냄새를 잘 맡는다. 그래서 나는 근처의 풀을 뜯어 짖이겨서 몸에 덕지덕지 바르고 다녔다.
으직.
지금도 풀을 뜯어 몸에 바르고 있다. 으깬 풀의 내음을 맡으며 두 개의 손도끼를 들고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문득. 무언가를 보게 되었다. 그것은 사람들이었다. 몬스터 헌터! 내가 이 아르혼에 들어오며 한번도 다른 사람을 본적이 없다.
그건 대산맥 아르혼이 넓기 때문이다. 듣기로 페텐에 거주하는 몬스터 헌터는 약 오백여명. 그들의 가족이 페텐의 주민들이다.
그 오백여명중 약 삼백여명은 파티를 이루어서 대산맥 아르혼으로 들어가 몬스터를 사냥해서 펜타자곤의 탑에 가서 팔아 치웠다.
하지만 여기서 현실과 같기 때문에, 나는 저 몬스터 헌터들이 좋은 사람이라고는 생각 할 수 없었다.
거친 일을 하는 자들 중에 심성이 제대로 박힌 자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절반은 선하다 해도, 절반은 악하다.
그것이 내 생각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자세를 낮추어 수풀에 뒤섞여 녀석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내 상상을 뛰어 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자 마자 알 수 있었다.
“낄낄! 죽여주는데?”
“이 쌍년! 이렇게 움찔거리면서 왜 울고 지랄이야?”
그것은 추악한 풍경이었다. 세명의 사십대쯤 되어 보이는 사내들이 한명의 여자를 둘러싸고서 강간하고 있었다.
포르노에나 나오는 모습처럼 한놈은 여인의 음부에 더러운 물건을 처박고 있다. 다른 한놈은 여인의 뒤로 범하고, 다른 하나는 그 물건을 여자의 입에 집어 넣고 있다.
더럽고 역겨운 광경속에서 여자는 울고 있다. 그리고 그 몸 여기저기에는 학대 받은 상처가 나 있었다.
스륵.
심장이 뜨겁다. 머리에 열이 오른다. 몸의 세포가 아우성을 친다. 그 강렬한 감각들의 사이에서 나는 석궁 슬레이터를 들며 나직하게 중얼 거렸다.
"나의 영혼의 조각. 나의 생명의 의지. 이곳에 나타나 나의 손이 되어라 조금 약한 유령의 손."
뒤이어 또 다른 스킬마법의 주문을 중얼 거렸다.
"원념의 힘. 그 차가운 한을 이 손에 담으라. 약간 차가운 손."
푸스스 하는 소리가 마치 지금의 내 차가운 심장의 소리를 대변하듯이 유령의 손 4개에서 나며 한기가 흘러 내렸다.
“조준 사격.”
차가운 마음. 심연 속의 분노. 죽이라고 아우성치는 몸의 감각을 느끼며 놈들을 겨누고 슬레이터의 방아쇠를 당겼다.
퉁! 퉁! 퉁!
낄낄 거리며 웃고 있는 놈들 중 여인의 입에 물건을 집어 넣고 가슴을 주무르던 놈에게 나의 살의를 담은 화살 세발이 날아가 그대로 놈의 어깨, 흉부, 그리고 목을 꿰뚫었다.
퍽! 퍽!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놈은 고통을 호소하지도 못한 채로, 뒤로 넘어져 간다. 동시에 유령의 손을 날리며 석궁을 땅에 던지고 두 개의 손도끼를 꺼내어 손에 쥐었다.
너무 세 개 쥐어 손아귀가 다시금 찢어지며 피가 흐른다. 그 아픔이 내 분노를 대변해 주고 있었다.
이건 게임이다. 그렇지? 그런데 왜 나는 이렇게 화가 나는 걸까?
“뭐야 이 씹새에크아아아아악!”
쩌적. 쩌저저적!
네 개의 유령의 손이 위에 올라타 있는 놈의 목과 두 팔. 그리고 그 얼굴을 부여잡는다. 유령의 손에 걸린 약간 차가운 손의 냉기가 놈의 육신을 쩌적 하고 얼리기 시작했다.
빠르게 얼지는 않지만, 얼음을 가져다 댄듯한 차가움이 놈을 고통 스럽게 할 것이다.
“케...케에....”
게다가 유령의 손들의 악력도 상당히 상승해서 6킬로그램 정도는 들어 올린다. 그 정도면 성인의 보통 악력과 비슷하다.
목을 잡아 쥐니 놈은 부들부들 떨면서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른다. 세포가 새하얗게 얼어붙어 괴사해 가는 것을 바라보며 앞으로 걸음을 옮겨 나갔다.
“무..무슨 일이야? 이 씨발! 넌 뭐야!?”
아래서 여인의 뒤를 범하고 있던 놈이 여인을 내동댕이 쳤다. 여인은 기력도 없는 듯 울면서 옆으로 쓰러졌고, 녀석은 재빠르게 몸을 굴려서 지가 던져 놓은 무기를 쥐려고 들었다.
휘릭휘릭!
퍼억!
“크아아악!”
그런 놈의 팔에 손도끼를 날려 주었다. 회전하며 날아가 놈의 팔을 그대로 찍으며 쳐박혔다.
“크...크윽 너...너 왜....”
녀석이 핏발 서린 눈으로 나를 본다. 소리를 지르며 발버둥 치던 놈은 이미 얼굴과 목이 완전히 얼어붙어 추욱 늘어져 있었다.
살아남은 마지막 놈을 보면서 나는 웃어 주었다. 아아. 광살자 놈의 심정이 이해가 갈 것도 같군. 하지만 좋은 기분은 아니야.
“기분 나쁘니까.”
그리고 남아 있는 손도끼를 쳐들었다. 녀석이 공포와 애원 섞인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무어라 말하려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그리고 그대로 녀석의 머리를 반으로 쪼개어 주었다.
퍼걱!
허연 뇌수와 붉은 피가 으스러지면서 땅으로 흩어진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며 손도끼를 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손아귀에서 피가 난다. 피부가 또 짖겨져 아프다. 하지만 그런 것 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내 본능이 속삭인다.
“어이 괜찮아?”
그렇게 말하며 여인에게 다가갔다. 여인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눈물 흘리던 눈으로 멍하니 나를 보고 있었다.